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1)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31화(31/150)
‘현자의 돌이 살아 있다니…….’
우진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손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돌을 바라봤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여기 그려진 마법진 자체가 엘프의 것을 소환술을 위해서 흑마법으로 변형시킨 것이었어요.”
우우우웅…….
루엔의 손끝이 닿자 마법진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본래의 힘을 다시 갖추었으니 소환술과 같은 어정쩡한 창조의 술법이 아닌, 진짜 생명을 싹틔울 수 있게 된 거죠.”
“엘프가 아니면 불가능한 마법이에요. 인간은 생명술을 다루지 못하니까요.”
이루린의 덧댐이 없어도 충분히 엘프의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1클래스 마법밖에 못 쓰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네…….”
“네?”
“아냐. 아무것도.”
우진은 루엔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이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제부터는 부화를 기다려야 해요.”
“부화?”
“네. 단순히 계약과 소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건 말 그대로 생명체니까요.”
“알을 부화시키는 것과 같다는 말이군.”
“맞아요.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뭔데?”
“부화의 조건을 저도 알지 못한다는 거예요.”
잔뜩 기대했던 우진은 그녀의 말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럼 당장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네.”
“……네. 죄송해요.”
“죄송하다니. 부서져서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이건 가능성이라도 생긴 거잖아.”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일으키며 우진이 대답했다.
“그런데 넌 뭐 하는 거야?”
우진이 이루린을 바라봤다.
“뭐긴요. 당분간 이곳에 있을 거라고 했으니 저도 준비를 해야죠. 쓸 만한 것들을 좀 가지고 오려구요.”
그녀는 창고 안으로 이것저것 도구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거 옮길 땐 마법을 쓰면 되잖아?”
“여긴 마법이 안 돼요.”
“……뭐?”
“적탑에 있던 스승님의 작업실도 여기와 비슷했어요. 어떤 식으로 결계가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마법진 이외에는 마법을 쓸 수 없었어요.”
이루린이 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엘프는 예외지만요.”
“신기하네. 엘프의 마법은 되는데 인간의 마법은 불가능하다니.”
우진은 한 번 더 창고를 훑었다.
“그만큼 엘프의 마법이 뛰어난 것일지도 모르죠. 스승님마저 엘프의 마법진을 이용하려 하셨으니까요.”
“흐음…….”
이루린은 창고에 있던 모포들을 바닥에 깔면서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으…… 언제쯤 푹신한 침대에서 다시 자볼 수 있을까나. 이럴 때면 적탑이 가끔 그리워져요.”
“고작 침대 때문에?”
“네. 그럼 악몽을 꾸지 않거든요.”
“…….”
스승의 악행.
제물이 되어버린 동료들.
어린 나이에 겪었을 참사는 단 하루도 그녀에게 평온한 밤을 주지 않았다.
탈칵―.
우진은 두르고 있던 망토를 끌러 그녀에게 건넸다.
“써라. 그렇다 쳐도 이불도 없는 것 같은데.”
그녀는 생각지 못한 그의 호의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쳐다봤다.
“냄새 나는데요.”
“……그냥 써.”
이루린은 피식 웃으며 우진의 망토를 내려놓았다.
“그럼 저도 이걸 드릴게요.”
그녀는 손가락에서 은색의 반지를 빼내어 그에게 주었다.
“이게 뭔데?”
“저희 아버지께서 주신 반지예요. 할아버지의 유품 이라고 하셨어요.”
반지엔 정교하게 세공된 늑대 머리가 붙어 있었다.
“사실 저 귀족이에요.”
“……귀족?”
“네. 아실지 모르겠네요. 저도 책에서 본 게 다인데 워낙 작은 나라라고 하더라구요.”
그녀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제가 태어났을 땐 이미 멸망해 버렸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대단한 분이셨다더라구요.”
“네 할아버지가 누군데?”
“아스웰 발란.”
“······!!”
우진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설마…… 테칸 왕국?”
“어라? 아세요?”
놀랍다는 그녀의 반응보다 오히려 우진의 반응이 더 놀라웠다.
“알다마다.”
테칸 왕국.
이루린의 말대로 중앙 대륙 안쪽에 있는 소왕국이었다.
인구수로 따지면 5대 왕국에는 한참을 못 미쳤고 기껏해야 그 주변의 대도시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앙 대륙에서 테칸을 무시하는 곳은 아무도 없었다.
‘그곳엔 검제(劍帝)가 있으니까.’
NPC지만 플레이어들도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무인.
그가 바로 아스웰 발란이었다.
“신기한 일이군. 유서 깊은 검술명가에서 마법에 재능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다니 말야.”
“딱히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에요. 아버지는 검술도 마법도 모두 잘 하지 못하셨는걸요.”
“그래?”
“네. 그 반지 말이에요. 할아버지께서 펜릴을 사냥하고 그의 둥지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했어요.”
“펜릴이라면…….”
카밀라와 함께 7대 영물 중 하나였지만, 지금껏 어디에 있는지도 알려지지 않은 베일에 가려진 몬스터였다.
“아버지께서 제게 이걸 주시면서 펜릴의 둥지를 찾으라고 하셨었어요.”
“거기에 뭐가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펜릴을 사냥하시면서 깨우친 비기가 남아 있다고 했어요.”
‘검제의 비기라니…….’
“이게 단서가 될 수 있는 모양이지?”
“아마도요.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저로서는 풀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딱히 관심이 가는 것도 아니고요.”
“왜? 검제가 남긴 유품이잖아. 평범한 게 아닐 텐데.”
“전 검을 쓰는 게 아니니까요.”
우습지만 그 한마디에 충분히 납득이 가 우진은 피식 웃고 말았다.
‘아직 게임상에서는 펜릴이 죽지 않았어. 만약 내가 검제보다 먼저 펜릴을 사냥한다면…… 어떻게 될까.’
펜릴을 사냥하고서 완성시킨 검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사히 받지.”
[크릉―.]그때였다.
“……어?”
옅은 소리와 함께 잠들어 있던 카밀라가 눈을 뜨며 그를 바라봤다.
“드디어 깨어난 건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
너무나도 아름다운 눈동자였지만,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처럼 경계하는 것 같았다.
[크륵―.]우진이 피를 얻기 위해 신록에게 다가가자 이상하게도 신록은 그의 접근을 막으려는 듯 기묘한 소리를 냈다.
“진정하세요. 그는 저와 당신을 구해주셨어요.”
루엔이 긴장한 카밀라를 다독였다.
“그에게 당신의 피를 조금 나누어주실 수 있을까요?”
[부우우우우우―――!!]그때였다.
신록이 날카로운 울음을 터뜨렸다.
“자, 잠깐!!”
루엔이 갑자기 날뛰는 카밀라를 진정시키기 위해 신록의 목을 끌어안았다.
“꺄악―!!!!”
하지만 알 수 없는 힘에 루엔의 몸이 벽으로 튕겨 나갔다.
콰앙―!!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그녀는 기절이라도 한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신록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우진을 향해 거친 숨을 내쉬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이루린이 황급히 실드를 시전하려 했지만, 그녀의 영창이 완성되기도 전에 신록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오고 말았다.
“비켜!! 루엔을 일격에 기절시킨 놈이야!!”
우진이 소리치며 황급히 그녀를 옆으로 밀었다.
“……컥!!”
아슬아슬하게 이루린을 구했지만 대신 그 뿔은 우진의 옆구리에 박혔다.
“쿨럭!”
그의 입에서 한 움큼 핏물이 뿜어져 나왔다.
“빌어먹을…… 방금 한 말 못 들었어? 널 구해준 게 나라고!!
꽈악―.
그는 이를 악물며 자신을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카밀라의 털을 움켜잡았다.
“……젠장!!!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크르르르―.]하지만 신록은 낮게 으르렁거릴 뿐이었다.
마치 자신을 이곳에서 밀어내려는 것처럼 계속해서.
그 순간, 우진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신록의 눈을 보았다.
이상했다.
자신을 공격하는 신록의 눈빛에서 적의를 느낄 순 없었다.
“제길…….”
찌이이이잉―――!!!!
그 순간, 강제로 이곳으로 전이되었던 날과 같이 머리를 찌르는 통증이 느껴졌다.
콰아아아앙―――!!!
신록의 머리가 거칠게 위로 솟구쳤고, 우진의 몸이 튕겨 나갔다.
“……컥!!!”
의식이 흐려졌다.
도대체…….
왜?
* * *
“커헉……!!”
바닥에 쓰러진 우진이 몸을 일으키며 숨을 토해냈다.
“크윽…….”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였다.
“괘, 괜찮으세요?”
루엔이 황급히 그를 부축했다.
“신록은? 그 빌어먹을 놈은 어떻게 됐어?”
“……신록이라뇨?”
루엔을 향해 소리치던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조금 전 자신과 대화를 나누던 루엔이 아닌 어딘가 어수룩한 모습.
“괜찮으세요, 마스터?”
우진은 황급히 주위를 돌아봤다.
“……마스터? 갑자기 사라지셔서 놀랐어요…… 괜찮으세요?”
‘게임으로 돌아왔다고? 이렇게 갑자기?’
걱정스럽게 묻는 루엔을 우진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 아냐, 그보다 넌? 내가 없는 동안 별일 없었지?”
“그럼요. 잠깐이었는걸요.”
“잠깐이라고?”
“네. 기껏해야 1, 2분도 안 되셨을걸요.”
‘여긴…….’
그제야 우진은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연금술사의 실험실] 입구.‘이세계에선 며칠이나 흘렀었는데…… 이곳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옆구리에 손을 가져갔다.
다행히 상처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 고통은 또렷하게 기억되었다.
‘……매번 이런 식으로 돌아오는 거면 몸이 문제가 아니라 정신이 먼저 날아가겠군.’
그는 ‘쯧―’ 하고 혀를 차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번엔 운이 좋았어.’
어쨌든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음번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제 두 번째.
‘분명…… 공통점이 있을 거야.’
그것을 찾아내야 했다.
두 세계를 왕래할 수 있는 건 특별한 힘이지만, 컨트롤할 수 없다면 오히려 독이 되는 일일 수 있었다.
[퀘스트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그때였다.
생각에 잠겼던 우진의 앞에 알림이 울렸다.
“……음?”
퀘스트 아이템?
우진은 인벤토리 안에서 반짝이는 뭔가를 찾아 꺼냈다.
“이건…….”
이름 : 환요의 돌
등급 : ??
설명 : 대륙 7대 영물 중 하나인 카밀라의 피와 엘프의 마법이 만들어낸 생명의 돌.
▶ 환수가 태어나는 일반적인 원시성령의 알과는 다르다.
▶ 부화에 성공하면 환요와 계약이 가능하다.
“환요……?”
우진은 푸른 돌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띠링―.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명 : 환요의 알]▶ 등급 : SS
▶ 환요의 알을 부화시켜라.
[필요한 재료]1. 신록 카밀라의 털. (입수 난이도 : ★★★★★)
2. 울딘 엘프의 피. (입수 난이도 : ★★★★★)
3. 대지의 천칭. (입수 난이도 : ★★★)
4. 효소의 악갑. (입수 난이도 : ★★)
5. 흑색 거미의 다리. (입수 난이도 : ★★)
6. 배틀 비의 독침. (입수 나이도: ★)
▶ 재료를 모아 알을 부화시키십시오.
▶ 제한 시간 : 60일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우진은 퀘스트 창을 본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부화에 필요한 재료들이 나와 있잖아?’
분명 루엔이 이 알을 만들었을 때 부화의 조건을 그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하, 하하…… 그렇지. 이건 게임이잖아.”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퀘스트 창엔 클리어 조건이 항상 명시되는 법이었으니까.
“최상급이 두 개나 필요하다니. 과연 SS등급답네.”
중앙 대륙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 중 가장 입수 난이도가 높은 아이템조차 별 3개가 전부였다.
그런데 무려 별5개의 난이도다.
사실 현시점에서 절대로 불가능한 퀘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록의 털?”
하지만 재료의 이름을 본 순간 그는 뭔가 떠오른 듯 황급히 손바닥을 펼쳤다.
“……미치겠군.”
그의 입꼬리가 흔들렸다.
한 움큼의 털 뭉치가 그의 손안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