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2)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32화(32/150)
“왜 그러세요?”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우진의 시선에 그녀는 손으로 뺨을 훑으며 물었다.
“아, 아냐. 아무것도.”
‘루엔이 있으니 울딘 엘프의 피도 얻을 수 있어.’
이렇게 되면 입수 난이도 최상급의 재료 2개를 모두 확보한 상태였다.
‘남은 건 나머지 재료들인데…….’
우진은 퀘스트 창을 살폈다.
‘다행히 나머지는 입수 난이도가 낮아. 어쩌면 거래소에 올라온 것들도 있을지 모르고.’
“으…… 당장 마을로 가고 싶어지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핏빛 동굴의 공략이었다.
‘타임 어택도 타임 어택이지만 중앙 대륙으로 넘어 가기 전에 창세단 녀석들과도 마무리 지어야 하니까.’
“그리고…….”
부화 재료 중 하나.
거기서 흑색 거미의 다리도 얻을 수 있을 터.
“가자.”
우진은 발걸음을 옮겼다.
* * *
“확실한 거지?
“무, 물론입니다. 핏빛 동굴 입구에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블란 클랜의 하토는 긴장 가득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왔을까?’
저 멀리 보이는 동굴의 입구를 보며 그는 기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왔겠지……?’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젠장…… 오겠냐고. 나 같아도 안 오지. 뻔히 함정인 거 아는데…….’
그는 옆에 서 있는 남자를 힐끔 바라봤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임무를 실패했다고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치겠네. 하필 콜슨이 창세단 소속일 줄이야.’
콜슨 파웬.
그는 대륙 랭킹 200위 안에 들어가는 랭커였다.
하지만 하토가 그를 두려워하는 건 단순히 랭킹이 높아서만은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왔어. 분명 시작한 지 2년 만에 랭커에 올랐다고 했었지?’
그가 유명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비정상적인 성장 속도.
결코 던전 공략과 마물 사냥으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철컥―.
콜슨의 손에 끼워진 건틀릿이 눈에 들어왔다.
혈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장갑.
원한다면 깨끗하게 지울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는 일부러 자신의 무기에 묻은 핏자국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그 핏물이 그의 성장의 증거였기 때문이다.
‘인간 백정.’
초보 지역인 어둠숲과 달리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면 달라지는 몇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PK 경험치다.
아이러니하게도 플레이어는 마물보다 월등히 많은 경험치를 준다.
그래서 미궁탑을 공략하는 것이 아닌 PK로 레벨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 괴물이 나섰으니 핏빛 동굴도 조용해지겠군.’
어둠숲에서는 유일하게 핏빛 동굴만이 중앙 대륙처럼 PK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곳이자, 반대로 죽었을 때 경험치를 잃는 곳이었으니까.
아무리 날고 기는 동굴 속 고인물들이라 해도 콜슨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왜?”
“아……! 아닙니다.”
콜슨과 눈이 마주치자 히토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후아…… 심장 터지는 줄 알았네.’
눈빛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제발 있어줘라. 저 괴물한테 걸리면 상황이고 뭐고 바로 뒈질 테니까.’
하토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이런 길이 있다니…….”
바위틈 사이에 난 작은 통로를 보며 루엔은 놀란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봤다.
“들어가자.”
그가 틈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숨겨진 길을 발견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발견한 정보는 길드에 등록하여 대륙 지도에 적용 시킬 수 있습니다.] [발견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9 → 30
“……어?”
우진은 뭔가 이상했다.
‘레벨이 올랐어?’
분명 시그 엘릭을 사냥했을 때 자신의 레벨은 25였었다.
그런데 지금 30레벨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쪽 세상에서 룬은 적용돼도 마물을 사냥한다고 해서 경험치를 얻진 않았는데…….’
만약 그랬었다면 회색 늑대를 사냥했을 때 레벨 업이 되었어야 했다.
‘뭐지?’
자신이 얻었던 것 중에 뭔가 경험치와 관련된 것이 있었을까?
‘설마…… 그건가?’
그 순간, 우진은 라탄과의 전투를 떠올렸다.
라탄의 심장에 박혀 있던 보석을 입으로 물어뜯었을 때 말이다.
보석을 깨뜨렸을 때 느꼈던 묘한 이질감.
‘루엔은 그 보석이 라탄의 심장과도 같은 것이라고 했었어.’
그리고 그걸 자신이 먹은 것이다.
힘은 기억이다.
라울의 정수 속에 그의 기억이 담겨 있었던 것처럼…….
어쩌면 라탄의 심장 속에 담겨 있던 기억이 게임 속에서 경험치로 환산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름 : 칸
직업 : 전사
레벨 : 30
종합 포인트 : 395
잔여 포인트 : 0
특성 : 모험가, 고독함, 용살, 불굴, 신속, 기척, 오행, 질긴 생명
칭호 : [신속의 사냥꾼], [속성의 지배자]
전문화 : 혼각술 (1/1)
각인 : 불완전한 사르반딘의 정수
‘역시나…… 능력 중에 마력은 없어.’
게임의 제약인 걸까?
퀘스트 조건처럼 이세계에서는 알 수 없었던 것을 게임에서 알 수 있는 이점도 있지만, 반대로 이세계에서는 가능했었던 것이 이곳에서는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새로 얻은 포인트를 분배하던 우진은 또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처음 보는 특성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건 뭐지?’
특성 : 질긴 생명
▶ 흑마법이 담긴 물건을 섭취하고 죽지 않았을 경우 얻을 수 있다.
▶ 흑마법 내성 +10%
▶ 체력이 3% 미만이 되었을 시 정신력을 소모하여 순간적으로 10%의 체력을 회복시킨다.
“……레벨 업도 좋지만 앞으로 목숨을 내놓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네.”
특성을 얻은 건 기쁜 일이었지만, 설명을 보자 정말로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쉿.”
그렇게 지하도를 통해 걸어가던 우진이 낡은 표식을 본 순간 뒤에 있던 루엔에게 손짓했다.
“여길 나가면 바로 보스 룸이야.”
그의 말에 루엔이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보스 룸 입구에 있는 플레이어들이다. 너도 알다시피 여긴 어둠숲에서 유일하게 살인이 가능한 곳이야.”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우진의 귀에 들렸다.
“저 안엔 사람을 죽이는 맛에 빠져 사는 놈들만 있다. 그게 열 명일지 스무 명일지…… 백 명이 넘을지는 아무도 몰라.”
루엔은 어째서 그가 그런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지난번처럼 약한 마음으로는 절대로 살아남지 못해.”
“……알겠습니다.”
그녀는 다시 한번 활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철컥.
우진이 통로의 틈을 열었다.
[핏빛 동굴에 입장하였습니다.]던전 출입에 알림이 울렸다.
[특성 : 모험가가 발동됩니다.]우진의 전신에 옅은 빛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던전 보드가 활성화됩니다.]그와 동시에 시야의 오른쪽 상단에 작은 보드가 나타났다.
[1위 케르가의 파티(4명) 25분 50초] [2위 데니안의 파티(4명) 41분 37초] [3위 트라멜의 파티(4명) 45분 05초]확실히 다른 던전에 비해 공략에 필요한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단순히 던전 안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 이외에도 PK가 가능했으니까.
‘타임 어택에 도전하는 파티들을 일부러 공격하는 사람들도 많았겠지.’
그런 방해를 뚫고 보스를 공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20분대라…… 다른 두 사람이 40분대인 걸 생각하면 진짜 괴물은 괴물이네.’
우진은 던전 보드를 볼수록 케르가라는 존재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중앙 대륙으로 가게 되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
“하지만 그 전에…….”
“너 뭐야!!”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우진은 보스 룸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낮게 중얼거렸다.
슉―!!!
동시에 자신을 향해 날아든 단검.
카앙―!!!
우진이 단검을 튕겨냈다.
“이놈들부터 치워야겠지.”
* * *
하이에나.
핏빛 동굴에서 모험가들을 노리는 자들을 칭하는 말이었다.
놈들은 모두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함과 동시에, 흔적들을 교묘하게 바꿔 복수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상대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전투의 흔적을 좇을 수밖에 없으니까.
‘서로 흔적을 속이기 위해 놈들은 대부분 같은 무기와 같은 스킬을 쓴다.’
그의 용천처럼 유니크한 스킬을 쓴다면 단번에 정체가 탄로 날 테니까.
‘놈들이 쓰는 건 기본 스킬과 파르타에서 파는 공용 무기들뿐이야.’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본다면 결국 초보 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등바등거리는 놈들.
별것 없다.
콰아아아아앙―――!!!!
우진의 검이 새하얀 전격을 뿜어내며 앞에 있던 남자의 목을 그대로 도려냈다.
“……!!!”
보지 않아도 복면 속 그를 보던 눈빛에 당혹감이 서리는 걸 알 수 있다.
콰앙―!!!
머리가 잘려 나간 채 우두커니 서 있는 몸뚱이를 그는 거칠게 발로 밀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 최초의 살인] [지금부터 살인으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업적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하루 동안 살인으로 얻는 경험치는 2배가 됩니다.
▶ 하루 동안 살인한 수의 0.5배만큼 능력치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업적의 효과는 흥미롭지만 사실상 큰 의미를 가지진 못했다.
일반적으로는 PK 제한이 풀리는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면서 업적을 얻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중앙 대륙에서 대량 살상은 불가능하니까.’
물론 예외는 있다.
레벨을 왕창 올릴 때까지 참고 참았다가 강자가 돼서 무차별 살인을 한 플레이어가 있었으니까.
살귀(殺鬼)라는 별명을 가진 ‘장령’이었다.
‘장령이 중앙 대륙에서 첫 살인에 50명을 죽였댔나?’
알림이 울리자 우진은 쓰러진 시체를 밟고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나, 둘, 셋, 넷…….”
그러고는 자신을 둘러싼 하이에나들을 훑었다.
“오늘 그 기록이 초심자 지역에서 깨지겠군.”
“뭐?”
“신경 꺼. 그냥 너희들이 뒈진다는 말이니까.”
우진은 보드를 바라봤다.
[적색오공(赤色蜈蚣) 리스폰 시간 – 10:30]인스턴스 던전인 다른 곳들과 달리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입장 가능한 핏빛 동굴엔 보스가 재생성되는 시간이 따로 표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던전 입장 이후 첫 리스폰이 완료되는 시간까지는 타임 어택에 포함되지 않는다.
‘남은 시간은 10분 30초.’
“루엔, 10분 안에 끝낸다.”
놈들의 목숨뿐만 아니라 타임 어택 보상도 받아야 하니까.
솨아아아악―――!!
그 순간, 그의 옆으로 날카로운 화살이 날아갔다.
“컥!!!”
둔탁한 비명과 함께, 선두에 서 있던 남자의 몸이 충격에 부웅 떠올랐다 바닥에 꽂혔다.
카그그극―!!!
날아간 화살은 남자를 뚫고 그대로 벽에 박혔다.
풍속성이 인첸트된 화살은 벽에 박힌 상태에서도 마치 드릴처럼 계속해서 회전했다.
“……이 새끼들 죽여!!!”
꽈드드…….
달려드는 하이에나들을 향해 루엔은 다시 한번 활의 시위를 당겼다.
솨아아악―――!!!!
그녀는 화살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