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4)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34화(34/150)
띠링―
[초심자 지역에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핏빛 동굴의 던전 보드가 새로 갱신되었습니다.] [1위 ???의 파티 (2명) 17분 32초]“다들 보세요!! 방금 핏빛 성채 기록이 바뀌었어요!”
“이게 뭐야? 공략 시간 이거 맞아?”
“17분대라고……?! 미친. 도대체 누구야?”
시스템 알림은 관리팀의 모든 직원들에게도 일제히 울렸다.
“……말도 안 돼.”
그리고 그 알림은 관리팀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하준의 컴퓨터에서도 역시나 울리고 있었다.
모두가 공략 시간에 놀라고 있는 지금, 우진을 추적하고 있던 하준은 다른 의미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핏빛 동굴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라고? 저런 게 있다는 건 개발자였던 나도 모르는 일이라고!’
그뿐이 아니었다.
이 게임을 설계했던 [에단]조차 향후 2년 동안은 [피의 길] 업적을 클리어하는 게 불가능할 거라 예측했었다.
그런데 우진란 사람은 인공지능의 계산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성공시켜 버린 것이다.
‘중앙 대륙도 아닌 어둠숲 이걸 성공시키다니…… 도대체 저 사람 정체가 뭐야?’
“다들 조용.”
그때였다.
하준의 뒤로 문이 열리며 등장한 고준철의 한마디에 소란스러웠던 관리팀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팀장님. 조금 전…….”
“알고 있어. 호들갑 떨지 마. 기록이란 건 언젠가는 깨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케르가의 기록을 한 사람이 모두 깼습니다.”
“그게 왜? 그 전에 세운 기록도 케르가 한 사람이 세운 것 아닌가?”
고준철은 부하 직원의 말에 오히려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관리팀은 말 그대로 게임을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변화가 생기면 같이 놀라는 게 아니라 그에 맞는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 거다.”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반가워할 일이기도 하지. 이블 테일엔 많은 강자들이 있고 그들의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그중에 최고가 누구냐 묻는다면 모두가 케르가라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그는 숨을 고르고서 주위를 한 번 훑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그가 쌓은 아성을 무너뜨린 자가 나온 거다.”
절대자의 라이벌.
어쩌면 이번 사건이 [이블 테일]의 플레이어들을 더 흥분케 만들지도 모른다.
“이 대리, 자네는 지금 당장 홍보팀에 연락해서 어둠숲 3대 던전 타임 어택 관련한 특집을 만들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각종 커뮤니티와 매체, 그리고 댓글 작업까지 신경 써서 이슈를 만드는 거다. 더 많은 신규 유저들을 끌어올 수 있도록. 알겠나?”
“네――!!!”
단순히 타임 어택의 기록에 놀라기만 했던 관리팀은 고준철의 한마디에 다시 활기가 돋기 시작했다.
‘문제는…….’
고준철은 자신의 앞에 긴장한 채로 앉아 있는 하준을 바라봤다.
‘그 이슈 메이커가 칸이라는 점이겠지.’
왜 하필 그일까.
대규모 정전 사태였던 [블랙아웃] 이후 아직까지 일부 플레이어의 데이터가 복구되지 않은 상태였다.
로그아웃 사건 떄는 솔직히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다.
자신들도 그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으니까.
‘다행히 그 이후에 로그아웃을 한 정황이 포착되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존재였다.
“김하준.”
“네! 팀장님.”
“지금 그는 뭘 하고 있지?”
“그게…… 지금 창세단과 대치 중으로 보입니다.”
“창세단?”
“네. 일전에 오크 성채에서 창세단이 몰살당했던 사건 있었잖습니까.”
“기억하고 있어.”
고준철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핏빛 동굴이면 PK 제약을 받지 않는 곳이니까. 놈들이 노린 것이겠지. 지금 창세단 누가 거기에 갔지?”
“콜슨 파웬. 200위 안에 드는 랭커입니다.”
“흐음…….”
하준의 보고에 고준철은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결국 어둠숲 울타리 안에서일 뿐이야.’
“오늘 좋은 꼴은 못 보겠군. 이슈를 만드는 건 잠깐 뒤로 미루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저 그게…….”
그때였다.
모니터를 주시하던 하준이 조심스럽게 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황이 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
* * *
“설마…… 네놈이 케르가의 기록을 깨고 다니는 놈인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만만했던 콜슨의 얼굴에 공포가 생겼다.
“글쎄?”
“이 미친 새끼……!! 페론!! 이 빌어먹을 놈! 날 속였지!! 너희 같은 허접들이 저 괴물을 잡을 리 없잖아!!”
“그, 그건…….”
“쟤들은 잘못한 게 없어. 분명 의뢰대로 날 이곳에 데리고 왔잖아.”
“뭐?”
“네?”
우습게도 우진의 대답에 콜슨뿐만 아니라 페론마저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뭔데 내 편을 들어주는 거지?’
“크아아아아―――!!”
그 순간, 콜슨의 건틀렛에 맹렬한 바람이 일었다.
그가 인간 백정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만든 권투사 레어 스킬인 권풍.
50레벨 이후 2차 스킬 트리가 오픈되면 기본 스킬 이외에 퀘스트나 드랍템으로 [스킬서]를 구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보유하는 스킬의 등급에 따라 같은 직업이라 하더라도 격차는 천차만별이었다.
부웅―――!!
그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날카로운 소용돌이가 우진을 덮쳤다.
‘30위 랭커 아래론 유니크 스킬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니…….’
콜슨의 레어 스킬도 결코 흔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 스킬 하나로 대륙 랭킹 200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다만…….
상대를 잘못 만난 것뿐.
[속성을 사용합니다.]▶ 모든 장비에 풍속성이 강화됩니다.
[특성 : 오행으로 인하여 풍 속성 내성이 더욱 강화됩니다.]퍼엉……!! 펑!!!
우진의 앞에서 그의 권풍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권풍을 뚫고 걸어오는 우진을 보며 콜슨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가속을 사용합니다.]검을 쥔 채 자세를 잡았다.
콰아앙―――!!!
우진의 검에서 요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컥.”
이렇다 할 대단한 스킬을 쓴 것도 아니었다.
그가 쓴 건 평범한 전사 스킬인 [강타]였을 뿐이다.
‘저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위력이야……?!’
하지만 결과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컥…… 커헉…….”
단 일격이었다.
콜슨의 건틀렛이 아작 났고, 바닥에 대자로 쓰러진 그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난 사냥터 독점이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힘이 있다면 그 힘을 쓰는 것뿐이니까.”
콰직―!!!
“크아아아악――!!”
콜슨의 팔이 잘렸다.
“너희들 그 말 좋아하잖아? 약육강식(弱肉强食). 그냥 너희가 나보다 약했던 것뿐이야.”
푸욱―!!
“크…… 크으으윽…….”
우진의 검이 그의 다리에 박혔다.
“너희 우두머리에게 전해. 언제라도 상대해 주겠지만…… 너와 똑같은 꼴로 만들어주겠다고.”
스카아앙―!!
지면을 긁으며 튀어 오른 검에 콜슨의 다리가 함께 공중으로 솟구쳤다.
“중앙 대륙으로 오는 날 넌 뒈졌어…… 이 개새…… 컥!!”
자신을 내려다보는 우진을 향해 콜슨은 마지막 발악을 하듯 으르렁거렸다.
아니, 그러려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말은 끝맺음을 내지 못했다.
[Lv 53 격투가 콜슨을 죽였습니다.]검날에 그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칭호 : 광마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획득 경험치가 4배 상승합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4→35
기분 좋은 알림과 동시에 콜슨의 시체가 서서히 사라졌다.
“흐음.”
자신의 몸을 휘감는 빛이 사라지자 우진은 동굴 안쪽을 향해 말했다.
“이제 나와도 돼.”
“죄송해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내가 숨어 있으라고 한 건데 뭐. 너도 봤겠지만 모두 50레벨대였어. 괜히 붙잡히기라도 하면 오히려 안 좋아.”
“하지만 마스터는 쉽게 이기셨잖아요.”
“그야 나니까.”
우진이 장난스레 거들먹거리듯 말하자 루엔은 피식 웃고 말았다.
‘나도 그를 돕고 싶어…….’
짐이 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진 왕국을 세우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강해지고 싶은 다른 이유가 그녀의 마음속에 생겨나고 있었다.
“이제 레벨이 몇이지?”
“30이에요.”
우진은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NPC인 그녀는 우진과 달리 살인을 한다고 경험치를 얻을 순 없었기에 아무래도 그와 격차가 조금씩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PK도 좋지만 루엔과 함께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려면 어느 정도 템포를 맞출 필요가 있겠어.’
“……음?”
콜슨의 시체가 있었던 자리에 작은 동전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그가 죽으면서 드랍한 아이템인 듯싶었다.
우진이 동전을 잡자,
알림이 울렸다.
‘그냥 잡템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플레이어가 사망했을 때 확률적으로 인벤토리 안이나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를 떨어뜨리게 된다.
운이 좋다면 [삼위일체의 허리띠]나 [치타의 반지]처럼 장비를 떨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쓸모없는 잡템을 드랍하는 경우가 많았다.
[망자의 지참금]등급 : D
설명 : 망자가 황천을 건널 때 사용하는 뱃삯. 지옥문을 통과할 때 필요하다고 전해진다.
‘이게 창세단이 하고 있다는 퀘스트인 건가?’
하필 드랍을 해도 퀘스트 아이템을 드랍하다니 참으로 얄궂은 일이었지만, 동전은 확실히 그의 흥미를 돋았다.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명 : 지옥문]▶ 등급 : B
▶ 대륙 어딘가에 존재하는 지옥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참금을 채워야 한다.
▶ 인간 혹은 인간형 몬스터를 사냥할 시 지참금이 채워진다.
▶ 현재 수집된 영혼의 수 – 9,389 / 10,000
‘헐…… 마물을 1만 마리나 잡아야 한다고?’
우진은 퀘스트 내용을 보고는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과연 B등급부터는 난이도가 달라지는구나.’
SS등급의 퀘스트인 [환요의 알]이 있긴 했지만, 그의 경우 운이 좋아 입수 난이도가 어려운 재료를 모두 가지고 있어 사실 체감이 되지 않았다.
[이 퀘스트는 공유 퀘스트입니다.]▶ 퀘스트의 진행은 지참금을 가진 모든 플레이어에게 적용됩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우진은 잠시 망설였다.
설명대로라면 결국 창세단과 만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으니까.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B등급 퀘스트는 사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긴 해.’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었다.
퀘스트의 등급에 따라 대륙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분석한 글이었다.
D등급은 레벨 업과 보상을 위해 만들어진 일반적인 임무라 할 수 있었고, C등급은 퀘스트와 얽힌 개인 혹은 세력 규모에 영향력을 가지는 임무이며, B등급부터는 결과에 따라 대륙 자체에 판도를 바꾸는 힘을 가진다고 했다.
“뭐, 언젠가 만나게 될 놈들이라면 만날 이유를 만드는 것도 좋겠지.”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남은 영혼을 수집하시기 바랍니다.]‘어차피 영혼은 놈들이 알아서 모을 테니…… 그 이후의 대처를 준비하는 게 좋겠지.’
그 준비는 간단했다.
환요의 알을 부화시키는 것.
[남은 재료]1. 대지의 천칭. (입수 난이도 : ★★★)
2. 효소의 악갑. (입수 난이도 : ★★)
3. 배틀 비의 독침. (입수 나이도: ★)
“야.”
우진에 멍하니 서 있는 페론을 불렀다.
“……네?”
“약속은 지켰다. 너희가 잡은 걸로 끝까지 얘기해 줬으니 고맙지?”
그 순간 페론은 아차 싶었다.
콜슨과 싸우기 전 왜 자신의 편을 들어줬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게 스멀스멀 기억났다.
“무, 물론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고마우면 그만한 보답을 하는 게 당연하겠지?”
가볍게 자신을 향해 눈짓을 하는 우진을 본 순간 페론은 깨달았다.
“아…….”
‘젠장…… 아무래도 콜슨보다 더 지독한 놈에게 물린 것 같다.’
앞으로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 페론은 눈에 선한 기분이었다.
“가까이 와.”
잔뜩 군기가 잡힌 페론의 달라진 태도에 우진은 그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네, 넵!!!”
그가 움직이자 그의 부하들도 일제히 우진을 향해 뛰어왔다.
“부탁을 할 게 있는데. 내가 이것들을 구해야 하거든. 도와줄 수 있을까?”
“무…… 물론입니다!!”
한달음에 달려온 페론은 그의 앞에 차렷 자세로 서서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뭐 해?”
“……네?”
우진의 되물음에 페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구해 온다며. 당장 안 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