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5)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35화(35/150)
블란 클랜의 길드 하우스.
[효소의 약갑을 입수하였습니다.] [배틀 비의 독침을 입수하였습니다.]“별로 어렵지 않았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재료를 받아 든 우진이 고개를 들자 페론과 부하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효소의 약갑은 다행히 거래소에 있었고 독침은 부하들이 바로 구해 왔습니다.”
“좋아. 그런데…….”
알림을 확인하던 우진이 슬쩍 눈을 흘기며 앞을 바라봤다.
“하나가 빠졌다?”
“그, 그게…….”
그의 물음에 페론이 우물쭈물거렸다.
“대지의 천칭은 저희가 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째서?”
“그게…… 대지의 천칭은 입수 난이도가 별 3개짜리입니다. 별 3개부터는 중앙 대륙에서만 구할 수 있습니다.”
페론은 품 안에서 지도를 꺼냈다.
“여기 보시면 대지의 천칭은 중앙 대륙 남부에 있는 격전의 설원이란 곳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격전의 설원이라…… 혹시 거기 있다는 용모루에 가야 하는 건가?”
용모루는 강철 일족이라 불리는 고대 노움들의 터전이란 콘셉트로, 각종 기계 공학으로 만들어진 몬스터들이 있는 던전이었다.
적정 레벨은 55~60.
결코 쉽지 않은 곳이었다.
“네. 조사해 보니 용모루의 보스 몬스터인 구르타스를 잡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재료라더군요.”
“흐음…….”
그의 대답에 우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50레벨까지 올려서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다른 방법은 없나?”
“원칙적으로 중앙 대륙과 어둠숲은 거래소가 나뉘어져 있어서 거래가 불가능합니다.”
“원칙은 그렇겠지. 하지만 너희가 쓴 함정들도 중앙 대륙 물건이잖아?”
“그, 그건…….”
‘하여간 눈썰미도 좋다니까.’
페론은 걸렸다 싶은 얼굴로 우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함정은 일반 템이거든요. 게다가 레벨 제한도 없죠. 거래소에 올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직접 가지고 오거나 우편함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는 슬쩍 우진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대지의 천칭은 입수 난이도 별3개짜리의 희귀 재료입니다. 등급으로 따지면 B등급으로 봐야 해서 직접 가지고 오는 것도 불가능하죠.”
페론은 아무도 없는 길드 하우스임에도 불구하고 괜히 한 번 주위를 훑었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는 목소리를 조금 더 낮게 깔았다.
“밀수품을 구입하는 것이죠.”
“밀수품?”
우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밀수라니……?’
페론이 말에 그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기가 막히네. 게임에서 그런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흐으……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않겠습니까. 뭐, 플레이어들에겐 알려지지 않은 방법이긴 합니다.”
“자랑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크큭, 어떤 일이든 전문가가 되면 빌어먹고 살 순 있는 법이니까요.”
첫 만남 때 거들먹거리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모양새로 페론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혹시 아젠 무역회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페론은 탁자 아래에 있는 의자를 빼서 앉으며 조금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중앙 대륙 동쪽에 있는 스톤워터 항만의 노움들이 운영하는 회사죠.”
“들어본 적은 있어. NPC들만 있는 길드…… 맞지?”
“그렇습니다.”
중앙 대륙에 존재하는 각종 세력들.
클랜이라든지 연합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당연히 플레이어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애초에 게임 설정들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왕국들과 도시들의 운영까지 이제는 플레이어들이 관여하고 있었다.
히든 퀘스트를 받아 왕국의 신하가 되는 자들도 있었으며, 도시를 보호하는 경비대라든지 귀족의 영지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되어 세계에 스며드는 플레이어들도 더러 있었다.
‘이제 [이블 테일]은 이방인인 플레이어와 대륙인인 NPC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가 구축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특이하게 아젠 무역회는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플레이어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아젠에서 중앙 대륙의 거의 모든 소모품들이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약초부터 포션, 연금술의 재료, 마도구까지…… 사실상 없는 게 없는 곳이었다.
‘생산직 특성을 가진 자들도 있지만 플레이어들의 99%는 모험가라고 할 수 있다.’
세력의 일원이 되는 자들도 있지만 그건 소수일 뿐, 대다수의 플레이어는 미궁탑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가 사냥과 전투처럼 평상시에 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기 위함이었으니까.
고레벨이 될수록 여러 재료와 회복제들이 많이 필요하지만 생산을 하는 사람은 적었다.
‘게임이니 상점에서 포션을 사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이블 테일]은 평범한 게임이 아니었다.어쩌면 현실보다 더 현실인 곳이기도 했다.
‘단순히 사냥과 퀘스트가 아닌 돈이 거래되는 세상이니까.’
지금 일과는 별개의 문제지만 오랜만에 사업가로서 우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이걸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올지도…….’
독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누구보다 그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아젠이 밀수도 하고 있다는 말인가?”
“네. 어둠숲과 중앙 대륙과의 거래가 불법인 건 플레이어들에 한해서니까요.”
“어떻게 만나지?”
페론이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
“백화곡이라고 아십니까?”
들어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는 차원문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마을.
처음엔 대륙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쉼터와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중앙 대륙에서 적응하지 못한 중레벨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둠숲은 졸업했는데 중앙 대륙에서 살아갈 능력이 없는 실패자들이 모인 곳.”
실력 부족으로 공대에서 추방당한 자들부터 PK로 무기를 잃은 자들, 혹은 수배령이 내려 도망쳐 온 자들까지…….
“모인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다들 중앙 대륙을 밟아봤던 자들입니다. 새로 캐릭을 키울 용기는 없는데 게임은 하고 싶어 그곳에 안주한 놈들이죠.”
사람들은 그곳을 이렇게 말했다.
“실패자들의 마을.”
그렇기에 대륙에서 가장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쉽진 않습니다. 백화곡으로 가는 것도 문제지만 밀수품을 구입하려면…….”
그는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랗게 만들며 말했다.
“돈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얼마나?”
“글쎄요. B급 재료면 못해도 300골드는 가지 않을까요?”
“3, 300골드나요?!”
루엔이 페론에 말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어둠숲에서 50레벨을 찍고 중앙 대륙으로 넘어 가는 시점에서 플레이어가 모을 수 있는 금액은 기껏해야 20골드 안팎이었으니까.
“중앙 대륙과 어둠숲의 시세 차이는 어마어마하니까요. 현질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어렵죠.”
“이건 어때.”
툭―.
그때였다.
우진이 그의 앞에 무언가를 꺼냈다.
처음 보는 커다란 보석이었다.
“이게 뭡니까?”
“살펴봐.”
페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가 꺼낸 보석을 살폈다.
“……!!!”
그 순간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커헙! 케, 케켁!!!”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하려다 사레가 걸려 헛기침을 토해냈다.
이름 : 하급 용마석
등급 : B
설명 : 용의 피로 만들어졌다는 보석. 마력의 감응도를 높여준다 하여 마법사들 사이에 환상의 보석이라고 전해진다.
사용 제한 : 마법사, 연금술사, 드루이드
▶ 복용 시 최대 마력치 +10% 상승
▶ 복용자의 마법 등급이 5등급 아래일 경우 한 단계 상승 마법을 익힐 수 있다.
▶ 3등급 이상의 마법사에겐 상승 마법의 효과가 없다.
▶ 마력 감응도를 높여주는 아이템은 중복 사용이 불가능하다.
“마법 단계를 올려주는 아이템이라니… 이런 건 처음 봅니다.”
페론은 신기한 듯 [용마석]을 몇 번이나 둘러보며 우진에게 말했다.
“이걸 팔 생각이야.”
“헐…… 진심이십니까?”
아까워하는 페론과 달리 우진은 창고에서 [용마석]을 챙길 때부터 이미 팔 생각으로 가지고 왔던 것이었다.
‘이루린의 말대로라면 이것보다 훨씬 좋은 것들이 많이 있다.’
게다가 그것을 증명하듯 [용마석]의 앞에 하급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하급이 있다는 건 상급도 있다는 것.’
당장의 효과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기다렸다 더 좋은 것을 얻으면 되는 일이었다.
“페론, 내가 널 그날 살려둔 이유를 알아?”
“글쎄요……. 부하가 필요해서?”
“반은 맞아.”
“하하……. 그럼 나머지 반은 뭡니까?”
페론이 우진을 향해 어색하게 웃었다.
“네 정보력.”
“……제 정보력이요?”
“그래. 어둠숲에 있지만 중앙 대륙까지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은 몇 없으니까. 솔직히 난 너의 실력을 높이 사는 중이야.”
“하하, 실력이라 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중앙 대륙에서 시키는 잡일들을 대신 처리해 줬으니 그렇겠지요.”
“그래서? 평생 어둠숲에서 잡일이나 하며 썩을 생각은 아니겠지.”
“……네?”
그 순간 페론의 눈빛이 흔들렸다.
애초에 우진의 암살 의뢰를 받은 것도 대형 클랜들이 즐비한 중앙 대륙으로 안전하게 넘어가기 위함이었으니까.
“정말…… 손을 잡자는 뜻입니까? 저의 뭘 믿고…… 이러시는 겁니까?”
“아직 믿는 건 아냐. 제안을 했을 뿐이고 제안에 걸맞은 실력은 이제부터 네가 증명해야지.”
우진은 [용마석]을 가리키며 페론에게 말했다.
“이걸 팔아봐.”
“저한테 이걸 맡기시겠다고요? 제가 이걸 들고 튈 수도 있잖습니까. 이걸 팔아 새 계정을 만들어 다시 키울 수도 있는데요.”
“맞아.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다시 키운다면 나와 함께 중앙 대륙으로 가지 못하겠지.”
“……함께?”
꿀꺽―.
그의 말에 페론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진짜 신기한 사람이네.’
기껏해야 두 번의 만남이었다.
그것도 죽고 죽이는 의뢰로 만난 사이.
복수를 해도 모자랄 팔에 자신과 함께하자니…….
하지만 페론이 신기한 건 그런 우진의 대인배적인 태도 때문이 아니었다.
고작 35레벨짜리가 자신의 뒷배가 되어주겠다는 말에 왜 믿음이 가는 건지…….
‘분명 상식 밖의 강함이지만…….’
그는 한 명에 불과했다.
‘콜슨을 이긴 건 엄청난 일이지만 창세단엔 그보다 강한 자들이 잔뜩 있어.’
수백 명이 소속되어 있는 클랜들이 즐비한 중앙 대륙을 고작 한 사람을 믿고 도전한다?
분명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데…….
“믿어도 됩니까?”
페론은 이 말도 안 되는 제안에 빠져든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건 네 능력을 증명한 뒤에겠지?”
“……알겠습니다.”
페론은 [용마석]을 품 안에 집어넣었다.
“혹시 예상하는 가격이 있으십니까?”
“왜? 그 가격에 맞춰주려고?”
페론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아뇨. 얼마를 예상하든 그 이상으로 받아 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