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7)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37화(37/150)
“기다리느라 수고했네.”
“수고는요. 저야 돈 받고 하는 일인데.”
페론은 관심 없는 척 말했지만 노인이 들고 온 주머니를 힐끔 바라봤다.
“시간을 보니 참가자가 많은 모양입니다. 하긴…… 그만한 물건이니까요. 도대체 어디서 난 걸까요?”
“그거야 자네가 우리보다 잘 알지 않겠나?”
그의 말에 페론은 씨익 웃었다.
“우리라고 하는 거 보니 엔킬라 클랜도 참가하셨던 모양입니다.”
“말이 길면 혀만 잘리는 게 아닐세.”
“그럼요. 이 바닥에 붙어 있으려면 입 닫고 맡은 의뢰만 잘 해야지요.”
페론은 주머니를 받았다.
묵직한 무게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의뢰자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전하게나. 신고식을 화려하게 했으니 다들 관심을 생겼다고.”
“말했잖습니까. 그냥 보관소에 넣어두는 것까지가 제 일이라고.”
페론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를 우진에게 건넸다.
“야, 잘 가지고 있어.”
“네.”
우진이 주머니를 받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다음에 또 들르죠.”
“그러게나. 큰손들이 기다리고 있을걸세.”
“클클…… 그렇게 기다리실 거면 중앙 대륙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좀 도와주시든가요.”
페론은 아무 말도 없는 그를 향해 차갑게 웃었다.
“왜요? 궁금은 한데 또 저 같은 밑바닥 놈들과는 얽히기 싫은가 봅니다?”
“각자 할 일이 있는 것이지.”
“할 일은 개뿔…… 다 같이 돈 주고 하는 게임에 계급은 니미럴.”
페론은 거칠게 문을 열었다.
“중앙 대륙을 지금은 당신들 마음대로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변할 겁니다.”
“그런 이야기는 중앙 대륙으로 오고 나서 하는 게 어떤가?”
노련한 케이는 그의 도발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라면 중앙 대륙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은 하지 않을걸세. 편하게 어둠숲에서 게임을 즐기게나. 그곳은 자네 같은 것들이 감당할 곳이 아냐.”
빠득―.
페론의 뺨이 씰룩였다.
‘중앙 대륙의 텃세가 심하다는 얘기는 커뮤니티에서 보긴 했지만…….’
우진은 그런 둘을 조용히 바라봤다.
쾅―!!
거칠게 문이 닫히고 씩씩거리며 걸어 나온 페론은 그렇게 마을을 벗어날 때까지 화를 삭히지 못한 듯 걸음을 재촉했다.
“이쯤이면 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제 연기. 녀석들도 속았겠죠? 자연스럽게 마을을 빠져나갈 수 있었잖습니까. 히힛.”
숲으로 들어오고 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페론은 우진을 향해 씨익 웃었다.
“햐…… 그보다 액수 보셨죠? 1,700골드라니…… 암시장에서 이 정도 금액이 나오는 건 처음 봅니다.”
[이블 테일]의 화폐는 현실에서도 거래가 가능했는데, 1실버가 1달러와 같은 가치를 가진다고 했다.“1골드는 100실버니까…… 이걸 환산하면…….”
17만 달러.
무려 2억이 넘는 가격이었다.
꿀꺽―.
계산을 해보니 골드로 받았을 때보다 더 충격이 큰 듯 페론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진짜 이런 거 볼 때마다 현실감이 없어지네요. 중앙 대륙 거래소는 아이템 단위가 기본 100만 원부터라더니…….”
중앙 대륙은 아이템 하나하나 엄청난 금액인 만큼 어찌 보면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진짜 억대 아이템을 제가 볼 줄이야…… 대체 누가 산 걸까요? 분명 10대 클랜 중 하나가 아니고서야 이런 어마어마한 돈을 내지 못할 텐데요.”
“뭐, 필요한 사람이 샀겠지.”
“저는 그럼 이대로 파르타로 가서 보관소에 주머니를 넣는 척하겠습니다.”
“가서 아이템도 찾아오고.”
“알겠습니다.”
이미 대금은 우진에게 들어가 있는 상태였기에 페론을 혹시 모를 눈들을 따돌리기 위해 우진과 헤어지기로 했다.
“백화곡에서 뵙죠.”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숲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띠링―.
그때였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우앗.”
페론의 알림창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파라곤 길드의…….] [반갑습니다. 울드안 연합의…….]“어이쿠야,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다들 아주 똥줄이 탔나 본데?”
계속해서 쌓이는 쪽지를 보며 페론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신기했다.
지금까지 중앙 대륙으로 가기 위해 거물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굽실거리기만 하던 자신이다.
한없이 높게만 보이던 존재들.
그런데 지금 그런 그들이 자신의 도움을 받고자 이렇게 난리를 부리고 있었다.
‘이렇게 재밌었던 적이 있었나?’
페론은 자신도 모르게 우진이 떠난 방향을 슬쩍 바라봤다.
“분명…… 뭔가 일을 낼 사람이야.”
이상하게 기대가 되었다.
* * *
“가셨던 일은 잘 되셨어요?”
백화곡이 있는 설원 지대로 향하던 숲 안쪽에서 그를 기다리던 루엔을 발견했다.
“응. 기대 이상으로.”
“솔직히 저는 그 사람을 끌어들인 게 괜찮을지 의문이에요.”
“왜? 녀석이 사람을 죽이던 놈이라서?”
우진은 루엔을 향해 피식 웃었다.
“그렇게 따지면 너나 나나 사람을 죽인 건 마찬가지야.”
“저희와는 다르죠! 저희는 목표가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그 녀석도 마찬가지야. 어쩌면 우리보다 더 끈질기게 목표를 쫓고 있는 거고.”
“그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요?”
“믿고 못 믿고의 문제가 아냐. 사람을 부릴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그자의 능력이지.”
“그러다 배신이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루엔, 너도 언젠가 누군가 위에 서려면 이걸 잊지 말아야 할 거야. 사람을 다룰 때 내 뒤를 칠 걱정부터 먼저 하지 마.”
우진은 이세계에서 만났던 여왕이 된 그녀를 떠올리며 말했다.
“부릴 사람의 능력을 먼저 봐라. 그 능력이 내게 필요한 거면 일단 부리도록 해.”
힘이 들어간 그의 목소리에 루엔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나를 만들면 된다.”
배신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강해지거나.
배신을 할 생각이 들지 않게 믿음을 주거나.
“혹은 그럼에도 배신을 한다면…….”
날을 벼린 것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우진은 말했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짓밟아 버리는 거다.”
꿀꺽―.
루엔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겠지.”
우진은 품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사냥터에 도착하면 사용하도록 해.”
“이게 뭐예요?”
그가 꺼낸 낡은 두루마리를 보자 루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테론에게 [용마석]을 판 대금을 받자마자 우진은 마을을 빠져나오며 빠르게 거래소를 열어 2개의 아이템을 구입했다.
그 두 개 중 하나가 바로 이 두루마리였다.
이름 : 하급 성장의 두루마리
등급 : C
설명 : 50레벨 이하의 플레이어가 사용 시 3일 동안 획득하는 경험치가 2배 상승한다.
가격은 무려 개당 50골드.
한화로 600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이 정도 돈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는 부자라든지, 길드에서 밀어주는 수퍼 루키일 경우가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사용할 엄두를 낼 물건이 아니었다.
“이, 이걸…….”
그리고 두루마리의 가치는 NPC 루엔도 잘 알고 있었다.
“페론이 눈을 돌리기 위해 며칠 동안 시간을 끌다 올 거야. 두루마리에 적혀 있는 대로 3일.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네. 알겠어요.”
루엔은 마음을 다진 듯 우진이 건넨 두루마리를 꽉 움켜잡았다.
* * *
[쿠아아아아―――!!]얼굴을 뒤덮을 정도로 긴 회색빛의 털이 자라 있는 거대한 괴물이 괴성을 질렀다.
백화곡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설원 지대.
‘여기가 페론이 말한 사냥터군.’
“저걸…… 잡아야 하는 거죠?”
씩씩거리며 돌아다니는 괴물을 보며 루엔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연하지. 예티가 여기서 제일 약한 놈인데.”
꿀꺽―.
그녀는 활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레벨 차이가 있어서 어쩔 수 없겠지.’
사실상 이곳은 어둠숲의 마지막 지역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소환되는 몬스터들의 레벨도 모두 40레벨 이상이었다.
이제 겨우 30레벨밖에 되지 않는 그녀에게는 모든게 위압적일 수밖에 없었다.
놈의 머리 위에 떠 있는 Lv.43이란 글자가 공포스럽게 보였다.
[특성 : 모험가가 발동됩니다.]▶ 새로운 지역에서 사냥 시 하루 동안 15%의 추가 경험치를 획득한다.
▶ 처음 조우하는 마물과 전투 시 10%의 추가 대미지를 입힌다.
옅은 빛이 사라지자 설원 지대의 추위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레벨에 쫄지 마. 그냥 사냥감일 뿐이다.”
우진이 두루마리를 찢었다.
[하급 성장의 두루마리를 사용했습니다.]▶ 3일 동안 획득하는 경험치가 2배 증가합니다.
콰드드드드……!!
떨려 하던 모습과 달리 우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루엔은 활의 시위를 당겼다.
그녀의 손엔 원래 쓰던 나무 활이 아닌 은빛이 감도는 활이 쥐어져 있었다.
이 활이 우진이 거래소에서 산 2개의 아이템 중 나머지 하나였다.
[지그문트의 89번째 활]중앙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대장장이인 지그문트가 만든 작품들 중 하나.
30레벨의 양산품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중앙 대륙의 50레벨 드랍템보다 성능이 좋았다.
화르륵……!!
화살 끝에 불꽃이 일었다.
피이이이이―――!!!
굉음과 함께 날아간 화살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예티의 머리를 그대로 날려 버렸다.
“우악.”
루엔은 활의 위력에 스스로 놀란 듯 작은 탄성을 터뜨렸다.
“돈을 쓴 보람이 있네.”
그리고 그건 우진도 마찬가지였다.
‘양산품의 위력이 이 정도라니…… 그럼 역작은 어느 정도인 거지?’
지그문트가 만든 3개의 역작.
그중 하나는 케르가의 소유였지만 남은 2개는 주인이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랭커들이 원하지만 지그문트의 역작은 돈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주인을 선택하는 무구]무구가 인정하는 자에게만 퀘스트가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흐음.”
조금 흥미가 생기는 듯했다.
“아직 죽지 않았어요!!”
그 순간 루엔이 살짝 소리쳤다.
머리를 꿰뚫은 것처럼 보였지만 솟구친 눈가루가 가라앉자 X자로 겹친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예티의 모습이 드러났다.
화살은 머리가 아닌 교차한 팔목에 박혀 있었다.
[크르르르…….]놈이 으르렁거리며 팔에 양쪽으로 힘을 주자 그대로 화살이 부러졌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있는 힘껏 한 발을 내딛자 지면이 들썩였다.
[특성 : 용맹이 발동됩니다.]▶ 공포로부터 보호됩니다.
위압적인 모습이지만 마음은 더욱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몸이 움직였다.
[…… 크륵?!]화살을 날린 루엔을 향해 달려들려는 찰나 예티는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자빠진 녀석은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들었다.
몸을 앞으로 튀어나갔지만 두 다리는 처음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크아아아아아……!]뒤늦게 두 다리가 잘린 걸 깨닫고 예티는 바둥거리며 비명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푸욱―.
우진의 검이 놈의 이마에 정확히 박혔다.
제아무리 엄청난 체력을 가진 괴물이라도 머리에 박힌 검이 거칠게 뇌를 헤집자 그대로 축 늘어지며 쓰러졌다.
화르륵……!
그가 검을 긋자 허공에서 불꽃이 일었다.
‘하나, 둘, 셋, 넷…….’
우진은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예티들의 수를 세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소리 좀 잘 질러봐. 네 동료들이 들을 수 있게.”
[크르륵…….]예티들은 겁을 먹은 듯 주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