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8)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38화(38/150)
[예티를 처치했습니다.] [예티를 처치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9 → 40
“후우…….”
예티가 쓰러지자 루엔이 시린 듯 두 손을 모아 입김을 불었다.
“오행 특성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
핏빛 동굴을 공략하면서 기존에 있었던 칭호의 효과도 한 번 더 변화되었다.
자연계 내성이 20%로 증가된 오행의 효과 덕분에 그들은 추위 속에서 3일을 버틸 수 있었다.
[하급 성장의 두루마리의 사용 시간이 앞으로 5분 남았습니다.]“그래도 이제 끝이 보이네요.”
“아직 30분 남은 거 알지?”
“으…… 좀 쉬면 안 될까요?”
“30분 뒤에 쉬어.”
우진의 말에 루엔은 입꼬리를 축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35레벨 이후부터 레벨 업이 힘들다고 하더니 확실히 그러네.’
두루마리를 사용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남은 10레벨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루엔, 너 레벨이 몇이지?”
“저요? 이제 38이에요.”
왕가의 핏줄 때문일까.
그에 비해 루엔의 성장은 우진의 기대 이상으로 빨랐다.
‘카밀라의 피가 있으면 마혈병으로 바로 치료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불가능하고…….’
리프란의 잎, 칠월의 이슬, 달의 열매 등등…….
우진은 루엔이 마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것들에 대해 물어봤었다.
문제는 사용 순서였다.
이세계의 루엔은 닥치는 대로 그것들을 사용했다고 했다.
그 덕분에 몇 가지 부작용을 얻기도 했다는 말을 우진은 떠올렸다.
‘하지만 여긴 게임이야. 환요의 알처럼 루엔의 마혈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면 창이 뜨겠지.’
일단은 자신과 함께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라도 다음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제법 안으로 들어왔네요. 백화곡이 보일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루엔의 말에 우진은 지도를 활성화시켰다.
그의 앞에 홀로그램으로 생성된 창엔 붉은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 표시들은 우진이 다시 게임으로 돌아왔을 때 고운이 지도에서 알려준 장소들을 표시해 둔 곳들이었다.
대부분은 아직 미확인 지역들이라 검은색으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딱 하나, 지도에 활성화된 장소가 있었다.
그것도 지금 그가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였다.
‘다린 호수가 있었던 곳이다.’
그는 주위를 훑었다.
눈 덮인 설원은 그가 기억하고 있는 곳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이세계와 이곳의 시간은 50년이란 차이가 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지형이나 지리가 변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백화곡이야. 사냥을 끝내면 가도록 하자.”
“네!!”
그때였다.
“어? 눈이 와요!!”
하늘에서 눈송이들이 하나둘 루엔의 머리 위에 앉았다.
“와…… 3일 동안 한 번도 눈이 내린 적이 없는데…….”
그녀는 신이 난 듯 우진에게 말했다.
“그러게. 눈이 오네.”
꽈악!
그 순간, 갑자기 우진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엑?!!”
톡― 톡―.
루엔의 머리 위로 조금씩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마, 마스터?”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얼굴을 붉히며 루엔이 우진을 바라봤다.
“뛰어.”
“……네?”
툭― 툭―
솨아아아아―――!!!
조금씩 내리던 눈들이 갑자기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쿠그그그그그…….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꺄악?!”
루엔이 자신을 이끄는 우진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가, 갑자기 무슨 일이죠?”
“눈사태야.”
“네?!”
콰가가가가가가――!!
마치 그의 대답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저 멀리서 새하얀 눈들이 두 사람을 향해 미친 듯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기후 이벤트.
사막 지역의 신기루나 설원 지대의 눈사태같이 기후에 따라 일어나는 돌발 이벤트 중 하나였다.
“30분 남았는데. 제길.”
“……이제 괜찮아요. 각자 뛰죠. 그게 더 빠르니까.”
루엔은 우진의 혼잣말에 손을 입술을 삐쭉거리며 잡았던 손을 풀었다.
“근방에 대피소가 있을 거야.”
하지만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지도 않은 채 우진은 주위를 훑을 뿐이었다.
“저기예요!!”
평지를 벗어나 숲 안쪽으로 들어서자 그의 말대로 낡은 오두막이 하나 보였다.
“괘, 괜찮을까요?”
허름해 보이는 오두막이 과연 미친 듯이 쏟아지는 산사태를 막아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괜찮아.”
걱정하는 그녀와 달리 우진은 침착해 보였다.
오두막 옆에는 작은 비석이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적탑을 의미하는 붉은색의 달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탈칵―.
문을 열자 안에는 그들처럼 눈사태를 피하기 위해 모여든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웁…….”
루엔이 플레이어들을 보자 긴장한 듯 잠시 머뭇거렸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안에 있던 사람들도 플레이어가 아닌 NPC의 등장에 놀란 표정이었다.
“들어가자.”
우진의 말에 루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두막 한편에 앉았다.
“허허, 산사태만 돌발 이벤트인 줄 알았는데 이것도 제법 흥미롭구먼.”
오두막에 있는 사람은 모두 셋이었다.
“중앙 대륙도 아니고 어둠숲에서 용병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니 말이야. 돈이 많은가 보지?”
그들 중 하나가 우진에게 말을 걸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남자였다.
등에는 커다란 석궁이 있었고 허리에는 한 손으로 쓸 수 있는 도끼가 두 자루 있었다.
완벽한 사냥꾼의 모습이었지만 특이한 점이 있었다.
“돈이 많은 건 그쪽 같은데.”
우진의 말에 남자는 피식 웃었다.
남자는 다른 두 명과 달리 눈에 띄는 외모였다.
단순히 수염이나 무기 때문이 아니었다.
“종족 변환은 엄청 비싸다고 들었는데.”
남자는 인간이 아닌 드워프였다.
[이블 테일]은 기본적으로 모두 인간만 선택할 수 있었지만, 홈페이지에 종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료 아이템이 있었다.가격은 무려 5천만 원.
처음 아이템이 나왔을 때는 원성이 자자했지만, 수년이 흐른 지금 중앙 대륙 거래소의 시세를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었다.
수천에서 수억까지.
엄청난 금액이 매일 수차례 거래소를 오고 가고 있으니까.
일확천금의 기회.
그렇기에 [이블 테일]의 플레이어들은 중앙 대륙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것이 중앙 대륙의 진입 장벽이 높은 이유기도 했다.
“비싸도 가치가 있지. 단순히 외형이 바뀌는 게 아니라 배울 수 있는 스킬과 능력치도 바뀌니까.”
드워프는 씨익 웃으며 우진에게 말했다.
“게임에 진심이거든.”
거래소에 엄청난 금액이 오간다 한들 일반 사람들이 게임에 수천을 태우는 일은 별로 없었다.
종족 변환을 사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대형 클랜이 미궁탑의 공략을 위해 서브 캐릭터를 육성할 때였고.
하지만 눈앞의 드워프는 조금 달랐다.
뭔가를 공략하기 위한 모습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드워프가 활을? 진심이라고 하기엔 너무 잡캐 같은데···.”
“클클, 사람들이 안 하는 걸 하니 진심인 거지. 그리고 이건 평범한 활이 아니라구.”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남자의 말에 우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루엔의 옆에 앉았다.
“눈사태는 빨라도 30분은 지나야 사라질 겁니다”
오두막에 있는 모닥불 옆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도 그동안 조용해 달라는 의미가 아닐까.
녹색 로브.
마법사 연습생인 모양이었다.
“웨든이라고 합니다. 같은 전사이신가 보네요. 반갑습니다.”
나머지 한 사람이 살갑게 인사했다.
나이는 우진보다 어려 보였지만 훤칠한 키에 제법 다부진 모습이었다.
‘뭐, 캐릭터 외형이야 믿을 게 못 되지만…….’
허리에 찬 검 이외 등에 커다란 방패가 있는 걸 보니 전위를 맡는 탱커인 모양이었다.
“칸이라고 합니다.”
우진은 자신에게 내민 손을 잡으며 가볍게 대답했다.
“가레스라고 하네.”
“…….”
둘의 인사에 드워프도 손을 들며 이름을 말했고 마법사는 그런 그들을 힐끔 보더니 다시 독서에 집중했다.
“뭐, 파티 사냥 가는 것도 아닌데 굳이 자기소개 할 필요는 없지만요.”
웨든이 마법사의 반응에 머쓱한 듯 웃었다.
“이것 좀 먹어보겠는가?”
드워프 궁수인 가레스가 품 안에서 육포를 꺼내 우진에게 건넸다.
“맛있을 걸세.”
사실 어둠숲은 곳곳에 작은 마을들이 있어 노숙을 할 경우가 별로 없었기에 딱히 음식에 대해 신경을 쓸 이유가 없었다.
대충 가게에서 빵과 물을 사서 넣는 정도.
“허…….”
자신만만한 그의 표정만큼 육포를 먹은 우진이 신기한 듯 그를 바라봤다.
“클클, 그렇지? 드워프를 한 이유지.”
우진의 반응에 가레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벽에 몸을 기대었다.
“내가 직접 사냥해서 만든 거거든.”
우진은 어째서 그가 드워프를 선택한 건지 이해가 갔다.
‘드워프 초기 특성이 손재주 보정이었지.’
보통은 장비 제작 관련된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 드워프를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요리에 쓰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정말로 진심이군.”
“그럼, 그럼.”
가레스는 그의 말에 기분 좋게 웃었다.
“형님, 저도 하나 주시면 안 될까요!”
웨든이 그의 옆에 사람 좋은 웃음을 띠며 붙었다.
성격 좋은 전사.
까칠한 마법사.
특이한 드워프.
게임 속이 아니라면 이세계라 생각해도 될 것 같은 풍경이었다.
이렇게 콘셉트에 충실한 사람들만 모이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이런 것도 나쁘진 않네.’
사실 가상현실에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의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일 테니까.
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한때 자신도 저랬는데.
지금은 현실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 게임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들 백화곡에 가십니까?”
웨든이 가레스에게서 받은 육포를 신나게 뜯으며 물었다.
“그렇지. 설원 지대에서 갈 곳은 거기뿐이니까. 자네도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려는 겐가?”
우진이 슬쩍 웨든을 바라봤다.
중앙 대륙으로 간다는 건 50레벨이 되었다는 의미였으니까.
“하하, 네. 마지막 퀘스트만 하면 됩니다.”
“오호…… 축하하네. 지겨운 어둠숲도 이제 안녕이로구먼.”
“그러니까요. 빨리 넘어가서 미궁탑에 가보고 싶어요.”
“등록할 길드는 있고?”
“아뇨. 아직 없습니다. 일단 모험가 연합에 가입해 용병 일을 하면서 적응해야죠.”
“킥―.”
책을 보던 마법사의 헛웃음이 터졌다.
웨든은 그 웃음의 의미를 알기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봐요. 모험가 연합에서도 활약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꼭 대형 길드에 들어가야만 게임을 즐기는 건 아니에요.”
“누가 뭐랍니까? 정규 공격대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냥 하층에서만 노는 걸로도 만족하면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
“…….”
탁―.
마법사는 읽던 책을 덮으며 말했다.
“참고로 전 나이안 클랜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비이냥거리는 투는 재수 없어 보였지만 그가 클랜의 이름을 말하자 둘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이안……? 설마 적색 마녀가 있는 그곳이요?”
“허허, 그런 거물과 함께하다니. 대단하구먼.”
“크흠.”
둘의 반응에 마법사는 대답 대신 헛기침을 했다.
입꼬리가 씰룩이는 게 그들의 반응이 제법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런 거물이 있으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것 아닌가.”
그 순간, 모두가 우진을 바라봤다.
“아. 미안. 혼잣말이었는데.”
“무슨 뜻입니까?”
“그냥…… 미궁탑도 던전처럼 들어갈 수 있는 수가 정해져 있으니까.”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됩니까?”
우진은 마법사를 바라봤다.
마치 정말로 몰라서 묻는 거냐는 눈빛이었다.
“정규 공격대를 노린다며? 그런데 마법사 클래스 중 탑인 적색 마녀가 같은 공간에 있다? 과연 당신까지 자리가 날까?”
“아…….”
웨든의 탄성이 마법사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다.
“대단한 자가 있다고 내가 대단한 자가 되는 건 아니니까. 뭐, 소속감이나 안정감은 생길 테니 그런 쪽이라면 상관없겠지.”
우진은 벽에 기대어 몸을 누우며 말했다.
“난 딱히 그쪽은 아니라서. 뱀의 머리가 된들 내가 이끄는 게 좋거든.”
“결국 당신을 받아줄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것 아닙니까?”
“응. 없어. 누구 밑에 들어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잘난 척하기는…….
“어차피 아직 갈 수 있는 레벨도 아니고.”
“……뭐?”
“이제 40레벨이거든.”
그 순간 오두막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