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39)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39화(39/150)
“4, 40레벨……?”
‘진짜인가……?’
‘말도 안 돼. 그 레벨로 설원 초입에 있는 예티 무리를 뚫을 수 있을 리 없을 텐데?’
모두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젠장. 지금 장난합니까? 그 레벨로 어떻게 여기까지 온다는 겁니까?”
“믿거나 말거나. 그건 그쪽 자유니까.”
“흥, 날 놀리는군. 별 이상한 사람도 다 있네…….”
마법사는 더 이상 우진과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저으며 다시 책을 펼쳤다.
“형님, 진짜입니까? 겨우 40레벨인데 설원 지대를 뚫고 오신 거예요?”
웨든이 눈을 반짝이며 우진의 옆에 붙었다.
“말했을 텐데. 믿든 안 믿든 네가 판단하라고.”
“그럼 백화곡에는 무슨 일로 가시는 거예요? 전 당연히 전사 마지막 퀘스트를 하러 가는 줄 알았거든요.”
“그냥. 궁금해서. 거기 재밌는게 많다고 해서 말야.”
“궁금이요? 아…….”
웨든은 우진의 대답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하…… 그렇죠. 백화곡에는 이것저것 할 게 많으니까. 궁금하실 만도 하죠.”
머쓱하게 웃으며 그가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우진이 환굴을 찾아가는 건가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어린 친구를 놀리면 못 쓰네. 자네 눈빛이 사창가를 들르려는 눈빛은 아닌걸.”
“딱히 놀린 적 없습니다. 자기 혼자 상상한 것뿐이지.”
“클클. 혈기 왕성할 때지.”
“그런데 그쪽은? 백화곡에 왜 가는 겁니까.”
우진은 드워프의 허리에 달려 있는 황갈색 깃털 장식을 가리켰다.
5급 사냥꾼을 뜻하는 장식이자 중앙 대륙으로 간 자들만 받을 수 있는 징표였다.
즉, 가레스는 최소 50레벨 이상이라는 의미였다.
“과연…… 눈썰미가 좋구먼. 그런데 레벨은 잘못 짚었어. 나도 49레벨이거든.”
“……흠?”
“레벨 다운이 되어서 말이야. 웨든처럼 마지막 퀘스트를 다시 할 필요는 없지만, 레벨을 올려야 차원문을 다시 넘을 수 있지.”
“레벨 다운……? PK라도 당한 겁니까?”
“하하, 아닐세. 일부러 그런 거야.”
호탕하게 웃는 그의 대답에 우진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화곡에 신규 던전이 발견되었거든.”
“신규 던전?”
우진은 그의 말에 흥미가 돋았다.
“그렇다네. 얼마 전에 중앙 대륙으로 공문 하나가 왔었거든. 얼음굴이란 곳이 발견되었다고 하더군.”
띠링―.
그때였다.
[새로운 던전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설원 지대의 얼음굴
▶ 눈사태를 피해 도착한 대피소에서 새로운 정보를 들었다.
▶ 어쩌면 카히라가 관심을 가질지도 모를 일이다.
[연관 퀘스트 : 카히라와의 계약]▶ 관련된 정보를 좀 더 수집하십시오.
“……어?”
생각지 못한 알림에 우진이 살짝 당황한 듯 창을 바라봤다.
“왜 그러는가?”
“아뇨, 아무것도…….”
‘맞아. 카히라가 던전이 균열의 일종이라고 했었지. 이런 식으로 퀘스트가 이어질 수 있구나.’
우진은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창의 마지막 문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정보를 좀 더 수집해야 한다라…….’
“던전에 저도 갈 수 있습니까?”
뭔가를 알기 위해서는 직접 확인하는 것만큼 확실한 일도 없는 법이다.
“뭐, 안 되진 않을 것 같은데. 듣기로는 백화곡에 가면 50레벨 이하만 입장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 다만…… 크흠, 40레벨은 모르겠군.”
가레스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우진을 슬쩍 바라보며 말을 더듬었다.
“설마 이것 때문에 레벨을 다운시킨 겁니까.”
“재밌어 보이지 않은가. 고레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할 일이니.”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는 우진도 그의 행동에 고개를 젓고 말았다.
“껄껄.”
가레스는 그런 그의 반응이 오히려 즐거운 듯 호탕하게 웃고는 오두막의 문을 열었다.
“눈이 그쳤군.”
그가 산 아래를 가리켰다.
“날이 맑아졌어. 저기 백화곡이 보일 정도로 말이야.”
그의 말대로 눈이 덮인 거대한 항구가 보였다.
* * *
“실패자들의 마을이라는 둥 무법지대라는 둥 별별 소리를 다 들었는데…….”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거대한 항구인 백화곡은 들리는 소문과 달랐다.
항구에는 선원들이 짐을 나르고 있었고 안쪽 광장에는 상인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석재로 만들어진 건물들은 파르타보다 거대하고 층수도 높았다.
“보기보다 활기차지?”
가레스의 물음에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겉모습만 본다면 그렇지.”
그는 선원들과 상인들을 가리켰다.
“이 도시에서 활기를 가진 건 모두 NPC뿐이거든. 플레이어들은 저 안쪽 골목길 너머에 있다네.”
“어째서죠?”
“웨든이 자네와 대화할 때의 반응과 비슷한 이유지.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음지의 것들을 백화곡에선 할 수 있으니까”
백화곡은 술, 도박, 투기장과 같은 온갖 유흥들이 가능한 곳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마약까지도 가능하다더군.”
“마약? 그게 허가가 된답니까?”
“사냥용으로 몬스터에게 쓰는 환각제를 연금술사들이 개량했다는 얘기가 있던걸.”
“연금술사들이라…….”
“게임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니 실제로 몸에 성분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라 정부 쪽도 난감해하는 상황인 모양이야.”
[이블 테일]은 전신의 오감을 모두 사용하는 캡슐형 가상 기기였다.아무래도 그렇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이런 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우진은 가레스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곧 회사와 논의를 한다던데.”
‘내 일도 그렇게 신경을 써주면 얼마나 좋겠어.’
예상치 못한 일들 중에 자신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 또 있을까 하며 우진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 그래. 전사 퀘를 주는 여관이 이쪽이었지?”
“네. 덕분에 편하게 왔어요. 감사합니다.”
“별말을. 그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중앙 대륙에 가게 되면 [백색 주점]에 한번 들르게. 주인에게 내 이름을 얘기하면 필요한 걸 내어줄 거야.”
“앗……!! 감사합니다!”
중앙 대륙에 이렇다 할 연이 없던 웨든은 가레스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다들 즐겜 하세요!”
“싹싹한 친구지 않은가? 저런 아이들이 게임도 즐겁게 하는 법이지.”
꾸벅 인사를 하고서 떠나는 웨든을 보며 가레스는 마음에 든 듯 말했다.
“저기…….”
그때였다.
웨든이 떠나자 그들의 뒤에 서 있던 마법사가 쭈뼛거리며 가레스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백색 주점]이면 울드아 연합에 계십니까?”
“오…… 확실히 나이안 클랜이 스카우트할 만한 걸. 어둠숲에 있는데 중앙 대륙에 대해서 좀 아는 모양이야.”
“여,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됐네. 됐어.”
“아닙니다……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마법사는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내리고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잔뜩 얼어붙은 모습으로 허리를 숙였다.
“김찬이라고 합니다.”
“하하, 죄송할 것까지야. 내가 어디 소속인지 얘기를 한 적도 없고 서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잖은가.”
우진은 갑자기 돌변한 마법사의 태도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런, 나도 슬슬 움직여야겠군. 다들 또 보세나. 칸, 자네도 언제 한번 들르게.”
“그러죠.”
그 말을 끝으로 김찬의 눈빛을 본 가레스는 어쩐지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 버렸다.
“아…….”
아쉬운 듯 한숨을 쉬는 김찬에게 우진이 물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당신…… 울드아 연합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거야?”
“그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나 참, 40레벨도 안 되서 백화곡에 왔다 해서 대단한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잖아?”
“40레벨도 안 되는데 당연히 초짜지.”
한마디도 지지 않는 우진을 보며 김찬은 입술을 씰룩였다.
“울드아 연합은 말이야. 이블 테일에서 가장 특이한 곳이야. 게임에 미친 괴짜들이 죄다 모였거든.”
“그건 가레스를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괴짜라는 게 단순히 이상하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저 양반들은 이블 테일을 누구보다 깊게 파헤치는 자들이거든.”
어쩐지 설명하는 김찬이 더 흥분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블 테일의 탑 플레이어라고 하면 두말할 것 없이 케르가지만, 그런 케르가도 아직 못한 걸 저 양반들이 하고 있어.”
“그게 뭔데?”
그는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뭔가 대단한 걸 말하듯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월드 퀘스트.”
잔잔하던 우진조차 그 말에 살짝 뺨이 흔들렸다.
‘퀘스트의 등급이 B만 되도 결과에 따라서 대륙의 역사에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월드 퀘스트의 등급은 추정 불가였다.
등급 외 퀘스트라 불리며 일반적인 퀘스트와는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치부 되었다.
[이블 테일]의 퀘스트는 단순히 경험치를 주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닌, 일종의 시나리오였다.그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을 가지는 월드 퀘스트의 공략 여부에 따라 이 세계를 구축한 인공 지능, [에단]이 다음 업데이트의 방향을 정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확실히…… 월드 퀘스트라면 다르긴 하네.”
“아오, 저런 사람을 몰라봤다니! 진짜 내가 미쳤지…….”
김찬은 진심으로 아쉬운 듯 어린아이처럼 발을 구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만날 기회가 있겠지. 어차피 중앙 대륙으로 갈 거잖아?”
“또 만나긴. 말했잖아. 괴짜들만 있는 곳이라고. 조금 전 들었지? 백색 주점이라고. 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허락한 사람만 만난다고.”
“흐음.”
“제길…… 분명 찍힌 거야. 나만 빼고 두 사람에게만 백색 주점에 오라고 했으니까.”
“그러게 사람이 항상 예의 바르게 살아야지.”
“울드아 연합은 모두 65레벨 이상인데…… 그럼 부캐일 가능성이 높아. 도대체 누구지?”
“그런 걸 고민할 생각에 레벨이나 올려서 중앙 대륙으로 가는 게 어때?”
우진도 자리를 털며 말했다.
“자, 잠깐만!”
[마법사 김찬이 친구 요청을 했습니다.]“……음?”
우진은 눈앞에 생성된 창을 보며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백색 주점에 갈 때…… 나한테도 연락을 해주면 안 될까?”
쭈뼛쭈뼛 그가 우진에게 말했다.
[이블 테일] 역시 게임이기 때문에 [쪽지] 기능이 존재한다.상대방의 위치나 상태와 상관없이 어디든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이 기능은 과거 게임들에서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블 테일]에서는 조금 달랐다.
현실성이 결여된다는 문제가 있지만, 운영진은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쪽지]를 삭제 대신 유료화한다고 공지했다.
그로 인해 [쪽지]는 한 번 보낼 때마다 5골드가 소모되는 유료 아이템이 되었다.
그런 [쪽지]는 서로 친구 등록을 하게 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친구 등록은 3명만 되는 거 알지?”
우진이 묻자 김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면 됐네.”
[칸이 요청을 거절했습니다.]“왜, 왜?!”
“내가 왜 너랑 친구를 맺어야 하지?”
“뭐, 뭐라고?”
“쪽지값이 아까워서 잠깐 본 사람에게 요청을 거는 사람하곤 별로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서.”
“나 참, 쩨쩨하게 뭘 그런 걸 다 따지고 그래?”
김찬은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오히려 그쪽을 배려해서 한 거라고. 나야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면 쉽게 벌 수 있지만 그쪽은 어둠숲에 있어야 하잖아.”
하지만 우진은 그의 말도 안 되는 변명에 오히려 더 확신이 생긴 듯 냉소를 지었다.
“배려? 내가 너였다면 쪽지를 보낼 때 필요한 5골드를 먼저 주며 부탁했을 거다.”
“…….”
“차원문 이용료가 10골드지? 그 레벨이라면 그 정도는 모았을 거고. 적어도 부탁을 하려면 성의를 보이도록 해라.”
그의 말에 김찬의 얼굴이 붉어졌다.
“중앙 대륙에서 살아남으려면 넌 예의란 게 뭔지 다시 배워야겠다.”
“뭐, 뭐라고……?”
우진은 고개를 돌려 루엔을 바라봤다.
“예의는 편의가 아냐.”
그의 말에 김찬의 얼굴이 구겨졌다.
“루엔, 가자.”
“네, 넵!!”
루엔은 우두커니 서 있는 김찬을 힐끔 보고는 황급히 우진의 뒤를 따랐다.
* * *
“……괜찮을까요?”
“뭐가?”
“저 사람요.”
페론이 미리 얘기해 준 위치를 찾아 골목 안쪽을 걸어가던 중 루엔이 물었다.
“그냥 받아주셔도 되지 않았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래야 할 의무는 없어. 녀석은 방식이 잘못되었고 나는 그것을 지적해 줬을 뿐이니까.”
“으흠…….”
“내가 예의를 갖춰야 상대방도 예의를 갖추는 법이야.”
“네. 명심할게요.”
우진이 골목 안쪽으로 돌아서자 허름한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건물이 나타났다.
똑똑―.
문의 손잡이를 두들기자 문 위쪽에 있는 작은 가리개가 열리더니 날카로운 눈빛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누구?”
“테론의 소개로 왔습니다. 아젠의 회주(會主)인 찰슨을 만나고 싶습니다만.”
“회주님께서는 지금 너 같은 걸 만날 여유가 없으시다. 볼일 없으니 썩 꺼져.”
쾅―.
싸늘한 대답과 함께 가리개가 닫혔다.
“으흠.”
냉담한 반응에 우진은 그대로 닫힌 가리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오싹.
그의 웃는 모습을 보자 루엔은 어쩐지 닭살이 돋는 기분이었다.
똑똑―.
우진은 다시 한번 문을 두들겼다.
“꺼지라고…… 으악!!!”
거칠게 열린 가리개의 틈 사이로 우진의 칼날이 들어갔다.
“……!!”
그 모습을 본 루엔이 입을 가린 채 숨을 토해냈다.
“마스터, 방금 예의를…….”
“이게 예의야.”
“아, 네.”
“이, 이런 미친 새끼!!!”
허둥지둥하다 그대로 뒤로 자빠진 문지기가 가리개 안쪽으로 튀어 나온 검날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는 듯 소리쳤다.
콰앙―!
닫혔던 문이 열리자 우락부락하게 생긴 문지기가 우진의 앞에 섰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어딘지는 내가 방금 말했잖아.”
“……뭐? 이 자식이 건방지게 어디서 반말을……!”
“반말은 네가 먼저 했고.”
우진의 대답에 문지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들 나와!!!”
그의 외침에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어떤 새끼가 여기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
수 명의 장정들이 순식간에 우진을 둘러쌌다.
“마, 마스터…….”
루엔이 그들을 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우진에게 말했다.
“제발 죽이지만 마세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