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4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40화(40/150)
“넌 이제 뒈졌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우진은 문지기를 향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 참, 여기가 뭐 얼마나 대단한 곳이기에 자꾸 감히, 감히 그러는 거야?”
“뭐? 그것도 모르고 여기에 왔다는 거냐!”
“그리고 대단한 건 집이나 지키는 너희들이 아니고 회주인 찰슨이지.”
“이, 이 새끼가……!!”
부우우웅―――!!
붉으락푸르락해지는 얼굴로 문지기는 들고 있던 몽둥이를 있는 힘껏 우진을 향해 휘둘렀다.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는 차원문이 있는 백화곡은 어둠숲의 마지막 지역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곳에 있는 NPC들 또한 평균 레벨 40이상으로 절대로 낮지 않았다.
콰앙―!!!
문지기의 몽둥이에 부딪힌 기둥이 그대로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너. 이방인이지? 여긴 백화곡에선 이방인이라고 봐주는 것 따위 없다.”
파앗―!!
부서진 기둥의 잔해를 발로 차 우진에게 던지며 문지기는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이것이 백화곡의 무서운 점이었다.
경비병이 있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백화곡엔 치안을 담당하는 NPC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NPC와 플레이어들 간의 다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곤 했다.
“감히 아젠에게 대들다니…….”
퍼억―!!!
“컥!!”
그 순간 날아든 돌맹이에 문지기의 머리가 뒤로 휙 젖혀졌다.
“대, 대장……!!!”
자빠진 문지기의 모습에 깜짝 놀란 부하들이 황급히 그를 부축했다.
“이봐, 덩치. 누가 들으면 아젠이 네 것인 줄 알겠다?”
“이, 이익……!”
“말은 바로 해야지. 난 너희랑 싸우려고 온 것도 아니고 덤빈 적도 없어. 다짜고짜 꺼지라고 한 건 네놈이지.”
저벅― 저벅―.
우진이 문지기의 앞에 섰다.
“한 번 더 묻겠다. 정말 나와 싸울 생각이냐?”
“이 새끼가……!”
문지기의 뒤에 있던 부하가 뛰쳐 나오며 우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슉―!!
그 순간 뒤에서 화살이 날아온 화살이 부하의 어깨에 박혔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멈춰요!”
루엔이 다급히 외쳤다.
“이게……!!”
하지만 부하는 박힌 화살을 뽑으며 오히려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서걱―.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고,
“……어?”
루엔에게 달려들던 부하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주르륵…….
부하의 다리에서 피가 흘렀다.
푸수수수수수……!!
“흐, 흐익?!”
잘린 다리에서 핏물이 뿜어져 나오자 놈은 어쩔 줄 몰라 바둥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러게 멈추라고 했잖아요.”
다리가 잘린 부하를 길목 밖으로 잡아 당기며 루엔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있어요.”
그녀는 주머니 안에서 포션을 꺼내 잘린 다리 위로 쏟아 부었다.
치이이익……!!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뿜어져 나오던 피가 조금씩 멈추기 시작했다.
“아악!!”
“조용히 해요. 남은 다리까지 잘리고 싶지 않으면.”
루엔이 우진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비명을 지르는 부하의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치료원이 어디예요? 잘린 다리를 가지고 지금 바로 가면 붙일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바닥에 떨어진 다리를 주웠다.
우우웅…….
잘린 다리 위에 손바닥을 펼치자 순식간에 다리가 얼어붙었다.
“자. 어서요.”
하지만 잘린 다리를 건네받은 부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 없습니다.”
“네?”
“없다고요. 백화곡엔 치료원 같은 건 없어요.”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씩씩거리며 달려들던 부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울먹이며 루엔에게 말했다.
“잠깐, 그럼…… 부상을 당하면 어디서 치료를 받나요?”
“어둠길 안쪽에 연금술사들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포션을 사거나 하는데…… 잘린 다리를 붙 줄 의술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아니, 이 넓은 도시에 치료사가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돼요?”
루엔의 다그침에 부하는 괜스레 고개를 떨구었다.
“파벌 싸움에 생긴 부상자들을 치료해 줬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요…… 나라도 여기를 떠날걸요.”
“그런 바보 같은…… 치료받을 수도 없는데 싸우…….”
부하의 말에 한숨을 내쉬던 루엔은 뭔가가 생각난 듯 벌떡 일어났다.
“자, 잠깐……!! 다들 멈추세요!!”
그녀는 황급히 우진과 대치하고 있던 문지기들을 가로막았다.
“다들 그만하세요. 여기서 다치면 치료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면서요!”
“넌 뭐야?”
“뭐긴 뭐야. 당신들을 구해줄 사람이지. 평생 불구로 살고 싶지 않으면 그만 물러나세요.”
“저리 안 비켜!!”
문지기들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그래. 불구가 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네?”
우진 역시 그런 그녀를 지나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무덤으로 보내 버릴 거니까.”
“으휴! 그래서 걱정하는 거라구요!”
루엔이 몸을 날려 우진의 허리를 움켜 잡았다.
“아젠과 거래를 하러 오신 거잖아요. 그런데 문지기들하고 다퉈서 뭐가 좋겠어요?”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지. 여긴 평안한 도시가 아냐. 힘을 숭배하는 곳이라면 그에 걸맞은 힘을 보여주는 게 더 좋을 때도 있거든.”
루엔은 그의 눈빛을 바라봤다.
항상 냉정한 그가 별것 아닌 도발에 갑자기 왜 그런가 싶었건만, 눈빛을 본 순간 이 모든 게 계획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린 정당한 거래를 하러 온 게 아냐.”
우진은 검을 움켜쥐었다.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면 우위에 서는 것이 좋다.”
짝― 짝― 짝―.
그때였다.
정적이 흐르는 골목에서 들리는 박수 소리에 우진은 고개를 돌렸다.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면 우위에 서는 것이 좋다.”
건물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작은 노움이 그를 향해 걸어 나왔다.
“마음에 드는 말이야.”
갖은 보석과 장식들을 치렁치렁 몸에 두른 모습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신이 찰슨인가?”
“그렇다네. 밖이 소란스러워 나와 봤는데 생각보다 더 재밌는 광경을 보게 되었구만,”
“별로 재밌는 모습은 아닌데.”
우진은 쓰러져 있는 부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도 재밌었다면 그 대가로 저 녀석 다리나 붙여주든가.”
“클클, 내가 왜? 전사들에게 상처는 영광이라며? 그렇다면 그에겐 평생 자랑거리지.”
찰슨은 비이냥거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럼 그러든가.”
“좀 더 그를 변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그야 자네가 그의 다리를 잘라 버렸잖은가. 보다시피 여기엔 치료원도 없고 잘린 다리를 붙이려면…… 나 정도 되는 인물의 도움이 아니고선 힘들지.”
“내게 검을 휘두른 놈을?”
하지만 우진은 오히려 냉랭한 반응이었다.
“내게 변호할 것이 있다면 저놈을 마무리 지어도 되는가 당신에게 묻는 것이겠지.”
그의 대답의 부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노움을 바라봤다.
“하하하하―!!”
노움은 신이 난 듯 웃기 시작했다.
“테론의 소개로 왔다고 했던가? 녀석이 이번엔 제대로 된 물건을 보낸 모양이군.”
그가 우진을 향해 손짓했다.
“들어오게.”
“아직 대답을 듣지 못한 것 같은데.”
“……음?”
“응당 주인이라면 부하의 처우에 대한 답을 할 의무도 있는 법이니까.”
“클클, 저 녀석은 그래도 나와 오래한 식구다. 응대를 소홀하게 한 것도 있지만 자네도 문 안으로 검을 들이밀었지 않은가.”
‘처음부터 다 보고 있었군.’
“그래서?”
우진은 찰슨을 향해 피식 웃었다.
“서로 양보를 하는 게 어떤가. 대신 어떤 게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조건으로 내어줌세.”
그가 우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진은 잠시 노움의 손을 바라보고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일단 조건을 들어보고.”
“키킥, 재밌는 거래가 되겠군.”
찰슨의 뒤를 따라 들어가는 우진을 향해 조금 전 다리가 잘린 부하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 * *
“마스터의 말이 맞네요.”
“음?”
“때론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요. 솔직히 처음엔 무슨 일인가 싶었거든요.”
거대한 저택의 복도를 걸으며 루엔이 우진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론 아젠의 회주와 독대를 하게 되었네요.”
“뭐, 운이 좋았을 뿐이야.”
쿠그그그그그―――.
복도 끝의 문이 열리자 황궁에 버금갈 정도로 휘황찬란한 방이 나타났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니까.”
우진의 말에 루엔은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날 찾아온 이유는?”
“그 전에 물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뭐지?”
“문 앞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 보고 있으면서 어째서 손님을 받지 않았던 거지?”
“정말 재밌는 녀석이군. 대부분 나를 만나러 오는 인간들은 자기의 상황이 얼마나 급급한지부터 이야기하는데 말야.”
찰슨은 우진의 물음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반대로 내 상황을 더 궁금해하는군.”
“자고로 거래를 할 때는 상대방의 약점을 쥐어야 하는 법이거든.”
“크큭……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내가 이유를 사실대로 말하겠는가?”
“말하겠지. 그게 정말 약점이라면.”
찰슨은 그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 소리로군. 약점은 숨겨야지. 어째서 상대에게 말을 하지?”
흥미가 생긴 듯 그가 몸을 좀 더 우진에게 기울이며 물었다.
“그 상대에게 자신을 도와줄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면 달라지겠지.”
“하하하! 백화곡의 주인인 내가 중앙 대륙도 못 가는 너 같은 애송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찰슨은 배를 뒤집으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맞을지 틀릴지는 들어봐야지.”
“글쎄? 난 내가 자네에게 내 상황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문지기가 그러더군. 회주께서는 나 같은 걸 만날 여유가 없다고.”
거드름을 떠는 찰슨과 달리 우진은 시종일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그리고 신기하게도, 절대 크지 않은 목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찰슨을 압도하고 있었다.
“나만 이상한가? 과연 나 같은 걸 만나지 못할 만큼 바쁜 이유가 뭘까.”
저벅―.
그가 한 걸음 찰슨에게 다가갔다.
“단순한 거절일까?”
찰슨의 뺨이 가볍게 떨렸다.
“아니면 뭔가 문제가 생겼기 때문인 걸까.”
우진은 허리를 숙여 노움과 눈높이를 맞추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게 난 후자 같거든.”
꿀꺽―.
찰슨의 목젖이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거래는 지겹도록 해왔어.’
게임 속에 갇혀 있지만 우진은 현실 속 자신을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다.
그는 바닥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업가다.
상대를 꿰뚫어 보는 눈.
순간적으로 정황을 파악하는 감각.
그건 능력치나 스킬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 오직 그만의 재능이었다.
“말해봐. 당신 말대로 중앙 대륙에는 가지 못하지만…….”
우진은 찰슨을 향해 말했다.
“어둠숲에서 일어난 문제라면 뭐든 해결해 줄 테니까.”
찰슨의 눈빛이 떨렸다.
띠링―.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그 순간 알림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