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41)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41화(41/150)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명 : 찰슨과의 거래]▶ 등급 : B
▶ 아젠 무역회의 회주인 찰슨이 곤란을 겪고 있다.
▶ 문제를 알아내 해결하라.
▶ 문제를 알아내는 데 실패 시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알림과 함께 우진의 앞에 시스템 창이 생성되었다.
퀘스트의 내용을 본 순간 우진은 짐짓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어둠숲에서 얻는 퀘스트인데 등급이 B나 된다고?’
B등급 퀘스트는 결과에 따라 대륙 역사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가치를 가진 사건이라는 의미였다.
그렇기 때문에 초심자 지역인 어둠숲에선 이 정도로 중대한 일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
“어둠숲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뭐든지? 이거 아주 자신 만만한 녀석이로군.”
퀘스트 창을 읽던 우진이 찰슨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자네 레벨이 몇이지?”
“40인데?”
우진의 대답에 찰슨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고작 그 레벨로 설원지대를 통과했다는 겐가? 난 놈은 난 놈이군. 하지만 됐네. 고작 그 정도 레벨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찰슨은 물러가라는 의미로 손을 저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필요한 물건이나 말하게. 그래도 제법 재밌는 대화였으니 처음 얘기했던 대로 좋은 값에 내어줄 테니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찰슨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좋지 않은데.’
흐름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이건 모험가 연합에서 주는 단순한 사냥 퀘스트 같은 것이 아니었다.
[이블 테일]에서 C등급 이상부터의 퀘스트는 오로지 플레이어가 스스로 얻어야 한다.NPC와 플레이어.
두 존재가 얽히며 발생하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퀘스트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일구는 퀘스트가 모여 대륙의 역사를 바꾸는 재료가 된다.
철저한 자유도.
그것이 [이블 테일]이란 가상 현실이 자랑하는 특이점이었으며 인간이 아닌 A. I [에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공지능이 만든 세상.’
그렇기에 NPC들을 단순히 프로그램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진은 깨달았다.
‘그들을 감정을 가진 사람과 똑같이 대할 것.’
“레벨이 전부는 아니지.”
챙그랑―.
우진은 품 안에서 작은 동전을 꺼내 그에게 던졌다.
“이게 뭐지?”
바닥에 떨어진 [망자의 지참금]을 바라본 순간 찰슨의 얼굴이 굳어졌다.
“중앙 대륙을 왔다 갔다 하니 들어는 봤겠지?”
“설마…… 창세단과 관련이 있는 자인가?”
“있지. 그것도 아주 많이.”
흔들리는 찰슨의 눈동자.
‘망자의 지참금으로 발생되는 퀘스트는 B등급.’
고위 퀘스트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좀 전에 이곳에 가레스란 자가 들어왔다. 그는 어둠숲에서 일어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레벨을 다운시켜 왔다더군.”
“그래서?”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우진은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 찰슨에게 말했다.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는 것이 오히려 어둠숲에서 일어난 일을 해결하는 것엔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
자신의 능력과 함께 자신의 가치를 보여준다면,
“정말…… 해결할 수 있겠는가?”
찰슨의 목소리가 떨렸다.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모습에서 우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흐름이 바뀌었다.
‘프로그램이 아닌 사람과 똑같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반대로 생각하면 완벽하지 않다는 의미기도 했다.
띠링―.
[찰슨의 호감을 얻었습니다.] [연계 퀘스트를 발견하였습니다.] [찰슨과의 거래 → 찰슨의 의뢰] [퀘스트를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물론.”
우진의 대답과 함께 퀘스트창의 내용이 새롭게 생성되기 시작했다.
* * *
“내겐 아들이 둘 있네.”
신경전을 끝내자 찰슨은 어쩐지 피곤한 듯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내가 이 무역회를 이끈 지 벌써 40년이야. 나는 늙었고 이제 슬슬 무역회를 누구에게 물려줄지 고민 중이었지.”
“흐음, 그런데?”
“첫째는 신중하지만 모험심이 없고 둘째는 과감하지만 너무 성급해.”
“부모의 눈엔 언제나 자식이 걱정스러운 법이지.”
우진은 그의 말에 괜스레 가족이 떠올랐다.
“그래. 덕분에 두 녀석은 서로 더 위로 오르기 위해 경쟁적으로 성장하고 있지. 그러던 중에 이번에 처음으로 내가 첫째에게 무역회의 일을 혼자 맡겼어.”
찰슨은 골치 아픈 듯 이마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말했다.
“그게 둘째 녀석을 조급하게 만든 모양이야…… 최근에 어둠숲에서 던전 하나가 발견되었지.”
“얼음굴?”
“허허, 그것까지 알고 있는 겐가? 아직 어둠숲에서 이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우연히 가레스에게 들은 이야기였지만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찰슨은 오히려 탄성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무역회의 직원이 설초라는 약초를 찾으러 갔다가 발견한 곳일세.”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곳인데…… 둘째 녀석이 그곳을 혼자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네.”
찰슨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이틀이 지났어. 조사대를 꾸리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더군.”
“어째서지?”
“어젯밤 갑자기 얼음굴 주변으로 몬스터들이 모여 들기 시작했거든.”
찰슨은 서랍 안에서 지도를 꺼냈다.
“이곳이 얼음굴이 생성된 곳이라네.”
그가 한 곳을 가리켰다.
‘뭐야, 여긴…….’
움찔.
그 순간 우진의 눈썹이 떨렸다.
‘다린 호수가 있던 곳이잖아?’
“숲 안쪽에 숨어 있던 아이스 트롤들이 갑자기 이 주위로 거점을 만들기 시작했고 더불어 오우거들까지 나타났지.”
아이스 트롤의 추정 레벨은 47이었다.
무리를 짓기는 하지만 그 수는 기껏해야 셋 아래였기에 크게 위협이 되는 놈들은 아니었다.
사냥하기 어렵지 않지만 개체수가 적어 효율이 나빠 플레이어들에게 인기 있는 몬스터는 아니었다.
“아이스 트롤이 거점을? 그런 몬스터가 아닌 걸로 아는데…….”
“그래서 이상한 일인 거지. 조사대의 보고론 얼음굴 주위로 모인 아이스 트롤의 숫자만 백이 넘는다고 하더군.”
생각 이상의 숫자에 우진의 얼굴도 살짝 굳어졌다.
“아이스 트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오우거들일세. 그놈들도 분명 무리 생활을 하는 놈들이 아닌데…… 굴 주위로만 다섯이 보인다더군.”
추정 레벨 55.
그야말로 어둠숲의 최강자라 불리는 놈이었다.
“파견했던 조사대들도 대부분이 죽고 몇몇만이 간신히 목숨을 건져 나왔지.”
“그 정도 숫자면 어둠숲의 인원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중앙 대륙에 도움을 요청하진 않았나? 경험치는 얻지 못하더라도 보상을 준다면 몬스터를 사냥해줄 텐데.”
“당연히 그랬지. 한데 말야…….”
찰슨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50레벨 이상은 얼음굴 주위로 들어가지 못해.”
“왜지?”
“모르겠네. 알 수 없는 결계에 막혀 중앙 대륙의 사람들은 입장이 불가능하더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적탑에서 조사원을 파견한다고는 했지만…….”
찰슨에겐 시간이 없었다.
언제 죽을지 모를 아들을 굴 안에 두고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조사대가 굴 안에도 갔었나? 혹시 지하로 가는 통로 같은 게 있진 않던가?”
“지하?”
찰슨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보고는 못 들었네만. 혹시…… 뭐 아는 것이라도 있는 겐가?”
“3일 전에 생긴 동굴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가야 할 곳이라 생각하니 물어본 것뿐이야.”
“흐음…… 하긴, 그렇겠지.”
잠깐 기대했지만 우진의 대답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앙 대륙의 연합에 공문을 보냈네. 당사자들은 불가능해도 연합에서 키우고 있는 자들이 있을 테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모였나?”
“아직일세. 기다리고 있는 중이네만 쉽지 않아.”
초심자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최고 레벨의 지역이었다.
그 정도의 아이스 트롤과 오우거를 동시에 사냥하려면 45레벨 이상의 플레이어가 최소 서른 명은 있어야 할 것이다.
‘서른 명이라…….’
우진은 이제야 어째서 찰슨에게 받은 퀘스트가 B등급인지 알 것 같았다.
‘이제 보니 공격대 퀘스트였군.’
“혹시 나 말고 당신이 직접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더 있나?”
“아니. 자네가 처음일세. 사람 하나가 급한 상황이지만…… 뭐, 좋은 일이라고 떠벌리고 다니겠나.”
찰슨은 어깨를 으쓱했다.
“다행이야.”
‘아마도 가레스는 연합의 공문을 보고 온 거겠지.’
공격대 퀘스트는 일정 이상의 인원이 모여야 진행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열쇠는 그가 쥐고 있었다.
이건 기회였다.
“좋아. 그럼 거래를 해볼까?”
탁. 탁.
우진은 지도에 표시된 얼음굴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찰슨에게 말했다.
“선금으로 대지의 천칭을 받고 싶다.”
찰슨이 그를 바라봤다.
“대지의 천칭? 그게 얼마짜린지 알고나 하는 소린가?”
쿵―.
그 순간 우진은 그의 앞에 돈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그 정도 살 돈은 있어. 돈의 문제가 아냐. 이건 신뢰의 문제지.”
묵직한 소리만 들어도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돈이 있는지 찰슨은 알 수 있었다.
“당신이 날 믿고 이 정도는 내어줄 수 있는가를 보고 싶은 것이거든.”
우진은 몰아치듯 말을 이어갔다.
“대신 성공의 보상은 아들을 데리고 온 뒤에 받겠어. 당신이 무엇을 주든지 간에 상관없이 말이야.”
“정말인가? 내가 아무런 쓸모없는 것을 줄 수도 있는데?”
“말했잖아. 신뢰의 문제라고.”
찰슨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더니 뭔가를 결심한 듯 품 안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받게.”
그건 작은 열쇠였다.
“내 개인 창고의 열쇠일세. 중앙 대륙에서도 구할 수 없는 물건들도 있지. 대지의 천칭을 준비하는 동안 다녀오게.”
찰슨은 우진을 향해 말했다.
“신뢰를 보이려면 확실하게 보여야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딱 하나 자네에게 내어주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짜릉―.
고리에 달린 열쇠가 기분 좋은 경쾌한 소리를 냈다.
* * *
“우아…….”
건물 뒤쪽에 세워진 거대한 창고를 보며 루엔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게 개인 창고라고요? 과연 아젠의 회주는 다르긴 다르네요.”
철컥―.
우진은 열쇠를 열었다.
우우우웅…….
단순하게 보이는 열쇠였지만 창고의 문은 마법 장치가 되어 있던 모양인지 잠금쇠가 풀리자 수십 개의 결계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들어가자.”
문이 열리자 창고가 아닌 보고라 불려야 할 정도로 휘황찬란한 온갖 재화와 보물이 가득했다.
벽면에는 갑옷이 줄지어져 있었고 반대쪽엔 각종 무기들이 세워져 있었다.
하나같이 군침이 돌 만한 장비였다.
이름 : 절개검
등급 : A
설명 : 도살자라 불리는 맥의 애검.
▶ 검날에 피가 닿는 순간부터 1분 동안 절삭력이 1.5배로 올라가며 최대 50회 중첩된다.
우진은 진열되어 있는 검들 중 하나를 뽑았다.
맹수의 이빨처럼 가시가 돋아 있는 검은 당장에라도 피를 원하는 것같이 떨렸다.
“……대단하네요.”
루엔도 검의 예기를 느낀 듯 가볍게 몸을 떨며 우진에게 말했다.
“그래, 확실히 대단한 것들뿐이지.”
툭.
루엔과 달리 검을 살핀 우진은 관심 없다는 듯 다시 자리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다 쓸모없어.”
“……네?”
“이것들 다 밀수품이야. 그냥 들고 중앙 대륙으로 넘어갔다가는 그대로 칼 맞아 뒈질걸.”
“엑……?”
우진은 찰슨이 자신의 보고를 보여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밀수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젠에서 발급하는 추가 허가서가 필요하거든.”
화려한 장비들은 결국 찰슨이 자신에게 채우려는 족쇄였다.
분명 그 허가서를 조건으로 새로운 거래를 하려는 생각이 틀림없었다.
‘신뢰는 개뿔. 능구렁이 같은 노움 녀석.’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우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