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42)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42화(42/150)
“그래, 구경은 잘 했는가?”
창고를 나와 다시 건물로 돌아서자 찰슨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그의 옆에는 우진과 다퉜던 문지기와 함께 처음 보는 거구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아젠 무역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듣던 대로 대단한 창고더군.”
“클클, 그럼. 내 평생을 바쳐서 모은 것들이니까.”
찰슨의 옆에 놓인 테이블엔 [대지의 천칭]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딱히 쓸 만한 건 없던데.”
우진은 힐끔 그것을 보고는 말했다.
“자네 제대로 확인한 것 맞나? 창고의 물건들은 중앙 대륙에 가도 구하기 힘든 것들인데.”
자신의 생각과 달리 냉담한 우진의 반응에 찰슨이 오히려 당황한 듯 되물었다.
“잘 봤고 관심 생기는 게 하나도 없으니 남은 거래나 마무리하는 게 어때?”
우진은 열쇠를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저건 제대로 허가서를 받은 물건이겠지?”
그의 한마디에 찰슨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풀렸다.
“크큭, 눈치 하나는 더럽게 좋은 녀석이군.”
열쇠를 받아 든 찰슨은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걱정 말게. 대지의 천칭은 소모품이야. 어차피 사용하면 사라지는데 허가서는 필요 없거든.”
“제대로 써. 허가서.”
“……뭐?”
“소모품이든 아니든 확실하게 하라고. 창고 안에 있는 밀수품 따위와 달리 나는 확실한 물건을 원하니까.”
콰앙―!!
테이블을 내려치는 노움의 작은 주먹은 생각보다 큰 소리를 냈다.
“밀수품 따위? 중앙 대륙에 발도 들여보지 못한 새끼가……! 내 평생 모은 역작들을 그따위로 판단해?”
“역작이고 나발이고 쓰지 못하는 물건은 쓰레기와 다를 바 없어.”
“건방진 새끼……! 나는 원하는 물건을 말하면 허가서를 작성해 줄 생각이었다. 감히 내 호의를 그딴 식으로 폄하해?”
“허가서를 언제?”
“뭐?”
“넌 상관없다 하겠지. 어둠숲에서는 허가서가 없어도 밀수품을 쓸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뒤엔?”
우진은 그를 향해 웃었다.
“네 아들을 구하고 난 뒤에? 아니면 중앙 대륙으로 넘어갈 무렵에?”
콰앙―!!
우진의 주먹은 더 큰 소리를 냈다.
“누가 내게 그런 말을 했지. 무구의 힘에 취해 버리는 자의 말로는 결국 죽음이라고.”
라탄이 했던 경고.
그걸 다시 말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그 말만큼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말도 없을 것이다.
“무구의 힘이 내 힘이라고 착각하게 하는 순간 무구를 버리지 못하게 되지. 넌 그걸 노린 거잖아. 안 그래?”
“헛소리하지 말게. 나는 그저 파트너로서 더 좋은 무구를 자네에게 제공하고 싶었던 것뿐이야!”
“그럼 써.”
“……뭐?”
“창고 안에 있는 그 어떤 무구라도 허가서를 바로 내주겠다고.”
꿀꺽―.
찰슨의 목젖이 움직였다.
그것으로 답은 충분했다.
“잔머리 굴리지 마.”
우진은 테이블 위에 놓인 [대지의 천칭]을 품 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찰슨, 잘 생각해라. 넌 우리 거래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 내가 가져올 것이 네 아들일지 네 아들의 시체일지는 네가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 날 협박하는 건가? 네가 아니더라도 얼음굴을 공략할 인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을 텐데?”
“그래. 문제는 그들이 모였을 때까지 네 아들이 살아 있을지겠지.”
찰슨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네가 내 도움을 바라는 것도 그 때문 아닌가?”
“이런, 이런.”
우진의 말에 그는 졌다는 듯 두 손을 들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 말이 맞아. 내 무례를 용서하게나.”
우진에게 고개를 숙이는 찰슨의 모습에 부하들뿐만 아니라 루엔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테이블 옆에 있던 책장의 문을 열어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이건 천칭의 허가서일세. 그리고…….”
낡은 종이 한 장과 함께 그가 책장에서 꺼낸 건 푸른 보석이 박힌 목걸이였다.
“냉기를 막아 주는 아티팩트일세. 얼음굴에서 도움이 될 걸세.”
이름 : 사파이어 목걸이
등급 : C
설명 : 냉기 저항에 뛰어난 효과를 가진다.
▶ 착용자의 냉기 저항 +50%
미궁탑을 공략하는 플레이어라면 저항 아이템은 필수였다.
그중에서도 속성 대미지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아이템은 중앙 대륙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었다.
당장 거래소에 올려도 엄청난 가격에 팔릴 물건임이 틀림없었다.
“이걸로?”
“……뭐?”
누구나 혹할 물건이었지만 우진은 허가서만을 챙기며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창고 안엔 훨씬 더 대단한 것들이 잔뜩 있었는데? 겨우 이딴 걸로 퉁 치려고? 나라면 그중에 어떤 것에라도 쓸 수 있는 허가서를 내어줬을걸.”
“크흠…….”
찰슨의 표정이 점차 더 구겨졌다.
‘제길…… 제대로 말렸군. 모험가란 족속들은 눈앞의 보물에 눈이 돌아가게 마련인데…… 저놈은 뭐지?’
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네.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하는 조건으로 창고 안에 있는 어떤 물건이든 허가서를 내주겠네.”
‘그래, 둘째 녀석만 돌아오면 그 뒤에 처리해도 충분해. 시건방진 놈…….’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가 우진에게 말했다.
“그래서?”
“……뭘 그래서야?”
“설마 입으로 계약을 끝내겠다고?”
“알겠네! 알겠어. 제길, 못 당하겠군. 자네 정말 모험가가 맞나?”
찰슨은 책장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더 가져와 우진에게 건넸다.
이름 : 찰슨의 계약서
등급 : D
설명 : 아젠 무역회의 회주인 찰슨이 직접 적은 계약서
▶ 그의 개인 창고의 물건 중 원하는 것 1개와 그에 대한 정식 허가서를 받을 수 있다.
우진은 내용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거래를 한 것 같군. 그럼 다녀오지.”
“자, 잠깐! 그건 놓고 가야지!”
“왜?”
“……아, 아닐세.”
우진은 보란 듯이 테이블에 놓여 있는 목걸이를 가지고서 방을 나섰다.
* * *
“후아…….”
건물을 빠져 나오고 나서야 루엔은 가슴에 손을 얹고서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대화만 한 건 데 왜 이렇게 지치죠? 한 반년은 더 늙은 기분이에요.”
“그냥 대화가 아니니까.”
우진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었다.
“자고로 거래란 혀 속에 칼을 세우는 법이니까.”
“그런데 마스터는 어쩜 그렇게 말도 잘 하세요?”
“뭐…… 항상 해오던 일이었거든.”
“모험가 이전에요?”
“비슷하지.”
‘설전(舌戰)을 벌인 건 오랜만인걸.’
잔뜩 긴장한 루엔과 달리 우진은 찰슨과의 대화가 어떤 의미로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칸이 아닌 김우진으로서의 자신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았다.
[페론에게서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동문에 있는 쿤스 여관 401호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 *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쪽지에 적힌 여관 안으로 들어가자 페론이 둘을 반겼다.
“일은 잘 마무리했나?”
“네. 파르타에서 나올 때 보니 뒤를 밟는 놈들이 몇 있더군요. 다행히 조용히 처리했습니다.”
우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숲에서 페론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사실 그리 많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모습이 좀 달라진 것 같다?”
“하하, 이게 다 형님 덕분이죠. 아니, 주머니 안에 50골드나 남겨주실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잔뜩 쇼핑을 했군.”
페론의 모습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원래 쓰던 갑옷 위로 몇 가지 장비들이 덧대어져 있었고 쓰던 검의 손잡이에도 작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아젠 무역회에 가려면 겉모습이 중요하거든요.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합니다. 찰슨이란 작자 NPC지만 보통이 아니거든요.”
“알아. 조금 전에 거기에 갔다 오는 길이거든.”
“거기에 가셨다고요?!”
그의 말에 페론은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왜 그러셨습니까. 저와 함께 가셨어야죠. 그 인간이 혹시 덤터기 씌운 건 아닌지 모르겠네.”
“그냥 받았어.”
“……네?”
“덤으로 목걸이도.”
“설마…… 공짜로요?”
“일단은.”
우진의 손에 들린 [사파이어 목걸이]를 보며 페론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 인간……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아젠의 찰슨은 커뮤니티에서도 유명한 악질 NPC 중에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공짜로 아이템을 내어주다니…….
“아우!! 진짜 내가 존경을 안 할 수가 없네!!”
달라붙는 페론의 머리를 밀쳐 떨궈내며 우진이 그에게 말했다.
“페론, 너 지금 레벨이 몇이지?”
“49입니다. 일부러 50레벨이 되지 않게 레벨을 맞추고 있었거든요.”
“잘됐네. 오랜만에 모험가다운 일 좀 하는 게 어때?”
“모험가다운 일이요?”
* * *
“자, 잠시만요!! 아이스 트롤에 오우거라고요?! 싫습니다! 안 할 거예요! 아니, 못합니다!!”
페론은 벌떡 일어나 우진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방문을 열었다.
“백화곡까지 안내해 드렸으니 제 할 일은 다 한 것 같네요. 그럼. 이만…….”
“울드아 연합이라고 알지?”
“……네?”
“연합에 있는 가레스란 자가 이번 신규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이곳에 왔더군.”
문고리를 잡던 페론의 고개가 뻣뻣하게 돌아갔다.
“……울드아 연합이요?”
과연 [이블 테일]의 클랜을 꿰고 있는 테론은 연합의 이름을 듣자 김찬과 마찬가지로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도 레벨까지 다운시켜서 말이야.”
문고리를 잡던 손이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얼음굴은 신규 던전이야. 내 생각이 맞다면 지금까지의 어둠숲 던전과는 전혀 다른 것일 가능성이 높아.”
[퀘스트명 : 찰슨의 의뢰]▶ 등급 : B
▶ 얼음굴에 갇혀 있는 찰슨의 둘째를 구출하라.
▶ 최소 진행 가능 인원 : 1명
▶ 최대 진행 가능 인원 : 30명
지금까지 그가 해왔던 퀘스트와 조금 달랐다.
그것으로 우진은 얼음굴에 대한 정보를 유추해 낸 것이었다.
‘퀘스트에 적혀 있는 인원 수.’
찰슨의 둘째를 구하는 일에 30명까지 동시 진행할 수 있다는 건…….
“얼음굴은 레이드 던전이다.”
“……그게 정말입니까?”
페론은 믿기 어렵다는 듯 다시 한번 되물었다.
“내가 받은 퀘스트는 30명까지 동시에 진행이 가능해. 30명이란 숫자. 감이 오지?”
“……공격대 인원수네요.”
“맞아.”
“레이드 던전은 중앙 대륙에만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어둠숲에 생기다니요.”
“단순히 신규 던전이 생기는 것이 다가 아니지. 가레스가 레벨까지 낮춰 이곳에 온 이유가 뭐겠어.”
퀘스트의 보상이 아무리 좋다 해도 결국 어둠숲의 수준일 수밖에 없다.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는 그가 레벨을 다운시키면서까지 바랄 만한 가치가 있을까?
“퀘스트가 아닌 다른 것이 목적이겠지.”
“설마…… 정복자 보상?”
“맞아.”
[정복자]란 던전을 최초로 공략한 팀에게 주어지는 위업이었다.“우리 같은 신규 유저들은 하고 싶어도 기회조차 없었지.”
우진은 페론을 바라봤다.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천금 같은 기회를 포기하겠다고?”
“……공략을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시는 모양입니다.”
“당연하지. 그런 생각을 왜 해?”
“…….”
페론은 우진을 바라봤다.
더 설명이 필요하냐는 듯한 눈빛.
“끄응……!!”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여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어딜 가려고?”
“어디긴 어딥니까. 이것들 다시 팔려고 가는 거죠!”
페론은 덕지덕지 장식들이 붙은 검을 들어 그에게 보이며 소리쳤다.
“맨몸으로 갈 순 없잖습니까. 팔아서 냉기 저항 템이라도 맞춰야죠!!”
우진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