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43)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43화(43/150)
“사, 살살 해주세요.”
침대에 걸터앉은 루엔이 고개를 돌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이면 돼.”
그런 루엔에게 우진이 천천히 다가갔다.
“아흑……!!”
그녀는 눈썹을 인(人)자로 찡그리며 낮은 탄성을 터뜨렸다.
“됐어.”
[울딘 엘프의 피를 입수하였습니다.]“히잉…….”
칼에 살짝 베인 손가락을 빨며 그녀는 뾰로통한 얼굴로 우진을 바라봤다.
[축하합니다.] [환요의 알을 부화시키는 데 필요한 재료를 모두 입수하였습니다.]칼끝에 묻은 피를 가게에서 구입한 병에 떨어뜨리자 알림이 울렸다.
‘드디어…….’
[연계 퀘스트를 발견하였습니다.] [환요의 알 → 환요의 부화] [퀘스트를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우진은 나타난 알림창에 [확인] 버튼을 거침없이 눌렀다.
[퀘스트명 : 환요의 부화]▶ 등급 : SS
▶ 환요의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엘프의 마법이 필요하다.
▶ 아케도니아에 존재하는 숨겨진 엘븐 하임의 유적을 찾아 환요의 알을 부화시켜라.
▶ 대륙 전역 존재하는 엘프 유적의 수 : 7개
▶ 모든 엘븐 하임의 유적은 숨겨져 있다.
‘엘프의 유적?’
퀘스트창을 본 순간 우진의 눈빛이 떨렸다.
“……미치겠군.”
“왜 그러세요? 퀘스트가 너무 어려우세요? 하긴…… SS등급인데.”
루엔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아니. 그 반대야.”
“네?”
“너무 쉬워서.”
그녀의 물음에 우진은 피식 웃었다.
* * *
[백화곡 항만 교역소]“교역품을 좀 보려고 왔는데.”
“네. 이쪽으로 오십시오.”
수십 대의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에 있는 교역소는 어둠숲에 있는 상점 중 가장 거대한 규모를 가진 곳이었다.
“이쪽이 현재 저희 교역소에 보관 중인 물건들입니다.”
그리고 그 규모만큼이나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의 수도 어마어마했다.
이름 : 모험가용 가방
등급 : D
설명 : 보호 마법이 걸려 있어 물건을 좀 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 인벤토리의 한계를 증가시켜 준다.
▶ 40레벨 이상부터는 착용 불가.
가격 : 10골드
우진은 가죽으로 된 가방을 등에 메어 보았다.
조금 투박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움직임에 불편함도 없고 가방 안쪽엔 설명처럼 작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일단 이거 두 개. 루엔, 넌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쓰도록 해.”
“아, 네!”
우진은 가방을 하나 더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이야, 잘 고르셨네요. 인벤토리 확장은 모험가들의 필수니까요. 어둠숲에서 구할 수 있는 보관 템 중에는 이게 제일 좋습니다.”
직원이 그의 옆에서 추임새를 넣었다.
“중앙 대륙에 계신 분들도 이걸 많이 쓰십니다. 아예 손목에 아공간 보관을 할 수 있는 마법도 있긴 한데…… 가격이 만만치 않고 세공 마법사를 찾기도 어려우니까요.”
“그렇지.”
그의 말도 일리는 있지만 우진은 단순히 물건을 많이 넣기 위해서 가방을 구한 건 아니었다.
우진이 원하는 것은 확장이 아닌 보호였다.
사실 죽어서 드랍 되는 경우라면 모를까, 인벤토리 안에 있는 아이템들이 파괴되는 경우는 잘 없었다.
하지만 이세계는 다르다.
‘여기에 넣어두면 조금은 안전하겠지.’
인벤토리에 넣어둔 아이템들은 이세계로 가면 허리에 채워진 주머니 안에 생성된다.
그리고 우진은 라탄과의 전투 때 주머니 안에 있던 포션들이 와장창 부서졌던 걸 잊지 않았다.
[모험가용 가방을 착용하였습니다.] [인벤토리의 공간이 4×4 → 6×6으로 확장됩니다.]우진은 가방의 끈을 조절해 몸에 맞추고서 직원에게 말했다.
“혹시 땅을 팔 수 있는 도구도 있을까?”
“땅이요?”
직원은 우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용도를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삽과 같은 도구는 저기 광장에 있는 잡화점에서 살 수 있으실 겁니다.”
“아니. 그런 것 말고. 좀 더 깊게 팔 수 있는 게 필요하거든.”
“으흠…… 광산에 쓰던 폭약이 남아 있긴 할 텐데.”
“볼 수 있을까?”
“물론이죠.”
직원이 작은 상자를 가지고 왔다.
그 안에는 다이너마이트같이 기다란 막대가 3개 들어 있었다.
“요즘은 갱도를 구축할 때 마법을 쓰다 보니…… 화약을 쓸 일이 줄어서 보기 힘든 물건이긴 합니다.”
“위력은?”
“제가 알기로는 성인 키가 넘는 바위도 이거 하나로 산산조각 냈다고 합니다. 개당 1골드인데 괜찮으십니까?”
“모두 줘.”
직원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자 안에 있던 폭약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저희 던전에 가는 거 아니었어요?”
“맞아. 거기서 쓸 거야.”
“엑……?”
실험실의 입구는 호수 아래에 있었다.
그렇다면 얼음굴 아래에 라탄이 사용했던 엘프의 유적으로 가는 길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호수였던 이세계와 달리 여긴 얼어붙어 있으니까.’
이루린이 호수의 입구를 열 때 사용했던 장치가 만약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우진은 폭약을 산 것이었다.
“아니, 그게 말이 되오?! 갈 수 없다니!!”
그때였다.
교역소의 앞이 소란스러웠다.
“당신네들 공문을 받고 온 사람에게 출발하지 말라니!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낯이 익은 목소리였다.
‘가레스?’
우진은 항구 앞에 세워진 팻말 아래에서 병사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드워프를 발견했다.
“죄송합니다. 아직 충분한 인원이 모이지 않아 얼음굴에 가실 수 없습니다.”
드워프의 앞에 서 있던 병사들은 그의 호통에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원은 무슨 인원! 나 혼자서 가겠다는데 왜 당신들이 막는 거냔 말이야!”
“그게…… 저희 조사대에 의하면 얼음굴 입구 주위로 마물의 수가 너무 많다고 합니다. 최소 10명 이상의 모험가가 필요합니다.”
“끄응, 그래, 그럼 지금 모인 인원이 몇인가?”
“현재 3명입니다.”
가레스는 병사들의 대답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3명? 어느 세월에 인원을 채운단 말이야!”
“그게…… 일단 기다려 보시는 것이 어떠실까요. 여기 명단입니다. 원하시면 이름을 남겨주…….”
“……에잇! 빌어먹을!!”
가레스는 병사가 들고 있던 서류를 보고 나서 짧은 다리로 바닥을 쾅! 내려찍었다.
“이딴 식으로 해서 아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나? 아젠의 회주께 가서 정신 차리라고 전하게!!”
그는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
“마스터의 말대로 토벌대가 구성되려면 시간이 걸리겠네요.”
“공격대 퀘스트의 단점이지. 공략이 된 이후부터는 레이드 던전이라 하더라도 인원에 제한 없이 들어갈 수 있지만, 그 전엔 최소한의 인원을 맞춰야 하거든.”
“저흰 운이 좋았네요.”
루엔의 말에 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 우리도 문제가 없는 건 아냐.”
“왜요?”
“찰슨의 아들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얼음굴을 공략해야 하니까.”
얼음굴의 보스 몬스터.
찰슨의 의뢰를 받았을 때 우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마물이 있었다.
‘타이칸.’
라탄의 실험실 지하 창고에서 봤던 사지가 달린 몬스터 말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놈일 가능성이 높지.’
그리고 이루린의 말대로, 놈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루엔의 마법으론 역부족이었다.
“마법사라…….”
그것도 실력 있는 마법사가 필요했다.
“아.”
그 순간 우진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한 놈 있긴 하네.”
* * *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중앙 대륙에 있을 걸 그랬군. 레벨까지 낮춰서 왔더니만…….”
씩씩거리는 드워프의 목소리가 여관 밖까지 들렸다.
“텄네. 텄어. 제길, 돌아가려 해도 다시 레벨을 올려야 하잖아. 꿀꺽― 꿀꺽―.”
테이블 위에 놓인 커다란 술잔만 벌써 3개였다.
“그만 마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때였다.
여관으로 들어온 우진이 가레스의 앞에 있던 술잔을 자신 쪽으로 잡아 당겼다.
그러자 가레스는 ‘뭐지?’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밤에 움직이려면 더 이상 술을 마시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얼음굴에 갈 인원을 모집 중이거든요.”
“자네가? 정식 공격대도 지원자가 없는데 무슨…… 됐네. 사람을 놀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는 우진이 잡고 있던 술잔을 거칠게 빼앗았다.
“그거 마시면 얼음굴엔 가지 못할 텐데요?”
“아니, 어차피 못 간다니까?”
그때였다.
[칸이 당신을 파티에 초대합니다.]▶ 초대에 응하겠습니까?
“이게 뭐 하는 거지?”
가레스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시스템 창을 보며 그에게 되물었다.
“공격대도 아니고 파티……?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겐가? 얼음굴 공략은 레이드 퀘스트라고!”
“일단 수락해 보는 게 어떻습니까? 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텐데.”
술잔을 들고 있던 가레스는 우진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다.
“뭔지는 몰라도 날 놀리는 거라면 각오…….”
[가레스가 당신의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진행 중인 퀘스트가 있습니다.] [공유하시겠습니까?]“……?!!”
가레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난 사람 놀리는 취미 같은 건 없습니다.”
콰앙―!!
그 순간 여관의 문이 열렸다.
“형님! 데리고 왔습니다.”
“어서 와.”
요란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가레스는 낯익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부,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내가? 불러……?”
자신을 향해 꾸벅 인사하는 김찬을 보며 가레스는 단박에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것도 자네 짓이로군?”
“구하기 힘든 마법사가 마침 당신 팬이라니 이름을 좀 팔았죠.”
“영악하긴…….”
“그렇다고 무조건 당신을 데려가겠다는 건 아닙니다. 아직 제게 말해줘야 할 게 있지 않습니까.”
“말해줘야 할 것? 무슨 말이지?”
“일단 너희도 앉지? 얼음굴로 가려면 든든히 배를 채워야 할 테니까. 자기소개는 먹으면서 하자고. 루엔, 가서 주문 좀 하고 와.”
“네!”
우진은 가레스의 시선을 받으며 페론과 김찬에게 말했다.
“이쪽은 페론. 49레벨의 레인저.”
“반갑습니다.”
“허허, 자네가 이 파티에 있다니 의외로군.”
“절 아십니까?”
“물론. 어둠숲의 페론은 중앙 대륙에서도 유명한걸.”
가레스의 말에 페론은 히죽 웃으며 마치 칭찬을 받고 싶은 아이인 양 우진에게 눈짓했다.
“나와 루엔은 각각 40레벨 전사, 37레벨 궁수다.”
“잠깐,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37 레벨이라고? 정말 저 용병을 데리고 갈 생각이야?”
“당연히 데려갈 생각이지.”
우진은 뭐가 문제냐는 듯 김찬을 바라봤다.
“걱정 마라. 웬만한 40레벨보다 쓸 만할 테니까. 루엔은 더블 인첸트를 쓸 수 있거든.”
“더블 인첸트? 그건 버프 계열의 마법사나 쓸 수 있는 건데 그걸 궁수가 쓴다고?”
“엘프니까.”
가타부타 말을 많이 하기보다 ‘엘프’라는 말 한마디로 우진은 사람들의 의문을 일축시켜 버렸다.
“그럼 넌?”
“나?”
우진은 피식 웃었다.
“여기서 제일 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