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44)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44화(44/150)
“마스터, 방금은 진짜 재수 없었어요.”
주문을 마친 루엔이 자리에 앉으며 우진에게 핀잔을 주었다.
“이제 내 차례인가? 김찬이라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49레벨의 마법사고 주계열은 바람입니다.”
다리가 흔들릴 정도로 음식이 잔뜩 쌓인 테이블 앞에서 김찬이 자신을 소개했다.
“풍계 마법사는 보기 힘든데…… 반갑군.”
“아무래도 화염이나 빙계보다는 비주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안 클랜에서 영입 제의를 했다는 건 뛰어나다는 뜻이겠지.”
“하하, 과찬이십니다.”
가레스의 칭찬에 김찬은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반갑습니다.”
냠냠.
루엔은 햄스터처럼 양볼 가득 음식을 밀어 넣으며 김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켁켁―.”
“천천히 먹어.”
우진이 그녀의 등을 두들기며 물을 건넸다.
“주문을 너한테 맡긴 게 실수지. 이걸 누가 다 먹는다고?”
“휴…… 살겠다. 어쩔 수 없잖아요. 언제 또 이렇게 제대로 식사를 하겠어요. 잠도 안 재우고 며칠째 괴롭히셨으면서…… 안 그래요?”
“쿨럭…….”
“크흠.”
“허허, 사이가 무척 좋은 모양이구먼.”
루엔의 말에 엉뚱한 상상을 한 듯 사람들은 저마다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먹기나 해.”
“꾸엑.”
우진은 그녀의 입에 빵을 밀어 넣었다.
“그런데 다른 인원은?”
“뭐가?”
“듣기로 레이드 던전이라면서. 다른 인원이 더 있어야 하는 것 아냐?”
“없어. 여기 있는 사람이 다야.”
순간 정적이 흘렀다.
“미, 미친 거 아냐?! 고작 다섯으로 레이드 던전을 뛰겠다고?”
“크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김찬은 가레스의 헛기침에 머뭇거렸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해.”
“그렇죠? 진짜 말도 안 되는…….”
“물론, 난 갈 거지만.”
“얘기긴 한데 일단 들어나 보죠.”
김찬은 냉큼 자리에 앉았다.
“울드아 연합이 좋긴 좋네. 태세 전환이 빠른걸.”
“시끄러.”
껌뻑 죽는 김찬을 보며 우진은 피식 웃었다.
“이제 마지막이군.”
“보시다시피 49레벨이고 활을 쓰지.”
“그게 끝입니까?”
“더 설명할 것이 있나?”
“좀 더 솔직하게 얘기를 해줬으면 좋을 것 같은데.”
우진은 가레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당신 직업. 궁수가 아니잖습니까?”
“……무례하게 무슨 말이야? 방금 못 들었어? 활을 쓰신다고 하셨잖아.”
“활을 쓴다고 다 궁수는 아니지.”
“……뭐?”
“일단 그 석궁. 전에 오두막에서 평범한 게 아니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말을 기억하는 겐가?”
“남의 말을 허투루 듣는 편은 아니라서.”
가레스는 잠시 우진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딱히 말을 못 할 이유는 없지만. 귀찮을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그랬던 것뿐이야.”
철컥―.
그가 바닥에 내려놓았던 거대한 석궁을 들어 옆에 튀어 나온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그러자 양쪽으로 펼쳐져 있던 활대가 우산처럼 접혔다.
접힌 석궁의 모양새가 조금 특이했다.
“……총?”
우진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맞아. 내 직업은 야수 사냥꾼일세. 드워프 궁수의 히든 클래스지.”
“우아……! 히든 클래스라니. 역시 울드아 연합이시네요.”
김찬이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클클, 입 발린 소리는 됐네. 사실 그다지 효율이 좋은 직업도 아니거든. 아무래도 지금은 화약을 다루는 기술이 크게 발전하지 않았으니까.”
마법 연구를 하는 [적탑]의 인기에 비해 기계 공학이나 마도 공학을 연구하는 [아케인]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죠. 기계 공학이나 마도 공학은 워낙 스킬 트리 후반에 개방을 할 수 있는 것들이라…… 아직 배운 사람도 얼마 안 될 겁니다.”
“맞아.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
그는 우진을 바라봤다.
“히든 클래스라고는 하지만 별것 없지? 어때, 기대했던 것보단 실망인가?”
“딱히. 히든 클래스든 아니든 제몫만 제대로 해준다면 사실 상관없습니다. 그냥 파티원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고 싶었을 뿐이니까.”
“그럼 이제 자네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는 게 어떤가.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는 이유를 말이야. 혹시 나처럼 히든 클래스인가?”
“아니. 평범한 전사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40레벨로 설원 지대를 통과할 수 있었지?”
“그냥 남들보다 조금 다른 스킬이 있어서요.”
스릉―.
우진이 검을 뽑자 날카로운 스파크가 튀었다.
“허허, 설마…… 레어 스킬?”
“뭐, 비슷하지.”
파티원을 처음 모집할 때부터 우진은 어디까지 자신을 공개해야 할지 고민했다.
‘용천을 쓰지 않고 타이칸의 사지를 자르는 건 어려울 거다.’
숨길 없는 거라면 차라리 과감하게 보이는 게 신뢰를 얻는 방법이었다.
“레어 스킬이라니…… 자신이 있을 만했군. 어둠 숲에서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건 금시초문인데…… 도대체 어디서 얻은 거지?”
“설마 알려달라고 묻는 건 아니겠죠. 당신도 직업을 감추려고 그렇게 애를 썼으면서.”
“하하, 그렇지.”
‘내가 아는 한 탑 랭커 중 어둠숲에서 스킬을 얻은 자는 없었어.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실력이 좋은 건지…….’
가레스는 머쓱한 듯 웃었지만 이 한 번으로 우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나쁘진 않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그래도 의심보다는 호기심으로 바뀐 것을 느끼며 우진은 피식 웃었다.
던전이 끝났을 때 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또 어떻게 바뀔지 기대되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퀘스트 내용을 봤겠지? 얼음굴을 가는 건 맞지만 교역소 앞에서 모집하는 공격대 입장 퀘스트와는 달라.”
공격대 퀘스트는 그야말로 몬스터를 사냥해서 얼음굴을 공략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우진의 퀘스트는 얼음굴 안에 있는 찰슨의 아들을 구출하는 것.
“공략 퀘가 아니기 때문에 다섯으로도 가능한 거지만…… 난 지금 인원이라면 충분히 던전의 최초 공략 업적까지 노릴 수 있다고 본다.”
꿀꺽―.
그의 말에 모두가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포기할 사람이 있다면 얘기해.”
‘최초 공략……·.’
그야말로 심장을 울리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우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출발은 오늘 저녁 8시다.”
* * *
‘생각해 보니 파티 사냥은 처음이군.’
우진은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독함] 특성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지금껏 사람들과 화기애애하게 게임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왜 그러십니까?”
“그냥. 이렇게 왁자지껄하게 사냥을 하는 건 처음이라서.”
“엑? 설마 파티 사냥이 처음인 건 아니죠?”
“처음인데.”
우진의 대답에 페론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럼 가시기 전에 분배부터 정하는 게 좋겠네요.”
“분배?”
“네. 그냥 사냥 파티라면 보상품을 직업에 맞는 사람이 갖거나, 아니면 경매로 올려 입찰자 이외에 사람들은 대신 골드를 갖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그렇군.”
“하지만 형님은 퀘스트 보유자이시지 않습니까. 원한다면 던전 내 보상품을 독식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페론의 말에 우진은 살짝 고개를 돌렸다.
“특히 형님께서는 입장 퀘를 가지셨으니 오히려 참가자들에게 골드를 받아도 문제 될 게 없습니다. 형님이 아니었으면 시작도 하지 못할 일이었으니까요.”
“됐어. 우린 지금 레이드 던전을 다섯이서 공략하려고 하는 거야. 고작 그런 푼돈은 상관없어.”
“그래도 확실히 해야 할 건 해야죠.”
페론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우진이 나머지 두 사람을 바라봤다.
“나도 그의 말에 동의하네. 위험한 만큼 성공한다면 엄청난 보상이 있는 일이니까.”
업적과 칭호.
그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럼 이건 어때? 보스를 잡고 나온 드랍 템 중 아이템 한 개에 대한 우선권을 내가 가지는 건?”
“그렇게 하십시오.”
“나도 괜찮네.”
흔쾌히 대답하는 가레스 때문인지 김찬은 아무런 말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문제는 저걸 어떻게 뚫고 가냐인데…….”
모두의 시선이 언덕 아래를 향했다.
[매의 눈이 발동합니다.]루엔의 눈동자가 십자가로 빛났다.
“입구 쪽에 다섯. 그리고 그 옆으로 열다섯 마리가 더 있어요. 오우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크르르르르―――.]내리는 눈 때문에 시야가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루엔은 정확히 마물을 알아냈다.
“스무 마리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사냥은 안 할 거다. 얼음굴 안에도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는데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어.”
“그럼?”
“페론. 네가 몹 몰이를 해야겠다. 아이스 트롤들을 동굴 입구에서 떨어뜨려 놓도록 해.”
“알겠습니다.”
“굳이 싸울 필요 없어. 숲으로 가서 은신으로 놈들을 따돌린 뒤에 합류해.”
“네.”
우진의 명령에 페론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조사대에서도 딱히 쓸 만한 정보는 없었어. 탐색을 하면서 공략할 거야. 김찬, 넌 최대한 마력을 아껴둬.”
“……그러지.”
“긴장하지 말게. 공략하지 못할 던전은 없으니까!”
가레스가 굳은 김찬의 어깨를 두들기며 소리쳤다.
“그래. 너무 걱정 마. 던전 보스 잡을 때 한 사람만 살아 있어도 보상은 받을 수 있으니까.”
“……모두가 사는 가정은 없는 거야?”
“글쎄. 그건 너 하는 거에 달렸지.”
우진은 등에 메고 있던 둥근 방패를 꺼내어 손목에 채웠다.
백화곡의 교역소에서 80골드라는 거금을 주고 산 C급 방패였다.
경량화 마법이 걸린 덕분에 한 팔로도 충분히 쓸 수 있었다.
“잘 따라와.”
방패로 얼굴을 가리며 그는 눈보라를 뚫기 시작했다.
* * *
[얼음굴에 입장하였습니다.]“후우―.”
동굴 안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수미터를 전력 질주한 덕분에 숨을 쉴 때마다 새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특성 : 모험가가 발동됩니다.]던전 출입의 알림과 함께 우진의 전신에 옅은 빛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축하합니다.] [아직 공략되지 않은 던전입니다.] [용기 있는 당신들에게 신의 축복이 내립니다.] [빛의 신 라신의 축복이 내립니다.]▶ 체력이 5% 증가합니다.
[어둠의 신 하덴의 축복이 내립니다.]▶ 공격력이 5% 증가합니다.
[무의 신 므하의 축복이 내립니다.]▶ 속도가 5% 증가합니다.
[던전 보드가 활성화됩니다.] [최초 공략 시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오…… 이런 것도 주네요?”
김찬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형형색색의 빛 가루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루엔.”
“네.”
그녀는 우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정령을 불러내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얼음굴을 둘러싸고 있는 얼음들이 녹더니 그 안에서 물의 하급 정령이 나타났다.
“길을 찾아줘.”
두 마리의 정령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제히 굴 안으로 날아갔다.
“정령의 수가 늘었는걸.”
“네. 이번에 설원 지대에서 사냥을 해서 그런지 수 속성의 친화력이 올라갔어요.”
그가 알아봐줘서일까.
루엔은 조금 기쁜 듯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퍼억―!!
그때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루엔이 관자놀이를 움켜잡으며 비틀거렸다.
“왜 그래?”
“……정령들이 소멸했어요.”
“몬스터는? 숫자는 얼마나 되지?”
우진의 물음에 그녀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게…… 한 마리였어요.”
“한 마리?”
그 순간,
쿵― 쿵― 쿵―.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더니 굴 안쪽에서 뭔가가 걸어 나왔다.
“설마…….”
우진은 눈앞에 거대한 괴물을 바라봤다.
칠흑처럼 검은 털로 뒤덮인 거대한 예티가 붉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타이칸이었다.
일반적인 던전은 보스를 잡기 전까지 잡몹들을 처리해야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편해서 좋네. 빌어먹을.”
보스 단일 던전.
자잘한 몬스터들은 없고, 단 한 마리 보스만 사냥 하면 클리어되는 곳이었다.
잡몹이 없다는 건,
“모두 피해!!!!”
잡몹이 없을 만큼 보스가 강하다는 의미기도 했다.
[크와아아아아―――!!!]타이칸의 울음소리에 굴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