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45)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45화(45/150)
“후웁―!!!”
가레스가 허리에 차고 있던 손도끼를 벽에 박았다.
촤르르륵……!!
도끼의 손잡이와 허리의 벨트가 연결된 로프가 팽팽하게 당겨지자 그가 몸을 뒤로 젖혔다.
로프가 그를 뒤로 밀리지 않게 받쳐주자 그대로 석궁을 들어 활대를 펼쳤다.
철컥―!!
“비키게!!!”
자신의 키만큼 기다란 화살이 석궁에 채워지자 그가 있는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
콰아아앙―――!!
화살이라기보다 작살에 가깝다고 해야 할 정도로 기다란 화살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타이칸을 향해 날아갔다.
카앙―!!
하지만 묵직한 무게에 비해 화살은 너무나도 가볍게 튕겨 나갔다.
“뭐, 뭐 저런 게…….”
화살촉이 완전히 뭉개진 채로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보며 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라크나―.”
김찬의 양팔에서 날카로운 바람이 일었다.
슈욱―!!
팔을 젓자 옷깃을 따라 칼날 같은 바람이 눈서리를 머금으며 타이칸을 향해 날아들었다.
툭―! 투툭―!!
하지만 맹렬한 바람은 놀랍게도 타이칸의 주위에 닿자 맥없이 사라졌다.
“뭐, 뭐지?”
당황한 김찬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놈을 바라봤다.
“마력을 아껴!! 놈의 털은 마법 내성이 있어 마법이 먹히지 않아!”
[크르르르르―.]김찬의 공격이 아무래도 타이칸의 성질을 돋은 듯, 놈이 커다란 이빨을 보이며 성큼성큼 그를 향해 걸어갔다.
[카아악―――!!!]귀를 찢을 듯한 포효 소리에 김찬은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어어……?!”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그의 몸집만큼 거대한 주먹이 눈앞에 떨어졌다.
“조심해요!!!”
루엔의 외침과 함께 김찬의 앞에 반투명한 방벽이 만들어졌다.
콰아아앙―――!!!
방벽은 산산조각 났지만 타이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여전히 김찬을 노렸다.
“치잇―!!”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그대로 몸을 날렸다.
“위험……!!”
그 광경에 가레스가 다급히 외쳤지만 드워프의 짧은 팔은 안타깝게도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콰아아아앙――!!
위에서 아래로 타이칸이 있는 힘껏 주먹을 내려찍자 그 충격에 루엔의 몸이 사정없이 튕겨 나갔다.
“……컥!!”
벽에 튕겨 바닥을 구르던 그녀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타이칸이 [대지진]을 시전합니다.]쾅! 쾅! 쾅!
콰아아아앙――!!!
놈이 고릴라처럼 양팔로 바닥을 후려치자 온 사방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얼음굴이 흔들립니다.]경고음과 함께 충격이 벽면을 타고 굴의 천장을 흔들자 달려 있던 고드름들이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지기 시작했다.
“집중해. 너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어.”
“죄, 죄송해요!”
낙빙을 피해 쓰러진 루엔을 끌고 바위틈에 숨은 우진은 그녀의 입에 포션을 흘려 넣었다.
“김찬!! 넌 탐지 마법으로 찰슨의 아들을 찾아!!”
루엔을 일으켜 세우고 우진이 숨어 있던 그를 향해 날카롭게 소리쳤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네 실수가 동료를 죽게 만드는 거니까!!”
[김찬이 파티원 전원에게 헤이스트를 사용합니다.] [모든 파티원이 민첩이 2% 상승합니다.]김찬은 변명을 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버프를 걸기 시작했다.
빠득―.
하지만 그의 얼굴엔 분노가 남아 있었다.
쓴 소리를 한 우진를 향한 것이 아닌 순간 공포에 얼어붙었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우진은 왠지 그를 보니 이루린이 떠올랐다.
“화살은 튕겨 내고 마법은 안 먹히다니! 저거…… 잡을 수 있는 거 맞겠지?”
반대쪽 바위틈에 숨은 가레스가 석궁에 화살을 채워 넣으며 소리쳤다.
쾅―!! 쾅―!! 콰앙――!!!
놈은 미친 듯이 굴 안을 휘저으며 여기저기 부수고 다니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떼죽음을 당하겠어!!”
“어떻게 해야 하지?”
“기다려. 섣불리 상대해서 이길 수 있는 놈이 아니니까.”
“……그럼?”
우진은 김찬을 바라봤다.
“어?”
그때였다.
눈을 감고 있던 김찬이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찾았어?”
“생명 감지가 되는 게 하나 있긴 한데…….”
김찬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땅속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찰슨의 아들이 지하에 숨어 있기라도 한다는 겐가?”
가레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지만 우진은 그의 말에 오히려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여긴 다린 호수였어.’
이세계에서 라탄의 실험실이 있었던 장소.
아마도 50년의 시간 동안 설원 지대가 바뀌며 얼음이 녹아 호수가 된 것일 터였다.
‘엘프의 유적이 맞다면…….’
우진은 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저기다.”
그의 눈에 얼음 바위들 틈에 튀어나온 지팡이 같은 낡은 손잡이가 보였다.
호수 아래의 문을 열 때 이루린이 사용했던 장치가 틀림없었다.
‘운이 좋은 녀석이군.’
어떻게 안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찰슨의 아들 또한 저 아래 숨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루엔, 저기 보여? 내가 놈의 시선을 끌 테니 저걸 잡아 당겨.”
“알겠어요.”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는 자세를 취했다.
“이걸 가져가. 혹시 얼어붙었다면 부숴서라도 문을 열어야 한다.”
“네!”
우진이 교역소에서 산 폭약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뛰어!!”
그의 외침과 함께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가레스!! 엄호를!!”
슈아아아악―――!!!
바위틈에서 다시 한번 화살이 날아들었다.
콰아앙―――!!
맥없이 떨어진 조금 전과 달리, 화살이 타이칸의 머리에 닿는 순간 폭발이 일었다.
[크륵?!]충격에 녀석의 머리가 휘청거렸고 놈은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굶주린 낙인을 사용합니다.]▶ 설귀 타이칸에게 낙인이 찍힙니다.
▶ 가장 높은 능력치(힘)의 1/3을 빼앗습니다.
▶ 당신의 힘이 80 증가합니다.
▶ 타이칸의 힘이 80 감소합니다.
“힘을 80이나? 한 방이라도 맞으면 뒈지겠군.”
꽈악―.
흘러넘치는 힘에 우진이 검을 움켜잡았다.
[가속을 사용합니다.] [대시를 사용합니다.]폭발적인 속도로 튀어나간 우진이 그대로 타이칸의 가랑이 사이로 슬라이딩을 했다.
콰아아앙―――!!!
우진이 놈의 다리에 검을 그었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전격이 타이칸의 몸에 닿자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크아아아아―――!!]녀석은 처음 당해보는 고통에 비명을 터뜨렸다.
“후웁―.”
다리 사이로 빠져나온 우진이 바닥을 짚고 일어나 타이칸의 등에 올라탔다.
푸욱―!!!
위로 올라선 그가 검을 밀어 넣었다.
까득……! 까드드드득……!!
‘검이 들어가지 않아.’
굶주린 낙인으로 힘이 올라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우진의 검으로도 녀석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이제 보니 그가 베었던 다리도 용천의 전격 때문일 뿐 베인 상처는 없었다.
타이칸이 우진을 잡아채기 위해 손을 들었다.
“루엔!!!”
드르르륵―――!!!
그 순간 달려갔던 루엔이 바위틈에 있는 손잡이를 있는 힘껏 밀었다.
털컥―! 털컥―!!
기관이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렇다 할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야.’
그리고 자신이 서 있는 얼음 바닥 아래에서 뭔가 들썩이는 걸 깨달은 그녀는 화살을 꺼내 바닥에 찍어 틈을 만들었다.
“모두 조심하세요!!”
그녀가 우진이 준 폭약을 얼음 틈 안으로 밀어 넣고는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아아앙―――!!!
폭약이 폭발하며 사방으로 얼음 가루들이 튀기 시작했다.
[얼음굴의 숨겨진 장소를 발견했습니다.]‘됐다.’
깨진 얼음 아래로 낡은 철문이 나타났다.
퍼억―!!
우진이 타이칸의 머리를 밟고 몸을 날려 바닥에 만들어진 철문을 있는 힘껏 밟자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나타났다.
“모두 안으로!!!”
그의 외침에 일행은 황급히 통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허허, 히든 스팟? 자네, 이런 곳을 어떻게 안 거지?”
“그냥 운이 좋았죠.”
지하로 통하는 길을 따라 달리며 가레스는 신기한 듯 우진을 바라봤다.
쿵―!! 쿵―!! 쿵―!!
타이칸의 발걸음이 멀리서 들려오자 일행은 좀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긴…….”
통로의 벽은 박제된 마물들 대신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루엔은 벽에 적힌 글자들을 알아차린 듯 당혹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고대 엘프의 룬어였기 때문이었다.
“와…….”
통로 끝에 도달하자 너도나도 탄성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투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때랑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네.’
시체들이 쌓여 있던 끔찍한 광경이 아닌, 벽면 전체로 휘황찬란한 금빛으로 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 엘프의 유적이에요…….”
그녀의 말을 증명하듯 벽화 속에 그려져 있는 사람들의 귀가 모두 뾰족했다.
“이런 곳이 아직 남아 있다니…….”
황제의 모습, 지팡이를 든 마법사, 그리고 거대한 세계수와 수백의 엘프들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야말로 벽화엔 엘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거 진짜 금인가? 팔면 어마어마하겠는걸. 문헌에 보면 고대 엘프가 과거에 가장 부흥했던 종족이라더니 그 말이 맞나 보군.”
“이걸 보고 가격이나 생각하다뇨. 하여간 드워프란…….”
벽을 손으로 훑으며 신기한 듯 말하는 가레스를 향해 루엔이 살짝 눈을 흘겼다.
누가 보면 진짜 드워프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사, 살려주십시오!!!”
그때였다.
방 한 구석에 있던 작은 노움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우진을 향해 달려왔다.
“네가 찰슨의 아들인가?”
“네! 네! 맞습니다! 체이슨이라고 합니다!!!”
노움은 당장에라도 울음을 쏟을 것 같은 얼굴로 우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걱정 말게. 우린 자네 아버지에게 자넬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온 거니까.”
“가, 감사합니다!!!!”
가레스의 말에 체이슨은 흐느끼며 소리쳤다.
“어서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안 돼.”
“……네? 왜, 왜죠?”
쾅―!! 쾅―!!! 콰아아앙―――!!!
“저 소리 들리지? 문밖에 타이칸이 아직 있다. 이대로 나가다간 개죽음일 뿐이야.”
우진의 말에 체이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어떻게 하긴. 잡아야지.”
“말도 안 돼요! 저 괴물을 어떻게……!!”
“너 여기에 있으면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는 못했어?”
“……네?”
우진은 그를 지나쳐 벽화가 그려진 벽을 살폈다.
“내 눈엔 이상하게 보이는데.”
“그게 무슨…….”
천천히 벽을 쓰다듬던 그는 벽화에 있는 엘프의 왕이 쥐고 있던 지팡이를 있는 힘껏 눌렀다.
쿠그그그그…… ·!!
그러자 놀랍게도 벽화가 양옆으로 젖혀지며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히든 스팟이 존재하는 데엔 이유가 있지.”
벽 뒤에 숨겨진 장소.
그 안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있었다.
“루엔, 저게 뭐지?”
우진이 마법진 주위에 솟아 있는 돌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그의 물음에 루엔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정수석?”
그녀는 마치 홀린 듯 눈앞의 돌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고는 품 안에 있던 단검으로 손등을 베어 돌 위로 핏방울을 떨어뜨렸다.
퓨우우우우……!!
그러자 마치 끓는 주전자에서 나는 소리 같은 날카로운 비음과 함께, 돌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뭔가?”
가레스가 요상한 돌들의 반응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엘프의 마법진엔 언제나 함정이 있다.”
‘역시.’
이세계에서 들었던 말을 다시 듣게 되자 우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보이는 돌들은 마법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함정들이에요. 독을 머금고 있는 돌들이죠.”
쿠웅―――!!
그때였다.
[쿠우우우우우!!!]타이칸이 철문을 부수고 그들의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 이런!!”
“모두 피해!!!”
“루엔.”
사방으로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진은 차분히 그녀에게 말했다.
“모두 터뜨려.”
콰아아아앙―――!!!!
그 순간 정수석들이 일제히 폭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