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47)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47화(47/150)
끼이익―.
문이 열렸다.
긴장감이 감돌던 방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열린 문을 향했다.
“어때?”
문을 열고 들어온 한 여인이 그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이에요.”
그녀가 손을 뻗자 손목을 감싸는 4개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고리의 개수는 마법의 등급을 상징했고, 그 수가 줄어들수록 정순한 마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4등급 마력에 도달했어요.”
“좋았어!!”
“드디어 이제……!!”
그녀의 대답에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를 터뜨렸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에 그녀 역시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수고했어.”
그녀는 [불새단]의 마법사 세린 하센이었다.
“수고는요. 케르가, 당신이 저 때문에 무리를 했죠. 용마석을 구입하려고 그런 거금을 투자했잖아요.”
“그런 소리는 할 필요 없어. 미궁탑을 공략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까.”
케르가는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그녀의 마력을 느끼며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적탑이 전위를 새로 보강했다더군. 이제부터는 속도전이야. 우리도 늦장을 피울 수 없어.”
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수가 떨어진 레벨을 다시 복구하는 대로 미궁탑에 바로 도전할 거야. 세린, 넌 그 전까지 4등급 마법을 익히도록 해.”
그가 손짓을 하자 데이빗이 그녀의 앞에 책을 내려놓았다.
“적탑에서 치사하게 4등급 마법서를 팔지 않더라고. 그래서 암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대로 모조리 다 긁어왔어.”
“이걸…… 전부 다요?”
“용마석도 샀는데 이 정도야 껌값이지.”
데이빗이 케르가를 가리키며 말하자 세린은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주는 게 아냐. 삼 일. 그 안에 모두 익혀.”
“걱정 마세요. 이틀도 걸리지 않을 테니까.
그녀의 대답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그럼, 그럼!! 그래야 [불새단]이지.”
“이거 기대되는데요? 이제 세린 누나가 적색 마녀보다 더 높은 수준이 된 거잖아요.”
“그렇지. 이제 마법사 랭킹도 바뀌어야지!!”
“소란 피우지 마. 세린의 데뷔는 10층을 공략하면서 가장 화려하게 치를 거니까.”
케르가는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몇 달 동안 막혔던 미궁탑이 이제야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공격대를 꾸리는 데엔 많은 비용이 든다.
여전히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그것만으로 언제까지나 스폰서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거듭되는 탑 공략의 실패.
내색하고 있진 않았지만 사실 그 역시 초초하긴 마찬가지였다.
미궁탑 7층을 공략 중인 [노른 공격대]를 비롯하여 아직은 5층에 머물러 있지만 레어 등급의 히든 클래스인 [몽크], 진호륜을 영입하면서 화력을 올린 [레드 블룸] 등등…….
자신들의 위치를 노리는 신흥 공격대들이 점차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들 철저하게 준비해. 우리에게 두 번은 없어.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우리가 정점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케르가의 말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데이빗. 용마석을 판매한 사람에 대해서는 알아봤어?”
“그게…… 케이 님께 따로 연락을 드렸었는데 딱히 쓸 만한 정보는 없었어.”
“으흠.”
“다만 판매금의 운반책으로 페론이 고용되었다고 하더라고.”
“페론?”
“응. 다들 알 거야. 어둠숲에서 이런저런 뒷일을 처리하는 녀석 말이야. 내 생각엔 그와 접선해 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우리에게 정보를 풀까?”
케르가의 물음에 데이빗은 어쩐지 자신감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중앙 대륙으로 넘어오고 싶어 해. 그래서 자신을 봐줄 사람을 찾고 있는 모양이더라고.”
“위를 노리는 건가.”
“아마도. 그래서 중앙 대륙 클랜들의 의뢰를 받아서 처리하는 모양이야. 주로 루키 사냥을 하는 것 같던데.”
루키 사냥.
경쟁 클랜의 후발대들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방해 하는 일이었다.
연합이나 클랜들은 자신들의 정체가 팔리지 않도록 페론과 같은 암살자들을 고용해 왔다.
“사냥개가 위를 노린다라…… 글쎄. 그게 가능할까? 루키 사냥이면 이미 얼굴이 다 팔렸을 텐데.”
“그렇겠지. 결국 이용만 당하다 끝나는 거지 뭐.”
“솔직히 문제는 문제지. 이대로 가다간 중앙 대륙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 거야.”
수년간 서비스된 [이블 테일]의 고질병이었다.
사냥터와 던전 등 모든 것이 클랜과 연합의 세력 아래에 있다는 점.
그렇기에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그들 중 한 곳에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 우리야 미궁탑을 노릴 뿐이지만 적탑이나 연급 협회인 플라즈, 드루이드 연합인 우든 클라우드, 그리고 수호문 등등…… 내로라하는 세력들은 자신의 거점을 쉽게 내어주지 않을 테니까.”
“방법이 없는 건 아냐. 누군가 중앙 대륙을 통합하면 되지.”
“누가?”
데이빗이 물끄러미 되묻는 케르가를 바라봤다.
“됐어. 땅따먹기는 그들이나 하라고 해. 난 관심 없으니까.”
“미궁탑을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분열되어 있다면 언젠가는 문제가 생길 거야.”
“괜한 소리 하지 말고. 페론이 우리에게 정보를 내놓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나 얘기해 봐.”
“쩝…… 일단 알아보니 최근에 창세단의 의뢰까지도 한 것 같더라고.”
“창세단?”
“알지? 그 JR 그룹이 서포트하는 클랜 말이야. 아마도 JR 그룹의 둘째가 클랜장으로 있는 거 같던데.”
케르가는 그들의 이름이 나오자 인상을 찡그렸다.
“지가 무슨 교주인 줄 아는 그 사이코?”
“사이코라……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에 가장 활발하게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세력이긴 하지.”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은 놈이야. 그래서? 페론이 그들과 연관이 있다는 거야?”
데이빗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만큼 절박한 게 아닐까 싶다는 거지. 중앙 대륙으로 올 수 있는 방법을 그에게 제시하면 뭐든지 할걸?”
“우리가?”
“불새단에 영입해 주겠다고 하는 거지. 그래도 실력은 나쁘지 않은 모양이더라고. 어차피 우리도 후발대를 모집하려 했으니까.”
“살살 구슬려 보라는 거군.”
“맞아.”
케르가는 데이빗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창세단의 의뢰까지 하는 걸 보면 미궁탑에 정말 가보고 싶어 하는 모양이니까. 의외로 쉽게 불지도 몰라.”
“그래. 데이빗, 네가 한번 그에게 연락해 봐.”
“알겠어. 그리고…….”
“응?”
“그거 알아? 요즘 네가 세운 어둠숲 던전의 기록들을 깨고 다니는 놈이 있다던데.”
“내 기록이 아직까지 깨지지 않았었나?”
진지한 데이빗과 달리 케르가는 별로 상관없다는 듯 되물었다.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궁금할 게 뭐 있어. 몇 년 전 기록을 아직까지 깨지 못한 게 더 신기한 거지. 제대로 된 녀석이라면 결국 중앙 대륙에서 만나게 되겠지.”
케르가는 길드 하우스의 창고에서 아이템들을 꺼내며 말했다.
“그때가 되면 우린 더 높은 곳에 있을 거다.”
“그래도 신경을 쓰는 게 좋을 거 같아. 다들 미궁탑에 빠져서 모르겠지만, 요즘 은근히 어둠숲에 변화가 있는 모양이니까.”
데이빗과 케르가의 대화를 듣던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케르가와 함께 [불새단]의 전위를 맡고 있는 중기사 포간이었다.
“변화?”
“울드아 연합 있지? 며칠 전부터 그 사람들이 분주하더라고. 알아보니 어둠숲에 레이드 던전이 생긴 모양이야.”
“레이드 던전? 뭐, 나름 신선하긴 하네. 회사에서 신규 유저들을 모으려고 새로운 콘텐츠를 연 건가 보지?”
“그래 봤자 어둠숲인데 뭐. 보상이 대단해 봤자 얼마나 대단하겠어. 안 그래?”
“하긴…….”
포간의 말을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 * *
“이, 이게 뭐야?”
보상 상자를 연 순간,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얼음굴의 최초 보상입니다.] [일반 보상보다 훨씬 더 좋은 보상이 수여됩니다.]▶ 얼어붙은 가죽 x 30
▶ 중급 포션 x 10
▶ 최하급 룬 (민첩) x 1
▶ 최하급 룬 (힘) x 1
▶ 최하급 룬 (체력) x 1
▶ 10골드
-룬이 어둠숲에서 나오다니…… 이거 사람들이 알면 난리가 나겠군.
미궁탑에서도 보기 힘든 룬석이 나오자 가레스의 채팅이 빨라졌다.
“최초 보상이라서 그럴 수도 있어. 우리가 운이 좋았던 거겠지.”
우진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룬을 살피며 말했다.
“룬도 룬이지만…… C등급 장비까지 드랍될 줄은 몰랐습니다.”
상자 안에는 일반 템 이외에도 3개의 드랍템이 더 들어 있었다.
페론은 상자 안에서 작은 단검을 꺼냈다.
이름 : 얼음 발톱
등급 : C
설명 : 타이칸의 발톱으로 만든 단검.
매우 단단하며 냉기 속성을 품고 있어 상대방에게 추가 대미지를 준다.
▶ 기본 공격력에 비례하여 15%의 냉기 대미지를 추가로 부여한다.
▶ 크리티컬 확률이 5% 증가한다.
이름 : 냉기 갑옷
등급 : C
설명 : 타이칸의 털로 만든 갑옷
마법 내성을 가진 털을 꼬아서 만든 갑옷. 방어력도 훌륭하지만 착용자를 마법으로부터 지켜준다.
▶ 방어력 + 100
▶ 착용자의 마법 대미지를 1회 반감시킨다.
– C급 아이템이면 미궁탑 3층 정도는 가야 나오는 것들인데…… 게다가 성능도 쓸 만해. 이런데 어둠숲에서 나오다니. 어정쩡한 중앙 대륙의 물건보다 나은데?
중앙 대륙에 있던 가레스도 드랍템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B등급 아이템도 드랍되긴 하지만…….’
우진은 자신이 얻었던 [현자의 돌]을 떠올리며 가레스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운영진들이 제법 머리를 썼는걸. 레이드 던전을 왜 만들었나 이제 알겠어. 이렇게 되면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기 전에 장비를 제법 맞출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조금만 더 빨리 이런 게 나왔음 좋았을 텐데요.”
페론이 가레스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아쉬워할 것 없어. 장비를 갖춘다고 해서 중앙 대륙에 쉽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
“네?”
“오히려 PK를 하는 놈들에게 좋은 먹잇감만 될 뿐이지.”
우진의 냉정한 반응에 설렜던 마음이 사라져 버린 듯 페론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를 쓸 만하다, 라고 하는 걸 보니…… 카히라의 실력이 대단하긴 했네.’
보상템에 감탄하는 그들과 달리 우진은 오히려 실망스러웠다.
같은 C급인데 그가 입고 있는 [마력이 담긴 고대 가죽 갑옷]의 보너스 효과가 4개인데 반해 [냉기 갑옷]은 고작 1개뿐이었기 때문이다.
-크흠, 그래. 이제 보상을 나눠야겠지? 칸, 우선권이 자네에게 있으니 먼저 말해보게.
채팅일 뿐이지만 그에게서 조급함이 느껴졌다.
‘뭔가 원하는 물건이 있나 보군.’
“딱히 끌리는 게 없는데…… 각자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봐. 서로 눈치 싸움 하는 것보단 알맞게 나누는 것도 좋지.”
-그, 그럼! 내가 갑옷 하면 안 되겠는가?
기다렸다는 듯 가레스가 말했다.
“페론, 넌?”
“전…… 단검이 탐나네요.”
레인저인 그였기에 충분히 납득 가는 선택이었다.
“김찬, 넌?”
“글쎄…… 어차피 단검이나 무기나 내가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고른다면 체력 룬일까?”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각자 말한 것들을 가지고 가도록 해. 그리고 민첩 룬과 힘 룬은 나와 루엔이 갖도록 한다. 가죽은 개수에 맞게 나누고.”
우진은 상자 안에 남아 있는 마지막을 꺼내며 말했다.
“대신 난 이걸 가지지.”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겠는가? 그건 그냥 잡템이잖은가. 퀘스트까지 공유해 준 마당에 너무 타산이 맞지 않는데.
“고맙게 생각하면 나중에 중앙 대륙으로 가게 됐을 때 울드아 연합이 내 뒤를 좀 봐주든가.”
-하하하!! 그거야 당연한 소리지. 언제든 찾아오게나!
우진은 호탕한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페론, 네가 갑옷까지 가져가 가레스에게 전해주도록 해. 너 혼자서 가는 게 더 빠를 거야.”
“알겠습니다.”
“김찬, 귀환 마법 쓸 수 있지?”
“어. 아직 하급이라서 한 명까지만 데리고 갈 수 있어.”
“충분해. 네가 체이슨을 데리고 가.”
우진의 말에 체이슨이 쪼르르 달려와 김찬의 옆에 붙었다.
“그럼, 형님은요?”
“걱정 마. 우린 천천히 갈 테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 나머지 사람들은 하나둘 굴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루엔, 민첩 룬은 네가 쓰도록 해.”
파티원들이 모두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 우진이 룬을 건넸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세요? 제일 고생하신 건 마스터신데. 보상이 너무…….”
루엔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충분해.”
하지만 그런 그녀와 달리 우진은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름 : 얼음 조각
등급 : C
설명 : 얼음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얼음 조각. 특별한 능력은 없어 보인다. 조각품으로 만든다면 괜찮을지도……?
설명 그대로 아무데도 쓸데없는 잡템이었다.
[마법진을 발견하였습니다.] [마법진을 발동하여 환요의 알을 부화시키십시오.] [마법진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C급 이상의 재료를 소모하여야 합니다.]하지만 우진에겐 달랐다.
우우우우웅―――!!!
얼음 조각을 내려놓자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