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48)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48화(48/150)
“마법진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마법진을 보며 루엔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마법진의 마력이 충만해졌습니다.] [생명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환요의 알이 고대 엘프의 마력에 반응합니다.]“놀라기엔 아직 일러.”
알림과 함께 파르르 떨리는 알을 움켜잡고서 우진이 조심스럽게 마법진 위로 내려놓았다.
[소지하고 있는 재료가 소멸됩니다.]인벤토리 안에 있던 재료들이 사라지면서 가루들이 마법진 안에 스며들었다.
쿠극…… 쿠그그그극…….
그러자 마법진에서 넝쿨들이 자라나 내려놓은 알을 감싸기 시작했다.
[고대 엘프의 마력이 환요의 알을 부화시킵니다.] [환요가 가진 특성에 따라 알에서 태어나는 환요의 종류가 달라집니다.]“큭?!”
눈이 아플 정도로 새하얀 빛이 굴 안을 가득 채웠고, 우진은 고개를 돌리며 뒤로 물러섰다.
-부르셨습니까.
“……!!”
빛 무리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 순간 우진의 눈이 커졌다.
‘자아(自我)가 있다고?’
단순히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닌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소환수라니…….
움찔.
걷힌 연기 뒤로 우진의 뺨이 씰룩였다.
그 안을 바라보는 떨리는 눈동자.
꿀꺽―
긴장한 듯 우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반갑습니다. 마스터.
찰랑이는 레몬 빛깔의 머리카락.
영롱한 푸른 눈동자.
가녀린 팔을 가슴에 포갠 채로 하늘거리는 날개옷을 입은 소녀가 그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
-저의 이름은 세츠나. 당신의 부름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두 팔을 움켜쥐면서 우진을 향해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이제부터 제가 지켜 드릴게요.
분명 믿음직스러운 말이었지만 아쉽게도 우진은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작다.’
그것이 우진의 첫 감상이었다.
그렇다.
작아도 너무 작았다.
기껏해야 한 뼘 정도?
그녀는 손바닥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키였다.
파르르―
옷깃을 흩날리며 그녀가 우진의 어깨 위로 날아올랐다.
-적은 어디에 있나요?
소매를 걷어붙이고서 손톱만큼 작은 주먹을 연신 휘두르며 세츠나가 말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앉아. 정신 사나우니까.”
-힝.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게 SS급 퀘스트라고?’
우진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환요의 부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소환수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그는 별 기대 없이 확인창을 눌렀다.
이름 : 세츠나
직업 : 환요
소환수 등급 : A
레벨 : 1
설명 : 울딘의 힘과 신록의 피를 머금고 태어난 환요인 그녀는 매우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 골렘 특성 -연금의 축복, 속독, 분석
▶ 엘프 특성 -생명의 친화력
▶ 성령 특성 -고대의 지혜
▶ 환요의 등급을 올리면 새로운 특성을 익힐 수 있습니다.
‘뭐가 이렇게 많아……?’
세츠나의 능력치를 본 순간 우진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능력치 자체는 모두 1.
마치 갓 태어난 아이처럼 보잘것없는 수치였지만 중요한 건 그녀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의 개수였다.
‘기본 6개 수치 이외에 마법사는 마력, 드루이드는 자연력같이 기껏해야 한두 개 정도 특수 능력이 붙는 게 끝인데…….’
세츠나의 능력치는 무려 10개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특성들도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특성 : 연금의 축복
▶ 계약자는 기존보다 효과가 20% 상승된 연금 제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된다.
특성 : 생명의 친화력
▶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의 경계심을 1단계 낮춘다. 적의를 낮추며 경계심이 0이 된 상태일 때 이따금 길들이기가 가능하다.
특성 : 속독
▶ 내용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 스킬 숙련도의 증가 속도가 10% 증가한다.
▶ 계약자의 스킬 숙련도의 증가 속도가 5% 증가한다.
특성 : 분석
▶ 내용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 스킬 등급이 1단계 상승한다.
▶ 계약자의 스킬 등급이 1단계 상승한다.
▶ 이따금 숨겨진 내용을 찾기도 한다.
특성 : 고대의 지혜
▶ 오래된 물건이나 고위급 물건에 맺혀 있는 기억들을 흡수하면 레벨을 올릴 수 있다.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소환수의 특성이 계약자에게 적용됩니다.]특성의 설명창이 사라짐과 동시에 우진의 주위로 옅은 빛무리가 일었다.
[분석이 적용됩니다.]▶ 스킬 : 강타의 등급이 1단계 상승합니다.
▶ 강타 → 강격으로 변화합니다.
▶ 스킬 : 대시의 등급이 1단계 상승합니다.
▶ 대시 → 질주로 변화합니다.
▶ 스킬 : 가속의 등급이 1단계 상승합니다.
▶ 가속 → 연격으로 변화합니다.
▶ 보유 스킬 : [용천]은 분석으로 등급이 상승되지 않습니다.
“……허.”
우진은 알림창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스킬 등급을 올리는 건 50레벨이 돼서 2차 스킬 트리를 개방한 후에나 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지금 해버린 것이다.
만약 지금 상황에 50레벨이 돼서 스킬 트리를 개방한다면…….
‘스킬 등급을 한 번 더 올릴 수 있게 되는 건가?’
스킬은 50, 70, 99레벨 이렇게 총 3번에 걸쳐서 등급을 상승시킬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50레벨에 3등급 스킬을 가지게 된다. 스킬 능력치만 놓고 보면 70레벨과 같다는 말인데…….’
[이블 테일] 최강자라 평가받는 케르가도 아직 80레벨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었다.그 말은 곧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미 스킬만큼은 탑 랭커들과 같은 수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끝이 아니지.’
진짜는 99레벨이 되었을 때였다.
4등급 스킬이 끝인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는 5등급 스킬을 가지게 될 테니까.
남들보다 더 높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
“너…….”
우진은 세츠나를 바라봤다.
“SS급이 맞네.”
싱긋―
그 말에 세츠나는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귀, 귀여워…….”
루엔이 어느새 우진의 어깨 위에 있는 세츠나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마스터, 저도 만져봐도 돼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세츠나를 바라봤다.
샤륵―
세츠나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뺨을 비볐다.
“꺄악―”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이 뺨에 닿자 루엔은 기분 좋은 비명을 질렀다.
‘하긴, 울딘의 피를 가지고 있으니 루엔을 따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우진은 두 사람을 보며 피식 웃었다.
[SS등급 – 환요의 부화]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B등급 이상의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라울의 정수에 경험이 쌓입니다.
▶ 남은 횟수 : 1/3
소환이 완료되자 알림과 함께 그의 검에서 옅은 빛이 흘러나왔다.
[마법진의 활성화가 종료되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설원 지대의 얼음굴
▶ 얼음굴 안에서 고대 엘프의 마법진이 발견되었다.
▶ 갑자기 나타난 얼음굴와 마법진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도…….
[연관 퀘스트 : 카히라와의 계약]▶ 키히라에게 정보를 전달하시기 바랍니다.
‘최소한의 조건은 채워진 건가.’
얼음굴에서 카히라에게 전해줄 정보까지 완성한 우진은 이제 조금씩 중앙 대륙으로 넘어갈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첫 번째는,
“세츠나.”
-네. 마스터.
“일단 넌 레벨 좀 올려야겠다.”
-전투인가요!
세츠나가 양팔을 걷어붙이고서 마치 권투를 하듯 앙증맞은 손으로 주먹을 연신 휘둘렀다.
“아니. 더 좋은 장소가 있어.”
-……?
* * *
[얼음굴의 설귀가 쓰러졌습니다.] [설원 지대의 몬스터들이 흩어지기 시작합니다.]웅성웅성―
백화곡으로 돌아오자 어둠숲 전역에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던전 보드의 기록이 갱신되었습니다.] [1위 ???(5명) 27분 17초] [2위 없음] [3위 없음]“도대체 누구지?”
“분명 레이드 던전이라고 했는데…….”
“다섯 명으로 공략을 했다고?”
그리고 그 알림에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크흠. 클클클…….”
“너무 티를 내진 마시죠?”
“하하하하! 그렇지. 내 조심하지.”
사당에서 부활한 가레스는 우진의 말에 망토로 몸을 감쌌지만 사이사이로 백색의 갑옷이 보란 듯이 삐져나와 있었다.
[얼음 군주]▶ 등급 : 영웅
▶ 설명 : 레이드 던전 [얼음굴] 타임 어택 1위를 달성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 모든 능력치 + 10
▶ 특성 : 냉정한 겨울 -체력이 절반 이하면 공격력이 10% 상승한다.
▶ 특성 : 비옥한 겨울 -체력이 절반 이상이면 방어력이 10% 상승한다.
▶ 스킬 : 한파 -자신 주위로 1분간 모든 생명체를 얼어붙게 만든다.
“키힛―”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듯, 참으려 했지만 자꾸만 터져 나오는 웃음에 가레스는 히죽거렸다.
“내가 말일세. 지금껏 미궁탑을 공략하는 건 관심이 없었거든?”
“그런데요?”
“자네 덕분에 나도 미궁탑에 몸을 담아볼까 싶은 마음도 드는군.”
우진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아니, 그렇잖은가. 이 칭호를 얻고 어찌 가만히 있겠어. 오랜만에 몸이 근질근질하구만그래!”
[설원의 구원자]▶ 등급 : 서사
▶ 설명 : 레이드 던전 [얼음굴]을 최초 공략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 모든 능력치 +5
▶ 특성 : 구원자 -레이드 던전 이상급 던전에 도전 시 아래 효과를 가진다.
1. 모든 회복 아이템의 효과가 5% 증가한다.
2. 받는 피해량이 5% 감소한다.
3. 칭호자가 포함된 파티원의 모든 능력치가 1 증가한다.
“입이 귀에 걸리겠네요. 그러다 본캐까지 버리겠습니다..”
“음?”
“김찬이 그러던데요. 울드아 연합은 모두 65레벨 이상이라고. 레벨 다운을 10단계 이상이나 할 리는 없고…… 아마도 지금 그건 부계정 아닙니까.”
“하하, 맞아. 유료템을 사면 캐릭터를 하나 더 만들 수 있지. 자네, 눈썰미가 좋구만?”
“가, 감사합니다.”
가레스는 옆에 서 있던 김찬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그나저나…… 던전 공략이 알림으로 이렇게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줄은 몰랐는데.”
“최초 공략의 한해서만 그렇다네. 어차피 던전 보드에 이름이 올라가니 상관없지 않은가?”
“글쎄. 귀찮은 건 싫어해서.”
가레스는 그의 말에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가. 이참에 아예 우리 연합에 들어오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이 파티 사냥엔 맞지 않아서 주로 혼자 활동하게 될 테니까요.”
“그건 걱정 말게. 만약 자네가 원하면 중앙 대륙에 가서 특성 변환을 하면 그만이니까.”
“……특성 변환?”
“그래. 돈이 좀 들긴 하지만 필요 없는 특성을 바꿀 수 있으니 가치가 있지. 게다가 원한다면 비용도 지불 해 주겠네.”
가레스는 우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특성 변환이란 것도 있구나.’
[이블 테일]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입 장벽이 높아, 커뮤니티에서도 중앙 대륙에 대한 정보는 사실상 그리 많지 않았다.“그리고 누구 밑에 들어갈 생각도 없습니다.”
“클랜을 만들 생각인가?”
“필요하다면.”
“중앙 대륙에서?”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가레스는 짐짓 당황한 표정을 짓다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 그래. 자네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쉽지 않을 걸 세. 워낙 텃세가 심한 곳이니 말이야.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얘기하게. 뛰어난 자는 우리 쪽에서 환영이니까.”
하지만 우진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확고한 거절의 의사였다.
“기다리고 있겠네. 케르가의 기록을 모조리 깨버린 슈퍼 루키가 중앙 대륙으로 오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되는군.”
그런 우진을 깨끗하게 인정한 가레스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작별 인사였다.
“슈퍼 루키라…… 낯 뜨거운 말이군.”
“클클, 울드아는 온갖 일에 관심이 많거든.”
[이블 테일]에서 일어나는 온갖 소식들을 모으고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퀘스트를 찾아 공략하는 괴짜들.‘어쩌면 그들이라면 알아낼 수 있을지도…….’
그의 말에 우진은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
사실 우진이 가레스를 파티원으로 뽑은 이유는 단순히 그가 실력이 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럼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커뮤니티에서 찾아보니 울드아 연합은 의뢰도 맡는다고 하던데.”
“……흠? 왜? 뭔가 필요한 거라도 있는 겐가.”
“한 가지 조사를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요. 보수라면 원하는 대로 드리죠.”
“보수는 중요하지 않아. 찾아봤다면 알 텐데? 우리가 어떤 집단인지. 흥미로운 난제(難題)만 찾아다닌다고”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지금까지 중 가장 흥미로운 일이 될 테니까.”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궁금해지는군.”
“사르반딘.”
가레스는 우진의 말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가 있는 대륙 아케도니아의 창세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신을 부리는 종족이었던 사르반트를 벌하기 위해 신의 힘을 부여받은 세 마리의 동물을 가리키는 단어라더군요.”
“흐음, 창세의 역사라…….”
“적탑의 대도서관에 관련된 문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데, 보다시피 아직 그곳에 갈 순 없어서 말이죠.
적탑이라는 말에 가레스의 옆에 있던 김찬의 표정이 달라졌다.
“흐음, 신기하군. 대부분은 그냥 사냥을 하고 탑을 공략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데.”
가레스는 우진을 바라봤다.
“우리 과는 아닌 것 같은데…… 의외로 세계관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지? 혹시 퀘스트라도 진행 중인 겐가?”
“……퀘스트라면 차라리 낫죠.”
“음?”
우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좋아. 일단은 조사를 해보지. 흥미로운 이야기라면 내가 먼저 자네에게 말함세.”
“부탁하겠습니다.”
“곧 봄세!!”
가레스와 인사를 하고 우진은 그의 옆에 서 있던 김찬을 바라봤다.
“적탑이 지루하면 나중에 연락해. 적어도 그들보다는 재밌는 게임을 하게 해줄 테니까.”
“그 말…… 설마 스카우트 제의야?”
“좋을 대로 생각해.”
“정말로 클랜을 만들 생각인 건가. 중앙 대륙에 터를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직 모르지?”
“몰라도 상관없어. 알아도 해야 할 일이라면 달라지지 않아.”
김찬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한결같네. 그래. 나도 기대하지. 쪽지 보낼 돈 모아둘 테니 빨리 넘어오기나 하라고.”
우진은 그가 내민 손을 가볍게 잡았다.
“형님, 아젠 무역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두 사람을 보내고 난 뒤 우진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보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