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5)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5화(5/150)
“헉……! 헉……!!”
우진은 미친 듯이 수풀을 헤집으며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뭐 저런 게 다 있어!!”
심장이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다리를 멈춘다면 당장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죽고 말 것이다.
“빌어먹을……!!!”
뒤따라오는 괴물을 욕하는 건지, 고작 게임 한번 하려다 죽을 위기까지 놓인 자신의 상황을 욕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의 입에선 쉴 새 없이 욕설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날…… 놓고 가게.”
부축하고 있던 라울에게서 힘겨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소리 할 힘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걸으시죠.”
우진은 이를 악물며 라울을 좀 더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이렇게 가벼웠나.’
어쩌면 있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일지도.
빠득―.
우진은 라울의 오른쪽 팔을 바라봤다.
검을 쥐어야 할 손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크윽……!!”
가지고 있던 포션으로 간신히 지혈을 하긴 했지만 잘린 팔을 붙이는 건 불가능했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옆구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물이 그의 옷을 적셨다.
순식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괴물은 엉성한 자세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검이 라울의 손을 그 자리에서 잘라 버렸고, 더 나아가 그의 허리에 박혔다.
검술 따위 없는 조잡한 휘두름이었지만, 이미 노쇠한 그가 반응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빨랐다.
‘이대로면 죽는다.’
힘이 조금씩 빠지는 라울을 부축해서는 더 이상 얼마 가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마치 자신들을 농락하듯 괴물은 어슬렁거리며 조금씩 그들의 뒤를 밟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뭐?”
“뭘 어떻게 해야 저 괴물을 잡을 수 있느냐고요!”
우진의 외침에서 거친 숨결이 느껴졌다.
“아까 내가 했던 말을 잊었는가? 저놈은 그야말로 괴물이야! 우리가 잡을 수 있는 놈이 아닐세!”
“그래서요? 이대로 죽자고요?”
우진은 단호하게 물었다.
“살아야겠다면서요! 사자왕의 보루에 가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도 그렇다고요. 난 죽고 싶지 않단 말입니다!!”
그는 소리쳤다.
“심장을 찌르면 죽습니까? 아니면 팔다리를 부숴야 합니까?”
우진의 외침이 라울의 정신을 깨우쳤다.
라울은 그를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를.
싸우고자 하는 의지를.
라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제 깨달은 것처럼.
“자, 잠깐만요! 뭐 하시는 겁니까?”
그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풀어 우진의 가슴에 밀어 넣었다.
“살 사람은 살아야지.”
“라울!!!”
그가 거칠게 우진을 밀었다.
길의 양옆은 가파른 비탈길이었고 중심을 잃은 우진은 그대로 아래로 고꾸라졌다.
“……컥!!!”
수 미터를 구르고 나서야 나무에 부딪히며 우진은 멈출 수 있었다.
“라울!!!!”
연신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제길……!! 제기랄……!!!”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이 끔찍한 세계 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
그런데…….
“빌어먹을!!!”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신? 자신? 게임? 아니면…… 그 괴물?
꽈악―.
우진은 라울의 검을 끌어안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든 다시 올라가야…….”
그때였다.
철컥―.
정적 속에 들려오는 이질적인 소리.
그 순간, 그는 떨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
언덕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붉은 안광.
쿵― 쿵― 쿵―!!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우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괴물이 비탈길을 미끄러지며 미친 듯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씨발!!!!”
* * *
‘어디로 가야 하지?’
우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숲길을 찾았다.
‘일단 놈을 따돌려야 해.’
정면으로는 승산이 없다.
틈을 노려야 한다.
‘분명 이 근처에 고블린 둥지가 있었을 텐데…….’
미로 형태로 된 필드 던전.
저 괴물을 따돌리기엔 최선의 장소라 생각이 들었다.
“우악?!”
미친 듯이 달리던 우진의 몸이 휘청거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며 바닥을 구른 것이다.
“크윽……!!”
숨이 헉 하고 막혔지만 멈출 수 없었다.
바닥에 너부러진 그는 가까스로 일어나며 고개를 들었다.
[크르르르…….]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저기다.’
다급해진 우진의 눈에 무너진 동굴이 보였다.
동굴 역시 마을처럼 망가진 모습이었지만 다행히 입구는 들어갈 수 있어 보였다.
고민할 새도 없이 안으로 몸을 숨겼다.
“후우…… 후우…….”
고블린들은 모두 죽은 걸까.
오래된 동굴엔 마물의 흔적도 거의 지워진 듯 보였다.
비교적 낮은 천장과 개미굴처럼 여기저기 뚫린 통로만이 이곳이 고블린들의 서식처라는 것을 알려줄 뿐이었다.
“악취…….”
고블린의 것일까?
시체가 썩는 듯한 냄새에 당장에라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우진은 옷의 소매를 찢어 입을 가리며 동굴 안으로 몸을 숨겼다.
“어?”
동굴 안쪽을 걷던 그는 뭔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뭐지?”
썩어 부서졌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의 높이는 고블린이 사용하기엔 높아 보였다.
게다가 한편에 쌓여 있는 각종 실험 도구들.
고블린 로드가 있어야 할 보스 룸엔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사람의 흔적.
툭, 툭.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책의 먼지를 털어냈다.
아쉽게도 책의 표지에는 알 수 없는 문자와 문양이 적혀 있었다.
게임 속이었다면 편의를 위해 종족간의 언어를 아무런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었을 텐데…….
‘이곳에 자동 번역 같은 시스템이 있을 리 없지.’
하지만 가려진 먼지 위로 표지에 그려져 있는 오망성과 그 안에 각인되어 있는 염소 그림을 본 순간, 그는 이 책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흑마법?”
우진의 머릿속에 한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여기가 머리 없는 괴물을 만들어냈다는 흑마법사가 살았던 곳인가?’
꿀꺽―.
그 순간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어쩌면 더 위험한 곳에 들어온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쩌면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게 있을지도.’
다행히 동굴 안으로 들어오자 더 이상 괴물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방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스윽―.
바닥에 쌓인 책을 치우자,
‘마법진?’
안쪽 바닥에 흐릿하게 그려진 오망성이 나타났다.
물론 마법(魔法)에 마(魔) 자도 모르는 그로서는 바닥에 그려진 진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머리 없는 괴물…… 갑옷을 입고 있었지.’
생전엔 사람이었을지도.
‘라울이 말했던 흑마법사 때문에 그런 꼴이 되어버린 걸까.’
우진은 숨을 죽인 채 바닥에 그려져 있던 마법진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그 순간, 고막을 찢을 듯한 포효가 들렸다.
‘제길! 설마 찾은 건가?’
마치 거친 쇠를 긁는 것같이 기분 나쁜 소리였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숨을 곳이 없었다.
게다가 출구도 하나뿐.
‘빨리 빠져나가야 해.’
콰아아아앙―――!!!
하지만 그가 출구에 발을 들여놓기 직전, 낡은 검날이 그를 향해 튀어나왔다.
쾅―! 쾅―! 쾅―!!
그를 찾기라도 하는 듯 괴물이 휘두르는 검날은 출구의 양옆을 계속해서 후려쳤다.
‘젠장!!’
우진은 자세를 잡았다.
라울이 쓰던 검을 놈에게 겨누고 있었지만 검 끝이 방정맞다 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이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자꾸만 저 낡은 검이 자신의 목을 파고드는 상상이 머릿속을 짓눌렀다.
끈적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자신의 모습…….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캬아아아악―――!!!]놈이 나타났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검을 우진은 간신히 피했다.
“빌어먹을……!!”
부우우웅―!!!
괴물의 검이 그의 머리 아래로 떨어졌다.
콰직―!!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떨어진 검이 일으킨 풍압에 우진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려 했다.
‘……어?’
하지만 그 순간, 신기하게도 중심을 잡기 위해 내딛은 다리에 묘한 힘이 들어갔다.
카강―!!!
탄환처럼 앞으로 튀어나가며 쥐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콰가가가강―――!!
요란한 굉음과 함께 그의 공격에 괴물의 몸이 휘청거렸다.
쿵―!!!
괴물의 다리가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뭐, 뭐야?’
황급히 거리를 벌리며 우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놈을 바라봤다.
‘방금 그거…….’
엉성한 폼이었지만 내려치는 검의 위력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전사 스킬인 ‘강타’였다.
‘돼…… 됐다.’
처음이었다.
우진은 잠시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후웁…….”
놀랄 여유는 없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괴물을 바라봤다.
철컥― 철컥―.
한 걸음 놈이 안쪽으로 다가오면 우진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팽팽한 긴장감.
우진은 괴물의 낡은 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부웅―!!!
놈의 검이 움직였고,
타다다닥―!!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우진이 있는 힘껏 놈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전사 스킬을 쓸 수 있다면……!’
콰앙―!!!
방법을 알아낼 필요도 없었다.
그의 몸과 머리가 처음부터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전사의 두 번째 스킬 ‘대시’.
폭발적인 속도로 괴물의 옆으로 돌아선 우진이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흐아아압!!”
콰앙―!!!
다시 한번 ‘강타’가 들어갔고 괴물의 몸이 휘청거리자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헉…… 헉…….”
얼마나 검을 휘두른 걸까.
숨이 차올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젠장…….”
모든 걸 토해내듯 공격했지만 놈에겐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여전히 굳건하게 출구의 틈을 막고서 있는 괴물을 보며 우진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하긴, 놈은 라울을 죽인 괴물이다.
자신이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다만,
‘이대로 죽을 순 없어.’
출구로 파고들 틈만 만들 수 있다면…….
그때였다.
콰앙―!!!!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괴물이 처음으로 움직였다.
“……?!!”
주륵…….
놈의 검날이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상처와 함께 붉은 핏물이 흘렀다.
우진은 멍한 표정으로 놈을 바라봤다.
‘뭐, 뭐였지?’
놈의 공격을 막기는커녕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지금껏 날 가지고 논 건가?’
빌어먹을.
우진은 차오르는 분노에 입술을 깨물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짓누르는 공포뿐.
마지막 발악은 허무하게 끝나 버렸고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놈이 다가올 때마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것뿐이었다.
툭―.
그렇게 등이 벽에 닿았을 때,
[크륵, 크륵.]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어쩐지 놈의 어깨가 들썩였다.
마치 비웃는 것처럼 말이다.
‘……이대로 죽는 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놈을 피해 도망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빠득―!!
웃기지 마.
방법이 없으면 방법을 찾을 때까지 발버둥 칠 거다.
“으아아아악!!!!”
공포는 분노가 되어 그를 움직였다.
그 순간,
우우우웅…….
놀랍게도 그의 발아래 있던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다.
“……?!!”
깜짝 놀란 그가 아래를 바라봤다.
뒤로 계속해서 물러나는 바람에 어느새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의 중앙에 오고 만 것이었다.
“뭐, 뭐야?!”
갑자기 발동한 마법진에 그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솨아아아악―――!!!
새하얀 빛과 함께 날카로운 돌풍이 순식간에 그를 감쌌다.
‘저건…….’
바닥에 쌓인 먼지들이 돌풍과 함께 사라지자, 우진은 마법진이 그려진 곳 안쪽 벽에 쓰러져 있는 뭔가를 발견했다.
검은 로브.
그리고 그 안에 남아 있는 앙상한 뼈.
흑마법사의 시체였다.
“웁…… 우웁.”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의식이 흐릿해졌다.
찌잉―.
그리고 고장 난 라디오에서 들릴 법한 주파음이 그의 머리를 찔렀다.
깊은 심해에 빠진 것처럼 그의 의식이 몽롱했다.
눈앞은 흐렸고 사지는 부유하는 것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고 넘실거렸다.
‘……이게 뭐지?’
끝없이 추락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없이 상승하는 것 같은 느낌.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상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상태였다.
시야가 일렁거렸다.
마치 말랑거리는 푸딩 같은 뭔가가 그를 짓누르는 어둠을 뚫고 튀어나왔다.
파르르―.
아주 작은 빛이었고, 빛은 빠르게 떨렸다.
“……웁?!”
순간, 그 빛이 그의 입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꿀꺽―.
순식간에 빛은 그의 식도를 타고 배 속으로 스며들어 버렸다.
* * *
“……쿨럭!!! 쿨럭!!!”
눈을 떴다.
우진은 자신의 목을 움켜잡으며 헛구역질을 했다.
“우, 우에에엑!!”
하지만 나오는 것은 진득한 타액뿐이었다.
“저 사람 왜 저래?”
“모르지. 이제 하다 하다 별 짓을 다하나 보네.”
“쯧쯧…….”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폐허가 되었던 마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빼곡하게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고 붉은 하늘은 너무나도 맑았다.
“여긴…….”
우진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로그인하셨습니다.]눈앞에 남아 있던 알림창이 서서히 사라졌다.
게임 속이었다.
“빌어먹을…….”
그는 지친 듯 광장의 분수대에 기대어 앉고서 눈을 감았다.
“하…… 하하.”
여전히 로그아웃 창은 나타나지 않았다.
달라진 건 없었다.
허나 우습다.
그토록 나가고 싶었던 게임 속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게임 속이라는 걸 깨닫자 마음이 편해졌으니 말이다.
“……꿈이었나?”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지쳤던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수십 일을 이 자리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으니까.
오싹―.
그 순간 그의 몸이 떨렸다.
찰그랑―.
들고 있던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름 : 라울의 용잡이 검
등급 : D
설명 : 어둠숲에서 발견된 용 사냥꾼 라울의 애검. 검에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매우 단단해서 부서지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 공격력 +50
▶ 파괴 되지 않는다.
▶ 라울의 정수가 담겨 있다.
꿀꺽―.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럴 리 없지.”
모든 것이 진짜였다.
[라울의 정수를 습득하시겠습니까?]그 순간,
눈앞에 알림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