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5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50화(50/150)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게 안에는 손님들로 붐볐다.
“하준아, 여기야!”
안쪽 테이블에서 손을 흔드는 남자를 보며 김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관리팀으로 가더니 신수가 훤해졌다?”
“훤해지긴…… 죽을 맛이야.”
“그래도 개발팀보다는 낫지 않아?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우리가 게임 개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에단의 허가가 떨어져야 가능하니 원…….”
테이블에 앉자마자 하준에게 소주잔을 내밀며 한숨을 푹 쉬는 남자는 하준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개발팀 맴버였던 최경태였다.
“한잔해라.”
커다란 덩치에 두툼한 손 덕분에 소주병이 작게 느껴질 정도였다.
“낫기는…… 내가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남의 뒤…….”
“응?”
“아냐. 아무것도.”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특정인을 감시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난 지금도 이해가 안 가. 왜 누나가 날 관리팀으로 보냈는지.”
“에? 한미연 이사님이?”
“응.”
최경태는 하준의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터라 그 역시 한미연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하준의 옆집에서 살며 친남매처럼 지내던 두 사람이었다.
“의외인데? 널 이블 테일 개발에 끌어들인 게 한이사님이시잖아? 그런데 갑자기 관리팀으로 발령을 내셨다고?”
“뭐…… 너도 알겠지만 개발 초기부터 누나와 나는 의견이 달랐잖아.”
A.I [에단]을 [이블 테일]의 메인 관리자로 두어야 한다는 그녀와 사람이 관리를 해야 한다는 하준의 의견 대립은 개발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일화였다.
“그렇긴 하지만…… 벌써 10년 전의 일이잖아. 이제 와서 갑자기?”
“그러니까.”
짠―.
우진은 잔을 부딪치고서 단숨에 들이켰다.
“아 참, 네가 전에 부탁했던 것 말이야. 칸이라고 했던가? 그 사람이 장비하고 있는 무기를 좀 알아봐 달라고 했잖아.”
“어. 처음 보는 것이었거든. 혹시 알아봤어?”
경태의 말에 하준이 다급히 물었다.
“근데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금 문제가 있었어.”
“……무슨 문제?”
“캐릭터 상태를 확인하려고 관리자 권한으로 들어가서 보려고 하니까 에단이 그걸 버그 체크로 받아들인 모양이야.”
“버그 체크?”
경태의 말에 하준의 낯빛이 창백하게 변했다.
“설마?”
“응. 잠깐이지만 로그아웃이 돼버렸어.”
쾅―!!!
“야!!! 그걸 이제 얘기하면 어쩌자는 거야!!”
들고 있던 소주잔을 테이블을 위로 내려치며 하준이 소리쳤다.
“진정해.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별게 아니라고? 이게 어떻게 별게 아냐?!”
“기껏해야 1, 2초 정도였어. 그리고 버그 픽스 체크가 가끔 랜덤으로 진행될 때가 있다는 걸 사람들도 알잖아.”
[에단]은 이례적인 업적을 이루거나 정상 범주 이상의 결과를 냈을 때, 플레이어가 비전투 상태일 경우 그런 식으로 확인을 할 때가 있었다.이 사실은 케르가가 미궁탑 8층을 공략하고 난 뒤 인터뷰에서 밝힌 일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문제가 됐으면 이미 컴플레인 걸었겠지. 아무 일 없잖아. 게다가 그 사람 로그아웃 관련해서 소란 피웠던 사람이라며.”
경태는 하준의 잔에 다시 술을 따르며 말했다.
“오히려 이번 일로 로그아웃이 정상적으로 된다는 게 확인되었으니 좋은 것 아냐?”
“……그건 이미 확인됐어. 그 전에도 로그아웃한 기록이 있더라.”
“그래? 그럼 더 상관없네. 뭐.”
“끄응…….”
하준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경태를 흘겨보고는 쯧― 하고 혀를 차고서 못 이긴 척 술잔을 들었다.
‘딱히 관리팀에 연락이 없었던 걸 봐서는 경태 말처럼 그냥 넘어간 거 같긴 한데…….’
그는 뭔가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참, 그리고 이제 다시 캐릭터 조회는 못한다. 캐릭터 정보는 원래 에단이 관리하니까. 정보 보호법 때문에 관리자 권한이라도 허가를 받아야 해.”
“알고 있어.”
하준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무기는 뭔지 알아냈어?”
“어. 라울의 용잡이 검이더라.”
“……그게 무슨 검이야?”
하준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10년 동안 [이블 테일]의 개발팀에 있었던 그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모를 수 있어. 그 검, 3차 업데이트와 관련된 아이템이거든.”
“3차? 그 사람이 3차 아이템을 얻었다는 거야?”
“응. 그 사람이 케르가의 기록을 갈아치운 사람이지? 그럴 수 있겠더라. 검에 고유 스킬이 붙어 있더라고.”
“고유 스킬이라니…… 그런 걸 어떻게 얻은 거지?”
“뭐, 그냥 운이 좋았던 것 아닐까?”
경태는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르며 여전히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운이라니…… 스킬까지 붙어 있는 무기를 그렇게 쉽게 얻는다고?”
그의 그런 여유로운 태도가 못마땅한 듯 하준은 다시 한번 눈을 흘겼다.
“그게 꼭 불가능한 것도 아냐. 애초에 어둠숲에 있던 무기거든.”
“어둠숲에……?”
“어. 너도 알다시피 서버에 이미 3차 시나리오까지 데이터는 모두 저장되어 있잖아.”
“그렇지.”
“그리고 데이터만 설치되어 있는 게 아니라 아이템의 일부는 게임상에 적용되어 이미 실체화되어 있고. 일종의 이스터 에그랄까?”
경태는 테이블에 놓인 꼬치를 입에 넣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도 이상해서 3차 업데이트의 시나리오를 훑어봤는데, 그 검 주인이 어둠숲에서 죽으면서 그곳에 검이 묻혀 있는 설정이더라고.”
“아니. 아무리 그렇다 해도…… 패키지 게임도 아니고 이스터 에그를 심어놓으면 어떻게 해? 네 말대로라면 아직 검 주인이 죽지도 않은 거잖아.”
“추론 시간상으로는 50년 정도 뒤니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겠지. 오히려 주인이 존재하지 않으니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고.”
“끄응―.”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아니, 사람이 아니었다.
“에단의 짓이지?”
“응.”
하준은 그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제길…… 이럴 거면 개발팀이 왜 있는 거야?”
그는 신경질적으로 잔을 들이켰다.
“뭐, 개발자들도 그런 장난을 치긴 하잖아. 오히려 에단이니까 다행이지. A.I가 하는 일인데 설마 혼동이 있겠나.”
“으휴, 속도 좋다. 우리가 만든 게임을 우리도 모르는 게 말이 돼?”
“어쩔 수 없잖아. 지금까지 오픈된 1차 시나리오야 우리 개발팀이 대부분 만들었지만 2, 3차 업데이트 내용 중에 우리가 만든 건 기껏해야 30%정도일걸.”
경태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블 테일]의 제작 기간은 약 10년.기본 시스템을 제외하고 1차 시나리오 개발에만 무려 7년이란 세월이 투자되었다.
만들어진 1차 시나리오를 토대로 2차 시나리오를 제작하는 데 걸리는 예상 시간은 무려 10년.
방대한 시나리오만큼 그와 관련된 퀘스트와 세부 사항을 만들려면 1차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에단]은 2년 만에 2차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3년 뒤 3차 시나리오를 완성해 서버 데이터에 저장시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개발팀이 예상했던 시나리오 볼륨의 몇 배에 달하는 방대한 세계관을 완성시킨 것이다.
[에단]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수십, 수백, 아니, 수천이 넘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한 퀘스트를 만들어냈다.사람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
하준 역시 그것을 잘 알기에 더 이상 경태를 나무라지 못했다.
“고유 스킬이라…… 그래서 그렇게 강한 건가.”
[연금술사의 실험실]에서 봤던 압도적인 칸의 무용은 지금도 하준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었다.“강하지. 내가 좀 알아봤거든. 그 검 주인 말이야. 3차 메인 시나리오 주인공들 중 한 명이더라고.”
꿀꺽.
갑자기 뭔가 싸해진 기분에 하준은 긴장한 표정으로 경태를 바라봤다.
‘그 사람…… 루엔 피르바스를 용병으로 고용하고 있잖아.’
2차 메인 시나리오 주인공 중 한 명을 동료로 만들었고, 3차 메인 시나리오 주인공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단순한 우연일까.
“잠재 등급이 S급 무기더라.”
“뭐? S급?! 지금까지 나온 네이밍 아이템 중에 젤 높은 거잖아!”
“꼭 그런 건 아니지. 케르가가 사용하는 무기도 잠재 등급이 S급이잖아.”
“그 사람은 이블 테일 최강자잖아! 미궁탑 최상층을 공략하고 있는 사람과 어둠숲에 있는 초보가 같아?”
“그러니까 오히려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너도 알지? 승급석으로 승급시킬 때 아이템의 잠재 등급이 더 높으면 승급이 불가능한 거.”
현재 C급부터 A급까지 존재하는 승급석.
상위 등급의 승급석으로 하위의 아이템을 승급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따금 일반 아이템이 아닌 특수한 아이템, 소위 네이밍 아이템이라 불리는 이름을 가진 장비들이 있었다.
그런 장비들은 서버 내에서도 단 한 개만 존재한다.
미궁탑 7층의 보스인 검투사 타이만에게서 얻은 도검, [피의 갈증]도 그와 같은 것이었다.
이런 네이밍 아이템엔 잠재 등급이라는 것이 존재 하는데, 현재 등급이 낮아도 잠재 승급이 승급석보다 높으면 승급이 불가능하다.
특정한 조건을 충족시켜 승급을 하라는 의미였는데, 그래서 네이밍 아이템을 가진 플레이어들은 승급석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승급석을 통해 잠재 등급을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 B급 도검인 [피의 갈증]을 A급 승급석으로 승급하려 했을 때 불가능했기에, 그것이 최소 A급 이상의 무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 검은 케르가의 애검이 되었다.
“S급 아이템잖아. 애초에 승급석이 지금 A급까지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무슨 수로 승급시키겠어.”
“그건 모르지. 이제 개발팀이라고 다 아는 것도 아니잖아. 어딘가 S급 승급석이 있을 줄 어떻게 알아?”
“그래도 괜찮아. 무기를 승급한다 해도 고유 스킬의 등급을 올리진 못할 테니까.”
“왜?”
“라울의 정수를 승급하려면 B등급 퀘스트 3개를 클리어해야 하더라고. 너도 알겠지만 B등급은 중앙 대륙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워.”
경태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술잔을 들어 피식 웃었다.
“그런데 어둠숲에 있는 사람이 무슨 수로 B등급 퀘스트를 3개나 할 수 있겠어?”
* * *
[헤르만의 마술 상자가 발동합니다.]달그락― 달그락―.
검을 집어삼킨 상자가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퓨슈슛―――!
상자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승급이 실패했습니다.]끼릭― 끼릭―.
상자의 뚜껑이 들썩였다.
[헤르만의 마술 상자가 당신의 과욕을 비웃습니다.] [대가로 상자가 안에 넣은 아이템을 부숩니다.]“거 보라니까.”
찰슨은 방 안을 가득 채운 연기를 손으로 저으며 피식 웃었다.
“괜히 악마의 상자라 불리는 게 아니야. S급 장비도 승급할 수 있는 엄청난 물건이지만…… 확률이 10%라니까? 어느 미친놈이 그런 고위급 장비를 넣겠어?”
그는 상자 뚜껑을 퉁퉁 내리쳤다.
“D급 무기니까 뭐 잃어도 아쉬울 것 없으니 넣은 모양이네만…… 욕심이 과했어.”
찌그덕― 찌그덕―.
“……음?”
그때, 들썩이는 상자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쿠쾅―!!!
들썩이던 상자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뭐, 뭐야?”
찰슨은 그 모습에 놀란 듯 뒤로 물러섰다.
[파괴 불가 아이템입니다.]퍼엉―!!!
조금 전과 달리 시커먼 연기가 상자 안에서 뿜어져 나오며 뚜껑이 힘없이 열렸다.
[상자가 아이템을 부수는 데 실패했습니다.] [상자의 저주가 되돌아옵니다.] [대가로 상자 안에 넣은 아이템이 강제 승급됩니다.]“이, 이게 무슨…….”
[축하합니다.] [라울의 용잡이 검이 승급되었습니다.] [D → C]“욕심이 뭐라고 했더라?”
상자 안에서 검을 꺼내며 우진이 찰슨을 바라봤다.
이름 : 라울의 용잡이 검
등급 : C
설명 : 어둠숲에서 발견된 용 사냥꾼 라울의 애검. 검에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매우 단단해서 부서지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 공격력 +150
▶ 파괴되지 않는다.
▶ 라울의 2번째 정수가 담겨 있다.
50이었던 공력력이 무려 3배나 증가했다.
우진은 검을 살펴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한데 공격력뿐만 아니라 달라진 게 하나 더 있었다.
“……2번째 정수?”
[보유한 라울의 정수의 등급이 낮습니다.]▶ 정수를 승급해야 2번째 정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으음…….”
우진은 붉은색의 경고창을 보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띠링―.
그때였다.
“……어?”
[모든 영혼을 수집하였습니다.]▶ 수집된 영혼의 수 : 10,000/10,000
품 안에서 떨리는 뭔가를 꺼냈다.
콜슨에게서 얻었던 [망자의 지참금]이었다.
파르르 떨리며 빛나는 동전을 움켜잡자 알림창의 내용이 바뀌었다.
[B등급 – 지옥문]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맞아. 이게 있었지.’
창세단이 진행하고 있던 퀘스트였다.
[B등급 이상의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라울의 정수에 경험이 쌓입니다.
▶ 남은 횟수 : 3/3
“……!!”
퀘스트 완료 메시지와 함께 쥐고 있던 검이 빛나기 시작했다.
[정수의 승급이 가능합니다.] [라울의 2번째 정수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솨아아아악―――!!!
그 순간, 새하얀 빛이 그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