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51)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51화(51/150)
“!Ò$Ò$…… !ÒÒ#$Ò%!!!”
어렴풋 찰슨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물속에 빠진 것처럼 먹먹한 느낌과 함께 그의 외침은 서서히 사라졌다.
무너지는 육체와 함께 우진의 의식이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떨어지듯 빠져들었다.
찌이이잉…….
날카로운 이명에 우진은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여긴…….”
적막한 어둠 속에서 그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차가운 냉기가 느껴졌다.
“……눈?”
우진이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나둘 떨어지는 눈송이와 함께 어두웠던 시야가 순식간에 환해졌다.
“뭐 해? 어서 오지 않고.”
그때였다.
눈 덮인 산맥 위에서 자신을 향해 말을 거는 남자.
우진은 그를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에 입술을 깨물었다.
“……라울?”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보이던 주름과 흰머리는 온데간데없었다.
죽음의 문턱이 아닌 강함이 느껴지는 얼굴.
젊은 시절의 그였다.
“사냥해야지.”
우진은 내민 손을 움켜잡았다.
“조금만 힘내. 이제 여기만 올라가면 끝이야.”
그는 성큼성큼 눈을 헤치고 올라가는 라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자신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인 양 자연스러웠다.
‘과거 회상 신 같은 건가…….’
이따금 특정 아이템을 얻었을 때 그 안에 저장되어 있는 신들이 플레이어에게 재생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기억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벨리안의 둥지에 입장하였습니다.] [지독한 냉기가 느껴집니다.]▶ 체력이 10% 감소합니다.
▶ 속도가 10% 감소합니다.
▶ 지속적으로 1분당 체력의 1%가 감소합니다.
꿀꺽.
우진은 긴장한 얼굴로 앞을 바라봤다.
빙룡 벨리안.
라울이 사냥했던 3번째 용.
그는 기억을 떠올렸다.
라울은 벨리안을 사냥하고 용천이란 검술을 만들어냈다고 했었다.
-또 왔는가.
자신의 레어에 무단으로 들어온 침입자를 향해 벨리안은 오히려 익숙한 듯 물었다.
-몇 번째지? 질리지도 않고 나를 찾아오는구나.
“네가 나를 죽이지 못했으니까.”
라울의 말에 벨리안의 입술이 씰룩였다.
용의 얼굴은 표정을 알기 어려웠다.
웃는 것인지 비웃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라울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살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죽이지 못했다라…… 죽이지 않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너무 정 주지 마. 난 너를 죽일 거다. 광룡 다뮈네도 나를 그런 식으로 봐주다가 결국 3쌍의 날개가 모두 찢겨 나갔거든.”
-다뮈네…… 그녀는 너무 물러. 인간을 사랑하던 몇 안 되는 용 중에 하나니까.
오싹.
주위를 가득 채운 냉기가 순간 마치 가시가 된 것처럼 우진의 피부를 날카롭게 찔렀다.
-하지만 나는 달라.
빙룡이 날개를 펼쳤다.
그러자 날카로운 폭풍이 두 사람을 덮쳤다.
“크윽?!”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의 매서운 광풍에 우진이 팔을 들어 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온다.”
라울이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어쩐지 들떠 있는 목소리.
“하나, 둘, 셋, 넷…….”
그는 뭔가를 기다리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에 맞춰 벨리안의 머리 위로 마법진이 증식되기 시작했다.
마법진이 완성되었을 때, 우진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중첩 마법진이 열다섯 개라고?’
최상급 마법사라 불리는 적색 마녀조차 혼자서는 2개가 고작이었고, 10인 이상 마법사들이 만들 수 있는 마법진도 3중첩이 최대치였다.
콰아앙―――!!!
마법진이 빛나는 순간, 용의 브레스가 라울을 향해 쏟아졌다.
“……!!”
라울이 우진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콰가가가가가각―――!!
그 순간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둥지 밖의 산맥이 통째로 브레스에 날아가 버렸다.
“가자.”
말도 안 되는 위력에 멍한 표정으로 굳어버린 우진을 향해 라울이 말했다.
파앗―!!
라울이 지면을 밟은 다리에 힘을 주었다.
공중에 뜬 그가 허공을 밟자 발밑에 바람이 일었고, 순식간에 벨리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흐르듯 라울의 몸이 미끄러지며 빙룡과의 거리를 좁혔다.
둘의 거리는 지척.
우진은 빙룡의 발등을 밟고 튀어올라 공중에서 방향을 틀었다.
순간적이지만 그의 등 뒤에 날개 같은 게 보이는 것 같았다.
천사의 것처럼 영롱한 것이 아닌, 독수리의 것처럼 검고 거친 것이었다.
-드루이드의 술법?
빙룡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래, 배우느라 좀 고생했지.”
콰즈즈즉……!!!
지그재그로 비행하며 빙룡의 눈을 피해 라울이 검을 찔러 넣었다.
‘됐다.’
역린을 향해 검을 찌르려는 순간.
-쓸데없는 걸 익혔구나.
“……?!!”
그의 중심이 무너졌다.
찌르기 공격을 위한 디딤이 되는 오른쪽 다리가 없었다.
허벅지 아래에서부터 붉은 핏물이 뿜어져 나왔고, 그는 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컥!”
그의 몸이 수미터를 튕겨 굴러갔다.
“라울……!!!”
우진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오지 마!!!”
그 순간 그가 외쳤다.
그의 눈빛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처음이라면 알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이세계에서 그와 함께했던 시간 때문에 우진은 그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흐아아아아―――!!!”
방향을 틀어 우진이 검을 휘둘렀다.
카앙―!!
하지만 그의 검은 빙룡의 날개에 막혔다.
-고작 그런 검이 내게 닿을 것 같으냐.
벨리안의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제길.”
우진은 게임이라는 것도 잊은 채, 진짜 같은 공포에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잘했어.”
그때였다.
우진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벨리안의 뒤로 라울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고개를 돌린 순간,
푸욱―!!
라울의 검이 벨리안의 역린을 잘라 버렸다.
-크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빙룡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날뛰는 용의 머리 위에서 라울이 계속 검을 휘둘렀다.
푸른색 영롱한 용의 비늘이 눈덩이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어, 어떻게?”
잘렸던 다리가 온전하게 붙어 있는 라울을 우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네, 네놈…… 결국 마법까지 익힌 건가!
‘마법?’
벨리안의 말에 우진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래. 네놈들의 심장을 먹은 보상이지.”
잘린 다리를 붙이는 일.
제법 고위급 마법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드루이드의 술법뿐만 아니라 마법까지……? 라울이 저런 걸 할 수 있었나?’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본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우진 역시 이세계에서 라탄의 마력을 흡수해 마법을 썼던 적이 있으니까.
마력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드래곤 하트.
라울은 그것을 생으로 먹었으니 마력을 가진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용의 마력은 너를 갉아먹을 것이다.
“상관없어. 그 전에 네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면 그만이니까.”
역린이 잘린 벨리안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라울을 바라봤다.
-넌 이미 드래곤 하트를 3개나 먹었다. 나의 것까지 먹으면 너는 필시 죽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할 것이냐.
“할 거야. 그것이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면.”
-어째서 너는 그리 강함에 집착하는 거지?
“미궁탑을 공략하기 위해서.”
욱신―.
그 순간 우진의 뺨이 씰룩였다.
‘라울도…… 미궁탑을 공략했었구나.’
우진은 벨리안의 말에 궁금해졌다.
생각해 보니, 단순히 라울이 히든 클래스인 용 사냥꾼이라는 사실만 듣고, 그가 어째서 용을 사냥해 왔는지 묻지 않았다.
-용을 사냥하는 것이…… 미궁탑 때문이었나.
“그래. 너희들은 방관자들이니까. 그 강함을 가지고서도 미궁탑을 외면해 왔으니까. 쓰지도 않을 힘이라면…….”
푸욱―.
라울은 벨리안의 배에 검을 밀어 넣었다.
“내가 가지겠다.”
-클클…… 대단하다 못해 지독한 녀석이로군.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벨리안은 죽음을 받아들이려 눈을 감았다.
-아쉽구나. 분명 다른 길이 분명 있었을 텐데…….
“다른 길? 그런 건 없어.”
촤아아악―――!!
라울은 그의 마지막 유언에 차갑게 대답하며 배를 갈라 몸 안에 들어 있던 드래곤 하트를 꺼냈다.
“이제 마지막 한 마리 남았어…….”
그는 마치 스스로 다짐을 하는 것처럼 낮게 중얼 거렸다.
“칸. 자네 덕분이야. 자네가 놈의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죽일 수 있었어.”
그는 벨리안의 드래곤 하트를 우진에게 건넸다.
“이건 자네 몫이야.”
우진은 굳은 얼굴로 영롱한 푸른 보석을 바라보았다.
“용마력은 단순한 마력이 아니야.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 힘이지. 날 봐서 알겠지? 마법과 정령술, 그뿐만이 아니라 검술까지.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게 해주지.”
“이걸…… 제게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라울은 그의 물음에 웃었다.
“왜긴. 자네에게도 기회를 주려 하는 것이지.”
“기회요?”
“나와 함께 용을 사냥하지 않겠는가?”
“……!!”
띠링―.
그 순간, 우진의 눈앞에 창 하나가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히든 클래스를 발견했습니다.] [용 사냥꾼으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전직 시 유니크 클래스 ‘용살자’ 퀘스트를 진행 할 수 있습니다.
[전직하시겠습니까?]우진의 눈이 커졌다.
‘유니크 클래스…….’
그야말로 모든 플레이어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진은 떨리는 눈으로 시스템 창을 바라봤다.
젊은 시절의 라울은 이토록 강했다.
이세계에서 만났던 노년의 라울도 강했지만, 지금의 그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걸 선택하면 나도 그처럼 강해질 수 있다.’
우진의 마지막 목표는 이세계에 있는 미궁탑의 마지막 층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게임 속에서 얻은 힘으로 마지막 층을 공략해서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였다.
‘이걸로…… 정말 괜찮은 건가?’
이토록 강한 라울도 결국 미궁탑을 공략하지 못했다.
미궁탑의 마지막 층.
99층까지 공략하면 미궁탑이 무너지며 마지막 층은 상공 위에 떠 있게 된다.
‘인류는 부유성이 된 마지막 층에 도달할 방법이 없었다고 했어.’
하늘엔 무수한 마물들이 있었고, 제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들도 100층에 도달하기 전 마물들에 의해 처참히 죽어 나갔다.
“조금 더 강해지고 싶다는 바보 같은 욕망에 손을 대서는 안 될 짓을 하고 만 거야.”
우진은 라울이 그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쉽구나. 분명 다른 길이 분명 있었을 텐데…….
[수락] 버튼을 누르려던 그의 손가락이 꿈틀 떨렸다.다른 길.
죽는 순간, 벨리안은 분명 그리 말했다.
‘……설마?’
생각에 잠겼던 우진은 결심을 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라울. 저는 용 사냥꾼이 되지 않을 겁니다.”
[전직을 취소했습니다.]잘한 일일까?
유니크 클래스를 포기하다니…….
시스템 창을 끄는 그 순간에도 우진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왜지? 자네라면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데?”
그의 대답에 젊은 라울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미궁탑을 공략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용을 죽여서 얻는 힘이 아니니까요.”
“그래. 이해는 하네. 용의 힘은 대단하지. 하지만 그들은 방관자야. 인류가 그토록 도움을 부탁했지만 묵묵부답이었어.”
라울은 드래곤 하트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드래곤 나이트라도 될 생각이라면 포기하게. 놈들의 수족이 된다고 놈들이 우리를 도와줄까?”
그의 목소리에 분노가 서렸다.
“전 부탁할 생각도, 수족이 될 생각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죽여 빼앗을 생각도 없습니다.”
“……그럼?”
“명령할 겁니다.”
“……뭐?”
라울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저는 그들 위에 군림할 겁니다.”
띠링―.
그 순간, 다시 한번 알림이 울렸다.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명 : 용 군주]▶ 선택 시 레전드 클래스 ‘용 군주’ 퀘스트를 진행 할 수 있습니다.
우진의 앞에 붉은빛으로 일렁이는 창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