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52)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52화(52/150)
지이이잉…….
지이이이잉…….
“으…… 머리야.”
오랜만에 쉬는 주말이었기에 느긋하게 침대에 파묻혀 있던 하준은 계속해서 울리는 진동에 부스스하게 눈을 떴다.
“어제 너무 마셨어…….”
몇 차까지 간 지 기억도 나지 않을 경태와 술자리를 원망하며, 그는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핸드폰을 열었다.
“푸웁……!!”
하지만 액정에 뜬 이름을 본 순간, 그는 머금었던 물을 뿜어내며 자신도 모르게 번쩍 일어서고 말았다.
“네!! 티, 팀장님!!”
-너 이 자식!! 뭐 하고 있는데 전화를 여태 안 받는 거야!!!!!
핸드폰 너머로 귀를 때리는 고준철 팀장에 외침에 하준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죄, 죄송합니다.”
-지금 무슨 일이 났는지 알기나 해? 당장 회사로 튀어와!!!
뚜…… 뚜…….
신호음만 남은 핸드폰을 바라보며 하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뭐야? 무슨 일인지 설명이라도 해줘야…….”
* * *
“안녕하십…….”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후다닥 옷을 입고 관리팀의 문을 연 하준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아직까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하준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 순간,
중앙 모니터에 떠 있는 붉은색 문구를 보고서 자신도 모르게 헉 하고 말았다.
[퀘스트명 –용 군주 발동]“……용 군주?”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나 모니터를 바라봤다.
“설마 저거 레전드 클래스 퀘스트 말하는 겁니까? 도대체 누가……?”
개발자 출신이었기에 하준은 누구보다 퀘스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유니크 클래스도 아직 획득한 사람이 없는 현 시점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
그런데…….
불가능한 일이 지금 눈앞에 일어난 것이었다.
“누구긴 누구야. 칸이지.”
“……네?”
사무실 안쪽에서 걸어 나온 고준철이 하준을 노려보며 말했다.
“칸이 용 군주 퀘스트를 발동시켰어.”
“그, 그럴 리가…….”
“솔직히 말해봐. 자네, 뭐 알고 있는 거라도 있나?”
“그게…….”
하준은 그의 물음에 인상을 구겼다.
‘경태 이 자식…… 절대로 그럴 일 없다면서!!’
바로 다음 날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하지만 친구를 원망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칸을 감시하는 것은 자신의 업무였으니까.
“칸이 사용하고 있던 무기가 용잡이 라울의 검이라는 네이밍 아이템이었습니다.”
“……네이밍 아이템?”
“네. 고유 스킬이 부과되어 있는 무기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게 클래스 관련 퀘스트까지 열 수 있는 건지는 저도 몰랐습니다.”
하준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대답했다.
“무기 안에 라울의 정수라는 고유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정수가 있는데, B등급 퀘스트 3개를 클리어해야 승급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B등급 퀘스트를 세 개?”
“네. 사실상 B등급 퀘스트는 공격대 이상급 퀘스트라…… 어둠숲의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준철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너. 말을 잘한다?”
“……네?”
“항상 물어보면 쭈뼛쭈뼛 대답도 못하던 녀석이 어쩐 일로 오늘은 이렇게 청산유수지?”
“아뇨. 그, 그게…….”
“따라와.”
고준철은 자신의 방으로 그를 불렀다.
쾅一!!
거칠게 닫히는 방문 소리에 하준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누구야.”
“……네?”
“분명 난 감시만 하라고 했는데 언제 플레이어 데이터를 훔쳐본 거지?”
꿀꺽―.
하준의 목젖이 떨렸다.
“너 분명 무기에 대해서 설명할 때 클래스 관련 퀘스트까지 열 수 있는지는 몰랐다고 했어. 그 말은 네가 직접 조사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들었다는 얘기겠지.”
“죄, 죄송합니다.”
“사과를 들으려고 묻는 게 아니잖아! 네가 사과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고준철이 그의 앞에 다가섰다.
“이건 일이야. 사과가 아니라 해결 방법을 제시하라는 말이야! 지금 필요한 건 플레이어 칸이 어떻게 용 군주 퀘스트를 발동시켰느냐라고. 알겠어?”
꿀꺽.
팀장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하준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게…….”
“알아. 플레이어 데이터는 이제 확인할 수 없다는 거지?”
고준철은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
“장비를 확인하려면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야 할 테니 개발팀에서 한 일이겠지. 널 도와준 사람이 누군지, 그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 올려.”
“……알겠습니다.”:
“그가 B등급 퀘스트를 어떻게 클리어한 건지, 어떤 상황인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아내. 알겠나?”
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탈칵―.
고준철이 그를 내보내고 다시 문을 닫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같이…… 괜히 쓸데없는 짓을 했어.’
잘해보려고 했던 것이다.
칸의 압도적인 힘을 본 순간, 우진은 어째서 그에게 특별 감시 지시가 내려졌는지 이해가 갔다.
그러기 때문에 궁금했다.
그 힘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말이다.
‘아냐…… 아니잖아. 그런 게.’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관리자로서의 임무를 잘해보려던 게 아니었다.
칸의 검을 본 순간, 개발자로서 호기심이 일었던 것이다.
처음 보는 무기에 대한 궁금증.
그걸 알아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하준은 입술을 깨물며 복도 밖에서 모니터를 바라봤다.
[퀘스트명 –용 군주 발동]유니크 클래스도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용 군주의 발동은 그야말로 최초의 최초인 사건.
이 사건이 [이블 테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후우…… 어떻게 해야 하지?”
에단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이제 그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없는데.
고민하는 그와 달리, 이제 확실해진 것이 있었다.
우진을 옭아매던 관리자라는 족쇄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 *
“……괜찮은가?”
우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잡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긴?”
“어디긴, 내 집이지. 검을 잡더니 갑자기 쓰러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는가.”
누워 있던 침대 옆엔 찰슨이 있었다.
“괜찮으세요?”
그리고 루엔과 페론이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은 이미 밤이 된 듯 깜깜해져 있었다.
“아니, 무슨 게임이 사람을 진짜로 기절시킨답니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으셨으면 관리자 호출로 욕을 한 바가지 했을 겁니다.”
“잘했어.”
“네? 아, 부를 걸 그랬나요?”
“아니. 그 반대야. 부르지 않은 걸 잘했다는 뜻이야. 앞으로도 내게 무슨 일이 생겨도 관리자를 부르는 짓은 하지 마.”
우진의 대답에 페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인 겐가?”
“검 안에 들어 있던 정수의 기억을 봤어. 용 사냥꾼에 대한 기억이더군.”
“용 사냥꾼?”
“용 사냥꾼이요?!”
그의 말에 찰슨과 페론이 놀라며 되물었다.
“용 사냥꾼이면 히든 클래스 중 하나지 않습니까. 형님, 혹시 용 사냥꾼 퀘스트를 얻으신 겁니까?”
“뭐, 비슷해.”
그보다 더 대단한 용 군주 퀘스트라는 걸 알면 아마도 까무러칠지 몰랐다.
“하지만 용을 만나려면 중앙 대륙으로 가야 하니……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용은 [이블 테일]의 이종족 중에서도 가장 베일에 감춰진 종족이었다.
알려진 정보라고 해봐야 공식 홈에 있는 것이 전부였고, 용을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레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데, 그렇기 때문에 설정만 있을 뿐 아직 업데이트가 된 게 아니라는 사람들마저 나왔다.
“찰슨, 대륙에 존재하는 다섯 용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혹시 아는 게 있나?”
“용이라…….”
우진의 물음에 찰슨은 슬쩍 턱을 쓸며 중얼거렸다.
“글쎄. 용에 대한 정보는 워낙 없으니 말이야. 다만 그래도 한 곳을 꼽자면 중앙 대륙에 용맥이라 불리는 레블라 산맥이겠지.”
“용맥?”
“그렇다네. 과거에 용의 성지라고 불리기도 했던 곳이거든. 고룡(古龍) 스카쟈의 레어가 있다고 하는데…… 글쎄, 아직까지 살아 있는지는 모르지.”
“흐음. 그렇군.”
퀘스트를 받긴 했지만 아직 중앙 대륙에 들어가지도 못할 저레벨이었기에 공략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레벨을 올려야 하나…….’
우진은 고민이 되었다.
레벨을 올린다고 해서 과연 자신이 용을 굴복시킬 수 있을까?
우진은 퀘스트 창을 불러냈다.
[퀘스트명 : 용 군주]▶ 등급 : SSS
▶ 대륙에 존재하는 다섯 용 중 하나를 굴복시키면 용 군주로 전직 가능.
▶ 타 직업으로 전직 시 퀘스트는 자동 소멸된다.
용 군주는 직업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퀘스트에 적혀 있는 것처럼, 용 군주로 전직하기 위해서는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없다.
‘벨리안을 사냥하기 위해 라울은 용의 심장을 먹고 검술뿐만 아니라 온갖 스킬까지 익혔었어.’
그런 용을 상대로 전직도 하지 않은 채 초기 클래스인 전사로 이길 수 있을까?
우진은 퀘스트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뭔가…… 내가 놓친 게 있는 걸까.’
“흐음…….”
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다들 쉬게나. 자네들도 방을 내어주지.”
찰슨의 말에 루엔과 페론이 머뭇거리며 우진을 바라봤다.
“그래. 각자 할 일을 하도록 해. 쉬어도 좋고 사냥을 해도 좋고.”
우진은 페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페론, 너도 얼음굴을 공략하면서 50레벨이 되었지?”
“네. 그렇습니다.”
“먼저 중앙 대륙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어.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찰슨을 통해서 사도록 하고.”
우진은 인벤토리에서 골드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1만 골드야.”
“켁……? 이렇게나 많이요?”
“나머지 돈은 중앙 대륙에서 거점으로 삼을 만한 장소가 있는지 알아보는 데 쓰도록 해.”
“거점이라면…… 역시 클랜을 만들 생각이시군요?”
“내가 아니라 네가 만들 거야.”
“……네?”
“일전에 내가 말했었지? 나는 네게 정보를 사겠다고. 내가 가기 전까지 너는 중앙 대륙의 정보를 모으도록 해.”
“정보라면…….”
“클랜들의 현황, 왕국과 각 세력의 분위기, 던전, 미궁탑, 몬스터…… 필요하다 생각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우진은 그를 바라봤다.
“할 수 있겠어?”
“……알겠습니다.”
페론은 뭔가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지금까지 대형 클랜들의 의뢰를 받아 온갖 일을 해왔던 이유가 그들의 도움을 받아 중앙 대륙에 입성하기 위함이었다.
그랬던 그가 혼자서 중앙 대륙에 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신 빨리 오셔야 합니다.”
우진이 건네는 돈을 받으며 페론은 머쓱하게 웃었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걸 가지고 가서 므하 교단의 카히라를 찾도록 해. 내 이름을 얘기하면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므하 교단이요?”
십자가를 받아 든 페론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므하 교단이면 중앙 대륙의 왕국들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곳인데…….’
어둠숲에만 있던 우진이 어떻게 그들과 연이 닿아 있는지 그로서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웬만하면 울드아 연합보다는 교단의 힘을 빌리도록 해. 괜히 플레이어들 간의 분쟁이 생기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명심하겠습니다.”
페론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거기 누구 없나! 이리 와서 이 친구를 창고에 데려가도록 해.”
꿈에 그리던 중앙 대륙으로의 진출에 대한 열망 때문인지 들썩이는 페론을 보고는 찰슨이 소리쳤다.
“필요한 게 있으면 골라보게. 자네에겐 특별히 정가에 주도록 하지.”
“선심 쓰는 척하긴…….”
“킬킬. 밀수품을 정가에 주는 거면 아주 큰 선심이지. 안 그래?”
우진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자, 자! 다들 돌아가자고. 그에겐 휴식이 필요하니까 말이야.”
짝! 하고 박수를 치며 주위를 환기시킨 찰슨이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
[찰슨의 접대실]▶ 일정 시간 이상 머물 시 체력과 상태 이상 회복의 효과를 가집니다.
▶ 회복량은 여관과 동일합니다.
▶ 안전하게 로그아웃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떠나자 우진은 알림을 울렸다.
“…….”
그는 물끄러미 알림창에 있는 마지막 줄을 읽었다.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Yes / No]하지만 광장 때와는 달리, 마지막 알림창의 글자가 깨져 있었다.
“후우…….”
아무리 눌러도 반응 없는 버튼을 뒤로한 채 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로그아웃을 해서 현실로 돌아갔을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오롯이 이곳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혼자 남은 우진은 침대에 앉아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봤다.
“라울…….”
비록 자신이 기억하던 모습은 아니지만 이렇게 게임 속에서 그를 만나자 묘한 기분이었다.
“……어?”
그때였다.
“이제 마지막 한 마리 남았어…….”
불현듯 라울의 말이 떠올랐다.
벨리안은 분명 그가 죽인 3번째 용이었다.
‘마지막 한 마리?’
그의 말이 맞다면 남은 용은 4번째 용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퀘스트명 : 용 군주]▶ 등급 : SSS
▶ 대륙에 존재 하는 다섯 용 중 하나를 굴복시키면 용 군주로 전직 가능.
▶ 타 직업으로 전직 시 퀘스트는 자동 소멸된다.
우진은 다시 한번 퀘스트 창을 불러왔다.
“어째서…… 다섯이지?”
그의 눈빛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