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53)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53화(53/150)
콰앙――!!!
“찰슨!!!!”
“아이쿠, 깜짝이야.”
거칠게 열린 문소리에 침대에 누워 있던 찰슨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아니, 쉬라니까 밤중에 웬 난리야?”
“용…… 그러니까 용이 왜 다섯 마리지?”
우진의 물음에 찰슨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자네 술 마셨나?”
“끄응, 그럴 리가. 내 말은 혹시 다른 용이 더 있는지 물어본 거였어.”
“다른 용이라……? 뭐,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용에 대한 정보는 워낙 적어서 말이야. 대륙에 알려진 용 이외에 다른 용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 말은…… 용이 꼭 4마리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애초에 4마리라고 누가 그랬는데?”
찰슨의 말에 우진은 아차 싶었다.
‘라울의 나이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세계가 50년 뒤라는 걸 감안하면 적어도 검의 기억은 적어도 지금으로부터 최소 30년 뒤일 거야.’
30년 사이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사이 용의 수가 변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제길…….’
찰슨의 답에 우진은 조금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실례했군.”
우진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용의 숫자가 많았거든. 혹시 그 용이 어둠숲에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1차 전직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어진 퀘스트였다.
그렇기에 우진은 이 퀘스트가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기 이전에도 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둠숲에 있는 용?”
“내가 성급했어. 돌아가도록 하지.”
우진은 찰슨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자, 잠깐!!”
그때였다.
찰슨이 눈을 번뜩이며 그를 불렀다.
“있어.”
“……뭐?”
“있단 말일세! 어둠숲의 용!!”
그가 잠옷 바람으로 침대 밖을 튀어나오며 우진을 향해 소리쳤다.
“하하,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꼭 용이 아니어도 용인데 말이야!!”
“……무슨 소리야. 용이 아닌 용이라니? 술을 마신 건 오히려 당신 같은데.”
“크크크큭!!”
하지만 우진의 말에도 찰슨은 기쁜 듯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인룡(人龍)!”
찰슨은 한쪽 입꼬리를 씨익 하고 올리며 그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인간이면서 용의 지혜를 가졌다고 칭해질 만큼 대단한 불세출의 천재.”
그는 벽에 걸린 지도를 떼어내 우진의 앞에 펼치며 말했다.
“대현자 하퍼 그웨인.”
띠링―.
찰슨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지도의 위치를 본 순간, 우진의 귀에 알림이 울렸다.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명 : 대현자(大賢者)]▶ 등급 : B
▶ 초심자 지역 어딘가에 살고 있는 대현자를 찾아라.
간단하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퀘스트였다.
‘이제는 받았다 하면 B등급이군.’
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을 걸세.”
찰슨은 지도 위에 올린 손가락을 툭툭 두들기며 그에게 말했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검게 칠해져 있을 뿐.
“미개척 지역이로군.”
우진은 검은 영역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맞아. 짙은 안개가 껴 있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곳이지. 그래, 얼음굴처럼 이곳도 중앙 대륙을 밟은 자들은 들어갈 수 없더군.”
‘입장 레벨이 50 미만으로 제한된다는 거군.’
하긴 당연한 일이었다.
중앙 대륙의 플레이어들이 탐사가 가능했다면, 지금까지 미개척 지역이 남아 있을 리 없으니까.
‘케르가가 이곳을 남겨둔 건…… 아마도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던 것이겠지.’
그를 포함해서 현존하는 대부분의 탑 랭커들이 [이블 테일]을 시작했던 초창기엔 지도를 밝히는 탐사보다는 레벨을 올려 중앙 대륙으로 가는 것이 주였으니까.
우진은 지도의 위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둠숲의 끝자락.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는 차원문이 있는 백화곡에서 계속 아래로 내려가면 있는 지역이었다.
“귀신 들린 항구…….”
“……음? 자네 방금 뭐라고 한 거지?”
그의 말에 찰슨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아냐. 아무것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고운의 지도에서 봤던 곳이야.’
“이곳 말입니까? 음…… 제가 알기론 이곳에 낡은 등대가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매일 자정이 되면 등대가 불을 밝히는데, 놀랍게도 확인을 해보니 등대 안엔 시체 한 구뿐이였다네요.”
그는 고운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글쎄요. 그 시체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떠도는 소문 아닐까요?”
‘등대에 있던 시체. 혹시 그게 대현자인 건 아닐까?’
50년 뒤인 이세계에서는 시체였다 해도 현재 게임 속에서는 살아 있을 수 있는 법.
‘만약 그 시체가 대현자의 것이라면……. 그는 그곳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찰슨, 백화곡에 항구가 있던데. 당신 배가 있다면 살 수 있을까? 제일 튼튼한 배로.”
“배? 자네 아까 뭔가 생각하는 것 같은데…… 미개척 지역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거지?”
“딱히. 자세한 건 나도 몰라. 다만 위치를 봤을 때 해안이 이어져 있는 곳이니까. 지상으로 가는 것보다는 배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흐음…… 아무리 봐도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찰슨은 우진을 흘겨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좋아. 검은 안개에 가기에 딱 맞는 배가 한 척 있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은 배라구.”
“당신이 이렇게 쉽게 배를 줄 리 없는데?”
“클클, 대신 미개척 지역의 탐사가 끝나면 내게 그곳에 대한 정보를 팔지 않겠나?”
그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우진에게 말했다.
“배는 공짜로 얻고 정보값은 벌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일 아니겠는가.”
“거기서 나온 정보로 당신은 중앙 대륙에서 장사를 할 테고 말이지?”
“클클, 어차피 아덴 무역회는 자네를 후원할 테니 회사가 커지면 서로 좋은 일이지 않겠나.”
띠링―.
[서브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명 : 미개척 지역 탐사]▶ 등급 : C
▶ 초심자 지역의 미개척 지역을 탐사하여 찰슨에게 보고하라.
▶ 퀘스트 완료 시 아젠 무역회와의 외교 단계가 크게 향상됩니다.
▶ [현재 외교 단계 : 우호]
‘서브 퀘스트라…….’
어차피 가야 할 곳이었으니 우진으로서도 손해 볼 일이 아니었다.
“좋아.”
퀘스트 창을 빠르게 훑으며 그는 찰슨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크큭, 이거 잠이나 잘 때가 아니로군. 당장 항구로 가서 준비하도록 하지!! 최고의 배를 내어줄 테니 기대하라고!!”
찰슨은 들뜬 목소리로 소리치며 잠옷 바람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 * *
“자자! 서둘러, 이놈들아!!”
“거기 상자 조심해! 네 몸값의 열 배는 더 나가는 것들이라고!!”
새벽의 항구는 소란스럽고 활기가 넘쳤다.
“우…… 졸려요.”
루엔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우진의 팔에 팔짱을 끼며 몸을 기울였다.
“뭐래?”
“……헉!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한 자신의 행동에 순식간에 잠이 달아난 듯 루엔은 소스라치게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 그나저나…… 미개척 지역으로 가신다고요?”
“응.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관문이야. 우리에게 어울리는 일이지 않아?”
“신기해요. 마스터는 어쩐지 즐거워 보이시네요.”
“지금까지 아무도 못한 일이니까.”
“두렵진 않으세요?”
우진은 그녀의 말에 피식 웃었다.
“두려워. 매 순간이.”
게임을 하면서 두렵다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니, 있긴 있을까?
“그러니까 해보는 거지.”
우진은 항구에 정박해 있는 선박을 바라봤다.
“당신이 칸이오?”
선박의 갑판 위에서 한 남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우진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찰슨 씨에게 들었소. 배를 내어달라고 했다면서?”
그가 배에서 뛰어내리며 우진에게 작은 열쇠를 건네주었다.
“이 배를 타면 되오.”
“지금…… 나보고 배를 운전하라는 말인가?”
“당연하지. 당신들, 검은 안개에 간다면서? 뱃사람이라면 절대로 가지 않을 곳이라고.”
남자는 우진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배를 그냥 버릴 생각이라면 차라리 좀 싼 배를 주든가.”
그는 열쇠를 그에게 던지며 심술 맞게 중얼거렸다.
“배는 마석으로 움직이는 거니 키만 잘 잡으면 어렵지 않을 거요. 전달했으니 내 할 일은 끝났소.”
열쇠를 받은 우진은 그제야 어쩐지 항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시끄러웠던 항구가 조용해졌다.
여기저기서 자신을 노려보는 자들이 보였다.
“이거…… 미안하게 되었네. 선원들을 구해보려고 했는데 다들 죽어도 가지 않겠다고 해서 말이야.”
저 멀리서 찰슨이 난감한 표정으로 우진에게 다가왔다.
“선금의 열 배를 준다고 해도 아무도 가지 않겠다고 하니 원…….”
“미안할 일은 아니지. 배를 구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괜찮겠는가?”
“키만 잡으면 된다고 하니 어떻게든 되겠지.”
“으흠…… 그래. 자네라면 믿어도 되겠지. 그래도 항구에 있는 배 들 중 가장 튼튼한 배로 준비했다네.”
선원의 반응이나 찰슨의 말이 아니어도, 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우진 또한 확실히 이 배가 좋은 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검은 안개에서 유일하게 돌아온 배지. 선장 없이 배만 돌아와 처치 곤란이라 내가 사들였다네.”
“선장 없이 배만 돌아왔다고?”
“그렇다네. 처음엔 저주받은 배라고 꺼려 했는데 이제는 선원들의 행운의 상징이 되었거든.”
찰슨은 배에 걸려 있는 선수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걸 만져보게.”
우진이 시키는 대로 배에 올라 선수상에 손을 가져갔다.
[인어상의 축복이 스며듭니다.]▶ 항해 도중 특성 : 행운이 적용됩니다.
▶ 배의 속도가 1.5배 빨라진다.
“……오?”
선수상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보며 우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특성 : 행운
▶ 특별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행운이라……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배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만 봐도 날 죽일 듯이 노려본 게 이해가 가네.’
“이 배의 선장은 누구였지?”
우진이 배 위에서 찰슨에게 물었다.
“으흠…… 제히르 비숍이란 자였네. 백화곡 항구의 관리자이기도 했지.”
“그 사람은 어째서 미개척 지역에 간 거지?”
“모르겠네. 사람들 말로는 갑자기 새벽에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배를 몰고 나갔다더군.”
“홀린 듯이……?”
어쩐지 우진은 찰슨의 말이 묘하게 걸렸다.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모든 퀘스트엔 인과율이 존재하는 법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선장이 배를 몰고 검은 안개 속으로 들어갔을 리 없었다.
-마스터.
그때였다.
우진의 재킷 안에 들어 가 있던 세츠나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그를 불렀다.
-이 배 말이에요. 조금 이상해요.
“……뭐?”
[분석이 발동되었습니다.]▶ 이따금 숨겨진 내용을 찾기도 한다.
세츠나의 눈동자가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