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54)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54화(54/150)
[모든 영혼을 수집하였습니다.]▶ 수집된 영혼의 수 : 10,000/10,000
[B등급 -지옥문]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됐다!!”
“드디어 끝났어!!”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알림창이 울리자 모여 있던 창세단의 단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모두 조용.”
단상 위에 서 있던 남자의 목소리에 소란스러웠던 단원들이 일순간 침묵했다.
“다들 고생이 많았다. 만 마리의 마물을 사냥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마치 교주처럼 새하얀 로브를 입은 남자는 수백 명이 넘는 단원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대들이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남자는 바로 [창세단]의 단주인 카류였다.
“자, 그럼.”
창백한 피부에 검고 긴 생머리는 분명 신비한 모습이었지만 이따금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그가 단상 위에 놓인 항아리에 손을 가져가자 자줏빛의 연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천년지로(千年地爐)에 영혼이 수집됩니다.]솨아아아악―――!!!
마치 오로라처럼 교단 곳곳에서 쏟아지는 붉은빛 의 향연이 순식간에 항아리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축하합니다.] [만적고독((萬積蠱毒)을 완성하였습니다.]“음.”
카류는 항아리에 담긴 검붉은 액체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품 안에서 동전을 꺼내어 항아리 안으로 집어넣었다.
[키에에에에에에―――!!!]그 순간,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큭?!”
“꺄악……!!”
고막을 찢을 듯한 소리에 단원들은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망자의 지참금을 지불하였습니다.] [더 많은 지참금을 낼수록 고독이 짙어집니다.]“고독은 맹독 중의 맹독. 그중에서 영혼을 갈아 넣은 이 독은 악마조차 굴복시킬 수 있다고 한다.”
부글거리는 항아리 속 고독을 보며 카류의 입꼬리가 묘하게 뒤틀렸다.
“아직 퀘스트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로 갈 것이다.”
와아아아아―――!!!
그의 말에 단원들이 마치 홀린 듯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모두 나와 가지고 있는 지참금을 항아리 안에 넣어라!!”
그의 명령에 단원들이 하나둘 단상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모든 지참금이 채워졌을 때 비로소 지옥문이 열릴 것이다.”
[연계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지옥문 → 대악마] [퀘스트를 계속 진행하십시오.]알림창이 나타나자 사람들의 얼굴엔 환희를 넘어 광기가 느껴졌다.
“제길…….”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웃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콜슨이었다.
‘지참금을 이런 식으로 쓸 줄이야…….’
하나둘 단상 위로 올라갈수록 그의 얼굴은 더욱더 굳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퀘스트와 달리 선택권도 없었다.
‘어쩌지? 지참금이 없다는 걸 알면 단주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자신 때문에 퀘스트가 실패라도 되는 날엔…….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영원히 중앙 대륙에 발을 못 붙일지도 모른다.
아니, 단주가 어떤 사람인가?
어쩌면 게임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절대로 그럴 순 없어!’
꿀꺽―.
콜슨은 긴장에 마른침을 삼켰다.
‘다행이라면 아직 마물 사냥에 나갔던 단원들이 모두 돌아오진 않았다는 거다.’
꽈악.
그는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에게서 동전을 다시 찾아와야 하는데…….’
“대장.”
그때였다.
불안해하는 콜슨의 뒤로 조용히 누군가 다가왔다.
“오늘 새벽 아젠 무역회에서 나오는 페론을 봤다는 연락입니다.”
“아젠 무역회? 백화곡 말야?”
“네. 맞습니다.”
“그놈이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확인해 봐야 겠지만…… 아무래도 중앙 대륙으로 넘어올 준비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놈이?”
부하의 말에 콜슨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흘겼다.
‘지금까지 뒷배가 없어서 어떻게든 우리에게 붙어 보려고 하던 놈이 갑자기?’
콜슨은 그 순간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모레티에 있는 암시장에서 용마석을 넘긴 게 그놈이랬지.’
핏빛 동굴에서 지참금을 잃어버린 뒤 콜슨은 다시 페론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게다가 페론이 그가 만들었던 블란 클랜마저 해체시킨 마당이었기에, 콜슨은 그에 대한 의심을 계속 품고 있었던 터였다.
‘놈의 뒤에 누군가 있는 게 분명해.’
그 순간 콜슨의 머릿속에 우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 저레벨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압도해 버린 말도 안 되는 강함을 가진 자.
‘페론이 만약 그놈에게 붙은 거래도…… 시간상 그놈이 벌써 중앙 대륙으로 넘어올 만큼 레벨을 올렸을리는 없어.’
“그래, 그런 거였군.”
그리고 콜슨은 알았다는 듯 비릿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새끼…… 부계정이었어.”
그렇다면 말이 된다.
그 말도 안 되는 강함도, 페론이 중앙 대륙으로 넘어오는 이유도 말이다.
“그래, 그거야. 놈의 본 계정이 따로 있는 거야. 50레벨이 넘는 중앙 대륙 캐릭터로 말이지.”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콜슨은 방법을 찾았다는 기쁨에 부하를 향해 다급히 손짓했다.
“페론이 중앙 대륙으로 넘어오면 내게 바로 보고해. 놈이 누굴 만나는지. 무엇을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빠짐없이.”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참금을 다시 되찾아야 해.’
빠득―.
콜슨은 부하와 함께 조용히 교단을 빠져나왔다.
* * *
[여인호를 분석하였습니다.] [몇 가지 단서를 찾았습니다.]“이상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우진과 함께 올라온 세츠나는 배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게…… 사향(死香)이 느껴지지 않아요.
“사향……? 그게 뭐야?”
-죽은 사람의 냄새예요.
세츠나의 말에 우진의 얼굴이 살짝 얼굴이 굳어졌다.
“네 말은 여기서 죽은 사람이 없다는 거야?”
-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엔요.
‘이상한 일이군. 찰슨은 분명 선장이 죽고 배만 홀로 돌아왔다고 했는데…….’
그럼 선장은 어떻게 된 걸까.
‘이 배에 숨겨진 뭔가가 있는 게 틀림없어.’
우진은 세츠나의 말을 기억하며 배의 핸들이 있는 조타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배는 오랫동안 운행하지 않았어도 선원들의 행운의 상징이었던 터라 그런지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선박에 사용된 목재가 해왕목이에요.
“해왕목?”
-네.
[세츠나가 고대의 지혜를 사용합니다.] [고서(古書) ‘이종족 도감(C등급)’에서 흡수한 기억을 끄집어냅니다.]세츠나의 손에 황금으로 빛나는 책이 나타났다.
그러고는 찰슨의 창고에서 흡수한 물건의 기억을 다시 불러냈다.
‘고대의 지혜가 이런 기능도 있었구나.’
단순히 유물에서 경험치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정보를 불러낼 수 있는 모양이었다.
-해왕목은 볼튼 가문만이 다룰 수 있다고 해요.
“볼튼 가문이라…… 찰슨, 혹시 알고 있는 게 있나?”
“볼튼? 물론이지. 이 배인 여인호의 선장이 바로 볼튼 가문이었으니까.”
“그래?”
“과거엔 꽤나 바다를 다니던 해상 가문이었지. 지금은 멸문했지만 말이야.”
“가문에 대해서 잘 아나?”
우진의 물음에 찰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사라진 가문이거든.”
“흐음, 그렇군.”
노움의 긴 수명을 생각하면 생각 이상으로 고대에 존재했던 가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뭐에 홀린 걸까.”
우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선박의 핸들 위에 무심하게 손을 얹었다.
“……음?”
그 순간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빛은 길을 인도한다.]손을 떼자 핸들에 음각으로 적혀 있는 문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빛이라…….”
끼리리릭―
그가 핸들을 180도 돌렸다.
그러자 아랫부분에 또 다른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배는 오직 빛을 향해서만 나아간다.]‘빛은 등대. 그리고 이 배가 등대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는 의미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분명 이 배가 미개척 지역인 검은 안개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알아낼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조타실을 나와 배의 이곳저곳을 살폈지만 이렇다 할 특별한 점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칸!! 지금 당장 출발할 겐가?”
그를 기다리던 찰슨이 항구에서 소리쳤다.
“아니. 좀 더 조사하고 난 뒤에 가도록 하지.”
“흐음…… 그래, 편할 대로 하게나. 하루가 시작되었으니 나도 무역회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나중에 보지.”
“그런데 말야. 미개척 지역이라는 게 결국 조사를 하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딱히 조사할 게 더 있을지 모르겠군.”
찰슨은 우진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있지.”
하지만 그와 달리 우진은 눈앞에 생성된 푸른 창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방인만 할 수 있는 방법.”
인 게임 커뮤니티 창이었다.
* * *
-야, 누구 검은 안개 공략해 줄 용자 없냐?
-거긴 포기해라. 탑 랭커들도 포기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거기 그렇게 쎔?
-ㄴㄴ 애초에 들어가지지도 못함.
커뮤니티 창에서 검은 안개에 대해 검색해 봤을 때 올라와 있는 글은 대부분 시답잖은 것들뿐이었다.
“애초에 들어가지 못한다라…….”
하지만 그런 글에서도 정보는 존재하는 법이었다.
‘입장 조건이 존재하는 거겠지. 그리고 그건 아마도…… 저 배일 가능성이 높고.’
항구 옆에 있는 식당에 앉아 우진은 정박되어 있는 배를 힐끔 바라봤다.
-1년 동안 검은 안개만 파다 중앙 대륙으로 넘어온 사람이다.
그러던 중 눈이 가는 글이 있었다.
-난 포기했지만 내가 모은 정보가 도움이 됐으면 해서 남긴다.
“작성자…… 엑? 케르가?”
우진은 생각지 못한 이름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탑 랭커라고 커뮤니티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워낙 굵직한 업적들을 달성해서일까.
케르가라는 이름은 플레이어들에겐 경외의 존재 같은 것이었다.
우진 역시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으니 그가 남긴 글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1. 검은 안개에 가기 위해서는 배가 필요한데, 백화곡의 조선소에 있는 모든 배를 구입해서 타고 가봤지만 안개에 가로막혀 들어갈 수 없었다.
2. 특별한 배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3. 아마도 항구에 정박해 있는 무역회 소유의 여신상이 달린 배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구할 방법이 없어 아닐 가능성도 높다.
‘미안하지만 구할 방법이 있었지.’
우진은 피식 웃으며 계속해서 글을 스크롤해 내려갔다.
4. 사창가 골목에 가면 검은 안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주정뱅이가 한 명 있다.
5. 광장 안쪽 갈색 지붕엔 검은 안개에 데려가 달라는 꼬마가 있다.
6. 검은 안개 근처엔 필드 보스인 유령선이 있다.
“이거…… 생각보다 대단한데?”
커뮤니티에 올라온 케르가의 글에서 나머지 3개의 내용은 우진도 모르는 것들이었다.
특히 유령선에 관한 것은 직접 바다에 나가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후발대도 나름의 장점이 있네. 케르가, 당신 덕분에 시간을 아꼈군.”
그때였다.
[푸른 사원의 아말란이 쓰러졌습니다.] [미궁탑 -10층이 공략되었습니다.] [던전 보드의 기록이 갱신되었습니다.] [1위 [불새단] (10명) 1시간 57분 32초] [2위 없음] [3위 없음]상공에서 울리는 알림과 함께 나타난 기록에 도시가 술렁였다.
“우아……! 불새단이 결국 10층을 공략한 건가?”
“거의 2시간이나 걸렸잖아? 지금까지 중에 제일 오래 걸린 거 아냐?”
“장난 아니네…….”
치열한 전투의 증거일까.
던전 보드의 기록을 보며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선발대는 또 선발대 나름의 장점이 있다는 건가.”
우진은 커뮤니티 창을 끄고서 상공에 나타난 알림을 보며 피식 웃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이였지만 이상하게 그 둘은 조금씩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다.
“루엔.”
“우움…… 웁! 앗, 네? 네!!”
맞은편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던 그녀는 우진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일어나자. 가볼 데가 있어.”
“아, 네! 자, 잠시만요!.”
그녀는 잠들어서 먹지 못한 파이를 입에 밀어 넣으며 일어섰다.
“왜 그렇게 맥을 못 춰?”
“……죄송합니다.”
“어제 잠을 안 잔 거야? 뭘 했길래?”
“아뇨, 그게…….”
우진의 물음에 루엔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스터가 걱정돼서 밤을 새웠대요.
루엔이 당황한 듯 검지 손가락을 들어 입을 가리며 세츠나에게 조용히 하라 눈짓을 줬다.
“뭐?”
생각지 못한 답에 우진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가시죠!! 어서!”
방향도 듣지 않았으면서 루엔은 도망치듯 걸어가기 시작했다.
“앞으론 괜한 짓 하지 말고 자.”
그런 그녀를 앞지르며 우진은 지나가는 듯 말했다.
무뚝뚝한 말투였다.
루엔은 풀이 죽은 듯 고개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끄덕였다.
“……쓰러질 일 다신 없을 테니까.”
루엔은 고개를 들었다.
앞을 보고선 자신을 향하지도 않은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이상하게도 믿음이 갔다.
“네!”
그녀는 우진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