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57)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57화(57/150)
[점성술 -영혼 소환을 시작합니다.]알림과 함께 바넷샤의 주위가 어둡게 변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엔 그녀와 우진 둘만이 있었다.
촤르르륵———!!
그녀의 로브 안에서 카드들이 튀어나와 허공에 흩뿌려졌다.
떠돌아 다니는 카드들 중 몇 개를 골라 그녀가 테이블 위에 내려놓자 카드들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로쉬 자밀.”
그녀는 빛을 뿜어내는 카드 위로 잘라낸 머리카락을 내려놓으며 그 이름을 불렀다.
‘이미 다 준비하고 있었군.’
그로쉬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며 우진은 같잖다는 웃음을 지었다.
화르륵……!!
머리카락이 푸른 불꽃과 함께 타오르자 카드 사이로 피어오른 연기 속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로쉬 자밀의 영혼이 소환되었습니다.] [3개의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대답을 마친 영혼은 완전히 소멸됩니다.]“저…….”
바넷샤는 잔뜩 움츠러든 모습으로 우진의 눈치를 살폈다.
-날……! 날 죽인 놈이 누구야!!!
소환된 그로쉬는 비명을 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당장 날 죽인 놈을 데리고 와!!!!
“진정해. 당신을 죽인 자는 내가 이미 죽였으니까.”
-……뭐?
그로쉬가 우진을 바라봤다.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검은 안개에 대해서 아는 게 있는 것 같던데.
그의 말에 그로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거 때문에…… 날 죽인 건가?
“사고였다. 나는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갔을 뿐이었어.”
-똑같은 거잖아! 당신이 때문에 그놈들이 날 죽인 거라고!!
“그건 아냐. 굳이 원흉을 따지면 내가 아니라 저 여자겠지.”
“……네? 에?”
바넷샤는 자신을 가리키는 우진의 손가락에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원한다면 저 여자도 죽여주마.”
-……정말이냐?
“물론.”
-약속을 지켜라.
“자, 잠깐만요!!”
“그러니 답해줬으면 좋겠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약속하지.”
들썩이는 바넷샤의 입을 틀어막으며 우진이 그로쉬를 향해 말했다.
-내게 무엇을 묻고 싶은 거지?
“당신 혹시 여인호의 선원인가?”
[첫 번째 질문입니다.]빛이 나는 카드 중 하나가 타버리며 재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위대한 여인호의 선원이었지. 하터윈 선장이 이끌던 축복받은 배……!! 선장이…… 그 빌어먹을 검은 안개에만 가지 않았더라도…….
우진의 말에 그로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렸어야 했는데…… 집에 간다는 것을 말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선장! 당신은 결국 저주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머리를 쥐어짜며 그로쉬는 괴로워했다.
‘……집? 저주?’
우진은 그가 내뱉는 말들을 하나둘 기억에 새기며 다음 질문을 준비했다.
-방금 말한 집과 저주는 무슨 뜻이지?
[두 번째 질문입니다.]다시 또 카드 한 장이 사라졌다.
“선장이 늘상 하던 말이었다. 자신의 가문은 저주 받았다고. 그리고 그가 사라지기 바로 전날 우리에게 그렇게 얘기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움찔―.
그로쉬가 마지막 말을 할 때 그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럼 검은 안개로 가는 방법.”
[마지막 질문입니다.]-미친 것 아냐? 그 끔찍한 곳에 가겠다고?
“가는 방법이나 얘기해.”
-……나도 모른다. 선장은 우리에게도 말하지 않고 떠났으니까. 만약 검은 안개에 가는 방법을 안다면 그의 아들뿐이겠지.
‘아들?’
우진은 그가 말하는 아들이 케르가의 글에서 본 소년이 아닐까 생각했다.
-선장은 떠나기 전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텅 빈 검은 눈으로 그로쉬는 우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화르륵—!!
마지막 카드가 불타자 그로쉬의 영혼도 함께 불타기 시작했다.
-크, 크아아아악———!!!
[영혼이 완전히 소멸되었습니다.] [더 이상 소환술로 이 영혼을 불러낼 수 없습니다.]검은 공간이 순식간에 반전되며 다시 그들이 있던 건물 안으로 돌아왔다.
“당신…… 검은 안개로 가려는 건가?”
“그렇다면?”
“설마 그 배를 얻은 거야? 케르가도 얻지 못해서 포기한 그 배를?”
이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여인호에 대해서 모를 수가 없었다.
“믿을 수가 없군. 그 괴팍한 노움과 우호를 쌓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아……! 그렇군. 저 녀석이 얼음굴을 공략했으니 찰슨의 아들을 구했겠지. 그래서 우호를 쌓은 거였어!’
그들이라면 애초에 찰슨에게서 퀘스트를 받는 것이 불가능했을 테지만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바넷샤는 그저 배가 아플 뿐이었다.
“하하,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믿는 구석 없이 움직였을 리가 없다니까!”
그녀는 황급히 우진의 곁으로 가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
“날 데려가줘.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점성술사의 스킬 중엔 천문(天問)이란 게 있어. 미궁 같은 던전을 빠져나갈 때 쓰는 길 찾기 스킬이지.”
그녀는 열심히 자신을 어필했다.
“그로쉬의 말을 들었지? 검은 안개에선 길을 찾을 수 없다고. 분명 내 능력이 필요할 거야!”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우진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울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난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라.”
“뭐?”
바넷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슉—!!!
그 순간 화살이 그녀의 이마를 꿰뚫었다.
“먼저 내게 검을 들이댄 놈과 함께할 생각은 없거든.”
쓰러진 바넷샤의 시체가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우진이 말했다.
* * *
똑똑―.
커뮤니티에 적혀 있던 대로 광장 안쪽엔 갈색 지붕 건물이 있었다.
우진이 문을 두들기자 문이 열렸다.
“……누구세요?”
건물 안에는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난 칸이라고 한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네가 하터윈 선장의 아들이니?”
우진의 물음에 아이의 눈동자가 떨렸다.
“저, 저는 더 이상 얘기할 게 없어요!!”
콰앙―!!
냉랭한 반응과 함께 아이는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흐음, 이건 케르가의 글과는 좀 다른데.”
닫힌 문에 머쓱한 듯 루엔을 바라보며 우진은 이마를 긁적였다.
‘글에서는 분명히 아이가 검은 안개에 데려가 달라고 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아이는 검은 안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오히려 도망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상황이 변한 걸지도 모른다.
커뮤니티에 케르가가 남긴 글은 이미 몇 년이 지난 글이었으니까.
[이블 테일]은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NPC들도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었다.“듣고 있다는 거 알아. 네게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로쉬가 이런 말을 했다. 네 아버지가 검은 안개에 갔다고.”
문 안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지만 우진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찰슨이 네 아버지가 마치 뭐에 홀린 듯 배를 출항시켰다고 하더군. 하지만 네 아버지의 배엔 죽음의 냄새가 나지 않아. 어쩌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끼이익—
그때였다.
닫혔던 문이 열리며 아이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아버지가 죽지 않았다고 어떻게 확신하죠?”
-죽음은 흔적을 남기거든.
“우앗?!”
세츠나가 나타나자 아이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난 사향(死香) 맡을 수 있어. 죽은 자의 냄새지. 만약 검은 안개 속에서 네 아버지가 죽었다면 배에 그 향이 묻어 있어야 해.
“하지만 없었지.”
-어쩌면 아직도 살아 있을지 몰라!
“거, 거짓말……! 아빠가 떠난 지 벌써 5년이나 지났어! 아빠가 살아 있을 리가 없어!”
그 순간 아이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뭐?”
우진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네가 직접 본 게 아니잖아.”
“……네?”
아이는 머뭇거렸다.
“그러니 살았는지 죽었는지 직접 가서 확인해 보자는 말이야.”
우진은 아이에게 말했다.
“우린 여인호를 타고 검은 안개로 갈 거다.”
띠링.
그때였다.
알림이 울렸다.
[숨겨진 조건을 모두 충족하였습니다.] [1. 여인호 출항 허가] [2. 그로쉬와의 만남] [3. 하터윈 선장의 아들에게 출항을 알림]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명 : 검은 안개 공략]▶ 등급 : A
▶ 검은 안개의 제물로 사라진 하터윈의 행방을 찾아라.
▶ 운이 나쁘다면 끔찍한 상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A등급 퀘스트?’
우진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창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레이드 던전인 얼음굴의 퀘스트도 B등급이었다.
‘도대체 그 안에 뭐가 있길래…….’
우진은 퀘스트의 난이도를 보고 오히려 설레기 시작했다.
“됐어요. 아빠는 돌아가셨어요. 그곳에 가는 건 자살 행위예요.”
아이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이상하군. 내가 알기론 얼마 전만 해도 넌 사람들에게 그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하지 않았어?”
우진은 아이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변한 거지?”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이 보여줬는걸요.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증거를 말이에요.”
“증거……? 누가?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우진을 향해 말했다.
“케르가.”
* * *
“흐음…….”
늦은 밤이 되어 돌아온 우진은 여인호의 갑판 위에 서서 저 멀리 검게 변한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선장의 아들이 검은 안개로 가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가 케르가 때문이라니.’
NPC에게서 플레이어의 이름을 들을 줄은 생각도 못 한 일이었다.
“도대체 뭘 보여줬기에 그 녀석이 그렇게 선장의 죽음을 단정 짓는 거지?”
우진은 자신의 앞에 띄워놓은 창을 바라보며 선뜻 답을 내리지 못했다.
‘케르가는 중앙 대륙으로 가기 전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떠났어.’
게시한 글만 본다면 후발대를 위한 정보 같았지만 막상 아이를 만나니 그런 생각이 달라졌다.
‘선장의 아들이 검은 안개로 가는 걸 포기하게 만들어놓고 글을 남긴 거라면…….’
뭔가 이상했다.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도록 망쳐놓고 겉으론 위하는 척 정보를 공유한다?
위선적인 행동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거지?’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우진은 이상하게 뭔가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뭐, 고민할 필요가 뭐 있어.”
우진은 앞에 띄워놓은 화면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쪽지를 발송합니다.] [수신자 : 케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