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58)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58화(58/150)
“축하하네!!! 미궁탑 10층을 공략하다니 말이야!”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전 세계 최고의 공격대를 스폰 하는 게 오히려 자랑이지.”
“감사합니다.”
도경훈은 자신에게 손을 내민 노인을 향해 방긋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국내 철강업계 1위인 포스 그룹의 회장 강휘수였다.
여든이 다 되어가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단한 풍채는 도경훈의 1.5배는 될 것 같았다.
“전 세계 탑 플레이어인 우리 케르가 님께서 이리 말라서야 되겠는가. 보약 한 제 지어줘야겠는걸!!”
“보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암, 암! 우리 회사의 제일 보물인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두툼한 손으로 도경훈의 팔을 주무르며 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10층에서 나온 아이템에 대한 건 언제 공개할 생각이죠? 언제든 시간만 얘기하세요. 바로 독점 인터뷰를 진행할 테니까요.”
강휘수의 옆에 갈색 머리의 아리따운 여인은 S미디어의 사장인 최지영이었다.
“물론 그래야죠. 다만 아시겠지만 저희는 아이템을 공개하기 전에 충분한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니까요.”
“그럼요. 그래서 언제든 불새단의 스케줄에 맞춰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제가 해야죠.”
최지영은 도경훈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녀 역시 [불새단]의 스폰서 중 한 명이었다.
‘……피곤하군.’
도경훈은 인사를 마치며 주위를 훑었다.
미궁탑 10층을 공략한 기념으로 만들어진 파티였지만 사실 이곳에 초대된 사람들은 전부 다 [불새단]의 스폰서들이었다.
기업의 오너부터 방송, 잡지 등 온갖 미디어 관련 종사자들, 각종 단체의 수장들까지…….
“대충 인사는 다 한 것 같은데…… 돌아갈까?”
도경훈은 피곤한 얼굴로 데이빗에게 말했다.
웃고 떠들고 있는 스폰서들과 달리 그는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두 일일이 상대해야 했으니 말이다.
“2부 행사는 안 봐도 괜찮겠어? 저번에 강휘수 회장이 이번엔 꼭 남아 있으라던데.”
“됐어. 있어봐야 노친네 장난감으로 서 있는 거지.”
조금 전 웃음과 달리 도경훈의 말투는 무척이나 매서웠다.
“괜찮을까?”
“걱정 마. 미궁탑은 아직도 90층이나 더 남아 있으니까. 저들이 우릴 어떻게 할 순 없지.”
‘이 짓을 아직도 90번이나 더 해야 한다는 게 미칠 노릇이지만…….’
도경훈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홀을 빠져나갔다.
* * *
부우우웅——
달리는 차 안에서 데이빗은 도경훈을 힐끔 바라봤다.
“고생했어. 참, 세상이 많이 변했어. 어릴 때는 마냥 좋아서 게임을 한 건데 말이야. 이젠 게임한다고 별의별 짓까지 다 해야 하다니.”
피곤해 보이는 도경훈을 위로하려는 듯 데이빗이 말했다.
“그래도 게임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거니까. 네가 조금만 더 고생해 줘.”
“알아.”
전 세계 최고의 탑 플레이어.
그는 분명 [이븐 테일]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본인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다행히 계약 기간 안에 공략이 성공했으니…… 이번 달은 무사히 넘어가겠어.”
“맞아. 사실 용마석을 구매하느라 무리를 했으니까. 만약 이전 트라이에서 실패했다면……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지.”
공격대를 운영하는 데엔 상상을 초월하는 돈이 필요하다.
회복 아이템부터 액세서리, 장비, 그리고 각종 버프 스크롤까지…….
미궁탑을 도전할 때마다 사용되는 아이템의 가격은 어마어마했다.
[불새단]은 오직 미궁탑을 공략하기 위해 선별된 자들이었기에 생산직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설령 있다 한들 미궁탑을 공략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재료를 모으고 제작까지 하는 건 불가능한 일.
당연히 소모 아이템을 자급자족할 수 없기에 대부분은 계약한 클랜이나 연합을 통해 구입할 수밖에 없었고, 동시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었지만 너무 많이 와버린 것이 문제였다.
적탑, 노른 공격대, 레드 블룸 등등…….
여러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뒤를 쫓아오고 있어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지금은 우리가 1위일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후발대인 그들은 [불새단]이 가지는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하며 준비할 시간이 있었지만, 그야말로 개척자라 할 수 있는 [불새단]에겐 다시 재정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 많은 스폰서들을 모집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었다.
“방법은 하나야.”
감았던 눈을 뜨며 도경훈이 말했다.
“더 강해져서 조금이라도 실패를 줄여 빠르게 미궁탑을 공략하는 것.”
데이빗은 그의 말에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100층을 공략하면 된다.”
지잉…… 지잉…… 지잉…….
그때였다.
도경훈의 가방 안에서 진동이 울렸다.
“아까부터 계속 울리는 거 같던데…… 뭐야? 못 보던 핸드폰인데?”
“별거 아냐. 쪽지 확인용으로 이블 테일 앱만 깔아놓은 폰이거든.”
“하긴, 너라면 어마무시하게 쪽지들이 올 테니까.”
“그렇다고 확인을 안 할 순 없으니.”
“너도 참 피곤하게 산다.”
데이빗의 말에 도경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핸드폰을 열었다.
“크큭. 이래서 쪽지를 다 확인해 봐야 한다니까.”
“……왜 그래?”
순간 그의 표정이 달라지는 걸 보며 데이빗이 의아한 듯 물었다.
“재밌는 녀석이 나타난 거 같아.”
“뭐가?”
“검은 안개 기억나?”
“백화곡 쪽에 있는 미개척 지역?”
“맞아. 거길 공략하려는 녀석이 있나 봐.”
“이야…… 생각해 보니 아직까지 거길 공략하지 못한 것도 웃긴걸. 하긴 너도 공략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인가?”
“공략하지 못한 게 아냐. 공략하지 않은 거지.”
도경훈은 시트의 등받이를 뒤로 밀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뜸하지만 한때는 검은 안개를 공략하려고 내게 쪽지를 보낸 사람들이 많았지.”
“네가 커뮤니티에 검은 안개에 대해서 글을 올려서 그런 건가?”
“맞아. 그들 중 열에 열은 내게 아는 정보가 있으면 더 알려달라는 것들이었어.”
“쪽지 한 번 보내는데 5골드인데…… 초심자 지역인데 돈도 많군.”
“맞아. 대부분은 부캐인 거지. 알아보면 보낸 사람들 중에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 태반일걸.”
“웃기지도 않은 인간들이군. 앞에선 다들 잘난 듯이 하더니 뒤에선 굽실거리는 건가.”
데이빗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런데 뭐가 재밌다는 거야?”
“아, 처음이야. 나한테 이런 쪽지를 보낸 사람은.”
“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검은 안개를 공략하지 못하게 해놓은 게 당신입니까?]“이런 미친 새끼. 지금 뭐라는 거야?! 우릴 뭘로 보고……!!”
쪽지의 내용을 읽은 데이빗이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냐. 맞아.”
“……뭐?”
“내가 못하게 만들어놓은 거라고.”
생각지 못한 그의 대답에 데이빗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케르가, 네가 검은 안개를 공략하지 못하게 해놨다고?”
“어. 너도 기억할 거야. 우리가 검은 안개를 가기 위해서 백화곡에 있는 모든 선박을 다 사들였던 거.”
“그랬지.”
“하지만 사실 알고 있었잖아. 검은 안개로 가려면 여인호가 있어야 하는 거.”
데이빗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알지. 빌어먹을 찰슨…… 아직도 생생한걸. 무슨 짓을 해도 그 배를 팔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떠나기 전에 약간의 조치를 해놨었어. 혹시라도 여인호를 얻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며 도경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왜 그런 일을 한 거야?”
“글쎄. 그때는 어렸으니까. 그냥 심술일지. 어둠숲에 계속 남아 있을 수는 없었고. 나도 못 깬 퀘스트를 다른 녀석이 깨는 건 기분 나쁘니까?”
‘말도 안 돼. 케르가, 네가 그런 장난을 친다고?’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도경훈을 보며 데이빗은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대놓고 네가 퀘스트를 망쳐놨다고 할 순 없잖아.”
“아니. 그렇게 할 생각인데?”
“엑?!”
“그리고 검은 안개에 대한 내 마지막 정보를 줄 거야. 과연 그걸 듣고도 도전할 마음이 든다면…… 진짜인 거지.”
그는 발신자 이름을 바라봤다.
“칸이라…….”
그러고는 데이빗에게 말을 이었다.
“네가 말했던 사람 있잖아. 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는 녀석.”
“아, 설마?”
“그래. 아마도 이 녀석이겠지.”
탁— 타탁—.
그는 칸의 쪽지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기대되는걸. 검은 안개를 갈 정도라면 이제 곧 중앙 대륙으로 오게 될 레벨이 된다는 거니까.”
지루했던 파티에 있을 때보다 지금 도경훈의 얼굴이 훨씬 더 즐거워 보였다.
* * *
“마스터, 뭐 하고 계세요?”
여인호의 갑판 위에 서 있던 우진에게 루엔이 물었다.
“기다리는 중이야.”
“기다려요? 누구를요?”
“이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의 답장.”
루엔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띠링—.
그때였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왔군.’
알림이 울리자 우진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확인 버튼을 눌렀다.
“이야…….”
쪽지의 내용을 읽는 순간 우진은 어이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발신자 : 케르가] [내용 : 검은 안개를 도전하는 자가 아직 있다는 것에 매우 기쁩니다.아마도 칸 님은 여인호를 얻으신 모양이군요.
축하드립니다.
가로쉬를 만났다면 알고 계실 겁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그 말은 검은 안개로 가기 위해선 하터윈 선장의 핏줄이 필요하단 뜻일 겁니다.
그 핏줄이 열쇠가 될 거고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선장에겐 혈육이 한 명 있죠.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하나입니다.
[열쇠가 꼭 살아 있을 필요는 없다.]“무슨 잡소리가 이렇게 길어?”
케르가가 보낸 내용을 모두 읽은 우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창을 끄며 말했다.
“정작 내가 물어본 것에 대한 대답은 안 하고.”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진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케르가 그자가 선장의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해.’
그로 인해 그의 아들이 검은 안개로 가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분명 일부러 이런 짓을 한 건데…….’
우진은 그의 속내를 쉽게 짐작할 수 없었다.
“살아 있을 필요는 없다…….”
‘그건 아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죽여서라도 데려가란 말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정작 퀘스트를 망쳐놓은 주제에 마치 새로운 정보를 알아낸 것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까.
“대놓고 죽이라고 하면 더 살리고 싶어지거든.”
우진은 냉소를 지었다.
‘언젠가 알게 되겠지. 놈이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용인지, 용인 척하는 여우인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이였지만 조금씩 그 둘은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