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59)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59화(59/150)
“웁……! 웁……!! 우웁……!!”
여인호의 조타실에 선 우진의 옆에는 커다란 포대 자루가 바둥거리고 있었다.
“조금만 참으라고. 싫은 녀석을 죽이지 않고 데려가려면 이 방법밖에 없잖아?”
우진은 꿈틀거리는 자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좋아. 가볼까?”
취이이이이이……!!!
조타실의 레버를 당기자 배의 양옆으로 증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며 바닥에 박혀 있던 닻이 빠르게 올라갔다.
[마석이 모두 충전되었습니다.] [출항이 가능합니다.] [여인호를 출항하시겠습니까?]부우우우웅———!!!
뱃고동 소리와 함께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저 여인호가 움직이잖아!!”
“무슨 일이지?”
“도대체 누가 저걸…….”
항구를 벗어나자 백화곡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백화곡의 시민들이 여인호의 출항에 지대한 관심을 보입니다.]▶ 항해를 마치고 무사히 귀항하게 되면 결과에 따라 시민들의 입에 당신의 이름이 오르내릴 것입니다.
▶ 명심하십시오. 소문은 생각보다 빠르게 번지고 사람들이 당신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할지 기대되는데요?
“추앙받을지 욕을 먹을지는 아직 모르지.”
그렇게 말했지만 우진의 얼굴엔 묘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명성이라…….’
그는 배의 속도를 올리며 생각했다.
“어둠숲을 떠나기 전에 얻기 딱 좋은 보상이군.”
* * *
-……우웨에엑!! 우엑!! 으어어…… 어억…….
갑판 난간에 붙어 연신 괴성을 지르던 세츠나는 더 이상 게워낼 힘도 없다는 듯 바닥에 너부러졌다.
-마스터…… 아무래도 전 여기까진가 봐요…….
힘겹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우진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게 왜 굳이 배에 서 있는 거야? 그냥 날고 있으면 되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
세츠나는 입술을 삐쭉거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배에 타본 거는 처음이니까요.
“날고 있어도 어차피 배에 있는 거잖아. 똑같은 거 아냐?”
-똑같다니요!! 절대로 다르…… 우…… 우에엑……!!
“괜찮아?”
루엔은 어색하게 웃으며 검지 손가락으로 세츠나의 등을 꾹꾹 눌러줬다.
“세츠나, 낭만도 좋지만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다. 정신 차리려면 지금부터는 날갯짓이라도 해둬.”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조명을 끈 것처럼 순식간에 갑판 위가 어두워졌다.
“라이트.”
루엔이 불을 밝혔지만 칠흑 같은 어둠은 여전했다.
-으…… 속이 안 좋아요.
“아직도 뱃멀미가 심해?”
-아뇨. 이 안개 때문이에요. 지독한 냄새가 나요.
세츠나는 숨을 쉬기 힘든 듯 두 손으로 코를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들…… 죽을 거야.”
그 순간, 우진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포대 자루의 입구에 얼굴만 삐져나와 있는 하터윈 선장의 아들, 체이슨이었다.
“싫다는 사람을 납치하는 것도 모자라…… 검은 안개로 들어오다니. 죽을 거면 혼자 죽지 왜 날 끌어들인 거냐고!”
“그거야 네가 열쇠니까.”
“……뭐?”
“이 배 말이야. 너희 가문이 만든 거지?”
우진의 말에 체이슨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고서에 적혀 있더군. 신을 부리던 바다 일족은 저주를 받아 바다로부터 쫓겨났고 그들의 영토는 어둠에 뒤덮였다.”
끼릭― 끼릭―.
배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너희 일족은 검은 안개를 뚫고 다시 자신의 땅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 배를 만든 걸 테고.”
“그, 그걸 어떻게 알았지?”
“댓글을 봤거든.”
“뭐라는 거야!”
이해할 수 없다는 체이슨의 표정을 보며 우진은 피식 웃었다.
사실 검은 안개를 통과하는 방법 자체를 알아내는 건 어려운 게 아니었다.
케르가의 공략 글이 올라온 게 몇 년 전이고, 그동안 그 공략을 따라 검은 안개에 도전한 사람들은 수두룩했을 테니까.
‘커뮤니티엔 케르가의 글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올린 글도 잔뜩 있었거든.’
하지만 그들 역시 케르가와 마찬가지로 의외의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ㅆㅂ 개 같은 찰슨…….
-그냥 죽여 버리고 배를 빼앗으면 안 됨?
-응. 그러다 X됨.
검은 안개를 뚫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도 정작 타고 갈 배를 얻을 수 없다는 게 문제였으니까.
그리고 케르가의 공략 이외에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중엔 볼튼 가문에 대한 글도 있었다.
“오직 볼튼 가문의 피와 이 배만이 검은 안개를 뚫고 갈 수 있는 열쇠다.”
체이슨은 우진의 말에 뭔가 떠오른 듯 울컥하는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검은 안개에 가자고 찾아왔었어.”
그를 찾아온 플레이어들.
“끔찍한 인간들이었어. 나를 닦달하면 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지…….”
모진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백화곡은 아무렇지 않게 NPC를 죽일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설령 배를 가져온다 한들 아무런 소용도 없는데…….”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쓰레기들 중에서 딱 한 사람. 케르가란 자는 달랐어. 그도 여인호를 얻지는 못했지만 온갖 방법을 써서 검은 안개에 도전했었지.”
“그래서? 녀석이 네게 뭘 보여준 거지?”
“부러진 검.”
“……검?”
“그건 분명 아버지가 쓰시던 검이었어.”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같이 울먹이는 모습은 애처로워 보였지만 우진은 오히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 그거? 난 또 뭐 심장이라도 가져다준 줄 알았네. 그런 이유로 아버지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아버지는 절대로 검을 놓지 않으셔!”
“네 눈으로 직접 본 게 아니잖아.”
체이슨의 눈빛이 떨렸다.
어쩌면 누군가 이 말을 해주길 바란 걸지도 모른다.
“사람을 너무 믿지 마라. 누가 내게 그러더라. 열쇠가 꼭 살아 있을 필요는 없다고.”
케르가가 보낸 쪽지를 떠올리며 우진은 차갑게 말했다.
“자금 날 협박하는 거야? 그럼 왜 날 살려둔 거야? 차라리 죽여서 데리고 가지 그래?”
“그럼 네 아버지가 슬퍼할 테니까.”
“……!”
“세츠나가 했던 말 잊었어? 이 배엔 죽음의 냄새가 없다고 했다. 어딘가 네 아버지가 살아 있을 수도 있어.”
“……어떻게 확신하지?”
우진은 피식 웃었다.
“확신은 무슨. 나도 모르지. 괜히 미개척이겠어? 아무도 모르니까 미개척이지.”
드르륵―!!
조타실의 키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니까 가보자고.”
촤아아악―――!!
파도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저 안에 뭐가 있는지.”
[검은 안개에 들어왔습니다.] [미개척 지역입니다.] [당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이 역사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지역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였습니다.]▶ 검은 안개
▶ 미개적 치역인 검은 안개에 들어왔다.
▶ 균열과 관계가 있을지 확인해 볼 가치가 있다.
[연관 퀘스트 : 카히라의 계약]▶ 관련된 정보를 좀 더 수집하십시오.
‘카히라의 퀘스트와 연결되었다. 그 말은 어쩌면 이곳도 균열과 관계된 곳일지도 모른다는 건데…….’
그 말은 곧 던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우진은 알림창을 확인하며 들뜬 기분으로 배를 몰기 시작했다.
“마스터!! 전방에 마물들이 있어요!!”
꽈드드득……!!
갑판 위에 서 있던 루엔이 황급히 소리치며 활을 당겼다.
슈우우욱―――!!!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바닷속에 있는 뭔가를 향해 꽂혔다.
[키에에에엑――!!]그 순간 수면 아래에서 거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흙 상어예요!!
세츠나가 펼친 고서를 든 채로 소리쳤다.
“배, 배를 돌려……! 저 괴물들이 갑판 위로 올라오면 우린 모두 끝이야!!”
체이슨이 겁에 질린 듯 소리쳤지만 우진은 오히려 더욱 배의 속도를 높였다.
“루엔, 놈들이 배에 닿지 못하도록 막아! 세츠나, 너는 주위에 빛이 있는 곳을 찾도록 해!”
“알겠습니다!”
-네!
“너, 키를 잡고 있어.”
“……뭐?”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배에 적힌 대로라면 빛이 보이면 배가 알아서 움직이겠지.”
“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 내가 배를 돌리기라도 하면?”
우진은 포대 자루를 풀며 체이슨을 향해 웃었다.
“그럼 진짜 나한테 죽는 거지.”
해맑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체이슨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체이슨은 키를 잡았다.
쾅―! 쾅―! 콰광――!!!
순식간에 다가온 상어 떼들이 배를 향해 연신 부딪히기 시작했다.
촤아악―――!!
수면 위를 뚫고 튀어오른 상어들이 갑판 위로 떨어졌다.
[크륵……! 크르르륵……!!]녀석들의 모습은 괴이했다.
단순한 상어가 아닌 상어의 몸에 팔과 다리가 돋아 있었고, 병이라도 걸린 양 놈들의 눈동자는 붉게 변해 있었다.
[캬아아악―――!!]놈들이 거대한 입을 벌리며 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직―!!
회색 상어가 우진의 목덜미를 있는 힘껏 물어뜯었다.
[……크륵?]하지만 놈의 이빨은 그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방벽을 부술 정도는 아닌가 보군.”
퍽―! 퍽―!!
퍼버버버벅―――!!
주위를 두르고 있는 방벽에 막혀 입을 벌린 채 허우적거리는 상어를 향해 마력탄이 날아들었다.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탄환이 그대로 상어의 몸을 날려 버렸다.
-괜찮으세요?! 마스터!!
전투가 처음인 세츠나는 긴장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세츠나, 나는 괜찮으니까 체이슨을 보호해 줘.”
-알겠어요!
우진의 명령에 세츠나가 날갯짓을 하며 조타실로 날아갔다.
[캬아아아악―――!!] [크르르륵―――!!]우진의 양옆에서 상어들이 갑판 위로 튀어나와 달려들었다.
화르르륵―――!!
쩌적―――!!
그 순간, 왼쪽에 달려들던 상어들은 순식간에 불탔고 반대쪽 상어들은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타오르는 불꽃을 사용합니다.] [한파를 사용합니다.]그가 검을 들어 괴로워하는 상어 떼들을 순식간에 갈라 버렸다.
[회색 상어를 처치했습니다.] [회색 상어를 처치했습니다.] [회색 상어를 처치했습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에도 불구하고 갑판 위로 끊임없이 마물들이 튀어올랐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42 → 43
몰려드는 마물들만큼 경험치도 빠르게 쌓여갔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콰강―!! 콰강――!!!
우진을 당해내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듯, 더 이상 상어들이 배 위로 올라오지 않고 대신 옆면을 들이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봐!! 어떻게 좀 해봐요!! 키를 잡기 힘들다고!!”
상어 떼들이 양옆에서 배를 두들기자 체이슨은 거의 매달리다시피 키를 부여잡고서 소리쳤다.
“이대론 배가 부서질 수도 있단 말이야!”
그때였다.
-마스터!! 빛이에요!!!
세츠나의 외침과 동시에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뭔가가 보였다.
“체이슨! 키를 돌려!!”
“하지만……!”
“걱정 마. 네 아버지가 몰았던 배를 믿어.”
우진은 갑판 선두에 세워진 인어상에 손을 가져갔다.
[인어상의 축복이 스며듭니다.]▶ 항해 도중 특성 : 행운이 적용됩니다.
▶ 배의 속도가 1.5배 빨라진다.
솨아아아악――!!!
갑판 위로 옅은 빛이 흐르더니 배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파도를 가르기 시작했다.
쿠당탕―! 쿠다다당――!!
여인호의 속도에 주위에 달라붙어 있던 상어 떼들이 튕겨져 나갔다.
[검은 안개를 벗어납니다.]주위를 뒤덮었던 안개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안개가 줄어들자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마물들이 사라지고 파도는 잠잠해졌다.
“후우…… 살았어요.”
루엔이 지친 듯 갑판 위에 주저앉으며 우진에게 말했다.
“안심하긴 일러.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까.”
옅어진 안개 뒤, 그의 예상대로 새하얀 등대가 보였다.
“여긴 뭘까요?”
“글쎄. 이제부터 확인해야지.”
우진은 등대의 앞에서 부서진 배들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빛이 행운일지 아닌지.”
* * *
[특성 : 모험가가 발동됩니다.]체이슨이 배를 항구에 정박하자 특성이 나타났다.
‘모험가 특성은 새로운 지역에 도착했을 때 발동하는 건데…….’
검은 안개에 들어갔을 때는 특성이 발동하지 않았는데, 항구에 오자 특성이 발동했다.
왜 그럴까.
‘안개는 그냥 눈속임에 불과해.’
우진은 주위를 훑으며 생각했다.
“다들 조심해. 조금 전 바다는 미개척 지역이 아니야. 진짜는 여기서부터다.”
그의 경고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안 갈 거야. 여기에 남겠어.”
배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체이슨은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남아 있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배가 안 할 거라고는 장담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게 무슨 말이야?”
“널 억지로 데려온 건 미안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하마.”
우진은 체이슨을 향해 말했다.
“내 옆에 있다면 절대로 널 죽게 하지 않겠다.”
“…….”
그의 말에 체이슨은 입술을 깨물며 그를 바라봤다.
“제길!”
결국 배에서 내리며 그는 원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멋대로 데려왔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날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띠링―.
[체이슨이 당신을 따르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체이슨을 기용할 수 있습니다.] [체이슨을 파티에 합류시키겠습니까?]이름 : 체이슨
직업 : 하터윈의 아들
레벨 : 35
종합 포인트 : 275
레벨은 35지만 종합 포인트는 20레벨 정도.
게다가 실질적으로 전투에 필요한 힘과 민첩, 건강의 수치는 턱없이 낮았다.
전력이 아니라 오히려 짐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볼품없는 능력치.
그런데…….
‘저 말도 안 되는 재주는 뭐야?’
무려 105포인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