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6)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6화(6/150)
“그 사람 말야. 요즘도 그래?”
“누구 말씀이십니까?”
“그 있잖아. 모레티 마을에서 로그아웃이 안 된다고 소리치던 미친 사람 말이야.”
GM 데인.
제2관리팀의 팀장인 고준철은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내려놓고는 수십 개의 모니터를 훑으며 물었다.
“아아…… 마침 말씀드리려고 했는데요. 그 사람 말입니다. 로그 기록을 확인하니 얼마 전에 로그아웃을 했던데요?”
“뭐? 진짜?”
“네. 여기 보시죠. 팀장님하고 만나고 난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로그아웃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고준철은 부하의 대답에 황급히 모니터를 바라봤다.
“새끼…… 그 지랄을 떨더니. 얻을 게 없으니까 포기한 모양이지?”
“그런가 봅니다. 로그아웃이 된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 빼박입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손해 배상 청구까지 해야 할 판이지만…….”
부하는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쪽 유저 데이터가 날아간 부분도 있고 서로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 좋겠지.”
“아무래도요.”
부하의 대답에 그는 쯧― 하고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십니까?”
“저번에 이 인간에 대해서 한 이사님께 보고했었잖아.”
“네. 아무래도 데이터 문제도 있으니 개발팀에도 알려야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어제 개발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한 이사님께서 이 인간을 단독으로 모니터링할 사람 한 명 뽑을 거라고 하더라.”
“네? 단독이요? 설마 24시간 감시라도 하려는 거랍니까? 로그아웃 기록까지 잡혔으니 이제 별문제 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글쎄. 모르지.”
“관리팀에서 뽑는 건가요? 어후……. 누군지 몰라도 야근 확정이네요.”
“모르지. 한 이사님이 새로 발령을 내릴 거라고 하니까. 우리 쪽에서 뽑을지 아니면 외부에서 올지. 일단 알고만 있어. 괜한 소문 내지 말고.”
“알겠습니다.”
고준철은 부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고는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 이사가 직접 지시를 내렸다라…….’
후릅―.
그는 들고 있던 커피를 한 모금 입 안으로 흘려 넣으며 생각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움직일 양반은 아닌데…… 설마 진짜 게임에 문제가 있는 건가?’
자율 인공 지능 [에단].
스스로 진화하는 A. I라는 타이틀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것처럼 들리지만 그만큼 위험한 요소도 존재하는 양날의 칼이었다.
‘소문엔 원래 우주 탐사인가 뭔가를 위해 개발되었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프로젝트 A-a.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
그곳에 수많은 차원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였다.
제법 이슈가 되었던 일이었지만 갑작스러운 프로젝트의 중단으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 프로젝트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걸 위해 [에단]이 개발되었다는 건 아주 극소수만 아는 이야기였다.
‘뭐, 진짜인지 아닌지는 내 알 바 아니지.’
고준철에게 더 중요한 건 그 [에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가 아니라, [이블 테일]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뿐이니까.
‘그 미친놈만 조용해지면 문제없어.’
아무도 살지 않는 주소를 대고 자기네 집이라고 하질 않나, 존재하지 않는 주민번호를 말하며 자신의 것이라고 우기질 않나.
‘막무가내로 없는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는 헛소리까지 해댔으니…….’
그는 우진을 떠올리자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었다.
“크! 그래도 이제 로그아웃이 되었다는 증거는 잡았으니까. 다른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
질린다는 듯 그는 몸을 부르르 떨고는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 * *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우진은 바닥에 내려놓은 라울의 검을 멍하니 바라봤다.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더 말이 안 돼.’
만약 그가 갔던 이세계가 현실이라면?
이건 한마디로 현실의 물건을 게임 속으로 가져온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으니까.
‘GM을 불러볼까?’
관리자 호출 버튼을 누르려던 그는 이내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자들이 알아봤자 좋을 거 하나 없어. 오히려 갖은 이유를 대면서 아이템을 빼앗아 갈지도 모르는 일이야.’
이미 그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있는 자신이다.
그리고 이제 그 역시 더 이상 그들에게만 의지할 생각도 없었다.
‘어떻게 로그아웃이 되었던 걸까.’
어떻게 다시 돌아온 걸까.
아직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었다.
“내가 직접 알아내야 해.”
지금까지는 단순히 게임 속에 갇혀 있었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상의 문제라고 믿었던 자신의 일이 드디어 특이점을 맞이한 것이다.
‘게임과 똑같은 이세계.’
그건 관리자들조차 알지 못하는 비밀이었다.
신기했다.
죽을 고비를 경험했기 때문일까?
그는 지난번처럼 막연하게 무너져 울지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이 차갑게 식었다.
‘흘릴 눈물은 그동안 충분히 흘렸고, 빌 만큼 충분히 빌었어.’
그가 겪은 이세계가 진짜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제 더 이상 단순히 게임상의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경찰이나 관리자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직 자신뿐.
쫘악―!!
그는 양손으로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세게 자신의 뺨을 때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갈 거야.”
꽈악―.
그는 바닥에 놓인 라울의 검을 잡았다.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할지 모른다.
이곳은 게임이고, 게임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건 이세계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강해지는 것.”
현실로 돌아가는 방법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이세계에서 본 미래가 게임 속에서 정말로 펼쳐진다면…… 로그아웃도 못 하는 레벨 10짜리 전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울의 정수를 습득하시겠습니까?]그리고 지금 그 방법이 눈앞에 존재했다.
‘알림창은 제대로 뜨고 있어.’
그 말은 이세계에서 얻은 것들이 게임 속에 적용이 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적어도 불법이라는 둥 핵이라는 둥 하는 헛소리는 하지 못하겠지.’
우진은 조심스럽게 확인 버튼을 눌렀다.
[라울의 정수를 익혔습니다.]솨아아악……!!
그 순간, 강렬한 바람이 우진의 얼굴을 때렸다.
▶ 위대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 상위의 정수입니다.
▶ 현재 등급으로는 완벽하게 흡수가 불가능합니다.
▶ 퀘스트를 통해 등급을 올리시기 바랍니다. -최소 조건 : B등급 이상 퀘스트 완료 (0/3)
▶ 몇 가지 특성이 제한됩니다.
그의 머릿속으로 밀려들어 오는 기억들.
▶ 특성 ‘모험가’를 깨우쳤습니다.
▶ 특성 ‘고독함’을 깨우쳤습니다.
▶ 특성 ‘용살’을 깨우쳤습니다.
▶ 특성 ‘불굴’을 깨우쳤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들만큼이나 수많은 알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용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라울의 기억들이 마치 스며들 듯 그에게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특성 : 모험가
▶ 새로운 지역에서 사냥 시 하루 동안 15%의 추가 경험치를 획득한다.
▶ 하루가 지난 뒤부터는 5%의 추가 경험치를 획득한다.
▶ 처음 조우하는 마물과 전투 시 10%의 추가 대미지를 입힌다.
▶ 사냥해 본 마물과의 전투 시 5%의 추가 대미지를 입힌다.
특성 : 고독함
▶ 솔로 플레이 시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한다.
▶ 솔로 플레이 시 획득 경험치가 10% 상승한다.
특성 : 용살
▶ 용 계열의 마물을 사냥 시 5% 추가 경험치를 획득한다.
▶ 용 계열 마물을 사냥 시 공격력이 10% 증가한다.
특성 : 불굴
▶ 체력이 5% 미만이 되었을 시 모든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미쳤네.”
[이블 테일]에서 스킬보다 더 얻기 어려운 게 특성이었다.‘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거나 퀘스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은 대부분 요리나 제작 관련된 특성들이었어.’
그런데 그가 얻은 건?
모두가 사냥과 생존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게다가 성능마저 하나같이 입이 벌어질 만큼 엄청난 것들뿐이었다.
“하…… 하하.”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그 순간 불현듯 떠오른 생각.
‘이세계에서 가져온 장비가 게임 속에 적용되었어. 그렇다면…….’
“상태창.”
그의 앞에 반투명한 홀로그램창이 나타났다.
이름 : 칸
직업 : 전사
레벨 : 10
종합 포인트 : 230
잔여 포인트 : 0
특성 : 모험가, 고독함, 용살, 불굴
상태창을 확인한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말았다.
[이블 테일]의 모든 시작 캐릭터는 능력치가 10으로 고정되어 있다.‘캐릭터 생성 시 부여받는 5포인트를 시작으로 1업 당 5포인트가 추가된다.’
10레벨의 플레이어의 종합 수치는 110.
한데 자신은?
무려 230이었다.
동 레벨의 플레이어보다 2배나 높은 수치.
포인트로만 따진다면 30대 레벨의 플레이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종합 포인트가 증가한 건 각각의 능력치 옆에 괄호로 붙어 있는 수치들 때문이었다.
‘이세계에서 먹은 룬들.’
그게 게임 속에서도 적용이 된 것이었다.
레벨이 오를수록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것이 어려운건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의 격차는 점점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겠지.’
“헛짓이 아니었어.”
우진은 자신의 능력치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밤을 꼬박 새우며 회색 늑대를 사냥했던 그 도전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으니까.
‘라울…….’
우진은 그의 마지막 얼굴을 떠올렸다.
‘정말 이렇게 끝인 걸까.’
스르릉―.
조용히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이런 식으로 당신의 검술을 내가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의 애검을 주면서 그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고작 10레벨의 전사 따위에게 자신의 필생의 극의를 물려주고 싶었을 리가 없다.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우진은 마치 라울에게 말하듯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검술에 걸맞는 사람이 되는 것이겠지.”
전승 스킬 : 용천(龍天).
▶ 용 사냥꾼 라울이 3마리의 용을 사냥하며 깨달은 완성되지 않은 극의(極意).
솨아아악―――!!!
검에서 흐르는 기류가 그의 전신을 감쌌다.
“……큭?”
그 순간 마치 근육이 찢어질 것 같은 맹렬한 통증이 밀려왔다.
“크아아악……!!!”
현실성을 중요시하더라도 [이블 테일]은 게임이었다.
고통스럽게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설정에서 통각을 최대 98%까지 감소시킬 수 있었다.
팔이 잘리고 다리가 부러질 수 있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곳에서 통각 감소는 필수였다.
우진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이 통증은 도대체 무엇인가……?
‘통각 감소를 적용해도 이 정도라니…….’
실제였다면 어땠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전승 스킬 : 용천(用天)을 깨우쳤습니다.
알림과 함께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용천 – 1문(門)이 개방되었습니다.] [스킬의 이해도가 낮습니다.] [레벨이 낮습니다.] [레벨과 이해도를 높여 다음 단계를 개방하십시오.]“헉…… 헉…….”
통증이 사라지자 놀랍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몸 안에서 구석구석 혈류가 빠르게 돌며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1문(問)의 개방이 완료되었습니다.]▶ 1문(門) – 스킬 ‘절(絶)’을 익혔습니다.
치직…… 치지직……!
그 순간 우진이 쥐고 있던 검날에서 옅은 스파크가 일었다.
“……!!”
놀란 그는 황급히 검을 검집 안으로 집어넣었다.
“깜…… 짝이야.”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다행히도 더 이상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하…… 하하…….”
검을 쥔 손에서 느껴지는 저릿한 느낌.
우진은 조금 전 감각을 잊지 않으려는 듯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이세계에 남아 있던 미궁탑의 100층.
‘그곳을 공략하면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이세계가 진짜라면…….
라울이 했던 말도 진짜가 될 것이다.
‘다시 그곳으로 가야 한다.’
그 100층을 공략하게 되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분명 게임에서 익혔던 스킬을 쓸 수 있었다.
‘그 말은 게임에서 익힌 능력을 그곳에서도 쓸 수 있다는 뜻이겠지.’
그곳에서 얻은 룬이 게임에 적용된 것처럼.
‘지금 당장 갈 수 있다 한들 100층을 공략하기엔 턱없이 약해.’
다시 그곳으로 가기 전까지 이번엔 게임 속에서 강해져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많아졌어.”
꽈악―.
주먹을 움켜쥔 그의 눈빛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