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6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60화(60/150)
[이블 테일]이 수년간 서비스되면서도 플레이어가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능력치가 두 개 있었다.바로,
신념과 재주.
물론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은 두 개의 능력치에 대해 어느 정도 정의를 내리긴 했다.
주로 두 개의 능력치는 플레이어보다는 NPC에게 더 큰 영향력을 끼친다.
신념은 의지라고 해석된다.
때문에 신념이 높을수록 패닉과 같은 상태 이상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하지만 반대로 신념이 높으면 자존심이 강하고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신념이 높은 용병은 전투에 뛰어나지만 반대로 다루기 까다로운 존재라고 평가되지.’
재주는 말 그대로 기교라 할 수 있다.
보통 스킬과 관련 있다 할 수 있는데, 재주가 높을수록 스킬을 익히는 속도가 빠르고 같은 스킬이라도 효과 또한 높다.
‘어둠숲에서 100이 넘는 수치를 볼 줄이야.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이 녀석이 가진 스킬이 뭔지가 중요하다는 건데…….’
우진은 체이슨의 스테이터스 창 아래에 적혀 있는 나머지 목록을 확인했다.
특성 : 해선(海船)의 투지
▶ 수 속성 몬스터에게 대미지 10% 상승
스킬 : 볼튼 비기
▶ 파도를 형상화하여 만든 볼튼 가문의 검술.
▶ 모두 3식으로 되어 있으며 눈속임이 많아 익히기 어렵지만 반대로 기교가 뛰어난 자가 익히면 월등한 효과를 발휘한다.
– 재주 70 이상 : 공격력 50% 증가
– 재주 80 이상 : 공격력 80% 증가
– 재주 90 이상 : 공격력 100% 증가
“살려서 데리고 온 보람이 있네.”
우진은 체이슨의 스킬창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이걸 써라. 없는 것보단 낫겠지.”
그는 부서진 선박들 사이에 떨어져 있던 낡은 장검을 들어 그에게 건넸다.
“약속하마.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다시 돌려보내 줄 테니.
우진은 성큼성큼 새하얀 등대를 향해 걸어가며 체이슨에게 대답했다.
“한번 가보자고.”
[귀신 들린 항구를 발견했습니다.]* * *
깜빡― 깜빡―.
어둡지만 길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등대의 불이 일행을 향해 오라는 듯 계속해서 빛나고 있었다.
‘입장 알림이 나오지 않은 걸 봐선 아직 던전은 아니야.’
필드 던전일 가능성도 높지만 몬스터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등대 안에 들어가면 알 수 있겠지.’
등대 앞에 선 우진은 낮게 숨을 들이마신 뒤 루엔과 체이슨을 향해 눈짓했다.
철컥―.
문고리를 돌리자 의외로 녹슨 철문은 관리가 되어 있는 것처럼 쉽게 열렸다.
“이곳에서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요.”
그때였다.
문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일행은 본능적으로 각자의 무기에 손을 가져갔다.
“무기를 거두시죠. 이곳에선 싸울 필요가 없으니까요.”
문이 열리자 등대 안에선 음습한 검은 안개의 모습과 달리 포근한 기운이 느껴졌다.
“……음?”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장과 바닥에 깔린 융단.
그리고 벽면에 타고 있는 난로와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주전자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당신이 대현자 하퍼 그웨인이군요.”
흔들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는 백색 머리의 미남자는 우진의 말에 묘한 미소를 띠었다.
“저를 아십니까?”
“백화곡에 있는 찰슨에게 들었습니다.”
“찰슨이라…… 반가운 이름이군요.”
‘하퍼 그웨인을 만났는데 대현자 퀘스트의 완료가 뜨지 않았어.’
우진은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연계 퀘스트인가.’
하퍼 그웨인은 등대 밖에 정박해 놓은 여인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볼튼 가문의 배로군요. 과거에도 한 번 이 해역에 온 적이 있죠.”
“맞습니다. 저희는 5년 전 이곳에서 행방불명된 하터윈 선장을 찾으러 왔습니다.”
“5년이라…… 이미 죽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선원들에게 들었습니다. 그를 제물로 두고 이곳을 빠져나왔다고 말입니다. 한데 그의 배에선 사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하퍼는 세츠나를 바라봤다.
“신기하네요. 아직도 환요를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군요.”
그는 자리에 일어나 찬장에서 푸른 잎사귀를 꺼내었다.
“드시겠습니까?”
-와웅!
세츠나는 마치 뭐에 홀린 듯 그가 꺼낸 잎사귀를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달초라고 불리는 풀의 잎사귀입니다. 환요들이 좋아하는 것이죠.”
“과연 인룡이라 불릴 만하군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그렇게 말했지만 남자는 우진의 말이 썩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당신은 왜 이곳에 있는 거죠?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우진의 물음에 하퍼는 찻잔을 내어주며 말했다.
“검은 안개에 대해서 아십니까.”
“볼튼 가문의 핏줄만이 이곳에 올 수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과거 신을 뛰어넘고자 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볼튼 가문 역시 그들 중 하나였죠.”
하퍼는 체이슨을 힐끔 바라봤다.
“위대한 자들이었지만 그들은 넘지 말아야 할 것을 넘고 말았습니다.”
“신 위에 서려 했던 것이군요.”
우진의 대답에 하퍼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허, 이방인이 대륙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맞습니다. 신은 그러한 자들을 벌하기 위해 신의 의지가 닿은 존재를 만들었죠.”
‘사르반딘에 대한 이야기다.’
우진은 자신에게 필요한 단서를 얻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중했다.
“신은 자신의 의지를 심은 3마리의 동물을 탄생시켰고, 그들은 신 위에 서려던 자들을 빠르게 벌하였습니다.”
쿠구구구구구…….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맹수의 울음 같은 천둥소리가 들렸다.
“신의 위용은 대단했지만 인간도 만만치 않았어요. 그들은 신이 내린 동물 중 하나를 끝내 죽였습니다.”
“설마…….”
“네. 그들이 바로 볼튼 가문입니다. 신수는 죽어 검은 안개를 만들었고, 결국 그들은 신의 저주를 받게 되었죠.”
하퍼는 창밖을 가리켰다.
“검은 안개가 바로 그 저주입니다.”
꿀꺽―.
일행은 긴장감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저는 대륙 곳곳을 방랑하였습니다.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다녔죠. 그러던 중 이곳에서 이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서랍에서 낡은 비석을 꺼냈다.
“볼튼 가문의 사람은 절대로 검은 안개를 벗어날 수 없다.”
그는 비석에 적힌 문구를 읊조렸다.
“그, 그럴 리가……! 전 태어나서 지금까지 백화곡에서 자랐다고요!”
“하지만 지금 검은 안개에 있죠.”
“네?”
“당신의 아버지도, 그리고 당신도 결국은 검은 안개에 오게 되었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체이슨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럼 당신은 이곳에서 뭘 하고 계셨습니까?”
“결계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검은 안개가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말이죠.”
“안개가…… 더 번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계속 커지고 있었으니까요.”
만약 이대로 시간이 더 흘러 검은 안개가 대륙까지 퍼진다면…….
끔찍한 일이었다.
‘이블 테일의 미래는 멸망이다.’
우진은 잠시 잊었던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저주를 끊을 방법은 무엇입니까?”
“그건 의외로 간단합니다. 저주의 원흉을 없애면 됩니다.”
“저주의 원흉이라면…….”
“검은 안개에 갇혀 있는 볼튼 가문의 사자들을 처치하면 됩니다.”
[연계 퀘스트를 발견하였습니다.] [대현자(大賢者) → 볼튼 가문의 저주] [퀘스트를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우진의 예상대로였다.
[퀘스트명 : 볼튼 가문의 저주]▶ 등급 : B
▶ 검은 안개 속에 머무는 볼튼 가문의 사자들을 처단하고 저주를 풀어라.
“어디로 가면 됩니까?”
“등대가 가리키는 불빛을 따라가면 됩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검은 안개가 대륙에 퍼지는 것보다는 낫겠죠.”
우진의 대답에 하퍼의 눈빛이 달라졌다.
“영웅이시군요.”
“영웅은 무슨…… 일개 모험가일 뿐입니다.”
그는 상자 안에서 검 한 자루를 꺼냈다.
“부서진 선박에서 이걸 찾았습니다.”
이름 : 해수검
등급 : A
설명 : 볼튼 가문의 가보.
정화된 바닷물로 검날을 제련하여 성스러운 힘을 가졌다.
가문의 비기를 익힌 자가 사용하게 되면 위력이 2배가 된다.
가보라고 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끈한 검신을 자랑하는 검이었다.
“이건 네가 쓰는 게 좋겠군.”
우진은 낡은 장검 대신 체이슨에게 [해수검]을 건넸다.
“등대의 빛을 따라가십시오. 그 끝에 여러분들이 찾는 것이 있을 겁니다.”
“그러지.”
“지금은 그저 모험가에 불과해도 만약 저주를 풀고 검은 안개를 없앤다면…… 정말로 영웅이 되는 것일 테지요.”
문을 나서는 우진에게 하퍼가 말했다.
“그리하면 용들도 관심을 보일 겁니다.”
우진은 그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다.
‘……알고 있었군.’
과연 대현자였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우진이 용군주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용에 당신도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하군요.”
“글쎄요. 다만…… 그거 아십니까? 용은 흥밋거리를 좋아합니다.”
우진의 물음에 하퍼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고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영웅의 행보만큼 인세(人世)에 흥미로운 것도 없지요.”
“마음에 드는 대답이군.”
우진은 걸음을 옮겼다.
[볼튼 가문의 저주받은 군도에 입장하였습니다.] [특성 : 모험가가 발동됩니다.] [축하합니다.] [아직 공략되지 않은 던전입니다.] [검은 안개에 가려 축복이 닿지 못합니다.] [던전 보드가 활성화됩니다.] [최초 공략 시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항구의 끝에 다다르자 검은 안개가 옅어졌다.
“여긴…….”
그리고 일행의 얼굴엔 당혹감이 서렸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높은 절벽 위였고, 그 아래로 거대한 도시가 보였다.
분명 던전 입장 알림이 울렸다.
필드 던전이 아니었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넓어?”
일행과 마찬가지로 우진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도시.
중앙 대륙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어둠숲에서 가장 큰 파르타조차 비교도 될 수 없는 크기였다.
“저기 보세요! 불빛이 보여요!”
루엔이 도시 곳곳에 켜져 있는 가로등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혹시 아직 사람이 사는 건 아닐까요?”
그녀의 말에 체이슨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우진을 바라봤다.
“글쎄.”
하지만 그런 그와 달리 우진의 반응은 담담했다.
‘도시형 던전이다. 이런 곳에 사람이 있어봐야…….’
몬스터일 가능성만 더 높을 뿐.
“사람이면 나도 좋겠군.”
별 기대 없이 우진은 대답했다.
[볼튼 가문의 대저택에 도달하시오.]알림이 울렸다.
그 순간 도시 맨 끝에 있는 저택 위로 빛이 반짝였다.
쿠그그그그……!!
동시에 그들이 서 있던 절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조심해!!”
“으으아악?!”
부서지는 잔해와 함께 미끄러진 그들은 도시의 성벽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촤악……! 촤아아악……·!
“으…… 갑자기 뭐야?”
체이슨은 인상을 찡그린 채 무너진 흙더미를 치우며 투덜거렸다.
“……우악?!”
그러던 중 그의 몸이 거센 힘에 쑤욱 앞으로 빠져나왔다.
“당장 달려!!!”
[파도가 몰려옵니다.]콰가가가가강―――!!!
그 순간, 거대한 물살이 그들의 뒤에서부터 쏟아져 내렸다.
[도시가 점점 바다에 가라앉습니다.]▶ 제한 시간 :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