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61)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61화(61/150)
쿠우우웅―――.
[도시의 문이 닫혔습니다.]▶ 성벽과 성문이 잠시 동안 파도를 막습니다.]
▶ 제한 시간이 증가합니다.
▶ 제한 시간 : 25분
“사, 살았다……!!”
도시 안으로 들어오자 성문이 저절로 닫혔다.
그들을 집어삼키려고 했던 파도는 당장에라도 문을 부술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성벽에 부딪혔다.
“안심하긴 일러. 고작 5분을 벌었을 뿐이니까.”
“그래도 다행이에요. 파도에 휩쓸리지 않았으니까요.”
루엔의 말도 맞았다.
무너진 흙더미에서 조금만 시간을 지체했으면 순식간에 파도에 떠내려갔을 것이다.
“하긴, 시작도 하기 전에 게임 오버가 될 뻔했군. 다들 괜찮아?”
“네. 걱정 마세요.”
-저도요!
“체이슨, 넌?”
우진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창백한 얼굴은 아무래도 조금 전 파도에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어린 시절 부터 앞마당처럼 누비던 바다였을 것이다.
‘당연히 파도를 무서워해 본 적도 없을 테고.’
그런 파도에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그것도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
‘믿음이 깨지는 건 생각보다 두려우니까.’
스무 살도 안 된 아이가 감당하기엔 확실히 버거운 것이었다.
“……잠깐 쉬도록 하지.”
“괜찮을까요?”
루엔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제한 시간이 있었지만 패닉에 빠진 파티원을 그냥 데리고 갈 순 없었다.
“3분 만이다.”
우진은 인벤토리 안에서 음식들을 꺼냈다.
“후우…….”
기껏해야 보존 식품들뿐이었지만 입 안으로 뭔가를 우겨 넣자 떨리던 심장이 조금은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무서워하지 마. 네 몸에 흐르는 피는 명백히 볼튼 가문의 것이니까.”
스스로도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되지만 이런 위로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혹시 이 도시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아뇨. 솔직히 말해서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의 두려운 심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체이슨의 말투가 존댓말로 변했다.
“잘 생각해 봐. 분명 네 아버지가 뭔가 이야기한 것이 있을 거야.”
그의 아버지인 하터윈은 홀린 듯 바다를 떠났다고 했다.
어째서 그는 다시 검은 안개로 돌아온 걸까.
단순히 저주 때문에?
‘그렇지 않을 거야. 뭔가 아직 알아내지 못한 마지막 조각이 남아 있다.’
우진은 체이슨을 바라봤다.
‘분명 이 던전을 공략하는 덴 네가 가장 중요한 열쇠일 테지.’
단순히 검은 안개에 들어오기 위한 열쇠가 아니다.
체이슨이 파티에 들어온 것, 그리고 등대에 가문의 무기가 있었다는 건 그 역시 던전을 공략하는 멤버라는 의미일 테니까.
‘흥, 뭐가 죽여도 괜찮은 거냐…… 죽였으면 영원히 검은 안개를 공략하지 못했겠구만.’
우진은 케르가가 보낸 쪽지를 떠올리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이것까지 알고 일부러 그렇게 적어 보낸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정말 치졸한 방해가 아닐 수 없다.
“루엔. 길을 살펴줘.”
“네.”
체이슨이 쉬는 동안 루엔은 정령들을 소환했다.
곳곳에 있는 물웅덩이 속에서 물의 하급 정령들이 튀어나왔다.
숫자는 모두 셋.
타이칸을 사냥하고 레벨 업을 한 덕분에 정령의 수도 조금 더 늘어난 모양이었다.
현재 그녀의 레벨은 40이었다.
‘슬슬 정령서를 구할 때가 되긴 했군.’
그녀는 40레벨 이후부터 두 번째 정령을 계약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정령서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급 정령서라면 거래소에서 구할 수 있으니까.
다만 엘프임에도 정령 친화도가 낮은 그녀였기에 다음 계약을 맺을 정령의 속성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궁수기도 하고 수 속성과 상극도 아닌 바람이 제일 나아 보이긴 하지만…….’
루엔은 어쩐 일인지 다음 속성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듯 보였다.
솨아아악―――!!
물의 정령들이 빠르게 던전 안을 날아가기 시작했다.
“마스터, 이 도시…… 뭔가 이상해요.”
“왜?”
“분명 뚫려 있는 골목길인데 들어갈 수가 없어요.”
정령들을 조종하던 루엔은 우진에게 말했다.
‘정해진 루트로만 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 건가.’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광범위한 도시를 일일이 헤맬 필요 없으니까.
“루엔, 정령이 들어갈 수 있는 길만 체크하면서 안내해 줘.”
“알겠어요.”
일행은 루엔을 따라 도시를 걷기 시작했다.
[매의 눈이 발동합니다.]“아무도 없네요. 혹시 여기도 얼음굴처럼 보스만 있는 곳일까요?”
“그러면 좋겠지만…… 이렇게 넓은 곳에 보스 하나만 있는 것도 좀 이상하지.”
“하긴 그러네요.”
루엔은 우진의 말에 경계를 하며 활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마스터, 이쪽이에요. 여기예요.”
골목길을 지나자 저택과 연결된 거대한 다리가 나타났다.
마치 경계를 나눈 것처럼 다리 사이로 해자(垓字)가 둘러져 있었다.
그리고 다리의 양옆으로는 석상들이 주르륵 세워져 있었다.
‘어째 불길한데…….’
우진은 주위에 깔려 있는 가고일 석상을 보며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다.
“루엔. 저 석상을 부숴봐.”
“네.”
꽈드드득―.
루엔이 활을 당겼다.
슈우욱―――!!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날아간 화살이 정확히 석상의 머리를 맞혔다.
[키에에에에에―――!]그 순간 석상이 깨어나며 머리에 화살이 박힌 가고일이 포효를 지르기 시작했다.
“역시! 다들 전투 준비!!”
가고일의 포효가 시작되자 다리에 있던 나머지 석상들도 모조리 깨어나기 시작했다.
파앗―!!!
깨어나기 시작하는 가고일 무리 안으로 파고든 우진이 바닥을 짚었다.
[한파를 사용합니다.]쩌적……! 쩌저저적……!!
깨어 나려던 가고일들 중 몇 마리가 그대로 다시 얼어붙었다.
“루엔!!”
[연사를 사용합니다.]파직―! 파바박―!!!!
얼어붙은 가고일들이 순식간에 루엔의 화살에 산산조각이 났다.
“세츠나!!”
-넵!!!
[안개 걸음을 사용합니다.]우진의 몸이 흐릿하게 변하면서 한 번 더 앞으로 튕겨 나갔다.
[질주를 사용합니다.]남은 가고일들이 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카강―! 카가강――!!
녀석들의 발톱이 우진에게 닿자,
[타오르는 불꽃을 사용합니다.] [키에에에엑!!!]그에게서 뿜어져 나온 불길이 오히려 녀석들을 먹어치웠다.
“후웁―.”
우진이 바동거리는 가고일의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특성 : 축각이 발동됩니다.]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서 있는 힘껏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둘렀다.
[강격을 사용합니다.]콰앙―!!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단 일격에 가고일의 몸이 반으로 잘려 나갔다.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검으로 벤 것이 아닌 마치 둔기로 후려친 것처럼 가고일의 시체가 짓이겨져 버렸다.
“휘유―.”
스킬을 승급시키고 난 뒤 제대로 써보는 건 처음인지라 우진은 처참하게 변한 가고일의 시체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 휘파람을 불었다.
[케에엑―――!]펑……! 펑펑펑!!!
한 마리가 남았던 모양인지 우진을 향해 몸을 날린 가고일이 새하얀 빛 덩이에 처맞고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
세츠나의 환영 탄막이었다.
-에헴!
“잘했어.”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젖히는 그녀의 머리를 우진이 쓰다듬어 주었다.
쿠그그그그…….
다리 위에 있던 가고일들을 모두 쓰러뜨리자 건너편에 있던 문이 저절로 열렸다.
꿀꺽―.
긴장된 얼굴들.
그건 선두에 선 우진도 마찬가지였다.
‘가고일 다음엔…… 어떤 몬스터일지.’
그때였다.
“……어?”
문 뒤에 풍경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어서 오십시오. 볼튼 가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열린 문 틈으로 보이는 화려한 조명들.
눅눅한 공기가 아닌 포근한 온기.
죽은 도시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저택 안은 활기가 넘쳤다.
그리고…….
“사람?”
그들을 놀라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저택 안에서 자신들을 반기는 사람들이었다.
“오시는 길이 험했을 텐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집사로 보이는 남자가 우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 있던 여인들이 루엔과 체이슨의 등을 떠밀었다.
“……어?”
“자, 잠시만요!”
두 사람은 엉겹결에 저택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자, 자. 이것 좀 드세요.”
“검은 안개를 지나오시느라 힘드셨죠?”
“도시의 공기가 안개 때문에 눅눅합니다. 몸을 좀 녹이시죠.”
사람들은 마치 서로 질세라 일행에게 이것저것을 가져다주었다.
“아…… 가, 감사합니다.”
쉴 새 없이 몰려든 그들 때문에 어느새 루엔은 그들이 건넨 찻잔을 들고 모포를 두른 채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 자. 무기는 좀 내려놓으시죠. 이곳은 안전합니다.”
“에? 아, 네…….”
“미쳤어?”
집사가 루엔이 메고 있는 활에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 우진이 그녀에게 말했다.
“여긴 던전이야. 생명줄 같은 무기를 지금 누구에게 주려는 거야?”
“죄송합니다!!”
그의 호통에 화들짝 놀란 루엔을 보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런 건가. 별로 달갑지 않은 던전이야.”
우진은 저택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검에 성력이 붙은 이유를 알겠군.”
그러고는 그들이 건넨 찻잔을 바닥에 쏟아부었다.
“무, 무슨……?!”
우진이 행동에 놀란 루엔이 그를 바라봤다.
“먹지 마라. 독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썩은 물로 만든 걸 테니까.”
“……네?”
[순례자의 십자가를 사용합니다.]▶ 정화가 발동됩니다.
솨아아아악―――!!!
우진의 주변에 빛이 뿜어져 나왔다.
“……꺄악!”
“이게 무슨 짓입니까!!”
쏟아지는 빛에 저택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
하지만 그들의 비명보다, 빛이 사라지고 드러난 그들의 모습에 일행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크륵…… 크르륵…….] [비…… ㄹ…… 어먹…… 을…… ·.] [고…… ㄱ…… ㅣ…….]살갑게 그들을 맞이해 주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들의 앞엔 썩은 피부와 고약한 냄새가 나는 언데드들만이 있었다.
“흐에엑?!”
루엔은 들고 있던 찻잔을 비명과 함께 던졌다.
쨍그랑―!!
바닥에 떨어진 찻잔엔 향긋한 차 대신에 지네가 기어 나오고 있었다.
“볼튼 가문이 멸망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사람들이 살아 있을 리가 없잖아.”
[크르르르……!!] [주…… 죽어……!!!]죽은 볼튼 가문의 사람들이 일제히 그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콰앙―!!!
우진이 자신의 앞에 있는 의자를 있는 힘껏 발로 찼다.
퍼억―!!
언데드로 변한 집사가 날아오는 의자에 맞고 머리가 부서지며 그대로 벌러덩 자빠졌다.
“성수를 챙겨왔음 좋았을 텐데.”
“그럼 어쩌죠?”
“어쩌긴.”
화르르―――!!
[속성을 사용합니다.]▶ 검에 화(火) 속성을 부여합니다.
“불로 지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