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62)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62화(62/150)
“우…… 우욱…….”
코를 찌르는 악취와 끔찍한 광경에 체이슨이 헛구역질을 해댔다.
“정신 차려, 체이슨. 저들이 언데드인 걸 오히려 감사히 생각하라고.”
“그게 무슨 헛소리예요!! 저 괴물들을 보고 어떻게 감사할 수가 있어요!”
“감사해야지. 살아 있는 자들이었다면 더 괴로웠을 테니까.”
“……네?”
“사람을 죽이는 것보단 마물을 죽이는 게 낫잖아.”
그의 말에 체이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검을 들어라. 여길 공략하는 데엔 네가 필요해.”
“제, 제가요?”
“그래. 네 검엔 성력이 담겨 있어. 그리고 그 검은 볼튼의 혈통이 써야 진짜 위력이 발휘되니까.”
체이슨은 들고 있던 해수검을 바라봤다.
“전 못해요…….”
“그래?”
필사적으로 소리치는 자신에 비해 너무 담담한 반응이라 오히려 체이슨은 당황하며 우진을 바라봤다.
[크아아아아아―――!!!]우진의 검이 가문의 사람들을 베었다.
검날에 스며든 화염이 여기저기 불꽃을 일으켰고, 전신에 옮겨 붙은 불꽃에 그들은 괴로워 비명을 터뜨렸다.
갑작스럽게 언데드로 변해서 놀라긴 했지만 그들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슉―! 슈슉――!!
콰가가강――!!
루엔의 화살과 세츠나의 탄막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제, 제가 없어도 쓰러뜨릴 수 있으시잖아요.”
“그래. 쓰러뜨릴 순 있지.”
“그,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쓰러뜨리기만 할 수 있다는 게 문제지. 볼튼 가문의 사람들이 영원히 저렇게 저주 속에서 고통스러워해도 된다면 상관없겠지만.”
“……!”
“저들은 분명 괴물이지만 분명 볼튼 가문의 사람들이야.”
체이슨의 눈동자가 떨렸다.
“영혼까지 모두 소멸시켜도 된다면 내가 널 대신해서 저들을 죽이겠다.”
스릉―.
우진이 검을 들었다.
“하지만 저들의 영혼을 구원하고 싶다면 네 검으로 저들을 죽여야 한다.”
힐러는 교단이 있는 중앙 대륙으로 가서 1차 전직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직업이었다.
성수는 거래소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어둠숲엔 언데드가 나오지 않기에 당연히 성수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언데드가 있는 던전?
‘첫 공략 이후 정보가 풀리면 그때부터는 성수를 챙겨서 던전을 공략하겠지만…….’
최초 공략인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체이슨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잊지 마. 네 아버지가 없는 지금, 가문의 유일한 혈통은 너뿐이니까.”
우진은 그를 독려했다.
“너는 가주이며 저들의 족쇄는 네가 끊을 수 있다.”
스캉―!!!
우진의 검이 언데드의 몸을 갈랐다.
[크아아아아아―――!!!]수는 많았지만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무기도 없는 맨손이었고 특별한 능력을 쓰지도 않았다.
쾅―! 쾅―!! 콰앙――!!
요란한 전투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공존했고, 언데드들은 조금씩 정리되어 가기 시작했다.
[키…… 키르…… 키륵…….]그때, 부서진 피아노 아래에 숨어 있던 언데드가 보였다.
얼굴은 망가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지만 체구를 봐서는 기껏해야 7살 정도로 어린아이였다.
아이는 싸울 의지도 없는 듯 바닥에 엎드려 괴상한 소리로 흐느끼고 있었다.
“아…….”
체이슨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고 말았다.
“자, 잠시만요!!!”
그가 검을 역수로 쥐고 내리 찍으려 하는 우진을 달려와 막았다.
“죽이지 마세요!!!”
우진의 등을 와락 끌어안으며 체이슨이 소리쳤다.
“그럼?”
울먹이는 그와 달리 우진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
“제가…… 제가 할게요.”
죽은 아이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잃은 자신을 떠올린 걸까.
체이슨은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철컥―.
우진은 검을 집어넣고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미안…… 미안해…….”
체이슨은 울먹이며 아이를 바라봤다.
“흑…… 흐흑…….”
그는 눈을 질끈 감고서 쓰러져 있던 아이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콰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이의 몸이 그대로 부서졌다.
[해수검의 성력이 발동합니다.] [불순한 기운이 정화됩니다.]그 순간, 놀랍게도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물길이 아이를 감쌌다.
조금 전 끼륵거렸던 말의 의미였을까.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살에 휩쓸려 사라지는 아이의 영혼은 평온해 보였다.
“잘했어.”
우진은 체이슨의 떨리는 어깨를 토닥였다.
“제가…… 조금만 더 용기를 냈어야 했는데…….”
체이슨은 불에 타 사라진 언데드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너무 풀 죽을 필요 없어. 언제냐보다 해냈다는 게 중요한 거야.”
우진은 위를 바라봤다.
“이제부터 더 용기를 내야 하니까.”
콰앙―!!
저택 2층의 문이 열렸다.
[크흐흐흐흐흐……!!]그 순간, 귀를 찢을 듯이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문 뒤에서 창백한 얼굴과 몸이 윤곽만 남은 채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유령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 마스터…….”
루엔이 원령들의 모습을 보고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우진의 뒤에 숨었다.
“밴시들이야. 겁먹을 필요 없어. 그냥 몬스터들 중 하나일 뿐이니까.”
“네. 그, 그렇지만…….”
옷깃을 잡고 있는 루엔의 손이 떨렸다.
‘유령을 무서워할 줄은 몰랐는데.’
– 아으…… 우에…….
“……넌 왜 그러냐.”
갑옷 안쪽 주머니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세츠나를 보며 우진은 피식 웃었다.
“밴시는 사자의 영혼을 갉아먹기 위해 오는 놈들이야. 아마 볼튼 가문은 아닐 테니.”
화르륵―――!!
우진은 화염이 걸린 검을 들어 놈들을 향해 달려갔다.
[키에에엑!!]밴시들이 일제히 우진을 덮쳤다.
용천(龍天) 1문(門) – 절(絶)
마치 화염의 용이 승천하는 듯 어두운 홀 안이 번쩍였다.
순식간의 그의 주변에 있던 밴시들이 불에 타며 사라졌다.
“저도 돕겠습니다!”
체이슨이 검을 휘두르자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들이 소용돌이 치며 밴시들을 강타했다.
[볼튼 비기를 사용합니다.] [볼튼 비기 – 1식(式)] [해수검을 사용 중입니다.] [볼튼 비기의 위력이 증가합니다.]마음을 다잡은 체이슨의 검술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났다.
검술의 설명처럼 그의 몸은 굽이치는 파도처럼 변칙적으로 움직였고 밴시들의 공격을 피하며 순식간에 놈들을 압도했다.
[키에에엑―――!!]물살에 강타당한 밴시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재가 되어 사라졌다.
“생각보단 별것 없군.”
▶ 43 → 44
하지만 의외로 경험치는 많이 주는지 레벨 업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헤……! 우헤헤헤……!
밴시 한 마리가 남아 있었는지, 유령의 손에 닿은 세츠나가 마치 술에 취한 듯 빙글빙글 날고 있었다.
퍼억―!!
우진이 밴시의 뒤통수를 검으로 후려쳤다.
* * *
– 우…… 우우…… 어지러워요.
우진의 주머니에 들어가 고개를 숙인 채 세츠나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앞으로 배워야 할 게 많겠어.”
-죄송합니다.
어이없게 밴시에 당한 모습을 보며 우진은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고대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니까.’
아는 것과 실전은 다르고, 공포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다.
“루엔. 너도 마찬가지야. 중앙 대륙으로 가면 앞으로 언데드를 상대해야 할 일이 많아질 거고.”
“……면목 없습니다.”
밴시에 얼어붙은 두 사람은 우진의 말에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나저나 너무 쉬운데…….’
물론 초심자 지역에서 언데드를 상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겪었던 던전에 비한다면 적들의 수준이 낮았다.
‘미개척 지역이야. 게다가 퀘스트 등급 자체도 A등급이고…….’
분명 뭔가가 남아 있다는 생각에 우진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못했다.
“보스 룸이다.”
2층 계단을 오르자 바로 보스 룸이 나타났다.
“오…… 벌써 보스 룸이네요? 너무 쉬운 것 아니에요?”
루엔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는지 음침하게 생긴 녹색 문을 보며 반색했다.
“맞아. 너무 쉬워서 이상하지. 보통 이러면…….”
우진은 천천히 문을 열었다.
“보스가 더럽게 어렵거나…….”
[보스 룸에 입장합니다.]“X같은 뭔가가 있거나.”
쿠구구긍―.
문이 활짝 열리자 그들의 앞엔 건장한 중년의 남자가 옥좌에 앉아 있었다.
[볼튼 가문에 온 것을 환영하오.]남자는 몸을 일으켜 우진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나는 볼튼 가문의 초대 가주 길버트라고 하네.]“환대는 집사로 충분해.”
[이곳은 가주의 방이라 불리지. 역대 가주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고.]검을 든 우진을 향해 길버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볼튼 가문 천 년의 역사 동안 무수히 많은 가주들이 있었으나 선택받은 자들만이 이 방에 머물 수 있지.]화르륵―!!!
가주의 옆에 세워둔 횃불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화르륵―――!!
[가장 뛰어난 자들.]그리고 벽에 걸린 횃불마다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볼튼 가문의 역대 가주들이 소환됩니다.]길버트의 앞에 다섯 명의 영혼들이 나타났다.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퀘스트명 : 볼튼 가문의 저주]▶ 볼튼 가문의 역대 가주들을 소탕하라.
소환이 끝나자 퀘스트가 변했다.
“저들을 물리치면 끝이다.”
퀘스트의 내용도, 던전의 공략 방법도 간단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찜찜한 기분.
[볼튼 가문 3대 가주 ‘카밀로’가 소환되었습니다.] [볼튼 가문 18대 가주 ‘로베르토’가 소환되었습니다.] [볼튼 가문 27대 가주 ‘플론’이 소환되었습니다.] [볼튼 가문 31대 가주 ‘미누엘’이 소환되었습니다.]“아―.”
소환되는 가주들의 영혼을 본 순간 우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볼튼 가문 38대 가주 ‘하터윈’이 소환되었습니다.]“……아빠?”
붉은 제복을 입고 검을 든 영혼을 본 순간 체이슨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빠!!!”
“체이슨, 멈춰!”
“……이거 놔요!!”
그가 거칠게 우진의 손을 뿌리쳤다.
“살아 계실 거라고 했잖아! 이……! 거짓말쟁이!!”
-부, 분명 사향이 없었는데…….
울부짖는 체이슨을 보며 세츠나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당연한 것을. 볼튼 가문의 가주들은 죽지 않는다. 그저 영혼이 이곳에 귀속되는 것뿐이지.]길버튼은 세츠나의 말을 비웃으며 대답했다.
[그것이 볼튼 가문의 저주다.]그는 마치 저울질을 하듯 양손을 뻗어 위아래로 움직이며 말했다.
[영원히 갇혀 있든 소멸하든 오직 양자택일뿐.]“체이슨, 이렇게 된 건 유감이지만 정신 바짝 차려. 네 아버지를 이곳에 계속 둘 생각이야?”
“아빠를 소멸시키겠다는 거예요?”
우진은 그제야 찝찝한 기분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단순히 하터윈의 영혼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 볼튼 가문의 영지라는 걸 알았을 때 어느 정도는 예상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으니까.
“시, 싫어요. 그렇게는 못해요!!!”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는 체이슨을 보며 우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거였군.’
퀘스트가 A등급인 이유.
▶ 볼튼 가문의 역대 가주들을 소탕하라.
체이슨 역시 볼튼 가문의 가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