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64)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64화(64/150)
“할 수 있어.”
우진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가족을 위한 거라는 거라면.”
아마도 게임이 원하는 대답일 것이다.
체이슨과 하터윈이 중요한 인물이라고 하지만, 결국 던전을 공략하는 주체는 어쨌든 플레이어.
그리고 주인공은 언제나 정도(正道)를 걸어야 하는 법이니까.
▶ 볼튼 가문의 역대 가주들을 소탕하라.
퀘스트의 내용이 바뀌었을 때 우진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체이슨을 죽이는 것까지가 목표라는 것을.
“이봐, 한 가지만 묻겠다.”
[클클…… 뭐지?]“이곳에도 아침이 있나?”
[물론. 매일 해가 뜨고 지지. 우리는 이곳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그렇군.”
길버트의 대답에 우진은 홀의 창밖을 바라봤다.
어스름이 걷히고 있었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것이다.
‘시간은…….’
[도시가 점점 바다에 가라앉습니다.]▶ 제한 시간 : 13분
우진은 시스템 창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루엔. 저 둘은 내가 상대한다. 넌 저 녀석을 맡아. 아마도 별거 없을 거야.”
“알겠어요.”
“다들 기도해라.”
“네?”
“부디 제때 해가 뜨기를.”
파앗―!!!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루엔과 세츠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달려가는 우진을 바라봤다.
[클클……! 욕망에 눈이 먼 인간이여!! 결국 너는 동료를 죽여서까지 우리 가문을 몰락시키려 하는구나!]“욕망은 무슨…… 말은 바로 해야지 싸움을 건건 네놈들이 먼저다. 그리고―.”
콰가가가강――!!
우진의 검이 체이슨의 검과 부딪혔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도 하터윈을 소환한 네놈 짓이지.”
[클클, 그래서?]옥좌 위에서 길버트는 한껏 여유로운 모습으로 우진을 비웃었다.
“그냥 기다리고 있어라.”
카앙―!!!
체이슨의 검을 쳐올리며 우진은 말했다.
“넌 아주 천천히 소멸시켜 줄 테니.”
콰앙―!!
소리치던 길버트의 머리 위로 폭발이 일어났다.
“말 진짜 많네.”
루엔이 다시 한번 활을 겨누며 말했다.
[이런…… 빌어먹을……!!]이마에 박힌 화살을 뽑으며 길버트가 루엔을 향해 소리쳤다.
콰앙―!!
[크아아악―――!!!]어느새 길버트의 뒤에 나타난 루엔이 그의 뒤통수에 다시 한번 화살을 쏘았다.
그 바람에 길버트가 옥좌에서 구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루엔은 안개 걸음을 시전한 세츠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이놈……!!]바닥에 너부러진 길버트가 황급히 일어나 루엔을 향해 주문을 외우려 했다.
슉―!!
하지만 그 순간, 스태프를 들고 있던 그의 오른손에 화살이 꽂혔다.
화르륵……!!!
화(火) 속성과 풍(風) 속성의 더블 인챈트.
손등에 꽂힌 불꽃은 마치 뱀처럼 순식간에 길버트의 전신을 휘감았다.
[크아아악―――!!]비명을 터뜨리는 길버트의 입 안으로 다시 한번 화살이 꽂혔다.
[컥……! 커컥……!!]목구멍에 화살이 꽂힌 채로 길버트는 허우적거리다 다시 한번 앞으로 쓰러졌다.
“정말 별거 없네?”
루엔은 긴장했던 것과 달리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길버트를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마스터! 이 자식 그냥 소멸시킬까요?”
“마음대로 해. 그런데 아마 안 될 거야.”
“……네? 왜요?”
“저 녀석이 죽으면 하터윈도 사라질 테니까.”
하터윈은 길버트가 소환한 영령이었다.
당연히 소환수는 소환사가 사라지면 소멸하게 된다.
‘하지만 던전의 핵심인 하터윈을 그런 식으로 공략 할 수는 없을 테니…….’
아마도 길버트는 공격력보다는 체력과 방어력에 편중된 몬스터일 가능성이 높았다.
혹은 일반적인 공격으로 죽일 수 없는 특수체일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도 괴롭히는 건 할 수 있을 테니까.”
우진은 루엔에게 말했다.
“마음껏 쏴버려.”
[흐…… 흐익?!]루엔은 기다렸다는 듯 활을 당겼다.
“흐아아아……!!”
그때였다.
체이슨이 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5미터의 거리가 급격히 좁혀진다.
불규칙적인 보폭으로 시선을 흐트러뜨리며 체이슨은 부상을 잊은 듯 우진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카앙―! 캉―!!!
허초와 살초가 교묘하게 섞여 있는 변칙 검술.
일도양단의 용천과는 정반대의 검술은 생각보다 막아내는 게 어려웠다.
[크아아악―――!!]게다가 하터윈의 검까지 우진을 노렸다.
촤자자자작……!!
순식간에 온몸 여기저기 날카로운 상처가 생겼다.
“체이슨.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
검은 안개의 던전은 플레이어에게 시험을 내렸다.
던전 공략을 위해 살인을 할 수 있는가.
그렇다.
살인(殺人)이다.
부활할 수 있는 플레이어와 달리 NPC는 한 번 죽으면 그대로 끝이었다.
이 던전은 그것을 묻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과 함께 온 동료 NPC를 공략을 위해 죽일 수 있는가, 라는 물음.
‘완벽한 A. I라더니……. 바보 같은 짓을 하는군.’
NPC를 죽일 수 있는가?
뭐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플레이어에게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에겐 한낱 프로그램인 NPC보다 던전의 공략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
‘플레이어들끼리도 서로 죽이는 판국에 NPC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일이겠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진은 달랐다.
이세계를 경험했기 때문일까?
이곳에서 만나는 NPC들이 그에겐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같이 느껴졌다.
과몰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진의 그런 태도 덕분에 체이슨을 죽이지 않아, 수년간 공략되지 못한 검은 안개에 도달한 것도 사실이었다.
A. I의 바보 같은 설정만은 아니었단 의미다.
이곳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NPC를 쉽사리 죽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에단]은 알고 있었던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왜 이런 짓을 꾸민 것인지는 모르겠다.
NPC를 하나의 인격체로 봐달라는 걸까?
‘…괜한 의미 부여야.’
우진은 쯧― 하고 혀를 차고서 생각을 가다듬었다.
“네 아버지를 위해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정말로 내게 검을 드리우는 거야?”
그러고는 체이슨에게 물었다.
[도시가 점점 바다에 가라앉습니다.]▶ 제한 시간 : 8분.
“너도 알 거야. 성문 밖에 휘몰아치던 파도 말이야. 네게 공포를 준 그 파도가 점점 도시를 무너뜨리고 있다.”
카앙――!!
우진의 일격이 체이슨의 검을 튕겨내고 몸을 돌려 하터윈의 공격을 막았다.
“전…….”
체이슨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파앗―!!
그때였다.
우진이 팔을 뻗어 체이슨의 손목을 비틀었다.
챙그랑―!!
체이슨이 단발마의 비명을 터뜨리며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렸다.
“어렵지? 나도 어려워.”
우진의 말은 묘하게 체이슨에게만 향하는 것 같지 않았다.
“무슨 이유로 이따위 던전을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신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 플레이어를 시험하다니 말야.”
[에단]을 향한 것이었다.“답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따위 장난에 휘둘리진 않아.”
[도시가 점점 바다에 가라앉습니다.]▶ 제한 시간 : 6분.
-마스터!! 시간이 없어요!!
[크아아아아―――!!!]하터윈의 검이 우진에게 닿기 직전,
[타오르는 불꽃을 사용합니다.]조금 전 받았던 대미지가 불꽃이 되어 하터윈을 덮쳤다.
“아버지……!!!”
얼굴을 감싸며 뒹구는 하터윈을 보며 체이슨이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컥!!!”
하지만 그 순간, 우진이 그의 목을 잡아 벽에 눌렀다.
“크, 크윽……!”
[도시가 점점 바다에 가라앉습니다.]▶ 제한 시간 : 4분.
그때였다.
어두웠던 홀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해가 뜨고 있었다.
“드디어 하루가 지났어.”
햇살을 등지고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후광이 비치는 느낌이었다.
체이슨은 눈부신 햇살에 우진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크아아아아―――!!!]몸에 붙은 불꽃이 사그라지자 하터윈은 다시금 우진에게 달려들었다.
[순례자의 십자가를 사용합니다.]▶ 정화가 발동됩니다.
우진이 들고 있던 십자가를 하터윈의 이마에 찍어 눌렀다.
“정신 차려. 하터윈.”
치이이이익……!!
십자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하터윈에 닿자 타는 듯한 시커먼 연기가 폭발했다.
[크아아아아악―――!!]조금 전 불꽃과는 다른, 처절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적어도 아들에게 작별 인사는 해야 하잖아.”
그 순간.
[나…… 나는…….]지금까지 괴성만 지르던 하터윈에게서 처음으로 인간의 언어가 들렸다.
* * *
하터윈 볼튼.
그는 지금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어둠뿐인 시야가 아닌, 지금 그의 눈에 보고 싶었던 것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볼튼 가문은 저주받았다. 언젠가 검은 안개가 너희들의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잡아먹을 것이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저주 따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내를 잃었을 때, 그는 자신도 가문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불현듯 깨달았다.
남아 있는 아들은?
아들을 잃을 순 없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가주의 소중한 것들을 빼앗는 게 저주라면 적어도 가주는 죽지 않는다는 말 아닌가.
‘내가 먼저…… 죽으면 된다.’
검은 안개를 찾아 그렇게 미친 듯이 그는 배를 몰았다.
그리고 검은 안개를 뚫고 이곳에 도착했다.
죽어가는 도시.
하지만 이곳을 본 순간 그는 마음이 놓였다.
다행이다.
이제 아들은 살 수 있을 테지.
[……체이슨.]아들이 보고 싶다.
“……아버지!!”
하터윈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검을 멈추었다.
[아직도 내가 꿈을 꾸는 건가.]그 순간, 품 안으로 뭔가가 와락 달려 들어왔다.
“아버지……! 아버지……!!”
하터윈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창그랑―.
그러고서 들고 있던 검을 던졌다.
[……많이 컸구나.]뼈밖에 남아 있지 않은 손가락으로 하터윈은 훌쩍 커버린 아들을 끌어안았다.
-후엥…… 후에에.
세츠나가 둘을 바라보며 울먹였다.
“하루가 지나야 한다는 게 이런 의미였군요.”
루엔은 우진의 생각에 감탄한 듯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1층에서 십자가를 한 번 썼었으니까. 다시 쓰기까지는 하루가 지나야 하거든.”
“만약…… 제가 좀 더 강해서 다른 가주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었다면 그들도 정화시킬 수 있었을까요?”
“음?”
예상치 못한 물음이었다.
“뭐…… 그랬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죽은 자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건 아냐. 결국은 소멸시켜야 해.”
우진은 그렇게 말하며 하터윈을 힐끔 바라봤다.
“그래도 자신의 마지막을 어떻게 끝내느냐는 중요하니까요.”
“흐음…….”
우진은 그녀의 대답에 잠시 생각했다.
죽임을 당하느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느냐.
그녀의 대답이 어쩌면 [에단]이 하고 싶었던 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 크큭…… 마치 끝난 것처럼 말하는구나.]그때였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길버트가 비릿한 웃음을 터뜨리며 그들에게 말했다.
[도시가 점점 바다에 가라앉습니다.]▶ 제한 시간 : 2분.
[어차피 도시는 무너진다. 너희들은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 컥!!]“하터윈의 저주가 풀렸으니 이제 넌 죽어도 된다.”
[……뭐?]콰직―――!!!!
그 순간 [해수검]이 길버트의 가슴을 뚫고 튀어나왔다.
“당신 때문에……!!!”
체이슨이었다.
[크…… 크큭…… 빌어먹을.]검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살이 길버트를 집어삼켰다.
“헉…… 헉…….”
체이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우진을 바라봤다.
“가문이 혈통이 아니더라도 검에 담긴 성력이 사라지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러고는 자신의 검을 우진에게 건넸다.
“감사해요. 당신 덕분에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었어요.”
목소리가 떨렸다.
“전 아버지와 함께 있겠어요.”
그의 눈빛도 떨렸다.
“저 역시 볼튼 가문의 가주니까…… 저주를 끊기 위해서는 저도 죽어야 해요.”
그의 말에 루엔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봤다.
[도시가 점점 바다에 가라앉습니다.]▶ 제한 시간 : 1분.
“시간이 없어요. 어서요!!!”
하지만 그 순간, 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제 겨우 1분 남았다. 나한테 쓸데없는 말 하기 전에 네 아버지와 조금이라도 더 얘기해.”
“네?”
“정말 마지막일 테니까.”
그러자 하터윈이 우진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네 아버지는 이 십자가의 다른 효과도 알고 있는 모양이군.”
“그게 무슨…….”
“저주 해제는 살아 있는 자에게만 쓸 수 있다는 걸.”
[순례자의 십자가를 사용합니다.]▶ 저주 해제가 발동됩니다.
우진이 체이슨의 이마 위로 십자가를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