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66)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66화(66/150)
“우아…….”
창고 안으로 들어온 일행은 낮은 탄성을 터뜨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진짜…….”
할 말을 잃은 듯 머뭇거리는 루엔을 대신해 세츠나가 대답했다.
-아무것도 없네요.
그녀의 말대로였다.
기대 가득하게 들어온 창고는 무색하리만치 텅텅 비어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우진은 텅 빈 창고를 계속해서 걸어갔다.
“음?”
창고의 끝에 다다르자 그곳에 낡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창고라고 해서 아이템을 골라서 가질 수 있는 줄 알았더니…… 정해진 건가.”
철컥―.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이게 뭐지?”
그러자 그 안에는 낡은 두루마리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황금향 지도를 획득하였습니다.]‘황금향?’
아이템 같은 것이 아니라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우진은 처음 보는 두루마리에 호기심과 함께 감겨 있던 끈을 풀었다.
[황금향 지도]▶ 등급 : 없음
▶ 설명 : 세계의 낙원이자 북벽의 섬이라 불리는 황금향의 위치가 적혀 있다는 지도. 볼튼 가문이 천 년 동안 찾으려고 했으나 찾지 못해 창고 안에 보관 되었다.
▶ 월드 퀘스트 [황금향]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월드 퀘스트……?”
볼튼 가문에서 새로운 퀘스트를 얻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던 일이라 우진은 놀라 다시 한번 창을 바라봤다.
‘월드 퀘스트는 그야말로 최고위 퀘스트인데…… 지금 울드아 연합 말고는 진행하는 사람도 없을 정도로 얻기 어려운 걸 여기서 얻다니.’
그는 긴장한 눈빛으로 퀘스트 내용을 살폈다.
“잠깐…… 북벽의 섬?”
그 순간 우진의 눈빛이 떨렸다.
들어본 곳이었다.
라울이 찾으려 했던, 사자왕이 있다는 그곳.
바로,
인류 최후의 보루가 있는 곳이었다.
‘이세계로 갈 수 있다면 북벽의 섬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우진은 입맛을 다셨다.
그렇게 되면 월드 퀘스트를 손쉽게 깰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지.”
우진은 두루마리를 있는 힘껏 찢었다.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퀘스트명 : 황금향]▶ 전설 속의 섬 황금향을 찾아라.
퀘스트를 수락하자 찢어진 두루마리가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끝인 모양이군.”
상자 안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으음…… 보상치고는 너무 시시한데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월드 퀘스트를 얻은 건 분명 엄청난 일이야.”
‘게다가 퀘스트를 공략할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으니 말이지.’
신기하게도 게임을 진행할수록 이세계로 가게 되었을 때 해야 할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만 돌아가자.”
두루마리 확인을 끝으로 창고 안쪽에 출구가 열렸다.
솨아아악―――!!
포털 안으로 걸어가자 빛이 그들을 감쌌다.
* * *
“수고하셨습니다.”
출구의 빛이 사라지자 그들이 도착한 곳은 등대였다.
“볼튼 가문의 일을 무사히 끝내셨군요.”
그곳에서 기다리던 하퍼가 우진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여러분들 덕분에 검은 안개가 사라지고 이곳도 세상 사람들과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진 역시 그런 그에게 화답했다.
“이걸 돌려 드릴까 싶습니다.”
체이슨이 들고 있던 [해수검]을 하퍼에게 내밀었다.
“이건 볼튼 가문의 것입니다만?”
“저는 도시를 관리할 생각 없습니다. 군도는 자유의 땅으로 두려고 합니다.”
“아깝지 않으십니까? 도시는 보시다시피 아주 넓습니다. 웬만한 소왕국의 국왕처럼 살 수 있을 텐데요.”
“저는 백화곡이 좋습니다.”
하퍼는 잠시 체이슨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 동안 제가 이곳을 관리하도록 하죠.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이곳은 볼튼 가문의 땅이고 당신이 주인이라는 것을요.”
“알겠습니다.”
“배에 채비를 해두었습니다. 돌아가시지요.”
체이슨은 당장에라도 이곳을 떠나고 싶은 듯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정박해 있는 여인호로 향했다.
“마스터, 저희도 갈까요?”
“너희는 배에 먼저 가 있어. 난 그와 할 이야기가 남아 있어서.”
우진의 말에 하퍼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당신의 생각을 들을 차례인 것 같군요.”
하퍼와 단둘이 남게 된 우진은 기다렸던 질문을 그에게 했다.
“정녕 용군주가 되시고 싶으십니까?”
오싹.
하퍼의 눈빛이 바뀌었다.
“용의 위에 선다는 것은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는 일입니다. 용은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그들은 끔찍한 시련과 고통으로 끊임없이 당신을 시험할 것입니다.”
그에게서 풍기는 기운.
그것은 놀랍게도 벨리안에게서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단순히 지혜가 뛰어나서 인룡이라고 불린 것은 아니었던가.’
그제야 우진은 하퍼가 온전한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의 힘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용기사가 되는 것은 어떠십니까.”
하퍼는 품 안에서 작은 알을 하나 꺼내었다.
“당신의 능력은 제가 보장하기에, 원하신다면 저의 스승이시자 서쪽 고원의 주인인 백룡(白龍) 하웬 님의 드래곤 나이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명 : 용기사]▶ 선택 시 유니크 클래스 ‘용기사’ 퀘스트를 진행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용 군주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선택 시 진행 중인 퀘스트는 소멸됩니다.]
“그저 조금 더 편하자고 낮은 등급의 클래스를 얻을 생각은 없습니다.”
“등급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도 높으니까요. 한 번 전직에 실패하면 그 뒤로는 노멀 클래스 이외에는 얻지 못합니다.”
하퍼는 좀 더 알을 그에게 가져가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에 손만 얹어도 전직을 할 수 있죠.”
“거절하겠습니다.”
그러나 우진의 대답은 단호했다.
“진심이십니까?”
“제가 하고자 하는 건 용 한 마리의 힘으로는 부족 한 것일 테니까요.”
“세상을 구하기라도 할 생각이십니까.”
하퍼는 농담처럼 되물었다.
“세상은 무슨…… 그냥 소원 하나 빌러 갈 겁니다.”
묘한 우진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치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허나 제가 당신을 인정한다 한들 용 군주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럼……?”
“저는 진짜 용이 아닌 한낱 용의 제자일 뿐이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대륙에 존재하는 용들에게 당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입니다.”
하퍼는 용의 알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당신은 아직 미숙합니다. 레벨을 올려 강해지십시오. 다음 대륙으로 가면 용이 당신을 찾아갈 것입니다.”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퀘스트명 : 용 군주]▶ 인룡(人龍) 하퍼 그웨인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최소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1. 50레벨 달성.
2. 중앙 대륙 입성.
▶ 50레벨 달성 후 중앙 대륙에 도달하면 지금까지의 행보에 따라 4마리의 용들 중 관심을 보이는 존재가 당신을 찾아갈 것입니다.
‘이제는 레벨을 올릴 때로군.’
우진은 새로 바뀐 퀘스트 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여정이 안식에 도달할 수 있길.”
하퍼가 우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띠링―!!
그의 손을 마주 잡자 알림이 울렸다.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퀘스트명 : 대현자(大賢者)] [보상 : 현자의 축복]▶ 새로운 능력치 ‘행운’을 획득하였습니다.
우진의 능력치 칸이 변했다.
“행운……?”
“별것 아닙니다. 그저 조금 이치와는 어긋나는 혜택을 받는 일이 생기는 것뿐입니다.”
“이왕이면 마력 같은 걸 주면 좋았을 텐데요.”
“하하. 그 역시 운이 따른다면 당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겠습니까.”
하퍼는 우진의 반응에 웃으며 말했다.
“혹시 북벽의 섬이라고 아십니까?”
“그곳은 왜……?”
“볼튼 가문의 창고에서 황금향에 대한 지도를 발견했습니다. 북벽의 섬이란 곳에 있다더군요.”
“글쎄요.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저도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입니다.”
“어떤 소문이죠?”
“북벽의 섬은 섬이지만 섬이 아닌 곳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인상을 찡그리는 우진을 보며 하퍼는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저도 한때 북벽의 섬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나 그 이상 찾아낸 것은 없었습니다.”
‘섬인데 섬이 아닌 곳이라…….’
우진은 하퍼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감사했습니다. 이만 가봐야겠군요.”
“언젠가 또 만나길 바라겠습니다.”
“저 역시.”
대화를 마친 우진은 배에 올랐다.
“백화곡으로.”
마물이 가득했던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하게 변했고, 배는 빠른 속도로 항해하기 시작했다.
* * *
-그거 봤음? 검은 안개 열린 거.
-어제 접속 안 하셨나. 대륙 전체에 알림이 왔는데 모를 수가…….
-아니, 내 말은 누가 공략한 건지 궁금하다는 거지.
-누구겠어. 최근에 던전 기록 싹 갈아엎고 있는 물음표지.
-???
-맞음. 그 사람.
-???
-???
-어휴, 1절만.
-그나저나 얼음굴은 혼자 깬 게 아닌 것 같던데…… 같이 깬 사람들은 정체를 알 텐데.
“이거 그 사람이죠? 삼촌하고 같이 얼음굴을 공략한 사람이요.”
미개척 지역인 [검은 안개]가 지도에 표시된 이후 커뮤니티 창은 온통 그 얘기뿐이었다.
“아마도 그럴 게다.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은 그 친구뿐이니까.”
“도대체 누구예요?”
“클클, 말하지 않기로 그 친구와 약속을 해서 말이야. 사랑하는 조카라도 그건 안 된다.”
“아니, 이건 연합장으로서 묻는 건데요. 어서 대답하세요. 가레스 씨.”
넓은 석조 건물.
울드아 연합의 길드 하우스였다.
그곳은 마치 다른 세상인 것처럼 사람보다 이종족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그곳의 유일한 인간인 그녀가 가레스에게 말했다.
짧은 단발에 무기 대신 착용하고 있는 두터운 건틀릿이 그녀의 직업을 대신 알려주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아무리 연합장이라도 말해줄 수 없소. 이건 약속이니까.”
“……칫. 재미없어.”
한 번 안 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되는 가레스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입술을 삐쭉 내밀며 뾰로통하게 대답했다.
“제인, 그나저나. 내일이지? 이번엔 빠지지 말거라.”
“그냥 삼촌이 대신 가시면 안 돼요?”
“이럴 때만 삼촌이냐.”
“원래 연합장은 삼촌이셨잖아요.”
그녀의 말에 가레스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울드아 연합의 규칙을 잊었느냐.”
“알죠. 알죠.”
가장 흥미로운 일을 얻은 자가 연합장이 된다.
“월드 퀘스트를 수주한 이상 네가 연합장을 맡는 건 당연한 일이야.”
“끄응…… 내가 왜 그랬을까.”
제인은 머리를 싸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재미 없다구요. 저번에 삼촌하고 같이 가봤을 때 무슨 경매장인 줄 알았다니까요?”
“다 필요해서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우리 같은 사람이 있어야지.”
“그래서 묻는 거잖아요. 실력 있는 사람을 많아야 저희 연합도 힘이 생기니까. 그 분을 영입하자니까요?”
“이미 월드 퀘스트를 진행 중인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기죽지 말거라.”
가레스는 제인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리고 그 사람은 포기해라. 누구 밑에 들어갈 친구가 아니거든.”
“후움…… 그거야 모르죠!”
“뭐, 어차피 곧 만나게 될 거다. 중앙 대륙으로 넘어 오면 소식이 들릴테니까. 여튼 다른 생각 말고 준비나 잘해. 알겠느냐.”
“끄응, 알겠어요. 어차피 가봐야 또 경매나 하겠죠. 별로 영양가 있는 얘기도 없을 것 같은데.”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쪽지를 들어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탁 초대장]반년에 1번씩 중앙 대륙에 내로라하는 길드와 연합이 한자리에 모이는 정기 회담이었다.
“글쎄. 호락호락한 사람들은 아닐 게다. 네게도 좋은 경험이 될 거야.”
가레스는 그녀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