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67)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67화(67/150)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명 : 미개척 지역 탐사]“정말 대단하군!! 검은 안개 뒤에 정말로 볼튼 가문의 영지가 있었다니…….”
백화곡으로 돌아온 우진은 찰슨과 만나 퀘스트를 완료했다.
“체이슨, 자네 나와 함께 일해보는 게 어떤가. 볼튼 가문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고, 실어 나를 물자도 한가득이니 말이야.”
영지까지 가는 항로의 기록을 건네자 찰슨은 눈을 빛내더니 우진의 옆에 있던 체이슨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여인호를 몰 수 있는 사람은 자네뿐이니 자네가 검은 안개…… 아니지, 안개 군도를 오가주면 좋을 것 같은데.”
“네? 저는…….”
“내 생각엔 나쁘지 않은 제안 같은데? 영지를 떠나고 싶은 건 알지만, 너 대신에 그곳을 지키는 하퍼를 생각해서라도 군도를 발전시킬 필요는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체이슨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좋아, 좋아! 앞으로 볼튼 가문과의 무역은 우리 아젠이 독점하게 되었구만!”
‘노리는 게 그거였군.’
우진은 그 와중에 비상하게 돌아가는 찰슨의 장삿속을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모두 자네 덕분이네.”
“당연하지.”
[축하합니다.] [아젠 무역 회의 외교 단계가 크게 향상됩니다.]▶ [현재 외교 단계 : 우호 → 신임] [이제부터 찰슨이 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아젠 무역회를 통해 구입하는 물건의 가격이 30% 할인됩니다.] [아젠 무역회를 통해 중앙 대륙에 존재하는 여러 협회 중 한 곳과 외교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외교 가능 협회 목록]
1. 바질리스크 상단.
2. 스퀄 링.
3. 퀸 레더 공방.
과연 아젠 무역회다웠다.
중앙 대륙에서 NPC들이 운영하는 거대 협회와 연을 맺고 있었으니 말이다.
‘바질리스크 상단이면 중앙 대륙에서 가장 큰 NPC 상인협회고 퀸 레더 공방은 각종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곳이지.’
두 곳 모두 중앙 대륙에서 활동할 때 아주 요긴한 단체들이었다.
다만 그 둘이 아니라 우진의 눈에 들어오는 이름은 따로 있었다.
“스퀄 링?”
처음 들어보는 단체였다.
“아아…… 거긴 말일세.”
찰슨은 어쩐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머뭇거렸다.
“일종의 심부름을 해주는 곳일세.”
“심부름이라면?”
“크흠……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걸 저기에 옮겨다 주는 자들이지.”
우진은 그의 말에 살짝 눈을 흘겼다.
“뭘 옮기는데?”
“으음…….”
찰슨은 체이슨과 루엔의 눈치를 슬쩍 살피고는 우진을 불러 그들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사람이라네.”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람을 옮기다니.”
“그러니까…….”
“설마 인신매매를 한다는 거야?”
찰슨은 그의 목소리에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노예 매매라고 해야겠군. 밀수를 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들이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어.”
“그게 무슨 개소리야? 사람을 사고 파는 짓이 정당하는 건가?”
“굶어 죽는 것보다 나으니까.”
“……뭐?”
“스스로 원해서 노예가 되는 자들도 많아. 중앙 대륙이라고 해서 모두가 부유한 것은 아니니까.”
찰스는 이런저런 말들로 그들을 대변하려 했지만 이미 우진의 시선은 차가웠다.
“자네가 필요한 게 정보라면 스퀄 링과 연을 맺는 것도 나쁘지 않아.”
“노예 상인과 얽히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는데.”
“글쎄. 100만 대군을 가지고 있는 왕국의 왕보다 한낱 노예 상인이 더 많은 것을 알 수도 있지.”
찰슨은 우진을 바라봤다.
“대륙의 수천만이 넘는 노예들이 모두 그의 눈과 귀가 되어주니 말이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노예는 영토를 뛰어넘어 대륙 어느 곳이든 존재 하니까.’
“스퀄 링의 수장 오토 스왈렌. 그의 인맥은 왕가에까지도 이어져 있다고 하지.”
찰슨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원한다면 소개장을 써줄 수도 있네만……?”
“중앙 대륙으로 가서 내가 직접 그들에 대해 본 후에 결정하지. 그때 돼서 다시 부탁하겠어.”
“그래. 그렇게 하게나. 자네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줘야지.”
소모품, 장비, 그리고 정보.
이 3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라는 의미였다.
우진은 굳이 섣부르게 선택할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그럼 이제 중앙 대륙으로 가는 겐가?”
“아니. 아쉽지만 아직 차원문을 넘을 만큼 경험이 쌓이지 않아서.”
“레벨이 부족하다는 말을 빙빙 돌려 하는군.”
우진은 찰슨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우습군. 어중이떠중이도 지나는 차원문을, 얼음굴을 공략하고 검은 안개까지 탐사한 자네가 넘지 못한다니.”
“세상엔 규칙이란 게 있으니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있는 일이고.”
우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남은 레벨은 기껏해야 4레벨이니까.’
루엔의 레벨까지 고려해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얼음골까지 생겨나 백화곡 주변엔 널리고 널린 게 몬스터였으니까.
“으흠…… 그렇다면 자네, 간단한 의뢰 하나 해보지 않겠나? 운이 좋다면 당장에라도 중앙 대륙에 갈 수 있을 걸세.”
“글쎄…… 그렇게까지 서둘러서 갈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어떤 일인지는 궁금하군.”
“호위 임무일세.”
“호위?”
초심자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퀘스트는 아니었다.
“누구의 호위지?”
“카르란 발란.”
우진은 그 이름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정확히는 이름이 아닌 뒤에 붙은 가문의 성(姓) 때문이었다.
“설마…… 검제가 있는 그 발란 가문?”
“맞아. 유명한 검술 명가지.”
찰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말이야. 그의 아들은 영 소질이 없는 모양이야. 경험을 쌓게 하려고 어둠숲으로 보냈는데 꽝이었지.”
‘확실히…… 그런 얘기를 했었지.’
그 순간, 우진은 이루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검술도 마법도 모두 잘 하지 못하셨는걸요.”
그러고는 그녀가 주었던 반지를 다시 한번 만지작거렸다.
“아이스 트롤을 사냥하러 갔다가 글쎄, 그 자리에서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기절했더군.”
“크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실력이 형편없는 모양이었다.
“명색이 검제의 아들이니 체면 때문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욕심이 과했어. 딱 봐도 고블린 하나 못 잡을 인간에게 트롤이라니.”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뭐, 결과는 처참하지. 노하신 검제가 호위까지 모두 철수시킨 모양이야.”
“아들을 버렸다고?”
자존심이 강한 건지…… 강단이 있는 건지…….
우진은 조심스럽게 검제의 성격을 추측해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네. 중앙 대륙으로 가는 차원문을 넘으려면 숲을 지나야 하는데 실력이 안 되는 거지.”
“그래서 의뢰를 한 거로군.”
“맞아. 하지만 아무도 파티 지원을 하지 않아 며칠째 이곳에서 머물고 있고.”
“어째서?”
우진의 물음에 찰슨은 피식 웃었다.
“당연하잖은가. 검제가 호위까지 철수시킨 마당에 그 녀석을 다시 호위해 준다? 검제의 뜻을 대놓고 어기는 일이니까.”
찰슨은 검을 베는 것 마냥처럼 이리저리 빈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알게 되면 목이 달아나는 일일걸?”
“흐음. 그런 위험천만한 일을 내게 추천해 준 거야?”
“자네라면 좀 다를 거 같아서.”
“관계에 금이 가는 소리를 잘도 하고 있군.”
“낄낄.”
‘그나저나 검제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찰슨의 말에 호기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쩌면 펜릴의 둥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뿐만 아니라 대륙 최강검이라고 불리는 아스웰 발란과 만날 수도 있는 확실한 기회기도 했다.
‘물론 그가 내 목을 날려 버리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가능한 일이지만…….’
해볼 만한 가치는 있어 보였다.
“일단 만나 보지. 그는 어디에 있지?”
“교역소 옆에 있는 여관에 있다네. 아마 가면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어떻게?”
“아주 망나니거든.”
* * *
와장창――!!!
여관 문을 연 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하늘이 도왔군. 저런 녀석 밑에서 이루린 같은 천재가 태어나다니.”
“이런 썅……! 주문 안 받아? 빨리 술이나 더 가져오라고!!”
가게 안의 손님들은 테이블에 놓여 있던 잔들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소년을 보며 수근거렸다.
“저 망나니가 검제의 아들이라고?”
“아들은 맞는데 검제도 내버린 것 같던데.”
“하긴, 쯧쯧.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그래도 가까이 말게. 괜히 봉변당할 수도 있잖은가.”
“내 말이. 어휴…… 쥐뿔도 아닌 게 아버지 휘광을 믿고 백화곡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으니…… 원.”
‘……아니, 이루린 입장에선 하늘의 저주인 건가?’
기껏해야 열댓 살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아이가 술 타령을 하고 있다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망나니인 그를 보며 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너희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좀 시켜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어.”
“츄릅―. 네!”
입가에 침을 닦으며 루엔이 눈을 반짝였다.
“빨리 술을 가져오라고!!!”
“네, 네! 알겠습니다.”
그의 외침에 종업원이 황급히 술잔을 채웠다.
“한 잔 더.”
그 술잔을 우진이 낚아채며 종업원에게 말했다.
“자, 잠시, 이건…….”
“괜찮아. 저 사람과 같이 마실 거니까. 내가 가져다주지.”
어리둥절해하던 종업원은 눈치를 살피더니 잠시 후 술잔을 하나 더 채웠다.
“여기.”
카르란이 있는 테이블에 온 우진이 들고 있던 2개의 술잔을 내려놓았다.
“진즉에 가져올 것이지…….”
카르란이 술잔을 가져가려는 순간, 우진이 잔을 들어 그의 머리에 부었다.
“……!!”
그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 무슨…….”
“미친 거 아냐?”
“어떻게 감당하려고…….”
순식간에 일대가 소란스러워졌다.
“이 미친 새끼가!! 지금 뭐 하는 거야!!”
“어린 녀석이 하도 술술거리길래 술로 목욕이라도 하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지.”
“뭐라고!!”
“카르란 발란.”
움찔―.
아버지의 휘광이 아니라면 사람들의 말대로 카르란은 별 볼 일 없는 자였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 소리쳤지만, 우진의 기세에 그는 단박에 주눅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집에 데려다 주마.”
주륵―.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술이 바닥에 떨어지자 카르란은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네 녀석의 도움은 필요 없어!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누군지 알아?!”
“아니까 이름을 말했잖아.”
그의 으름장에도 우진의 태도는 여전했다.
“……컥!!”
우진이 그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돌잡이 어린애도 아니고 집에도 못 가서 백화곡에서 떼쓰는 게 부끄럽지 않냐.”
“뭐, 뭐?”
“만약 딸이 있다면 지금 네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까?”
“뭐, 뭔 개소리야!!! 내가 몇 살인데……! 무슨 딸이 있어!!”
“그냥 해본 소리야.”
당황해하는 카르란을 보며 우진은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여튼 여기서 아스웰 발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널 차원문까지 데려다줄 사람은 나뿐일 거다.”
“……정말 날 호위해 줄 수 있나?”
“물론.”
우진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신 넌 뭘 줄 수 있지?”
띠링―.
퀘스트 알림이 울렸다.
중앙 대륙을 향한 첫걸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