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68)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68화(68/150)
“뭘 원하지……? 돈? 장비?”
카르란의 물음에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원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게 아냐.”
“그게 뭔데?”
“네 아버지인 아스웰 발란과의 독대다.”
그 순간 카르란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런 미친…… 죽고 싶어 환장한 거야? 아버지가 날 호위해 준 걸 아시면 넌 끝이야! 차원문을 넘고 나면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쳐야 한다고!”
“걱정 마라. 뒷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자살 방법도 가지가지군…….”
“그래서, 싫은가?”
그는 행여나 말이 나올까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퀘스트를 발견했습니다.] [퀘스트명 : 카르란 발란 호위]▶ 등급 : C
▶ 카르란 발란을 중앙 대륙으로 갈 수 있는 차원문까지 호위하라.
‘오랜만에 C등급 퀘스트네.’
하도 높은 등급만 보다 보니 이제는 C등급 퀘스트가 쉬워 보이는 우진이었다.
“자.”
우진은 물잔을 그에게 들이밀었다.
“마시고 정신 차려. 바로 갈 거니까.”
“……웁?”
-우웁?
멀리서 루엔과 세츠나가 빵을 입에 문 채 미어캣인 양 고개를 치켜들었다.
* * *
“말은 어디 있느냐! 마차는!”
“너도 알 텐데. 백화곡의 설원 숲은 산세가 험해서 말이 갈 수 없다. 걸어서 가야 해.”
“제길…….”
“설마 대단한 검술 명가의 자제분이 고작 이틀 걷는 게 힘들어서 그러는 건가? 검제의 아들이?”
“무, 무슨 소리!!”
우진의 말에 카르란은 씩씩거리며 앞장섰지만, 걸어가는 폼만 봐도 곧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같은 19살인데 이렇게나 다르다니…….’
우진은 이루린을 떠올리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악!!”
그의 예상대로 카르란은 쌓인 눈에 발이 빠지며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제길……! 추워!! 엑!!”
우진이 그런 그의 뒷덜미를 잡아 들어 올리자 그는 괴상한 비명과 함께 버둥거렸다.
“눈밭이니 춥지. 그럼 따뜻하냐.”
“제길. 테칸 왕국은 사계절이 없이 모두 따뜻하단 말이다. 눈 따위……! 예쁘지도 않고 쓰레기 같은!!”
카르란은 우진의 손에 매달려 허우적거리며 잔뜩 신경질을 부렸다.
“검술은 배워본 적 있나?”
“당연하지! 내 아버지가 누군데! 위대한…….”
“그건 아니까 됐고. 여튼 다행이군.”
“……뭐?”
“검을 쓸 차례거든.”
[크르르르르―――!!!]그때였다.
숲 주변으로 나타난 아이스 트롤들.
‘수가 많다.’
47~48레벨인 녀석들의 숫자는 대략 스물은 되어 보였다.
‘얼음굴 이후에 생태가 바뀐 건가.’
던전이 생기고 난 이후부터 아이스 트롤과 오우거들이 무리를 짓기 시작했으니까.
“꼭 망나니라서 호위를 안 한 것만은 아니겠군.”
스무 마리의 아이스 트롤을 한꺼번에 상대하려면 최소 5인 파티는 돼야 했을 터다.
“흐, 흐이익……?!”
몬스터들을 본 순간 카르란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치며 뒤로 물러섰다.
“어딜 가?”
“뭐, 뭐가?!”
“싸워야지.”
“싸우긴 뭘 싸워!! 그건 너희들 몫이잖아! 어서 날 지켜!!”
카르란은 우진의 말에 꽁무니를 빼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자, 잠깐……!”
“이거 놔! 싸우기나 해!”
막으려는 루엔의 손을 뿌리치며 달려가던 순간,
“으아아악?!”
나무뿌리에 걸려 그대로 눈 바닥을 굴렀다.
“그러게 말렸는데…….”
“냅둬.”
우진은 자빠져 있는 카르란을 향해 쯧, 하고 혀를 차고는 고개를 돌렸다.
‘NPC인 거 아는데도 괜히 짜증 나네…….’
“루엔, 왼쪽을 맡아.”
“알겠어요!”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루엔이 활을 당겼다.
솨아아악―――!!!
나무 사이를 가르며 날아간 화살들이 정확히 아이스 트롤의 머리에 박혔다.
슉―! 슈슉――!!
[연사를 사용합니다.]선두에 있던 트롤이 쓰러짐과 동시에, 두 발의 화살이 더 날아들었다.
‘공격이 조금 달라졌는데.’
우진이 반대쪽 트롤들을 상대하며 루엔을 바라봤다.
보통 NPC들이 스킬을 사용할 땐 일반 공격보다 스킬을 먼저 쓰는 경향이 높았다.
하지만 조금 전 루엔은 화살 한 발을 먼저 쏜 다음에 연사 스킬로 2발의 화살을 쐈다.
일반 공격보다 시위를 당기는 속도가 빠른 연사 스킬을 뒤에 쓰면 그만큼 화살을 쏘는 딜레이가 줄어든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미세한 차이는 NPC에게선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었다.
‘성장형 NPC.’
어쩌면 그건 단순히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것만이 다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앗―!!!
우진은 아이스 트롤의 창을 피하며 검을 놈의 옆구리에 박아 넣었다.
[커억―!!]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우진은 미끄러지듯 검을 내질렀다.
볼튼 비기 1식(式) -풍파
콰가가강――!!!
순간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우진의 몸이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촤작……! 촤자자작……!!
순식간에 10미터를 질주한 그의 검은 3마리의 아이스 트롤을 동시에 베며 지나갔다.
‘체이슨이 썼던 것과는 좀 다른데…….’
위력은 대단했지만 체이슨의 1식에 비한다면 그의 검술은 투박하고 거칠었다.
날카롭고 빠르게 베는 공격이라기보다 힘의 의존해서 때려 부수는 느낌.
‘재주가 낮아서 그런 건가.’
보통의 사람들은 그저 스킬의 위력만을 생각했겠지만 실제로 검을 잡아봤던 우진은 달랐다.
“좀 더 해봐야겠군.”
우진은 검을 고쳐 잡고서 아이스 트롤들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크학!!] [크아아악……!!]여기저기에서 트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비록 초심자 지역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둠숲에서 고레벨 몬스터에 속하는 아이스 트롤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그저 한낱 연습 상대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크르르르르―――!!!]어느샌가 트롤들이 우진에게 섣불리 달려들지 못했다.
‘설마…… 아이스 트롤이 겁을 먹은 건가?’
카르란은 그 모습을 할 말을 잃고 바라봤다.
‘아버지께서 붙여주신 호위들에게도 겁을 먹지 않았는데…….’
도대체 저 사람은 뭐지?
카르란은 생각하는 이 순간에도 아무렇지 않게 트롤의 목을 베는 우진을 멍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슈욱―!!!
“흐익?!”
그때였다.
카르란의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화살이 날아왔다.
“이봐!! 너 뭐 하는 거야!!”
그는 화살을 날린 루엔을 향해 주먹을 쥐며 소리쳤다.
“주인은 실력자인데 부하들은 영 못 미덥구만. 쯧쯧, 이래서야 돈을 받을 수 있……?”
주절거리는 그를 향해 루엔은 대답 대신 그의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쿵―.
그 순간,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꿀꺽.
돌아보니 그곳엔 이마에 정확히 화살이 박힌 트롤이 쓰러져 있었다.
‘요, 용병 주제에…….’
꽈악―,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카르란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을 주었다.
뭔가 가슴속 한편이 욱신거렸다.
“이제 나오지?”
우진의 부름에 카르란이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몰려왔던 트롤들이 모두 정리되고, 그들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무기를 정비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카르란은 조금 전 느꼈던 감정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그건,
강함에 대한 갈망이었다.
“검제의 아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가졌군.”
“검제의 가르침을 받았다면 도대체 얼마나 강할까?”
사람들은 자신을 카르란이라 기억하지 않았다.
검제의 아들이라고 말할 뿐.
검제(劍帝)란 단어는 언제나 따라붙는 꼬리표였다.
아버지를 바라볼 때마다 느꼈던 자괴감.
너무나도 높은 위치에 선 그는 다가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경외의 존재였다.
그래서 포기했었다.
아무리 노력해 봐야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그렇기에 더욱 삐뚤어진 것이다.
검제 스스로 아들을 포기하게 되면 자신도 더 이상 검제의 아들이 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어째서 강하지?”
카르란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우진에게 묻고 말았다.
“당신도 검술을 배운 건가?”
“배웠지.”
“그, 그럼 그렇지. 배우지 않고서야…….”
“너도 배웠잖아.”
어떻게든 합리화를 하려던 카르란에게 우진은 아무렇지 않게 일침을 놓았다.
“게다가 검제의 검술이면 내가 배운 검술보다 더 대단한 것을 배운 것 아냐?”
우진은 그런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넌 약하지.”
“그, 그건……!”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카르란은 대꾸의 말을 찾지 못해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돼지 목의 진주인 거지.”
“……뭐?”
“아무리 대단한 검술이래도 재능이 달리는 녀석에겐 소용없다는 말이다.”
빠득―.
신랄한 우진의 말에 카르란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부턴 말썽 피우지 말고 그냥 조용히 살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우진은 루엔을 향해 눈짓을 했다.
“가자. 몬스터들이 피 냄새를 맡고 또 몰려올 거야. 계속해서 움직인다.”
“나, 나도……!”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카르란이 소리쳤다.
“강해지고 싶었어! 재능? 그래, 내가 재능이 없다는 거 나도 알아! 그래도 강해지고 싶었다고!”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을 바라보는 싸늘한 아버지의 눈빛을 그는 잊지 못했다.
“그런데…… 너무 어렵다고…… 아버지의 검술은…….”
카르란은 마치 쌓아놓았던 울분을 토해내듯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설마…….’
흐느끼는 그를 본 순간, 우진은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정말로 그는 재능이 없는 자일까?
이루린에게 들었던 말 때문에 자신도 그렇게 그를 대했지만, 사실 어느 것 하나 확인된 게 없었다.
“너 혹시…… 검제의 검술 말고 다른 걸 배워본 적은 없나?”
우진의 물음에 카르란은 고개를 저었다.
“허…….”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뛰어나다고 해서 좋은 스승이 되는 것은 아니야.’
검제의 검술을 본 적은 없지만 대륙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검술이었다.
당연히 그만큼 심도가 깊은 검술일 터.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기본기를 다지고 검술의 이해도를 높인 뒤에 도전해야 할 검술을 검제는 처음부터 그에게 가르친 것이었다.
‘넘치는 부성애가 오히려 잘못을 만들어냈군.’
“기초부터 다시 해라.”
“……뭐?”
“뛰어나다고 해서 꼭 좋은 스승이란 법은 없으니까. 그는 너를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한 것이겠지. 자신이 했으니 아들도 할 수 있다고 말이야.”
어느 부모나 저지를 수 있는 실수였다.
“네 아버지의 검술이 어렵다면 더 쉬운 것부터 해나가면 돼.”
“그럼…….”
그때였다.
카르란이 눈을 반짝이며 우진의 앞에 섰다.
‘어째 싸한데.’
우진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차라리 조금 전같이 머리 빈 귀족처럼 행동하면 좋으련만 쓸데없이 눈을 빛내고 있었으니까.
“왜?”
“당신이 내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없을까?”
“내가 가르쳐 줄 게 뭐가 있…….”
‘아니. 있다.’
그 순간, 우진은 라울이 떠올렸다.
“용천을 가르쳐 줄 순 없지만…… 기본기는 알려주지.”
그가 했던 말이었다.
검을 잡는 방법, 검을 겨누는 자세, 시선을 두는 법, 보폭의 넓이…….
분명, 카르란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정말…… 내 가르침을 받고 싶은 거냐? 가문으로 돌아가면 검술 선생들이 있을 텐데?”
“아무도 내게 검술을 가르쳐 주려 하지 않아.”
하긴…… 검제의 아들이니까.
어쩌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도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검제니까.
그가 하는 일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들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나라고 딱히 다를 건 없는데.”
“내 호위를 맡았잖아.”
“……뭐?”
“호위를 맡는 임무부터 아버지에게 반기를 드는 일인데 그걸 당신은 했잖아.”
특이한 이유였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뭐…… 차원문까지 가는 동안 기본기는 가르쳐 주마.”
머쓱해진 우진은 라울이 자신에게 했던 말 그대로 그에게 다시 해주었다.
“저, 정말?!”
“대신 진심으로 해라. 차원문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까.”
“물론이지! 아니, 물론입니다!”
카르란은 기쁜 듯 우진의 팔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소리쳤다.
띠링―.
그때였다.
우진은 알림 소리과 함께 나타난 창을 열었다.
‘뭐지?’
그 순간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히든 퀘스트를 발견하였습니다.] [카르란 발란의 재능]▶ 등급 : C~S
▶ 설명 : 카르란 발란에게 검술을 가르쳐라.
▶ 배움의 성과에 따라 등급이 변하며 보상도 달라진다.
‘이게 뭐야……?’
C등급부터 S등급까지 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니.
S등급 퀘스트의 가치는 누구보다 그가 잘 알고 있었다.
‘설마…….’
그는 물끄러미 카르란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카르란을 기용할 수 있습니다.] [카르란을 파티에 합류 시키겠습니까?]알림창과 함께 카르란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름 : 카르란 발란
직업 : 검제의 아들
레벨 : 50
힘
90
민첩
50
건강
80
신념
20
재주
30
전술
40
종합 포인트 : 310
특성 : 강골, 괴력
‘으음…….’
재주가 낮은 편이긴 하지만 신체 능력은 뛰어났다.
‘힘이 90대라면 쓸 만한 것 같은데.’
단순히 검제의 휘광이 너무 대단해서 묻혔던 걸까.
‘아냐. S등급을 받으려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한데…….’
그때였다.
[특성 : 껍질눈이 발동됩니다.]▶ 가려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루엔의 특성을 봤을 때처럼 갑자기 그의 시야가 흔들리더니 상태창에 뭔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그리고 우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허…….”
‘이거였구나.’
숨겨진 상태창을 본 순간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모두가 욕하는 이 망나니가…….’
어쩌면 대륙의 역사를 바꿀 존재가 될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