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69)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69화(69/150)
“자세를 더 낮춰.”
“흐아아압―――!!!”
“검 끝이 흔들린다. 네가 익혔던 기술을 쓰지 말고 순수하게 눈과 몸으로만 싸워. 지금 네 수준에선 검술이 아니라 잡기(雜技)에 불과해.”
카앙―!! 캉―!! 캉―!!!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크르르르…….]카르란의 앞에 서 있던 아이스 트롤은 자신의 공격이 빈번히 막히자 화가 난 듯 으르렁거렸다.
“루엔. 한 마리 더 데리고 와.”
“괜찮을까요?”
“응.”
걱정스러워하는 그와 달리 우진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름 : 카르란 발란
직업 : 검제의 아들
레벨 : 50
힘
90
민첩
50
건강
80
신념
20
재주
30
전술
40
종합 포인트 : 310
특성 : 강골, 괴력
강골, 괴력 모두 체력과 힘을 올려주는 특성이고 예리함은 검술의 정교함을 올려주는 특성이다.
특성과 능력치만 본다면 그야말로 검사에 어울리는 자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실력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뭘까.
[현재 NPC는 저주에 걸린 상태입니다.]바로 이것이었다.
놀랍게도 껍질눈이 발동한 뒤 카르란의 상태창 아래에 한 줄이 더 나타났다.
‘저주라…….’
[순례의 십자가]로 혹시 해제가 될까 싶어 사용해봤지만 아쉽게도 카르란의 저주는 결이 달랐다.▶ 저주로 인해 부정적인 특성을 가집니다.
▶ 특성 : 다혈질, 의기소침, 자기 불신.
설명창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 특성들 때문에 카르란이 스스로 검술을 포기한 것일 터였다.
‘저주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냐.’
누군가 그에게 저주를 건 것이다.
‘누굴까.’
우진은 열심히 아이스 트롤과 싸우는 카르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발란 가문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 같은데…….’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닌 가문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비화를 말이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사실 가문의 숨겨진 문제를 알아내는 건 가문과의 우호도를 올리는 것보다 뒤에서 조사하는 게 더 쉬운 일이지.’
우진은 아젠 무역회에서 봤던 [스퀄 링]이 떠올라 쯧― 하고 혀를 찼다.
[크아아아아―――!!]아이스 트롤의 포효가 들렸다.
“마스터! 한 마리 더 데리고 왔어요!!”
“뭐 하고 있어? 카르란. 가서 저 녀석도 상대해.”
“자, 잠깐……! 지금 저보고 두 마리를 동시에 싸우라는 말입니까?”
“할 수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주, 죽을 거라고요!!
카르란은 당황하며 소리쳤다.
“할 수 있다. 널 믿기 어려우면 나를 믿어.”
파앗―!!
루엔이 몸을 날리자 아이스 트롤은 눈앞에 들어온 카르란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길!!!”
그는 검을 고쳐 잡으며 트롤의 창을 막아냈다.
‘당장 저주를 해결할 수는 없어.’
그렇기에 우진은 다른 방법으로 카르란을 단련시키기로 했다.
바로,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저주가 걸린 건 본인도 알지 못해. 그렇다면 그냥 지금 상태로 마물과 싸워도 이길 수 있게 만든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의기소침]과 [자기 불신]은 재주의 성장을 방해하고 전투력을 떨어뜨리며, [다혈질]은 공격의 정밀함을 엉망으로 만들었다.‘하지만 그 저주를 모두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도 마물을 사냥할 수 있다면…….’
저주가 사라진 순간 그는 그야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하게 될 터.
우진은 그 모습이 기대되었다.
‘비록 게임 속이라도 나중에 태어날 이루린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
이세계와 게임은 마치 평행 세계처럼 비슷하지만 분명 다른 세계였다.
만약 이 두 세계가 같은 세계였다면 이세계의 이루린의 삶도 변화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적탑의 수장이 저지른 끔찍한 실험도 보지 않았을 테고.’
그런 생각이 들자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으, 으아아악!!!”
푸욱―!!
어정쩡한 자세지만 카르란의 검은 정확히 아이스 트롤의 목을 꿰뚫었다.
[컥…… 커헉…….]아
이스 트롤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돼…… 됐다!!!”
“아직 한 마리 더 남았다.”
“네!!”
우진의 말에 카르란은 황급히 박힌 검을 뽑으며 자신의 옆에서 들어오는 창을 튕겨냈다.
카르란의 표정이 달라졌다.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붙는 법이지.’
사실 티를 내지 않았지만 전투를 지켜본 결과 카르란의 능력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훌륭하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확실히 검제의 피를 물려받았어.’
다만, 검제 본인이 너무나도 뛰어난 천재라 그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거였다.
‘차원문을 넘기 전까지 오우거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자신감은 붙을 것 같은데…….’
문제는 가문으로 돌아간 뒤였다.
“흐음…….”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제길……!!!”
이번에 루엔이 끌고 온 녀석은 동료의 죽음을 봐서인지 조금 전 트롤과 달리 쉽사리 카르란에게 거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크륵……! 크륵……!!!]도발을 하듯 녀석은 연신 그를 향해 창을 찔러댔다.
“이 자식이……!”
한 마리를 잡아서 용기가 생긴 걸까.
아니면 [다혈질] 특성이 발동한 걸까.
카르란이 이를 악물며 그 자리에서 몸을 날려 아이스 트롤을 향해 뛰어들었다.
[캬악―!!!]그 순간 아이스 트롤의 눈동자가 빨갛게 변했다.
“헉!!!”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녀석이 질주하며 창을 찔렀다.
카르란은 공중에서 몸을 틀었지만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창날을 피할 수 없었다.
서걱―.
그리고 그의 목에 창이 닿기 일보 직전, 아이스 트롤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쿵―!!!
동시에 공중에 떠 있던 카르란의 몸도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하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목숨이 한 열 개는 되나 보지?”
“죄, 죄송합니다.”
“무기 앞에서 절대로 평정심을 잃지 마.”
잘린 아이스 트롤의 머리가 바닥을 굴러 카르란의 발치에 멈췄다.
“……알겠습니다.”
저 머리가 자신의 것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그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처음치곤 잘했다.”
우진의 한마디에 마치 선생님께 칭찬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카르란이 환하게 웃었다.
“어때? 스스로 사냥한 기분이.”
“처음이었어요. 아직도 손이 떨려요.”
“하지만 나쁘지 않지?”
“네! 저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넌 충분히 더 위로 갈 수 있다.”
경험과 함께,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독려였다.
“네!!!”
그리고 그 효과는 생각 이상으로 훌륭했다.
[카르란의 호감을 얻었습니다.] [카르란이 조금 더 자신에 관해 이야기할 것입니다.]알림창이 나타났다.
‘흐음, 역시 호감도가 존재하긴 하는 모양이군.’
그런데 지금까지 왜 알려지지 않은 걸까.
커뮤니티를 찾아봐도 호감도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이 NPC를 프로그램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블 테일]의 NPC는 너무나도 잘 만들어졌다.그렇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잘 읽었다.
그들을 정말 인격체로 대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괴짜들은 굳이 남들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혹은 일부러 감추는 걸지도.’
NPC는 곧 퀘스트와 연결된다는 것을 탑 플레이어들은 모두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오늘은 이곳에서 쉬도록 하지.”
루엔은 능숙하게 땔감을 구해 와 모닥불을 피웠고 우진은 인벤토리에서 백화곡에서 산 침낭을 꺼냈다.
“후아……!!”
전투가 꽤나 고되었던 듯 카르란은 그대로 침낭에 드러누워 버렸다.
-저…… 혹시 말이에요.
누워 있는 그에게 세츠나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왜 그러시죠?”
-저거 맛봐도 돼요? 헤헤, 사실 아까부터 보고 있었거든요.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서요!!
세츠나는 눈을 반짝이며 카르란의 검을 바라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세츠나가 관심을 보이다니. 네 검, 그냥 좋은 검이 아니었나 보군.”
그녀의 말에 음식을 준비하던 우진도 호기심이 생긴 듯 카르란의 검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검을 맛보다니요?! 설마 검을 먹는 건 아니죠?”
황당한 나머지 누워 있던 카르란이 벌떡 일어났다.
“진짜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마. 그냥 검 안에 들어 있는 기억을 보는 것뿐이니까.”
카르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세츠나에게 보여주었다.
-와웅!!!
세츠나는 기쁜 듯 몸을 날려 검날에 손을 가져갔다.
[세츠나가 ‘조작된 흑막(C등급)’에 담겨 있는 기억을 흡수합니다.]검날이 자줏빛으로 빛났다.
▶ 강력한 사념이 담겨 있습니다.
▶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세츠나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12 → 15
[세츠나가 새로운 스킬을 익혔습니다.]“……!!!!”
그녀의 레벨 업보다 놀라운 사실이 따로 있었다.
‘대량의 경험치?’
찰슨의 창고에 있던 보구들을 흡수했을 때 B등급에서조차 소량의 경험치만 얻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마, 마스터…….
“왜 그래?”
-이 검이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우진에게 속삭였다.
-마검(魔劍)이에요.
‘마검?’
그녀의 말에 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검제의 아들이 어째서 그런 검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래서 사념이란 알림이 나타났던 건가…….’
“이 검 누가 준 거지?”
다시 검을 받아 검집에 넣는 카르란에게 우진이 물었다.
“이 검이요? 외삼촌께서 저의 10번째 생일 때 주셨습니다.”
“외삼촌? 누군데?”
“혹시 뮈렌 가문이라고 아십니까?
흠칫.
생각지도 못한 가문의 이름이 나오자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래. 모를 리 없지. 5대 왕국인 볼튼 왕국의 백작 가문이잖아.”
“네. 저의 어머니께서 뮈렌 가문 출신이시거든요.”
“그래?”
“그리고 뮈렌 가문엔 지온 뮈렌이라고 대단한 마법사가 계십니다. 그분이 제 외삼촌이시지요.”
“하, 하하…….”
우진은 그의 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니까 지온 뮈렌이 네게 저 검을 줬다 이거지?”
“네. 맞습니다.”
‘찾았네. 저 녀석에게 저주를 건 범인.’
그런데 그 범인 어이없게도 지온이라니…….
도대체 이유가 뭐지?
자신의 조카에게 저주를 걸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새끼…… 완전 빌런이네.’
네크로맨서가 되어 수십 년을 살면서 적탑의 수장인 라탄과 함께 시체를 연구하고 얼굴 없는 괴물을 만든 것도 모자라 카르란에게 마검까지…….
“그렇게 대단한 마법사라면 언제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좋아하실 겁니다. 외삼촌께서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친분을 쌓는 걸 좋아하시거든요.”
‘실험체를 찾는 거겠지.’
우진은 카르란의 말에 냉소를 지었다.
“그래. 꼭 만나야겠어.”
다행이었다.
녀석이 이미 쓰레기라서.
죄책감 없이 죽여 버려도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