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7)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7화(7/150)
“감사합니다. 구입하신 포션과 의뢰하신 장비입니다.”
모험가 조합의 직원이 포션과 장비들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자 순식간에 사라지며 우진의 인벤토리 안으로 들어갔다.
▶ 최하급 포션 x 10
▶ 빵 x 5
▶ 물이 담긴 수통 x 1
웅성― 웅성―.
사람들이 그를 보더니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 맞지?”
“그러게. 이제 광장에 서 있지 않나 본데.”
“거 보라니까? 관심 안 주니까 포기한 거지.”
“…….”
우진은 들려오는 그들의 말을 무시했다.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판단하든 이제 상관없었다.
해야 할 일이 생겼으니까.
“퀘스트를 받고 싶은데…….”
“아직 증표를 받기 전이시군요. 그럼 저기 게시판에 있는 의뢰들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조합원의 안내에 우진은 오른쪽 벽에 잔뜩 붙어 있는 벽보를 바라봤다.
[C등급 – 회색 늑대 사냥] [E등급 – 야생초 30개 채집] [D등급 – 고블린 이빨 10개 수집]게시판 근처에 다가가자 의뢰의 내용이 적혀 있는 팝업창이 우수수 나타났다.
‘초심자 지역인 모레티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의 의뢰를 최소 10개를 완수해야 한다.’
그 이후 모험가 조합에서 정식으로 등록증을 발급 받아야 중급 도시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중급 도시에서 50레벨까지 올려야 미궁탑이 있는 중앙 대륙으로 갈 수 있고…….’
그렇게 중앙 대륙으로 넘어가야 [이블 테일]의 메인 스토리라 할 수 있는 탑 공략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었다.
‘커뮤니티에서 보면 중앙 대륙까지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최소 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긴 여정을 끝낸 플레이어들도 쉽게 얻을 수 없는 룬을 얻었으니 이세계의 경험은 실로 커다란 수확이 아닐 수 없었다.
‘……또 갈 수 있을까?’
우진은 불현듯 궁금했다.
하급 마물인 회색 늑대에게서 룬이 드랍 될 정도라면…… 다른 마물은 과연 어떨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곧 고개를 저었다.
‘너무 위험해.’
애초에 어떻게 이세계로 넘어간 건지 그리고 어떻게 다시 돌아온 건지도 알지 못했으니까.
‘잘못했다가 정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불안한 도박을 바라기보다는 지금 알고 있는 현실에서 방법을 찾는 게 맞을 것이다.
“고블린이라…….”
우진은 퀘스트 팝업들 중에 하나를 짚었다.
어둠숲에 존재 하는 마물 중 가장 강력한 건 오크들이었다.
비록 10레벨이지만 지금 그의 능력치라면 오크 성채를 혼자서도 쓸어버릴 수 있을 터.
지금껏 그가 완료한 퀘스트는 9개.
하나만 더 완료하면 모레티 마을을 떠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이곳을 택했다.
[D등급 – 고블린 이빨 10개 수집]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으니까.
* * *
“파티 모집 중입니다!”
“둥지 공략 가실 탱커분 오세요!”
“딜러 자리 구해요!”
마을을 벗어나 어둠숲을 나서자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파티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은 마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내겐 굳이 불필요한 일이야.’
라울의 정수에서 획득한 ‘고독함’이란 특성 덕분에 혼자서 사냥을 하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었다.
‘정수에서 얻은 특성들은 전부 라울과 관련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쩐지 우진은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홀로 대륙을 떠돌아다녔기에 그런 특성을 익힌 걸까 하고 말이다.
‘뭐, 내게는 감사할 일이지만…….’
우진은 이미 로그아웃 사건으로 얼굴이 알려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는 사람들과 얽히는 것을 최대한 자제 하고 싶었다.
“고블린 둥지 타임 어택 가실 15레벨 이하 딜러 한 분 모십니다!”
그때였다.
여기저기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의 외침 속에 우진의 귀를 자극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타임 어택?’
우진은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그런 게 있었지.’
던전을 일정 시간 내로 공략하게 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업적이었다.
“흠.”
고블린 둥지 앞에 세워진 비석에 손을 가져갔다.
[던전 보드가 활성화됩니다.]그러자 비석 위로 창이 하나 나타났다.
[현재 기록 순위] [1위 케르가의 파티(4명) 15분 37초] [2위 트라멜의 파티(4명) 16분 21초] [3위 라이칸의 파티(4명) 19분 10초]‘과연…… 떡잎부터 달랐네.’
우진은 보드에 적혀 있는 순위를 보며 낮은 탄성을 터뜨렸다.
1위에 랭크되어 있는 케르가.
그는 현존 최고의 공격대라 평가되는 [불새단]의 수장이었다.
15레벨 이상이 되면 랭킹 보드에 적용이 되지 않으니, 수년 전 초보 시절 케르가가 달성한 기록을 지금까지 누구도 깨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그 당시엔 초창기였으니 거래소도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을 텐데.’
우진은 타임 어택 파티원을 구하고 있던 플레이어를 슬쩍 바라봤다.
회색빛이 감도는 갑옷은 햇빛을 받을 때마다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둠숲에서 낮은 확률로 리스폰 되는 레어 몬스터인 잿빛갈기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차고 있는 철검 역시 단순히 조합에서 파는 것이 아닌 중앙 대륙의 대장장이들이 만든 고급 장비였다.
우진은 남자의 어깨에 채워진 휘장을 바라봤다.
검과 매의 문양.
[이블 테일] 10대 클랜이라 불리는 [제이나 클랜]의 것이었다.‘하긴 대형 길드 정도는 돼야 타임 어택도 도전해 볼 수 있는 거겠지.’
“20분 컷 기본 업적만 합니다! 오세요!!”
하지만 최상급 장비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순위를 노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케르가의 기록은 4년 전에 세워진 거지만, 그 밑에 2위인 트라멜의 기록은 불과 반년 전에 달성된 거니까.’
10대 클랜 중 하나인 [트라멜 클랜]의 수장인 무란이 케르가의 기록을 깨기 위해 자신의 클랜명을 걸고 했던 도전이었다.
4년 전과 비교하면 장비와 기술의 차이는 명백했다.
모두가 무란이 새로운 기록을 세울 거라고 예상했으나, 놀랍게도 케르가의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그의 도전은 정작 케르가의 위대함만 증명하는 꼴이 돼버렸고.’
그 이후 여러 클랜들의 도전이 이어졌지만 그 누구도 케르가의 기록을 깨진 못했다.
그렇게 정착된 기록이었다.
‘대형 클랜의 정예들이 벼르고 별러서 달성한 기록들이니…….’
순위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흠.”
우진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고블린의 둥지뿐만이 아니라 10대 클랜들은 이런 식으로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초심자 지역의 던전을 모조리 새로 공략했다.
‘말로는 케르가의 기록에 도전하기 위함이랬지만.’
그들의 목적은 뻔했다.
[던전 보드 상위 3팀에게는 칭호가 주어지며 구성원의 숫자에 따라 칭호의 효과 역시 달라진다.]우진은 순위가 적혀 있는 던전 보드 맨 아래에 쓰인 글을 바라봤다.
‘놈들이 노리는 건 바로 이 칭호.’
[이블 테일]에서 특정한 업적을 달성했을 때 획득 할 수 있는 칭호는 여러 가지 효과를 가진다.‘칭호는 물론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놈들이 칭호를 얻기 위해 새로운 계정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도 아냐.’
우진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곁에서 10대 클랜을 아니꼽게 보던 무리가 수군거렸다.
“근데 10대 클랜 새끼들 너무 저열하지 않아?”
“더럽지. 씨발.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랭킹에라도 들어가면 칭호를 얻지 못하게 하려고 새 계정을 파서 순위를 계속 올리잖아.”
“가진 놈들이 더 하는 법이라니까.”
“야야, 그만 그만.”
“크흠…….”
자신이 가지지 못했으니 남들도 가지지 못하게 하려는 속 좁은 짓은 아니꼽지만, 대놓고 10대 클랜에 적대각을 세우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의 대화를 듣던 우진의 입안이 썼다.
‘그렇게 생각하면 케르가가 대단하긴 하네.’
그런 10대 클랜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케르가가 세운 고블린 둥지의 기록을 깨지 못했으니 말이다.
“구성원의 숫자에 따라 칭호의 효과 역시 달라진다…….”
타임 어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빠르게 던전을 공략하는 것.
당연히 파티원의 수가 많으면 사냥의 속도도 올라가는 법이니 타임 어택을 할 때 풀 파티는 기본 중에 기본이었다.
괜히 더 좋은 보상을 노려보겠다고 파티원의 수를 줄였다가 순위에도 오르지 못할 수 있으니 말이다.
“10대 클랜이 무슨 짓을 해도 깨지 못한 케르가의 기록. 하지만 그런 케르가도 얻지 못한 게 있다.”
우진은 문뜩 궁금했다.
‘만약 케르가의 파티보다 적은 수로 그의 기록을 깬다면…….’
어떨까?
씨익―.
그는 옅게 웃었다.
고민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궁금하면 해보면 그만.
[고블린의 둥지에 입장하였습니다.]* * *
[키에에에엑―――!!!]둥지에 들어오자마자 고블린들이 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숫자는 모두 다섯.
‘일반 고블린 넷에 검사 하나.’
우진은 빠르게 녀석들의 구성을 확인했다.
다행히 원거리는 없었다.
이세계에서 마물들과 싸울 때 그는 확실히 경험했었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하나 줄어든다는 것이 얼마나 사냥을 편하게 하는지 말이다.
스릉―.
그는 검을 뽑았다.
볼품없는 몽둥이를 휘두르는 고블린을 향해 그는 거침없이 검을 그었다.
퍼억―!!!
고블린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 버리며 바닥에 쓰러질 새도 없이 순식간에 재가 되었다.
“……?!!”
고작 일격이었다.
공격을 한 우진도, 동료의 죽음을 본 고블린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크…… 크륵.]머뭇거리는 고블린들 사이로 고블린 검사가 조잡한 날붙이를 들고서 앞으로 걸어 나왔다.
검이라고 불리기도 뭐할 짤막한 단검의 끝이 보잘것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이 겁을 먹기 시작합니다.]15레벨의 던전에서 고블린을 원킬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 대단한 케르가라도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 불가능한 일을 지금 그가 해내고 만 것이었다.
[고블린들이 압도적인 힘에 전의를 상실합니다.]창그랑―.
고블린 검사가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리며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고블린들이 패닉에 빠집니다.] [고블린들의 움직임이 제한됩니다.]“이것 봐라?”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
그러니 그 결과 역시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서걱―.
우진은 허수아비를 베는 것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고블린의 머리를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키에에에엑―――!!]놈들은 어떠한 반항도 못한 채 비명과 함께 재가 되어 사라졌다.
[케…… 케켁……!!]고개를 들자 그와 눈이 마주친 고블린들이 오히려 놀란 듯 괴상한 소리를 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 하하.”
사방으로 흩어지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우진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너무 빨리 깨버릴 것 같아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