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7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70화(70/150)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 네.”
정장을 입은 사내가 돌아서자 하준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 집에 가고 싶다.’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마다 하준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곳에 와버렸다고 생각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이곳은 [이블 테일]의 개발사인 더 페이즈(The Pase) 본사였다.
꿀꺽.
숨이 막힐 듯한 183층의 꼭대기.
창밖을 내려다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높이에 하준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높지?”
그때였다.
직무실의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그를 향해 다가왔다.
“조금 과하긴 하지만 이사회에서는 빌딩의 높이가 우리가 만든 이블 테일의 인기를 증명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말이야.”
그녀는 하준을 향해 싱긋 웃었다.
“이번에 꽤 힘을 줬지. 어때? 넌 이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만.”
“멋지네요. 누…… 아니. 이사님.”
“됐어. 편하게 해. 우리 사이에. 지 실장님. 전에 말씀드렸죠? 저와 오래된 동생이거든요.”
“네.”
“죄송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남자는 하준을 힐끔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날카로운 눈빛은 여전히 그를 경계하는 듯 보였다.
‘뭔가 문제가 있는 건가.’
둔감한 하준이라도 실장의 태도는 이상했다.
“이해해. 최근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거든.”
“무슨 일인데요?”
“이사회의 멤버들이 죽었어.”
“……네에?!”
하준은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말에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터뜨렸다.
“회의 직후 돌아가던 길에 사고가 있었거든. 단순 교통사고라 생각되는데…… 워낙 가상현실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이블 테일]이 개발된 이후 캡슐형 기기 가상현실은 대대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이후 비슷한 가상현실 게임들이 생겨났고, 현재는 전 세계 인구 중 절반이 넘는 수가 캡슐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
유례없는 성공이었지만 이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현실보다 가상이 중요시되고 있는 시점.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보다 캡슐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고가 아니라 사건일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조심하자는 의미지.”
“…….”
그녀의 말에 하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저 조금 더 즐겁게 게임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만든 것뿐인데…….
어째서 갈수록 자신이 꿈꾸던 방향과 달라지고 있는 기분인지.
“그런데 날 보자고 한 건?”
“절 관리팀으로 배정하신 게 누나죠?”
“맞아.”
“왜 그러셨어요? 제가 회사에 남았던 이유가 고작 누군가를 훔쳐보는 일을 하려던 건 아닌데요.”
“훔쳐본 느낌은 어떤데?”
“네?”
“그 사람이지? 모레티 광장에서 로그아웃이 되지 않는다고 소란 피웠던 사람.”
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 지금은?”
“……그 사람이 용군주 퀘스트를 발동시켰어요.”
그의 대답에 한 이사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현 시점에서는 발동이 되면 안 되는 건데…… 용군주는 3차 시나리오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글쎄. 에단이 시나리오의 회차를 나눈 것이 꼭 순서를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
“자칫 잘못하면 밸런스가 붕괴될 수도 있어요. 12개의 유니크 클래스도 이제 겨우 1개 풀렸을 뿐인데 그보다 더 상위의 클래스라뇨.”
“그래서 소감은?”
“…….”
하준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바보같이 혼자 열 냈군.’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에 누구보다 그녀를 잘 알고 있는 하준이었다.
‘문제였다면 벌써 조치를 취했을 테니까.’
그게 아니라는 건 계획 범위 안에 있는 일이라는 의미다.
“직업은 그렇다 쳐요. 하지만 어둠숲의 3대 던전뿐만 아니라 이번에 새로 생성된 얼음굴, 그리고 미개척 지역인 검은 안개까지 공략했어요.”
하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단한 사람이네.”
“네. 너무 대단해서 이상하죠. 케르가도 하지 못한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뇨.”
“케르가가 못한 일이라고 모두가 못해야 한다는 말이 더 이상한데?”
한 이사는 그에게 말했다.
“그야…….”
“문제가 있었다면 이미 에단이 보고를 올렸을 거야. 그리고 네가 걱정하는 밸런스 문제도 실시간으로 수정할 테고.”
“수정이라고요? 아직까지 블랙아웃 이후에 소실된 유저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했다면서요.”
하준의 말에 한 이상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그런 일이 있긴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 사람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조사도 모두 끝냈으니까.”
“만약 A. I가 거짓말을 말한다면요?”
“……뭐?”
“신상 정보가 있는 유저 데이터는 소실되었고, 캐릭터 정보는 관리법에 의해서 에딘이 관리하죠.”
하준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관리자라고는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냥 에단이 말해주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A. I가 거짓말을 할 리 없잖아.”
여전했다.
하준은 괜히 그녀를 찾아왔다는 후회가 들었다.
“연금술사의 실험실에서 그가 싸우는 걸 봤다면서? 나머지 업적들을 성공한 게 불가능해 보였어?”
“아뇨. 가능했을 것 같아요.”
“그럼 뭐가 문제지?”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든 게 이상하다는 거예요.”
그는 한 이사를 향해 말했다.
“그 사람의 강함은 비정상적이에요.”
“하지만 시스템상에는 문제가 없어.”
“제가 말하는 건 시스템이 아니에요. 시스템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거죠. 누나, 절 관리팀으로 옮긴 건 누나도 뭔가 이상하다 느껴서 아니에요?”
하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블 테일을 개발한 저니까. 누구보다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서 잘 아니까!”
“맞아. 하지만 그건 블랙아웃 사건 때문일 뿐이었어. 게임 내에서 문제가 생기면 보고를 받을 거야.”
“……누나는 너무 에단을 믿는 거 같아요.”
“넌 예전부터 에단을 믿지 않았지.”
“에단을 가지고 온 날부터 누나는 변했어요. A. I는 신이 아니에요. 아무리 정교한 프로그램이라도 완벽 할 수 없어요.”
툭.
그는 품 안에 있던 봉투를 꺼내 그녀의 앞에 내려놓았다.
“여전하시네요. 누나는.”
“……뭐 하는 거지?”
“일개 대리가 이사님께 찾아와서 할 말은 아니지만…… 직급을 떠나 함께 게임을 만들었던 동료로서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온 거예요.”
봉투에 적혀 있는 사직서라는 글자에 한 이사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바라봤다.
“그 전부터 고민했던 일이었어요. 그냥 모니터만 봐서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너…… 설마 게임을 직접 하겠다는 거야?”
“네.”
“그건 안 돼.”
“왜요?”
“개발자인 너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소스들까지 모두 알고 있잖아. 네가 그걸 이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지? 그거야말로 게임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일이야.”
“누나!!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
마지막으로 돌아온 대답은 냉랭할 뿐이었다.
“이건 없던 일로 할 테니 네 자리로 돌아가.”
꽈악―.
하준은 그녀의 말에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제 자리가 어딘데요?”
한 이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쾅―!!!
하준은 그답지 않게 신경질적으로 직무실의 문을 거칠게 닫으며 방을 나섰다.
“후우…….”
그가 나간 뒤 한 이사는 피곤한 듯한 숨을 내쉬며 책상에 놓인 사직서를 찢어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저분이시죠? 한때 언론에서 유명했던 천재 개발자 말입니다. 혼자서 이블 테일의 기초 시스템을 모두 만드셨다면서요?”
“맞아요. 시스템 구축에 관해서는 정말 천재죠.”
“왜 저분께 칸이란 사람을 조사하라 하셨습니까? 현재 이사회에서도 가장 회두가 되는 사람이잖습니까.”
“저 아이라면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말하는 인적 사항은 어느 것 하나 맞지 않고, 블랙아웃으로 유저 데이터가 소실된 상황에서 그들이 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칸이란 플레이어가 진짜 사람인지…….”
한 이사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아니면 A. I가 만든 프로그램인지.”
“만약…… 프로그램이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 아이가 한 말처럼 에단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뭔가 무섭네요.”
“그러지 않기를 바라야죠.”
한 이사는 찢어버린 사직서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 * *
“후웁……!!!”
검을 든 자세가 안정적이다.
보폭은 정확했고 궤도는 검술을 모르는 자도 감탄을 터뜨릴 정도로 완벽했다.
콰아앙―――!!
검을 그었는데 폭발이 일어나며 굉음이 터졌다.
[크…… 크륵…….]육중한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돼…… 됐다!!”
카르란이 기쁜 듯 주먹을 꽉 쥐며 우진을 바라봤다.
“잘했어. 어때?”
“완전히 달라요. 그때는 검술을 써도 뭔가 꽉 막힌 느낌이었는데…… 검이 제 뜻대로 움직이는 느낌이었어요.”
“네 몸인데 당연히 네 뜻대로 움직여야지. 넌 실력이 나쁜 게 아냐. 그동안 너무 위축되어 있었던 것뿐이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덕분에 나도 검제의 검술을 볼 수 있었으니 좋았지.”
우진은 쓰러진 오우거의 시체를 바라봤다.
‘신기한 스킬이군. 검을 베었는데 폭발이 일어나다니.’
사 일째가 되는 마지막 날.
우진은 카르란에게 검술을 쓰는 것을 허락했다.
과연 스킬을 쓰는 그는 달랐다.
아이스 트롤을 동시에 5마리까지 상대할 수 있었고, 오우거도 2마리까지는 무난했다.
“네 덕분에 사냥 속도로 빨랐고. 나도 도움을 받았어.”
그저 입에 발린 말이 아니었다.
삼 일째가 되는 날부터 미친 듯이 사냥에 몰두한 카르란 덕분에 우진의 레벨은 어느새 49가 되었다.
“저기 보인다.”
오우거의 시체가 재가 되어 사라지자 드디어 숲 안쪽에 설치된 차원문이 보였다.
거대한 거울처럼 생긴 문 안에는 새하얀 연기와 함께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저와 함께 가시죠. 약속대로 아버지를 뵙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차원문을 넘는 게 가능한가?”
“문제없습니다. 중앙 대륙에서 인정한 가문과 협회의 사람들은 어둠숲에 있는 사람들도 차원문을 통과 하게 할 수 있어요.”
카르란이 품 안에서 작은 명패를 꺼내며 말했다.
“재밌는 기능이군.”
“네. 하지만 아직 이방인들이 받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
의외였다.
미궁탑을 공략한다든지, 새로운 마법을 개발한다든지…… 탑 플레이어들은 이미 중앙 대륙의 정세와 깊게 자리 잡고 있는데 말이다.
‘하긴. 아무래도 악용의 여지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에단]이 처음부터 플레이어에겐 잠금을 해놓은 모양이었다.
탈칵―.
카르란이 명패를 차원문 옆에 홈에 밀어 넣자,
솨아아아악―――!!!!
차원문이 새하얀 빛을 띠며 빛나기 시작했다.
“우아…….”
루엔은 그 광경에 놀란 듯 탄성을 터뜨렸다.
일렁이는 차원문을 보니 우진도 조금은 감회가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제부터가 [이블 테일]의 진짜 시작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