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71)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71화(71/150)
@71화
솨아아아악―――!!!
시야가 새까맣게 어두워졌다가 수백, 수천 개의 별들이 나타났다 블랙홀 같은 구멍에 빨려 들어가며 다시금 시야가 새하얗게 변했다.
“우…… 우웁!! 우에엑!!!”
그리고 새하얗게 변한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우진이 본 것은 그에게 기대어 구역질을 하는 루엔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한차례 그렇게 게워낸 루엔은 자신이 우진의 발에 실수를 한 것을 깨닫고 화들짝 놀랐다.
“괜찮아. 씻으면 되는데.”
“아, 아뇨…….”
“미안해할 필요 없어.”
우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미안한 것보다 부끄러운 거라구요. 흥에…… 어지러워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세츠나가 허우적거리며 말했다.
-으…… 이거 배보다 더 심해. 마스터, 이왕 더러워진 김에 저도 좀 실례해도 될까요?
“넌 미안한 것도 부끄러운 것도 없구나.”
-으앙!!
쓰러진 세츠나를 들어 올려 풀숲으로 대충 던지며 우진이 카르란을 바라봤다.
“넌 괜찮은 모양이구나.”
“전 익숙하니까요. 차원 멀미는 계속 차원문을 이용하다 보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처음 겪으신 분들은 꽤 심하죠.”
오히려 카르란은 멀쩡한 우진이 신기한 듯 바라봤다.
‘뭐, 이세계도 다녀와 봤으니…… 적응이 된 건가.’
그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나저나…… 여기가 중앙 대륙이로군.”
무엇보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건 하늘을 뚫을 것 같이 거대한 탑이었다.
100층.
하지만 높이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저걸 보니 실감이 되는군.”
“네. 많은 모험가들이 탑을 공략하고 있죠. 그곳에서 체취된 각종 보물들이 지금 대륙을 부유하게 만들고 있고요.”
확실히 미궁탑을 공략할수록 왕국들은 번창해 가고 있었다.
‘그 번영이 영원할 줄 알았지.’
하지만 라울이 했던 말처럼 언젠가 이 행복은 끝이 날 것이다.
‘라울은 60층을 공략했을 때부터 세상이 변한다고 했어.’
이제 10층이 공략된 상태.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멸망으로 향하는 자만에 빠지게 될 테니까.
띠링―.
그때였다.
풀숲에 던진 세츠나가 돌아올 때쯤 알림창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본 것과는 다른, 황금색 테두리가 있는 창이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50레벨 미만으로 중앙 대륙에 발을 디딘 최초의 사람입니다.]“……음?
[업적 : 어둠숲의 이방인] [지금까지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위업입니다.] [퀘스트가 주어집니다.] [토른 바흐의 니센을 찾으십시오.]‘흐음?’
지금까지와는 뭔가 달랐다.
그 전에는 퀘스트가 생성되면 플레이어의 의사를 묻는 알림창이 떴었다.
그런데 이건 그렇지 않았다.
마치 길잡이처럼 중앙 대륙에 처음 온 그에게 알림창이 해야 할 일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뭐, 고마운 일이지. 카르란, 여기서 토른 바흐까지 얼마나 걸리지?”
“토른 바흐 말입니까? 바로 이 근처입니다.”
“그곳에 좀 들렀으면 하는데.”
“그러시죠. 먼저 신발을 씻으러 가는 게 좋겠네요.”
알림창을 알 리 없는 카르란이 웃으며 말하자 루엔의 얼굴이 다시 한번 달아올랐다.
[미궁탑 13번째 마을 토른 바흐]“마, 마스터……!!”
“그래. 마음껏 시켜.”
여관에 들어온 우진은 눈을 반짝이며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바라보는 루엔을 향해 대충 손짓을 했다.
“어둠숲과는 확실히 다르군.”
“하하, 그럴 겁니다. 중앙 대륙은 크기는 어둠숲에 10배도 넘으니까요.”
확실히 마을의 규모도 달랐다.
어둠숲에서 가장 큰 도시인 파르타보다 마을인 이곳이 더 컸으니까.
목재 건물이 대부분인 어둠숲과 달리 석조 건물로 채워진 마을은 파르타보다도 더 도시 같았다.
“저도 오랜만이네요. 어머니를 따라 어릴 때 와본 게 다였으니까요.”
“여기를?”
“지금은 미궁탑을 찾는 모험가들 때문에 왕국에서 관리를 하지만, 과거엔 뮈렌 가문의 저택이 있었던 곳이었거든요.”
“그래?”
“네. 그래서 이곳이 다른 마을보다 훨씬 더 클 겁니다. 미궁탑을 구경하러 왔을 때 외삼촌께서 설명을 해주셨죠.”
“외삼촌이면…… 지온 뮈렌?”
“그렇죠. 저택은 사라졌지만 공터는 여전히 뮈렌 가문의 사유지라 종종 들른다고 하셨거든요.”
“흐음―.”
우진은 달갑지 않은 이름에 살짝 입술을 들썩였다.
“다들 쉬고 있어. 나는 사람을 한 명 찾아보고 올 테니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제가 같이 갈까요?”
“아냐. 괜찮아. 도시도 돌아볼 겸 혼자 다녀올게.”
“알겠습니다.”
신발을 정리하고 난 뒤 우진은 일행을 두고 여관을 나섰다.
* * *
-1층에서 수확한 각종 식재료 팝니다!!
-부서진 장비들 매입합니다.
-하급~중급 연금술 아이템들 판매 중.
상인 NPC들이 즐비한 초심자 지역의 광장과 달리, 이곳엔 각종 팻말이 적힌 플레이어들의 노점들이 많이 보였다.
광장에서 플레이어들끼리 거래를 하는 모습을 보니 우진은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일단 니센을 찾아야 하는데…….’
우진은 광장에 있는 노점 중 과일이 쌓인 가게에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1층에서 자라는 과일들입니다. 맛이 좋습니다.”
“죄송하지만 한 가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혹시 니센이란 NPC를 아십니까?”
우진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식재료 중 사과를 닮은 것을 잡으며 주인에게 물었다.
“니센이요?”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이곳에 있다던데.”
“으흠, 그런 NPC가 있긴 한데, 왜 찾는 겁니까?”
우진이 건넨 돈을 받은 노점의 주인이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뭐지? 이 반응은.’
마치 묻지 말아야 할 것을 물은 것 같은 모습에, 우진은 오히려 담담하게 대답했다.
“퀘스트 때문입니다. 토른 바흐의 니센을 찾으라고 해서요.”
“퀘스트요? 신기하네. 혹시 교단에서 오셨습니까?”
“그건 아닌데 왜 그러시죠?”
“저주받았거든요. 가까이 가면 위험해서 지금은 자경단이 잡아서 감옥에 가둬뒀습니다.”
“……자경단이요?”
“아하, 혹시 중앙 대륙이 처음이신가 보군요.”
우진은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커뮤니티를 찾아보시면 되실 테지만…… 토른 바흐에 들어오실 때 알림이 떴죠? 13번째 마을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중앙 대륙엔 이런 마을이 100개가 넘게 있습니다. 그리고 각 마을엔 자경단이 있고요.”
상인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우진에게 해주었다.
간단히 말해서 중앙 대륙은 일정 시기마다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자경단은 마을이 속해 있는 왕국에 일정 보수를 받으면서 몬스터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자들이었다.
각 마을엔 경비대가 있긴 했지만, 미궁탑이 공략 되는 층수가 높아질수록 몬스터의 강도가 높아져 조금씩 수가 부족해지고 있다고 한다.
‘미궁탑을 공략해야 하지만 공략할수록 바깥은 점점 더 위험해진다는 말이군.’
상인의 말에, 라울이 했던 이야기처럼 미궁탑을 공략하다 세상이 멸망한 이유도 납득이 되었다.
“그럼 자경단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
“저기 검은색 지붕 보이시죠? 거기로 가면 됩니다.”
우진은 금화 한 개를 꺼내 상인에게 건넸다.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헉……?! 아, 아닙니다!”
상인은 생각지도 못한 금액에 황급히 손을 저었지만 우진은 노점 상자 위에 금화를 내려놓았다.
“저…… 그럼 잠시만…….”
“네?”
상인은 머뭇거리며 금화를 주머니 안에 넣더니 주위를 힐끔 살폈다.
“꼭 돈 때문은 아닌데요…….”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 그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자경단과 섞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 녀석들 완전 악질이거든요.”
“왜죠?”
“마을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세금을 걷질 않나, 마음대로 제작템들을 쓰질 않나…… 솔직히 말해서 그놈들도 깡패나 다름없습니다.”
“관리자이 제지를 하진 않던가요?”
“말해봐야 플레이어 간의 문제는 플레이어들끼리 풀라고 하는데요 뭐, 게다가 자경단 뒤엔 대형 클랜들이 있어서 저희 같은 사람들은 반항도 못 합니다.”
“으흠.”
우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조심하는 게 좋으실 겁니다. 자경단 녀석들……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몰래 쫓아가서 마을 밖에서 죽인다는 소문도 있거든요.”
“그렇습니까?”
“네. 어둠숲에만 계셨으니 이제부턴 정신 바짝 차리셔야 할 겁니다. 중앙 대륙은 PK가 가능한 곳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신신당부하는 상인의 모습에 우진은 웃으며 자리를 일어섰다.
“PK라…….”
검은 지붕을 향하며 우진은 뺨을 긁적였다.
그 순간, 괜스레 상태창에 있는 칭호가 눈에 들어왔다.
[칭호 : 광마]* * *
똑똑―.
우진은 상인이 알려준 검은 지붕 건물의 문을 두들겼다.
멀리서 봤을 땐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다른 건물들보다 유독 화려한 느낌이었다.
“누구십니까?”
문이 열리고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남자가 우진의 앞에 나타났다.
“이곳에 니센이란 NPC가 있다고 해서 만나러 왔습니다.”
“……니센?”
그 이름을 말하자마자 문 앞에 서 있던 남자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무슨 일인데 그자를 찾습니까?”
“퀘스트 때문입니다.”
“퀘스트?”
남자는 뭔가 미심쩍은 눈빛으로 우진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까닥거렸다.
“흐음, 일단 들어오시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이 우진에게 쏠렸다.
그들은 앞장서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모두 똑같은 검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깡패다 뭐다 하더니…… 그래도 제법 사람을 부릴 줄 아는 사람인가 보군.’
우진은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인간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 소속감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탁월한 방법이 제복인 셈이다.
“계십니까. 단장.”
2층으로 우진을 안내한 남자가 문 앞에서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말을 했다.
‘어떤 사람이길래 저러지?’
그런 그의 태도에 우진의 궁금증이 커졌다.
“들어와.”
문 안쪽에서 쇠를 긁는 듯한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우진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주 공손한 자세로 문고리를 돌렸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오늘 딱히 약속을 잡은 적이 없는데.”
문 안쪽 책상에 앉아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우진을 바라봤다.
짙은 수염과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평범하지 않은 외모를 가진 남자였다.
“니센을 만나러 왔다고 합니다.”
“니센?”
조금 전 남자의 반응처럼 단장이란 자의 표정도 냉랭하게 변했다.
“니센은 왜 찾지?”
“퀘스트 때문입니다.”
“무슨 퀘스트?”
‘……말이 짧네.’
살짝 거슬리는 그의 태도를 넘기며 우진은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잘은 모릅니다. 그냥 니센을 찾아가라는 알림만 나왔습니다.”
“흐음…… 혹시 중앙 대륙이 처음인가?”
“그렇습니다.”
우진의 대답에 그는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문제 있습니까?”
“아니. 딱히.”
단장은 우진을 안내했던 남자를 향해 말했다.
“리키! 감옥으로 안내해 줘라.”
“알겠습니다.”
끼이이익――.
리키란 남자는 우진을 뒤편으로 안내했다.
공터에는 낡은 건물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곳의 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저기 제일 안쪽입니다.”
동물을 가둬 넣는 우리인 양 건물 양쪽으로 쇠창살로 된 감옥이 주르륵 설치되어 있었다.
“으…… 으…….”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여기서 꺼내주세요!!!”
그리고 그 안에선 비명 섞인 외침들이 여기저기 새어 나오고 있었다.
‘뭐야, 여긴?’
중세 시대의 감옥이 이런 모습인 걸까.
꽤나 끔찍한 광경을 잘도 표현했다 생각하며 우진이 감옥 안으로 발을 집어넣는 순간,
“……?!!”
그는 뭔가를 보고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으…… 으…….”
팔과 다리에 족쇄가 채워지고 입에는 재갈이 물린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
얼굴이 엉망이 되었지만 우진은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웨든?”
백화곡으로 가는 길목 오두막에서 만났던 전사였다.
붙임성이 좋고 밝은 성격이라 가레스조차 울디아 연합으로 초대했던 그가 지금은 빛을 잃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우진이 리키를 바라봤다.
“너희들, 사람도 잡아 가두냐?”
베일 것같이 차가운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