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74)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74화(74/150)
늦은 밤.
초조하게 기다리던 콜슨은 방문이 열리자마자 들어오는 부하를 붙잡고 물었다.
“어떻게 됐어?”
“네. 페론이 17번째 마을에서 돌아다니는 걸 확인했다고 합니다.”
“17번째? 거긴 안타리안 연방의 영역이잖아.”
“네. 맞습니다.”
“하필 가도 거길 가다니…… 영악한 새끼.”
부하의 보고에 콜슨은 빠득 이를 갈았다.
안타리안 연방.
그곳은 테칸, 에스텐, 달루스 3개의 소왕국들이 모여 만든 세력이었다.
소왕국들 각각은 여러 면에서 부족한 감이 있지만 그들이 모인 연방의 세력은 5대 왕국과 필적할 정도였다.
‘연방은 다른 왕국과 달리 중앙 대륙에서 유일하게 플레이어가 개입할 수 없는 곳이야.’
현재 5대 왕국은 미궁탑을 공략하는 공격대부터 적탑, 연금술, 드루이드 등 플레이어와 공존하는 관계였다.
그렇기에 5대 왕국의 주요 보직에 플레이어가 있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소왕국은 플레이어의 개입을 절대로 허용 하지 않았다.
왕국의 모든 행정을 NPC들이 관리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행동은 사냥과 같은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고 매우 국한되어 있었다.
‘소왕국은 클랜 창설도 안 될 텐데…… 무슨 꿍꿍이인 거지?’
매우 의심스러웠지만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리고 저번에 내가 말했던 건?”
“네. 믿을 만한 부하들을 시켜서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본 계정은 따로 있겠지만…… 일단 세컨 계정도 지금쯤이면 중앙 대륙으로 넘어왔을 수도 있으니까. 차원문 근처에 있는 마을의 관리자들에게 모두 연락을 해둬.”
“알겠습니다.”
‘후우…… 빌어먹을. 이제 하루도 안 남았는데.’
탁― 탁―.
콜슨의 다리가 불안함에 떨렸다.
‘설마 아직 어둠숲에 있는 건 아니겠지?’
그는 차라리 우진이 빨리 레벨 업을 해서 중앙 대륙으로 넘어오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새낄 아작 낼 수 있는데.’
띠링―.
그때였다.
“……어?”
[쪽지가 도착했습니다.]콜슨은 쪽지함을 열어본 순간, 놀라 벌떡 자리에 일어나고 말았다.
“이, 이런 씨발……!!!”
“왜, 왜 그러십니까?”
그의 반응에 부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봤다.
“지금 토른 바흐를 관리하는 녀석이 누구지?”
“토른 바흐면…… 슈란 기사단일 겁니다.”
“에이츠 슈란? 다행이군. 그래도 그 머저리 새끼라서.”
“……네?”
“지금 당장 토른 바흐로 간다. 그 녀석들보다 먼저 도착해야 해!!!”
콜슨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 * *
끼이익―.
“나와.”
감옥 창살이 열리자 쓰러져 있던 웨든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어, 어떻게 이런…….”
우진의 뒤에 있던 루엔이 그의 상태를 보고는 놀란 입을 손으로 가리며 황급히 달려왔다.
꿀꺽꿀꺽.
중급 포션을 입에 물리고 상처 난 부위에도 쏟아부었다.
“크, 크윽……!”
상처들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며 고통스러워했지만 끔찍했던 몰골은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
“형님…….”
“날 기억하나?”
“물론이죠. 그런데 어떻게 여길…….”
“퀘스트 때문에 왔다가 우연히 널 봤다. 단장에게서 열쇠를 받는 데 좀 시간이 걸렸어.”
웨든은 우진의 말에 눈을 껌벅였다.
“그 지독한 놈이 열쇠를 줬다고요? 그럴 리가 없는데…….”
“처음엔 거절했는데 몇 번 부탁하니 줬어.”
“부탁이요?”
“어. 사당 앞에서 기다리면서 한 서른 번 죽이니 주더라. 더 이상 죽으면 중앙 대륙에서 사냥할 수도 없다나 뭐라나…….”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우진의 모습에 웨든은 황당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녀석들 말로는 네가 여기 물건을 빌렸다가 잃어버렸다던데.”
“그, 그게…….”
웨든은 입술을 들썩이다 울먹였다.
“중앙 대륙으로 넘어오자마자 PK를 당했습니다. 아주 악질 놈들이었어요! 놈들이 패를 나눠서 차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더라구요.”
그를 습격한 자들은 마을에 도착해 소생자의 사당을 새로 등록하지 않으면 차원문 앞에서 부활하는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죽고 난 뒤에 놈들에게 빌었어요. 제발 놔달라고요.”
“그래서?”
“장비를 모두 잃고 간신히 마을에 왔을 때…… 자경단에서 장비를 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중앙 대륙에선 저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요.”
웨든의 말을 듣고 있던 우진은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입안 가득 모래를 씹은 것처럼 텁텁한 기분.
“그런데…….”
뒷얘기는 안 들어도 뻔했다.
“빌린 장비까지 모조리 빼앗겼다는 거지? 그 습격자 놈들에게.”
“……네.”
‘작업당했군.’
뻔한 수법이지만 정작 당하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습격한 놈이나 자경단 놈이나 모두 한패겠지.’
“차라리 가레스에게 쪽지라도 보내지 그랬냐. 도움을 외면할 성격은 아닐 텐데.”
“그게…… 백색 주점으로 오라고 하셨잖아요. 적어도 거기까지는 제 힘으로 가고 싶었거든요.”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이런 꼴이 되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웨든을 보며 우진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생했다.”
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우진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줬다.
“카르란. 웨든을 여관으로 안내해 주겠나?”
“아, 알겠습니다.”
“마을에 혹시 사제나 연금술사가 있으면 치료하도록 해. 체력은 회복되었지만 아직 몸을 움직일 만큼은 아니니까.”
“가시죠.”
“하, 하지만…….”
카르란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 웨든이 걱정스러운 듯 우진에게 말했다.
“잃어버린 장비도 받아줄 테니까 잠깐 가서 쉬고 있어.”
웨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
“왜?”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웨든이 떠난 뒤 루엔은 긴장한 얼굴로 우진을 바라봤다.
-이거…… 어쩐지 일이 크게 날 것 같은 느낌인데요.
세츠나도 그에게서 풍기는 분노를 느낀 듯 루엔의 어깨 위로 슬쩍 숨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철컥― 철컥―.
감옥 안에는 웨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몇 명 더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밖이다!!”
도망칠 방법이 없던 그들은 결국 포기하고 현실에서 돈을 구하고 있었다고 했다.
“나머지들도 모두 풀어주고 가.”
“알겠습니다!!”
마지막 감옥의 열쇠만을 남긴 채, 우진은 연신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는 그들에게 남은 열쇠 꾸러미를 던졌다.
“여기군.”
우진은 감옥의 마지막 방에 섰다.
철컥.
열쇠를 밀어 넣고 돌리는 순간,
“여, 열지 마세요!!”
다른 감옥과는 어쩐지 다른 반응이 들렸다.
“다들 나오고 싶어서 안달인데 왜 그러지?”
“……내가 있으면 이 마을은 망하니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에요.”
“글쎄. 쓰레기들이 잔뜩 쌓여 돌아다니는 걸 보니 이미 망할 대로 망한 것 같은데.”
콰앙―!!
우진은 닫혀 있던 감옥의 문을 열었다.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차원문을 넘었을 때 당신을 만나라는 퀘스트가 있었거든.”
“퀘스트……? 이방인들이 말하는 그 신의 계시?”
“뭐, 비슷한 거.”
우진이 고개를 들자 감옥 안에 있던 남자는 황급히 바닥에 있던 담요로 얼굴을 가렸다
“가, 가까이 오지 말라니까!!”
하지만 그 순간, 우진은 니센이 두르고 있던 담요를 걷었다.
“……?!!”
우진의 눈이 커졌다.
“흐, 흐익!!”
니센은 황급히 다시 담요를 뒤집어쓰며 감옥 구석으로 도망치듯 몸을 숨겼다.
[니센과 조우하였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명 : 토른 바흐의 니센]“방금 그거…….”
우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숨어 있는 그를 향해 물었다.
띠링―!!
그 순간, 알림이 울렸다.
[연계 퀘스트가 주어집니다.] [퀘스트명 : 토른 바흐의 니센 → 저주받은 니센]‘이건 뭐 거절도 없는 건가.’
강제 퀘스트라니…….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우진에게 더 이상 알림은 중요하지 않았다.
“저, 저리 가십시오!!”
“미안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입장이라서.”
화악―!!!
우진은 니센이 둘러쓰고 있던 담요를 벗겨냈다.
마치 깃털처럼 반짝이는 은빛 머리카락.
그리고 고양이의 눈처럼 노란 눈동자로 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의 절반은 마치 뱀의 것처럼 반질반질 비늘이 돋아나 있었다.
‘역시…….’
“돌아가세요! 제 근처에 있으면…… 저주를 받아 죽는다고요!!”
니센은 우진이 빼앗은 담요를 다시 찾으려 두 팔을 허우적거렸지만, 오히려 우진은 들고 있던 담요를 저 멀리 던져 버렸다.
“흐, 흐익?!”
“그거 저주 아냐.”
“……에?”
우진은 니센의 이마 위에 [순례자의 십자가]를 내려놓았다.
[순례자의 십자가를 사용합니다.]▶ 저주 해제가 발동됩니다.
▶ 정화가 발동됩니다.
십자가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니센의 몸을 감쌌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건 정화와 저주 해제를 할 수 있는 교단의 물건이다. 그런데 봤지? 아무런 반응도 없는 거.”
“하, 하지만…… 저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병에 걸렸어요. 제 모습을 보세요! 이런 끔찍한 모습이 어디 있습니까!”
니센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우우웁……!!”
한데 갑자기 루엔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죄, 죄송…… 우웁!!!”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듯 그녀는 황급히 감옥 밖으로 달려 나와 벽을 잡은 채 게워내기 시작했다.
-어지러워요…….
세츠나 역시 괴로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것 보세요! 저와 함께 있어서 저주를 받은 겁니다!!!”
“그럼 왜 난 멀쩡한데?”
“……네?”
우진은 니센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너 이 피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
“어…….”
“이 각피요? 요정수를 마시면 생기는 반응이에요.”
우진은 니센의 얼굴을 본 순간 이루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가 보여줬던 손목에 돋아난 비늘.
그건 지금 니센의 얼굴을 뒤덮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된 거지?”
“모, 모르겠어요…… 그냥 평상시처럼 산에 약초를 캐러 다녀왔을 뿐인데…… 갑자기 온몸이 변하기 시작해서…….”
“약초?”
“네. 저는 견습 마법사입니다만··· 실력이 부족해서 산에서 약초를 캐서 간신히 먹고 사는 신세고요. 그래서 매일 산을 오르거든요.”
“체력은 좋겠네.”
“네?”
“생각보다 더 쓸만한 마법사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야. 체력까지 뒷받침되는 마법사는 잘 없으니까.”
니센은 이게 무슨 소린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봤다.
“혹시 평상시와는 다른 물을 마신 적은 없어?”
“……물이요? 글쎄요. 채집을 하다가 쉴 때가 되면 항상 산 안쪽에 있는 냇물을 마셔서 그럴 일은 없는데…….”
니센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산이 어디지? 안내해.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몰라.”
“저주에 대해서 잘 아세요?”
“이건 저주가 아냐.”
“그런데 조심하셔야 해요. 요정수는 강력한 만큼 매우 위험해서 아주 극소량만 써야 하거든요.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라탄의 실험실에서 이루린은 분명 우진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마력 혼돈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마력 혼돈이요?”
“몸 안의 마력이 들끓어 밖으로 새어 나오는 거야. 짙어진 마력 때문에 지금껏 사람들이 괴로워했던 것 뿐이야. 하지만 마력이 없는 자에겐 상관없지.”
그의 말에 니센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말도 안 돼요! 저는 기껏해야 견습일 뿐이라고요!”
“예전엔 그랬겠지만 지금은 아냐.”
요정수.
그건 라탄의 실험실에서 얻은 용마석보다 더 뛰어난 마력 촉매제였다.
“매일 약초를 캐러 산을 탄 게 천운일지 모르지. 마력 혼돈이 일어나고도 몸이 버틴 건 네 체력이 강하다는 뜻이니까.”
우진은 니센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 가자. 내가 널 치료해 줄 테니.”
니센의 눈빛이 흔들렸다.
처음이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자신을 저주받은 괴물 취급했는데…….
“정말…… 제가 나을 수 있나요?”
“물론.”
꽈악―.
우진의 대답에 니센은 그의 손을 움켜잡았다.
[니센이 당신을 따르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니센을 기용할 수 있습니다.] [니센을 파티에 합류시키겠습니까?]이름 : 니센
직업 : 토른 바흐의 견습 마법사
레벨 : 50
힘
55
민첩
60
건강
70
마력
??
재주
65
자질
50/50(??)
신념
30
전술
30
종합 포인트 : 380
특성 : 끈기, 우직함, 고통 내성, 약초 채집
과연 오랜 세월 산을 오르고 내린 덕분에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신체 능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마력 수치가 물음표로 뜨네?’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의 마력 양이 엄청나다는 의미였다.
[현재 NPC는 마력 혼돈 상태입니다.] [마력 혼돈의 치유 성과에 따라 자질 수치가 변경 될 수 있습니다.]‘어……?’
우진은 상태창에 생성된 알림을 읽었다.
원래 중앙 대륙의 용병들은 어둠숲과 달리 레벨이 정해져 있어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니센은 달랐다.
‘마력 혼돈을 치유하면…….’
레벨을 더 올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