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79)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79화(79/150)
-토른 바흐에 드래곤 나타난 거 진짜임?
-ㅇㅇ 사실임. 스샷 올라옴.
-미친…… 이번 몬스터 웨이브 필드 보스 바실리스크 아님? 왜 거기만 난이도가 미쳤지?
토른 바흐에 대한 소식이 올라오자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대혼란이었다.
-노른 공격대에서 알립니다. 현재 잿빛 황야에서 토른 바흐로 이동 중입니다.
-적탑의 마법사들도 준비 중입니다.
-레드 블룸에서 용병을 모집합니다. 용 사냥에 참가 하실 분은…….
하지만 우진의 계획대로, 그 혼란을 기회로 삼는 자들도 있었다.
-와씨…… 뭐야? 상위 공격대들 다 모이네?
-설마 불새단도 오는 건가?
유명 공격대들이 일제히 토른 바흐로 모인다는 유례없는 사건에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토른 바흐 구경 가실 힐러 모십니다. (사냥 X)
-용병으로 가서 고기 방패 되지 마시고 용만 구경 하러 오세요! 탱커 대기 중!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토른 바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사람들마저 구경이란 명목하에 하나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토른 바흐로 대규모 이동 중입니다!!”
“5대 왕국에 설치된 상급 포털이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일반 포털 역시 동시 이용자가 만 명이 넘었어요!”
“추정 인원 5천만 이상! 토른 바흐에 프리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에단의 보고입니다!”
그리고 관리팀 역시 때아닌 소란에 휩싸였다.
동시 접속자 3억 명 중 6분의 1이 토른 바흐에 몰리고 있었다.
“기술팀에 연락해서 가용 서버를 최대한으로 늘려! 전투 중이니까 절대로 렉이 발생하게 해서는 안 돼!”
“알겠습니다!”
“대규모 사상자들이 나올 수 있다. 관리자 중 몇 명은 스텔스 모드로 토른 바흐에 미리 대기하고 있고!”
“네!!”
“이야― 2관리팀은 난리네요.”
그 와중에 한 남자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무실 안에서 여유롭게 믹스 커피를 타 고준철에게 건넸다.
제1관리팀의 팀장인 백민혁이었다.
“……그렇게 여유로우면 인원이라도 지원해 주든가.”
고준철은 히죽거리는 그에게 핀잔을 주며 낚아채듯 잔을 받았다.
“하하, 저희는 미궁탑 담당이잖습니까. 모르시겠지만 탑 안에도 꽤 사람들이 많아서 저희도 인원을 빼드리기는 곤란합니다.”
“너 보고 있으면 그냥 노는 것 같은데?”
“팀장이니까.”
“팀장 같은 소리 하네. 그럼 나는 뭔데?”
“그만큼 선배가 뛰어나셔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에단이 콕 집어서 필드 관리를 형님께 맡긴 것도 그래서겠죠.”
“아부는…….”
고준철은 단숨에 커피를 들이켰다.
“그나저나 원래 계획엔 없던 몬스터 웨이브에 드래곤이 나타나다니…… 아무래도 용 군주 퀘스트 때문이겠죠?”
“그렇겠지. 토른 바흐에 칸이 있더군.”
고준철은 띄 놓은 창들 중 하나를 불러왔다.
그곳엔 칸의 행적이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었다.
“50레벨도 안 되서 중앙 대륙으로 넘어왔어. 요정의 숲으로 이어지는 퀘스트를 그에게 강제한 모양이더라고.”
“요정의 숲이요? 설마…… 2차 시나리오를 시작하려는 겁니까?”
“아직은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까지 감춰져 있던 요정족의 존재를 알렸으니 게임 내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분명해.”
2차 시나리오 업데이트인 [울딘의 부흥]에 필수 요소 중 하나가 요정족이었다.
‘기본적으로 이블 테일의 퀘스트 수락은 플레이어가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그런 의사 없이 강제 한다는 건…….’
고준철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에단이 그를 선행자(先行者)로 발탁한 모양이다.”
“믿을 수가 없네요. 이제 겨우 50레벨이 된 플레이어를…….”
선행자(先行者).
15억 명이라는 엄청난 가입자들 중에서도 [에단]이 특별히 [이블 테일]의 메인 시나리오를 이끌 자격이 있다 판단한 자들.
[에단]은 자신이 계획한 시나리오를 위해 이따금 그들의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퀘스트를 강제한 게 이번이 세 번째죠?”
“맞아.”
첫 번째는 케르가였다.
그를 미궁탑의 공략자로 만든 것이 바로 [에단]이었으니까.
“어쩌면 두 번째 때문에 그를 발탁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 사람이 게임을 접으면서 시나리오의 진행이 느려진 것도 있으니까요.”
고준철은 백민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는 [이블 테일]의 탑이 케르가라는 것에 이견이 없었지만, 초기엔 달랐다.
케르가가 압도적인 던전 공략으로 유명했다면, 그와 반대로 히든 퀘스트를 발견해 내는 것으로 유명한 플레이어가 있었으니까.
“패스파인더(Pathfinder) 바알.”
현재 커뮤니티에 알려져 있는 대부분의 퀘스트 공략법을 그가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어마어마한 양의 퀘스트를 찾아내고 공략했었다.
하지만 2년 전 돌연 바알은 게임을 접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의 부재 이후 퀘스트 공략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것은 분명했다.
‘고블린의 둥지에 히든 스팟이나 핏빛 동굴의 지름길도 발견한 것도 그렇고…….’
바알을 대신할 사람으로 그를 [에단]이 선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켜봐야지.”
고준철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이제 겨우 잠잠해진 로그아웃 사건이 그로 인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블랙아웃] 이후 유저 데이터가 소실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질 수도 있는 문제였으니까.
“과연…… 저자가 흑룡을 굴복시킬 수 있을까요?”
“글쎄. 굴복을 시켜도 문제, 시키지 못해도 문제지만…… 어차피 에단이 벌인 일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버 관리뿐이지.”
“A. I가 좋긴 한데 이런 일이 있을 땐 답답하네요.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니 말이죠.”
꽈악.
빈 종이컵은 구기며 고준철은 모니터를 바라봤다.
토른 바흐로 몰려드는 플레이어들.
그리고 흑룡과 대치하고 있는 유진의 모습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지.”
그는 구긴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며 뭔가를 결심한 듯 말했다.
* * *
“조금만 더 버텨!!”
“마을에 있는 함정들은 모두 가지고 와!! 성벽 아래에 설치한다!!”
콰앙―!! 쾅―!!!
흑룡의 공격에 무너진 성벽 때문에 생긴 구멍 사이로 몬스터들이 몰렸다.
벽이 무너진 건 위험 요소였지만, 반대로 사람들은 그 틈을 킬 존(Kill Zone)으로 역이용해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그 순간 후방에서 들려오는 함성.
“공격대들이 왔다!!!”
수비를 하던 사람들이 깃발의 문양을 확인하며 환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족히 반나절은 넘게 걸릴 거리였지만, 일반 포털이 아닌 왕국 내 고위급들만 사용할 수 있는 상급 포털을 타고 온 그들은 불과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토른 바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기 봐!! 선두에 노른 공격대다!!”
상급 포털은 국왕의 허가를 받은 자들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국왕의 허가를 받았다는 건 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는 의미기도 했다.
콰가가가각―――!!!
황금빛의 갑옷으로 맞춰 입은 열 명의 플레이어들이 순식간에 오크와 리자드맨을 쓸어버리며 마을로 질주하고 있었다.
과연 [불새단] 다음으로 가장 높은 7층을 공략하고 있는 공격대다웠다.
콰아아앙――!!
반대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선 몬스터들이 사방으로 종잇장처럼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레드 블룸의 진호륜도 왔다!!”
히든 클래스 [몽크]인 그의 주먹을 감싼 푸른 오러가 전장에 피어올랐다.
쿠그그그그……!!!
동시에 지진이라도 난 듯 지면이 흔들리며 갈라진 땅에서 날카로운 기둥들이 솟아올랐다.
[…… 켁! 케켁!!] [캬아악――!!]몬스터들이 튀어나온 돌기둥에 꽂혀 비명을 질렀다.
“와…….”
“저 많은 수를 한 번에…….”
처음 보는 대규모 마법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적탑의 마법사들.
붉은 로브의 그들 중 한 사람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 스즈키 하나잖아?!”
“말도 안 돼!!”
“적색 마녀가 토른 바흐에 오다니!!!”
그녀의 등장에 사람들은 열광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길 수 있다!!”
“용을 잡자!”
흑룡을 제외한 나머지 몬스터들은 그들의 등장에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무기를 하늘 높이 치켜들며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콰앙―――!!!!
그러나 흥분도 잠시.
함성을 터뜨리는 사람들 머리 위로 거대한 흑룡의 발이 내려앉았다.
“크악……!!”
“사, 살려줘!!!”
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을 향해 흑룡은 보란 듯이 브레스를 내뿜었다.
마을의 절반을 태워 버린 브레스.
그 안에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엄청난 위력이네요.”
“3등급 대규모 마법인 ‘헬 파이어’보다 더 강할 것 같은데요.”
일대를 쓸어버린 브레스를 보며 적탑의 마법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렇겠지. 명색이 드래곤인데.”
분주한 그들과 달리 스즈키 하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흑룡의 속성부터 파악한다. 굳이 먼저 나설 필요 없어. 어차피 몸을 쓰는 일은 저 녀석들이 할 거니까.”
“알겠습니다.”
“마법진을 활성화시킬 장소부터 찾아. 무슨 일이 있어도 흑룡의 숨통은 우리가 끊는다.”
“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흑룡을 바라봤다.
‘계속 실패하던 불새단이 갑자기 10층을 공략했어. 분명 경매장에 올라왔던 용마석을 세린이 차지한 거겠지.’
마법사가 공략의 주요 요소였던 10층이었기에 적탑도 공략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용마석의 등장에 10층 공략은커녕 마법사 1위의 자리도 위태롭게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토른 바흐에 흑룡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는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생각했다.
그녀가 노리는 건 하나였다.
‘용마석보다 뛰어난 건 당연히 용의 심장이겠지.’
하지만 눈치를 보는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처음에 나서봤자 죽을 뿐이야. 체력이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누가 먼저 나설 거지?’
그들은 경계하듯 서로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상대방의 생각을 읽었다.
결국 누군가를 몰아세우기 위해서.
‘아무래도 노른 공격대겠지. 지금 모인 공격대 중에서 가장 강하니까.’
‘싫다고 해도 체면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겠지.’
‘움직여라. 어서…… 움직여라.’
‘흥, 우릴 총알받이로 쓰려고 하는 모양이군. 누구 좋으라고?’
흑룡을 앞에 두고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툭.
그때였다.
“너희들 뭐 하냐? 병풍처럼 서 있을 거면 방해되니 꺼져.”
우진의 한마디가 그들을 불 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