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8)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8화(8/150)
“흐음…….”
우진은 보스룸 앞에서 잠시 멈춰 서 고민했다.
[던전 입장 시간 – 3분 32초]놀랍게도 여기까지 오는 데 그가 잡은 고블린의 수는 고작 10마리도 되지 않았다.
[크륵…… 크륵…….]고블린 챔프 정도 되는 녀석들이 그나마 그에게 덤벼들어 약간의 시간을 썼을 뿐.
나머지는 그에게 덤벼들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저렇게 숨어 있을 뿐이었다.
“던전 보드에 이름을 가리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너무 비상식적인 기록은 곤란하려나?”
당장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관리자들의 조사를 피할 순 없을 테니까.
“뭐…….”
하지만 곧 그는 웃고 말았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일을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5분으로 클리어하든 10분으로 클리어하든 주목을 받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야.”
왜?
그는 혼자였으니까.
솔로 플레이로 세운 기록으로 1위를 한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차피 의심받을 거라면.”
애매한 것보단 확실하게 각인시켜 줘야지.
콰앙―!!
우진은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나뭇가지들을 거칠게 발로 찼다.
[보스룸에 입장합니다.] [인간…….]쾌쾌한 냄새가 가득한 낡은 방 안. 나무와 돌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의자 위에 늙은 고블린 한 마리가 있었다.
[감히…… 여기가…….]서걱―.
“말이 많다.”
단숨에 거리를 좁힌 우진이 고블린 로드의 어깨에 검을 박아 넣었다.
[크…… 크아아아악!!]로드는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진의 검은 더욱 녀석의 몸에 깊게 파고들었다.
“역시 보스는 다르네.”
우진이 검을 뽑으며 로드를 향해 말했다.
“다른 녀석들은 한 방 컷이라서 제대로 써보지 못했거든.”
[크…… 크륵……!! 네……! 네 노……옴!!!]용천(龍天) 1문(門) – 절(絶)
치직……! 치지직……!!
우진의 검날에서 시퍼런 스파크가 일었다.
검에 조금 힘을 주자,
서걱―.
로드의 몸이 마치 두부 잘리듯 매끄럽게 잘려 나갔다.
자신의 죽음조차 인식하지 못한 듯 녀석은 멍한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봤다.
[고블린 로드를 처치하였습니다.]마치 사형 선고를 내리듯 아직 눈도 감지 못한 녀석에게 시스템이 대신 죽음을 알렸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 → 12
고블린 로드가 재로 변하자 녀석이 있던 자리에 나무 상자 하나가 놓여졌다.
보상 상자였다.
‘초심자 던전이니 그다지 대단한 게 들어 있진 않겠지만…….’
상자에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 그의 귀를 때리는 알림이 울렸다.
[던전 입장 시간 – 5분 12초] [던전 보드의 기록이 갱신됩니다.] [이름을 등록하시겠습니까?]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관리자들이 알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플레이어들은 다르다.
‘아직 내 스펙은 기껏해야 30대 레벨에 불과해. 행여나 이름이 알려지면 10대 클랜이 방해할 수도 있어.’
차라리 10대 클랜에 영입 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지만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스킬과 룬 모두 이세계에서 얻은 것들이야. 내 능력치는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도달할 수 없는 수치니까.’
그들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그들에게 의탁한다는 건 오히려 의심을 키우게 될 뿐일 터.
[이름 대신 ???로 던전 보드에 기록됩니다.] [던전 보드의 기록이 갱신되었습니다.] [1위 ??? (1명) 5분 12초] [2위 케르가의 파티(4명) 15분 37초] [3위 트라멜의 파티(4명) 16분 21초]“좋아.”
던전 보드에 적힌 기록을 보며 우진은 피식 웃었다.
[축하합니다.] [던전 보드의 1위에 도달했습니다.] [칭호 – 재빠른 사냥꾼을 획득하였습니다.] [던전 보드의 갱신 시간이 10분 이내입니다.] [당신의 경의로운 사냥에 모두가 놀랄 것입니다.] [칭호의 효과가 변합니다.] [재빠른 사냥꾼 – 날렵한 사냥꾼으로 변경됩니다.] [공략 인원이 1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신의 경지에 도달한 사냥입니다.] [유례없을 이 기록은 대륙 전역에 알려질 것입니다.] [칭호의 효과가 변합니다.] [발빠른 사냥꾼 → 신속의 사냥꾼으로 변경됩니다.]“오……?”
칭호가 적용되자 녹색의 빛이 우진의 몸을 감싸며 흩어졌다.
[신속의 사냥꾼]▶ 등급 : 영웅
▶ 설명 : 솔로 플레이로 필드 던전 – 고블린 둥지 타임 어택 1위를 달성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 모든 능력치 +5
▶ 특성 : 신속 – 신체 속도 + 10%
▶ 특성 : 기척 – 마물이 당신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데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 스킬 : 가속 – 1초간 모든 스킬의 속도를 2배로 증가 시킨다.
▶ 타임 어택이 가능한 던전의 순위를 갱신할 때마다 칭호의 효과가 상승한다.
(단, 타인이 칭호의 주인의 순위를 갱신할 시 현재 적용된 효과가 감소하며 칭호가 소멸될 수도 있다.)
“하…….”
칭호의 효과에 우진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던전 보드에 이름을 올릴 때마다 효과가 증가한다니…….”
지금 자체로도 엄청난 것인데 나머지 기록까지 갈아엎는다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상태창.”
이름 : 칸
직업 : 전사
레벨 : 12
종합 포인트 : 230
잔여 포인트 : 10
특성 : 모험가, 고독함, 용살, 불굴, 신속, 기척
칭호 : [신속의 사냥꾼]
‘룬으로는 올릴 수 없는 신념과 전술까지 올랐어.’
자신의 능력치를 확인한 우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고개를 끄덕였다.
[이블 테일]이 서비스된 지 수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특성이 있었다.바로, [신념].
상태창에 분명 존재하는 특성이지만 [신념]의 효과와 성장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었다.
‘신념의 수치가 높아야 2차 전직을 교단 계열의 성녀나 성기사로 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고…….’
던전에서 얻는 성물이나 유물을 통해서 성장시키거나 혹은 언데드 계열의 마물을 사냥해야 한다는 등 많은 가설들이 있었다.
하지만 2차 전직이 가능한 99레벨까지 도달한 사람이 없으니 [신념]이 정말로 전직의 조건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 어째서 신념이란 특성을 꼭 성(聖) 계열 쪽 특성이라고 단정 짓는지 말이야.’
언제부터인지 인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은 [신념]을 마치 사제들의 필수 특성처럼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로 던전에서 이따금 드랍 되는 성물과 유물이 엄청난 고가로 거래되고 있기도 했다.
‘특정한 조건이나 퀘스트를 받아야 성물과 유물에서 성력을 흡수해 신념을 올릴 수 있다…….’
-라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지만, 문제는 그 누구도 성물과 유물에서 성력을 흡수했다고 증명한 자가 없었단 것이다.
‘다만 10대 클랜이자 가장 많은 사제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리 연합]에서 성물과 유물을 지금도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람들을 홀리게 만들고 있을 뿐이지.’
자신보다 강자가 하고 있는 것이 더 옳은 것이 아닐까 하는 약자의 맹신.
‘글로리 연합은 신념 특성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어.’
설령 다른 의미에서 그것들을 모으고 있다 한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그저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10대 클랜의 움직임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겠지.’
그들을 압도할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이블 테일]은 10대 클랜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탈칵―.
우진은 보상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보상 상자를 확인하시겠습니까?]기껏해야 최약체라 평가되는 고블린들이 사는 던전을 공략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건 그 압도적인 존재의 등장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 * *
▶ 마력을 머금은 고블린 가죽 x 10
▶ 조잡한 포션 x 1
▶ 오염된 마나 포션 x 1
▶ 30실버
▶ 고블린 로드의 팽창된 마석
보상 상자를 여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겠지만 하급 던전답게 사실 보상품들은 별 볼 일 없는 것들뿐이었다.
다만 한 가지 우진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고블린 로드의 마석?’
[이블 테일]에서 마석은 꽤나 고가의 물건이었다.게다가 평범한 마석이 아닌 고유 명사가 붙은 건 더 값을 쳐주기도 했다.
‘그래 봤자…… 고블린 로드인데 얼마나 하겠어.’
초심자 지역만 하더라도 나가(Naga)라든지 님프같이 고블린보다 월등한 능력치를 가진 마력계 마물들이 즐비했으니까.
그가 궁금한 건 마석이란 단어 앞에 붙은 수식어였다.
‘저런 게 있었나?’
이름 : 고블린 로드의 팽창된 마석
등급 : 레어
설명 : 마력계 몬스터들 중 이따금 마법을 쓰기 직전 죽임을 당할 때 생성되는 변종 마석.
▶ 일반적인 고블린 로드의 마석보다 2배가 넘는 마력을 머금고 있다.
▶ 조심히 다루기 바랍니다.
▶ 팽창된 마력은 약간의 물리력으로도 강렬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의 의아함대로 처음 보는 마석이었다.
▶ [팽창된] 효과로 사용하게 되면 마력의 수치가 1.5배 증가한다.
“…….”
마석의 설명을 읽던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1.5배?’
마석이란 흡수했을 때 마력의 양을 일정 수치 올려주는 효과를 가진다.
하지만 그 증가 수치라는 것은 정수를 뜻하지, 절대 배수가 아니었다.
‘이거…… 마법사들이 알면 난리 나겠는데.’
마력의 수치를 배수로 늘려준다는 건 마력을 가진 플레이어들에겐 금액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였으니까.
‘지금까지 이런 게 있다는 걸 왜 몰랐지?’
우진은 잠시 생각하다 피식 웃고 말았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던전엔 제한 레벨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레벨 제한이 넘으면 입장은 가능하지만, 마물을 사냥해도 아이템이 드랍되지 않는다.
‘고레벨이라면 얼마든지 고블린 로드를 원킬 할 순 있지만 레벨 제한 때문에 보상품을 얻을 수 없어.’
현존하는 최강의 장비를 두른다 하더라도 15레벨이 고블린 로드를 원킬 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마도 다음 업데이트를 위해 서버에 미리 적용시켜 놓은 것이겠지.’
문제는 그 업데이트가 언제 시작되느냐였다.
어쩌면 몇 개월, 혹은 몇 년은 지난 뒤에나 얻을 수 있을 아이템일지 모른다.
‘이거 하나가 끝이 아닐 거야.’
“남은 던전 모조리 다…….”
우진은 자신의 기록이 올라온 던전 보드를 바라보며 눈빛을 빛냈다.
“갈아엎어 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