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82)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82화(82/150)
“마법진 완성되었습니다!!”
“마력 충전 끝!!”
마법진이 발동되자 그들의 발아래 수 개의 마법진이 연속적으로 생성되기 시작했다.
“1차 연성 완료……!!”
“다중 마법진 발동합니다!!”
“2차 연성 시작합니다!”
순차적으로 발동되는 마법진의 개수는 무려 4개였다.
“저, 저기 봐!!”
“적탑에서 마법을 시전한다!!”
“말도 안 돼! 중첩 마법진인 4개나 된다고?!”
저 멀리서 전투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생성된 마법진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까지 마법진의 최대 중첩은 3개가 한계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적탑의 마법사들이 그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10층 공략을 위해 준비한 건데…….’
스즈키 하나는 완성되어 가는 마법진을 보며 아쉬운 듯 쯧, 하고 혀를 찼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용은 우리가 잡는다.”
지금껏 감춰왔던 비장의 수를 공개한 만큼 얻는 것이 있어야 했으니까.
꽈악―.
스즈키 하나는 마법사들의 앞에 섰다.
그러고는 자신의 붉은 지팡이를 머리 위로 치켜세우며 영창을 시작했다.
화르르륵……!!
지팡이에 끝에서 피어오른 불꽃이 그녀의 앞에 마법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2개의 마법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양옆으로 교차되어 나타났다.
스아아아아악……!!
4개의 중첩 마법진 위로 그녀가 만든 다중 마법진이 합쳐지자, 마법진은 시뻘건 불꽃을 뿜어내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진짜 드래곤을 잡을 생각인가?”
“적색 마녀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칼을 갈았는데?!”
후방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마법은 마력이 없는 사람들도 위압감을 느끼기 충분했다.
[크르르르…….]그리고 당연히 벤시나 역시 그 마법을 의식하고 있었다.
[과연…….]하지만 경악하는 사람들과 달리 용의 눈엔 인간의 마법이 하찮게 보일 뿐이었다.
“흑룡이 이동합니다……!!!”
그때였다.
공격대를 전멸시킨 벤시나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법 대기!!!”
갑자기 이동하는 흑룡에 모습에 스즈키 하나는 당황한 듯 소리쳤다.
“실드 스크롤 준비!! 브레스를 쓸지도 모른다! 절대로 마법진을 지켜야 해!!”
촤아악―――!!!
그녀의 외침에 마법사들이 일제히 스크롤을 찢었다.
그러자 마법진 주위로 반투명한 막이 생성되었다.
마법사들은 잔뜩 긴장한 채로 흑룡의 행보를 지켜봤다.
“……뭐지?”
하지만 그 순간, 놀랍게도 흑룡은 자신을 공격하려는 마법사들이 아닌 마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토록 나를 죽이고 싶다면…….]벤시나는 폐허가 된 토른 바흐 중앙에 서서는 적탑의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을 쏴봐라.]그의 목소리에 일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스즈키 하나는 굳은 얼굴로 흑룡을 바라봤다.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었지만 토른 바흐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최소 수백 명.
그리고 그들 모두 마법의 범위 안에 있었다.
“모두 죽을 겁니다…….”
적탑의 마법사들 중 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그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다.’
우진은 볼튼 가문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단순히 사냥하고 사냥당하는 것이 아닌, 언제부턴가 플레이어를 시험하는 듯한 적들의 행동이 계속해서 그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에단]이 무슨 의도로 자꾸 이런 일을 만드는 건지 우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목숨의 무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것을 아무리 말한다 한들 과연 플레이어에게 통할까?
“쏴―!!!!”
그의 예상대로 스즈키 하나는 흑룡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들고 있던 스태프를 있는 힘껏 내리치며 결의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 하지만…….”
“죽은 플레이어들은 적탑의 사냥터를 개방해서라도 보상하면 되는 일이야!!”
게임에서의 죽음은 진짜 죽음이 아니니까.
“크…… 크으…….”
“으앙…… 으아아아앙……!!!
무너진 광장과 부서진 건물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시민들의 신음과 울음소리.
그리고 그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적탑의 마법사들을 바라봤다.
“쏘라고!!!!”
하지만 NPC의 죽음은 플레이어들에게 아무런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어차피 진짜가 아니니까.
용병들이 그러하듯 한번 쓰고 버려도 되는 소모품에 불과한 존재들이었다.
“바, 발동 재개!!!”
쿠으으으으―!!
그녀의 일갈에 마법사들은 마법진의 마력을 다시 쏟아붓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강―――!!!!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십 개의 화염 줄기가 상공에서 지상으로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 저 미친년……!!!”
콜슨은 날아오는 불꽃을 보며 들고 있던 검을 내던지고서 달리기 시작했다.
푸욱―.
“어딜 가려고?”
그 순간, 그의 복부가 뜨거워졌다.
“……어?”
콜슨은 떨리는 눈으로 자신의 배를 관통한 검을 바라봤다.
“망자의 지참금을 찾을 생각은 평생 하지 마라.”
“이…… 씨…… ㅂ…….”
콜슨의 얼굴이 구겨졌다.
우진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있는 힘껏 검을 들어 올렸다.
촤아아악―――!!
그의 사지가 반으로 갈라졌다.
“마, 마스터…….”
잔해에 깔려 있던 루엔이 지친 얼굴로 우진을 바라봤다.
“여기 오시면 안 돼요!! 어서 도망치세요!!!”
저벅― 저벅―.
하지만 그녀의 절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진은 다가와 무너진 잔해를 파헤쳤다.
“널 두고 어딜 가.”
“……네?”
우진의 말에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괜찮으세요?”
“도와드릴게요!!”
니센과 카르란, 그리고 웨든이 합류해서 빠르게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루엔은 몸이 한없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사라진 잔해 때문이 아니었다.
쓰러진 그녀를 일으킨 우진의 손 때문일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그때였다.
적탑의 마법이 벤시나의 머리를 강타했다.
화염이 폭발하며 불꽃이 머리에서부터 전신을 휘감았다.
“계속해서 공격해!!”
스즈키 하나의 외침에 마법사들은 포션을 입에 문채 마법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헉…… 헉…….”
“쿨럭…….”
하지만 쉴 새 없이 몰아치던 마법도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뭣들 하고 있어!!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스즈키 하나는 그들을 닦달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가 두려워도 마법사들은 더 이상 마법을 쓸 수 없었다.
[마력이 고갈되었습니다.] [포션으로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정신 집중이나 여관, 신전에서 마력을 회복하시기 바랍니다.]완전히 바닥이 난 마력에 그들은 괴로운 듯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아…….”
쓰러진 마법사들이 고개를 들었다.
전신에 불꽃을 휘감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흑룡의 모습은 이 이상 발버둥친다 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쿵― 쿵― 쿵―.
벤시나는 마을을 벗어나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너희들의 선택은 이것이냐.]그는 말했다.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콰아아앙――!!
흑룡의 거대한 꼬리가 그들을 내리쳤다.
[공격대원 ‘제스’가 사망하였습니다.] [공격대원 ‘아라즈’가 사망하였습니다.] [공격대원 ‘발타스’가 사망하였습니다.]…….
머리를 울릴 정도로 쏟아지는 알림에 스즈키 하나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적탑의 마법사들이 모조리 몰살당했고 그녀는 가득한 핏물 위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어…… 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공포에 휩싸인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단순히 기회라고만 생각했다.
공략하지 못하는 게임은 없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 왔고 벤시나의 등장 역시 그저 흔한 이벤트 중 하나라 여겼다.
아무리 용이라 해도 플레이어의 레벨에 맞춰서 어느 정도 난이도가 조절되었을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눈앞의 흑룡은 지금까지 겪었던 몬스터와는 달랐다.
“……빌어먹을.”
안일한 자신을 탓해봐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거대한 벤시나의 아가리가 이미 자신을 집어삼키고 있었으니까.
우득― 우드드득―.
우그적―.
벤시나는 게걸스럽게 스즈키 하나를 씹어 삼켰다.
“아…….”
“이제 어떻게…….”
적색 마녀의 죽음은 끓어올랐던 전의를 한순간에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
“도, 도망쳐…….”
“사냥은 실패다!!”
식어버린 전의는 더 큰 공포가 되어 돌아왔고, 저 멀리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마저 도망치기 시작했다.
“먼저 가.”
단조롭지만 그 한마디의 말이 루엔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시, 싫어요! 저도 싸울 거예요!!”
-맞아요!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진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이방인은 죽어도 부활할 수 있다. 하지만 너희는 달라. 목숨을 소중히 여겨.”
쿵― 쿵― 쿵―.
벤시나는 그렇게 적탑의 마법사들을 쓸어버리고서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내 목숨보다 너희가 더 소중하다.”
그 순간 그의 말은 아직 토른 바흐에 남아 있던 시민들의 뇌리에 꽂혔다.
‘저 사람은…….’
‘달라.’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진은 그저 다가오는 흑룡을 향해 결의를 다질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카르란은 자신의 약함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분노해라. 그건 네 저주를 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우진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어서……!!!”
루엔은 뭔가 말을 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꾹 참고서 그저 한 번 더 그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후우…….”
루엔과 세츠나, 그리고 카르란이 떠나고 우진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 많던 공격대들은 어느새 모두 사라졌고, 이따금 구경을 하러 포털을 넘어왔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가기 바빴다.
“……넌 왜 안 가냐.”
그 순간 우진은 자신의 옆에서 벌벌 떨고 있는 웨든을 향해 물었다.
“왜, 왜긴요!! 어디 갈 데도 없는데 여기 있어야죠!”
그다운 대답에 우진은 피식 웃었다.
“죽어도 책임 못 진다.”
“어차피 장비도 다 얻어 입은 건데 죽어서 드랍된다 한들 아깝지도 않아요.”
웨든이 그의 앞에 섰다.
“제가 전위를 맡을게요.”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구겨진 방패를 들어 자신의 팔목에 착용했다.
“후웁―!!!”
그러고는 숨을 들이마시며 몸 쪽으로 방패를 가져가자,
[굴절을 사용합니다.]방패에서 옅은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방패 특성을 찍었나 보군.’
50레벨을 찍으면 다음 스킬 트리가 개방되면서 클래스 내에서도 세분화되는 특성을 배울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전사는 크게 탱커와 딜러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탱커는 피부를 단단하게 만드는 각화 특성을 익히고 공격을 보강한 공격형 탱커와, 방패를 사용해서 완전히 방어에 올인하는 수비형 탱커가 있다.
웨든의 경우는 후자였다.
“미안하군. 미리 알았다면 자경단에서 방패도 구해다 줬을 텐데.”
“하하…… 그때는 방패를 주셔도 소용없었을 겁니다. 중앙 대륙에 오자마자 호되게 당해서…… 싸울 용기도 없었거든요.”
“지금은?”
“죽어도 흑룡 앞에 모셔다 드릴게요.”
웨든은 구겨진 방패를 퉁퉁 치며 말했다.
“죽지 말라니까.”
우진은 진짜 동생을 대하듯 웨든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며 벤시나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