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83)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83화(83/150)
-토른 바흐에 나타난 흑룡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노른 공격대를 비롯하여 총 14개의 크고 작은 공격대가 흑룡에 의해 전멸되었습니다.
-적색 마녀 스즈키 하나의 죽음이 전 세계 플레이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우아…… 난리도 아니네.”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방송사에서도 난리예요.”
“이러다 저희 10층 공략 인터뷰가 묻히는 거 아닐까 모르겠네요.”
사옥에 모인 [불새단]의 멤버들은 각종 모니터에서 나오는 방송과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봤다.
“인터뷰는 어차피 상관없어. 필요한 스폰은 이미 다 받았으니까.”
하지만 단원들의 반응과 달리 도경훈은 그다지 관심 없다는 듯 테이블에 앉으며 말했다.
“그런데 형, 저희도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노른 공격대까지 전멸했으면…… 웬만한 공격대로는 흑룡을 잡는 게 불가능할 텐데.”
공격대의 드루이드인 최경수가 조심스레 도경훈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을 본 순간 최경수는 자신이 실수 했다고 느꼈다.
“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을 하다 레벨 다운이라도 되면 그건 네가 책임져야 할 거야.”
“끄응…… 죄송해요.”
“우리가 지금 모인 건 11층 공략 준비를 위함이야.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10층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어. 11층도 이런 식이면 안 돼.”
말은 이렇게 했지만 도경훈 역시 흑룡의 등장이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적색 마녀가 위험을 무릅쓴 이유는 드래곤 하트 때문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슈였을 것이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톱 랭커들은 대부분 스폰서를 두고 있었고, 당연히 스폰서들은 자신들이 스폰하는 랭커들이 더욱 유명해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한 투자였으니까.
[이블 테일]에서 단연코 [불새단]이 가장 유명하지만, 10번 정도 반복되니 미궁탑 공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확실히 줄어들고 있었다.‘좀 더 자극적인 것이 필요해.’
그래서 지금 도경훈이 생각하고 있는 건 원 코인 클리어였다.
단 한 번의 도전으로 11층을 공략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때보다 미궁탑을 도전하는 것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케르가, 경수의 말도 틀린 건 아냐. 흑룡을 잡을 수 있으면 네 고민도 해결될 테고 탑 공략을 서두를 필요도 없어.”
데이빗이 핀잔을 들은 최경수의 어깨를 다독이며 도경훈에게 말했다.
“게다가 성공만 한다면 서버 최초로 드래곤 슬레이어의 가능성도 나올 수도 있지. 홈페이지에 이름만 공개된 에픽 클래스잖아.”
“솔직히 저도 나쁘지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세린까지 가세하자 괜히 주눅이 들었던 최경수가 신이 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 정말 흑룡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
“……네?”
“뭐…… 그렇지 않을까? 깰 수 있으니까 몬스터도 생성된 거겠지.”
하지만 그들의 대답에 도경훈은 회의적이었다.
“내가 보기엔 저건 잡을 수 없어.”
“그럼……?”
“전멸을 강제하는 이벤트지. 미궁탑 9층에서 용아병을 사냥했던 것 기억나?”
“물론이지. 그 끔찍한 녀석을 어떻게 잊겠어.”
수차례 그들에게 전멸을 선물했던 몬스터였으니까.
“용아병은 용의 뼈로 만들어진 마물이야. 고작 뼛조각으로 만들어진 것도 그렇게 강한데…… 용을 사냥한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케르가, 네 말대로라면 일부러 사람들을 죽이려고 용을 소환했다는 건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아마도 다음 단계를 위함이겠지.”
“설마…… 이게 2차 시나리오를 위한 이벤트라는 말이야?”
“내 생각엔 그래. 몇 년 전부터 시나리오 업데이트에 대한 소문이 오갔으니까.”
“확실히……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군.”
사람들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그건 선행자의 능력인가? 그 있잖아. 중앙 대륙으로 넘어왔을 때 네가 만난 ‘특별한 존재’로부터 받은 스킬 말이야.”
“아니. 이건 그냥 감이야.”
데이빗의 물음에 도경훈은 어깨를 으쓱했다.
대륙 최강종.
이명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첫 등장에 흑룡이 죽을 순 없을 것이다.
그것이 케르가가 내린 결론이었다.
“용의 등장을 위한 거라면 저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없을 거다.”
“토른 바흐가…… 멸망한다는 말인가요?”
“아마도.”
꿀꺽―.
그의 말에 멤버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제적인 이벤트라면 결국 대륙의 역사를 진행하는 흐름 중에 하나일 뿐이야. 그렇다면 이건 플레이어의 영역이 아닌 거지.”
“왕국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군.”
“맞아. NPC들이 알아서 흐름을 만들 거야. 우리는 그 뒤에 움직여도 늦지 않아.”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긴 했다.
케르가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참가한 공격대들이 올린 글을 보면 토른 바흐에 남아 있는 플레이어가 검은 안개를 공략한 자라고 했어.’
자신에게 쪽지를 보낸 칸이라는 플레이어.
미개척 지역을 공략한 것뿐만 아니라 어둠숲 던전들에 세웠던 자신의 기록마저 갈아치우며 칭호를 독식한 존재.
‘변수라고 한다면 그자겠지만……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이제 막 중앙 대륙 온 자가 용을 사냥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토른 바흐에 가는 건 자살 행위야.”
하지만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국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도 할 수 없는 일을 그런 초짜가 가능할 리 없었으니까.
“아무도 가지 않을걸.”
* * *
[방패 돌진을 사용합니다.]“크아아아―――!!!”
웨든이 방패를 들어 얼굴을 가리며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크륵…… 크르르륵…….]적탑의 마법사들이 있었던 곳에 암흑 지대가 깔리자 그곳에서 야인들이 생성되었다.
단순히 몸으로 싸우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적탑 마법사들의 시체로 만들어진 야인들은 마법을 쓸 수 있었다.
화르륵……!!
그들이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올리자 자줏빛의 화구가 생성되었다.
“흐아아아―――!!!”
날아오는 화염을 향해 웨든은 오히려 속도를 올렸다.
쾅―! 쾅―!! 콰강――!!
찌그러진 방패 위로 야인의 불꽃이 떨어졌다.
[중형 라운드 실드가 파괴되었습니다.]다섯 번째 불꽃을 막았을 때, 그가 들고 있던 방패가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조심해!!”
“아직이에요! 절대로 나오지 마세요!!”
불굴 특성을 위해 포션을 최소한으로 사용한 우진의 상태를 들은 웨든은 날아간 방패 대신 온몸으로 야인의 불꽃을 막았다.
치이이익……!!!
자줏빛 화구가 그의 어깨에 닿자 살이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크윽――!!!”
야인의 불꽃은 쉽사리 꺼지지 않고 조금씩 웨든의 몸을 잠식해 들어갔다.
“지금입니다!!”
웨든의 외침과 그가 두 손을 포개며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우진이 포갠 손 위로 한쪽 발을 올렸다.
“크아아아아―――!!!”
웨든이 있는 힘껏 팔을 들어 올리며 우진을 내던졌다.
펑―!! 펑-!! 퍼엉――!!!
우진을 향해 던진 야인들의 불꽃은 그에게 닿지 못한 채 공중에서 폭발했다.
[속성을 사용합니다.]우진의 검에서 불꽃이 일었다.
[강신술을 사용합니다.]고대 오크의 형상이 나타났다 사라지자 그의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부우웅―――!!!
볼튼 비기 1식(式) -풍파
불꽃을 머금은 그의 검은 파도 대신 일렁이는 화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강―――!!!
검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벤시나의 얼굴을 강타했다.
“크아악―――!!”
어느새 달려든 야인들이 웨든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가세요!!”
웨든의 외침에 우진은 빠득― 이를 갈며 공중에서 몸을 틀고 벤시나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 순간, 거대한 발톱이 우진의 양쪽에서 그를 짓누르듯 압박했다.
파앗―!!
우진이 오른쪽 발톱 위로 몸을 띄웠다.
부우웅――!!!
휘두르는 발등 위로 올라탄 우진이 흑룡의 다리를 검으로 있는 힘껏 후려쳤다.
카앙!!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빌어먹을!’
그가 원했던 소리가 아니었다.
경쾌한 소리는 공격이 막혔다는 의미니까.
튕겨진 검에 우진의 몸이 뒤로 휘청거리며 밀려났다.
[크아아아아―――!!]벤시나가 머리를 치켜들며 포효를 터뜨렸다.
동시에 그의 눈동자가 칠흑처럼 새까맣게 변하기 시작했다.
[벤시나가 암흑 흡수를 시전합니다.] [암흑 지대로 생성된 야인들의 개체 수만큼 흑룡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광폭화 상태에 돌입합니다.]솨아아악―――!!!
아인들이 소멸하면서 만들어진 검은 구체들이 벤시나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캉―!! 캉―!! 카가강――!!!
우진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지만 야인을 흡수하고 단단해진 비늘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크르르르―.]옅은 으르렁거림과 함께 벤시나가 우진을 내려다보았다.
콰아아앙――!!
발톱이 그를 찍었다.
[……?]벤시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을 들었다. 우진이 있어야 할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특성 : 검은 수호자가 발동됩니다.]▶ 검은 안개가 당신의 몸을 가립니다.
“후웁…… 후웁…….”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흐릿한 시야 속에서 우진은 벤시나의 사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체력이 절반 이하입니다.]▶ 검은 안개가 당신의 상처를 치유합니다.
‘잘못하면 불굴 특성이 사라지겠어.’
조금씩 회복되는 체력을 보며 우진은 더욱더 속도를 올렸다.
“흐아아압――!!!”
검은 수호자를 거둬낸 우진이 벤시나의 뒤에서 역린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푸욱―!!!
살점이 뚫리는 소리.
원하던 소리가 였지만 우진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그 소리는 벤시나가 아닌 자신에게서 난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쿨럭.”
흑룡의 발톱이 그의 배를 뚫고 등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제길.”
한 끗 차이였다.
우진의 검이 벤시나의 역린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라울은 이 검술로 용을 죽였다.
검술이 약한 것이 아니다.
약한 건…….
자신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있는 힘껏 팔을 뻗어봤지만 그럴수록 발톱이 그의 몸에 더욱 깊게 박힐 뿐이었다.
그 순간 벤시나가 발톱을 뽑았다.
추아아악……!!
구멍이 뚫린 그의 몸에서 붉은 피가 와구와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체력이 1% 미만입니다.] [죽음의 위기가 당신을 엄습합니다.] [즉시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시야가 감소합니다.]▶ 체력이 50% 이상 회복되면 사라집니다.
[청각이 감소합니다.]▶ 체력이 50% 이상 회복되면 사라집니다.
“혀, 형님……!!!”
웨든의 목소리가 조금씩 흐릿해졌다.
“젠장…….”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선 우진은 인벤토리 안에 있는 포션을 꺼냈다.
‘불굴 특성을 포기해야 하나…….’
사실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었다.
‘……아니. 이대로 싸운다.’
불굴 특성마저 사라지면 놈에게 타격을 줄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우진은 이 와중에도 흑룡을 쓰러뜨릴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꽈악―.
그는 발톱에 뚫린 가슴에 포션을 들이부으며 흐릿한 시야 속에 주위를 훑었다.
‘지원군은…….’
없었다.
저 멀리 남아 있는 구경꾼들이 있긴 했지만 그들마저 하나둘 도망가는 모습이었다.
‘하긴…… 일부러 죽으러 여길 오는 사람은 없겠지.’
그때였다.
“혼자서 애쓰십니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우진은 익숙한 그 말투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왔군.”
지원군은 있었다.
비록 단 한 명일지라도 말이다.
“그럼요.”
쓰러질 것 같은 그의 등을 누군가 받쳤다.
페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