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84)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84화(84/150)
타닥―! 타다다닥―――!!!
세 사람은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후웁…….”
체력이 바닥인 우진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폐가 뼈를 찌르는 느낌이었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마스터, 마을로 가시죠. 함정을 설치해 뒀습니다.”
단검을 꺼내며 페론은 짧게 말했다.
얼음굴에서 얻은 [얼음 발톱]은 묘하게 이전보다 더 날이 새하얗게 변한 것 같았다.
“놈에게 타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걸로 시간을 끌어보죠.”
우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몬스터 웨이브에서 흑룡이라니……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아마 나 때문일 거야.”
“에엑?”
“용과 관련된 퀘스트가 있거든.”
“마스터가 있는 곳엔 일이 끊이질 않네요.”
페론은 그의 말에 황당하면서도 납득이 간다는 표정이었다.
“흑룡 사냥퀘라도 받으신 겁니까? 저런 괴물을 잡으라니…… 터무니없네요. 정말.”
그 순간, 우진의 머릿속이 번뜩였다.
그가 받은 건 사냥퀘가 아니다.
‘용군주 퀘스트는 용을 굴복시키는 게 목표야.’
우진은 당연히 그 방법이 힘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보다 강한 자를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페어리 퀸에게서 받은 퀘스트는 토른 바흐를 지키는 것이었어.’
“흐…… 흐으윽…….”
그때였다.
마을의 입구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들이 들렸다.
‘……뭐지?’
아직도 대피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건가?
우진은 황급히 주위를 훑었다.
“아―.”
그 순간 우진은 깨달았다.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루엔과 동료들을 구하고 난 뒤 우진은 더 이상 위험은 없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부상자들.
가족을 잃은 자들.
생계를 빼앗긴 자들.
토른 바흐를 지킨다…….
’
우진은 마을을 바라봤다.
이미 엉망이 된 마을은 폐허에 가까웠다.
‘……이걸 지켰다고 할 수 있을까.’
입맛이 썼다.
흑룡과 싸워 이기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이 짧았던 건가?
어쩌면 자신이 본질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
꽈득―.
그는 결심을 한 듯 이를 악다물었다.
“페론, 함정은 포기한다.”
“……네?”
“함정을 터뜨리면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위험해.”
“네? NPC뿐인데요?”
아무렇지 않은 듯 되묻는 페론의 물음에서 우진은 드디어 알 수 있었다.
열이면 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NPC 목숨을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정말로 게임에 과몰입한 상태라 하더라도 NPC를 위해 목숨까지 희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레벨로 갈수록 사망 시 잃게 되는 패널티가 NPC보다 중요할 테니까.
“……끝까지 괴롭히는군.”
촤아아악―――!!!
우진은 남아 있는 포션을 온몸에 들이부었다.
[체력이 회복되었습니다.] [특성 : 불굴이 사라집니다.] [특성 : 냉정한 겨울이 사라집니다.] [특성 : 비옥한 겨울이 발동합니다.]▶ 방어력이 10% 상승합니다.
“형님……?”
“계획을 바꾼다. 페론, 웨든. 너희들은 지금부터 마을 사람들을 구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우진은 그 말을 끝으로 마을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반대로 숲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벤시나는 갈라지는 일행을 보다 두 사람을 버리고 우진을 향해 날아올랐다.
“이쪽이다!!!”
우진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흑룡을 바라보며 있는 힘껏 소리쳤다.
* * *
-흑룡을 토벌하기 위한 공격대들이 모두 철수한 이 지금 토른 바흐는 말 그대로 생지옥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추정 사망자가 1,500명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흑룡과 대치를 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있는데요.
-대륙의 모든 관심이 그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콰앙―!!!!
스즈키 하나가 신경질적으로 입고 있던 로브를 던졌다.
“아아아아악……!!!”
그녀의 고함이 적탑 안에 울려 퍼지자 주위에 있던 마법사들이 움찔했다.
“빌어먹을……!! 흑룡 새끼!! 레벨까지 떨어졌잖아!!”
고레벨로 갈수록 한 번의 죽음은 치명적이었다.
아이템 드랍은 물론이거니와 소멸되는 경험치의 양도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그, 그래도…… 장비를 잃은 사람은 없답니다.”
“어쩌라고?”
“그, 그게…….”
“하아, 됐다. 너희들이 조금만 더 실력이 나았더라면 달랐을 텐데. 모자란 애들에게 화내봐야 무슨 소용이겠어.”
그녀는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나가.”
‘……성격하고는.’
휘하의 마법사들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누구도 그녀에게 반박하지 못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같은 마법사라도 그녀와 자신들의 차이는 월등했으니까.
게다가 그녀는 적탑의 수장인 라탄 그레이의 직속 제자이기도 했다.
게임을 하면서까지 계급의 차이를 느껴야 하는 것이 황당했지만, 적탑의 마법사라면 그 누구도 그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왜? 나가라니까?”
“라탄 님께서 전하라는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뭔데?”
“왕국들이 흑룡의 출몰에 관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뭐, 그렇겠지. 공격대가 실패했으니 왕국들이 움직 일 수밖에?”
“그래서…… 적탑도 다시 마법사들을 파견하기로 하셨답니다.”
“미친! 노망난 거 아냐? 좀 전에 전멸한 것 못 봤대?”
“그야…….”
그녀는 부하의 대답이 뭔지 예상이 간다는 듯 냉소를 지었다.
“플레이어들은 죽어도 부활할 수 있으니 아주 막 굴리려고 하네? NPC 놈들이 더 영악하다니까. 그래서 몇 명을 뽑으라는데?”
“네. 서른 명 정도 보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명단은 적색 마녀께 일임하셨습니다.”
“고민할 게 뭐 있어. 그냥 밑에서부터 잘라.”
“……네?”
“못 들었어? 레벨이 낮고 적탑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녀석들로 꾸리란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대부분이 50대 레벨일 텐데요? 다중 마법진을 쓰지도 못할 겁니다.”
반문하는 마법사를 바라보며 스즈키 하나는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너희가 가서 또 뒈질래? 아까운 경험치 날리면서?”
“……아, 아닙니다.”
마법사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는 황급히 문을 나섰다.
“후우…….”
복도에 나온 그는 지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무슨 게임에서까지 상사를 모시는 기분이니…… 빌어먹을 그냥 때려치울까.”
스즈키 하나와 독대를 한 마법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 거기 자네!”
그가 복도에서 마주친 마법사를 불렀다.
“네, 무슨 일이시죠?”
“다른 건 아니고 토른 바흐 알지? 이번에 탑주께서 새로이 지원군을 편성하라고 하셨거든. 대규모 전투는 처음이지? 좋은 경험이 될 거야.”
마법사는 괜히 머쓱한 듯 복도에 있던 후임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이게 명단이고. 아마도 자네도 있을 거야. 적탑에 최근에 들어왔지? 이름이…….”
“아…… , 네. 김찬이라고 합니다.”
“그래. 그래. 명단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알리면 될 거야.”
“선배님은 다시 안 가십니까?”
“그러게 말이야. 아쉽군. 우리들은 적탑에서 따로 해야 할 일이 생겨서. 다시 가서 복수전을 해야 하는데! 그럼 이만.”
그는 마치 도망치듯 한달음에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 적색 마녀의 말이 맞아. 미쳤다고 아까운 경험치를 내다 버릴 순 없지.’
* * *
-5대 왕국이 긴급 회담을 진행 중입니다.
-오갈 왕국에서 ‘영광의 기사’ 샤를로가 가장 먼저 암흑 지대의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파견되었습니다.
-말라스 왕국에서 ‘군왕’ 켈디안이 이동 중이라 합니다.
-볼턴, 일쉐니움, 코브리안의 파견 소식은 아직 미정입니다.
솨아아악―――!!!!
차원문을 통해 토른 바흐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금빛 갑옷을 입은 기사단이었다.
영광의 기사라는 이명을 가진 샤를로.
그는 빛의 신 라신을 따르는 교황단을 국교로 한 말라스 왕국의 제1성기사답게 그 존재 자체에서 휘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지독한 기운이야.”
토른 바흐를 집어삼키며 커져가는 암흑 지대에서 흘러나오는 용의 기운에 샤를로는 손등으로 코를 훔치며 말했다.
“흑룡의 위치는?”
“네. 먼저 도착한 교황청의 정찰병들이 현재 토른 바흐의 상황을 확인 중입니다.”
“그나저나 너무 멀리 오래 걸렸군.”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암흑 지대 때문에 토른 바흐 근처 포털을 더 이상 사용 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사제의 대답에 샤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그들은 마을이 아닌 황량한 평야에 서 있었다.
그들의 앞엔 낡은 포털이 하나 있었다.
왕국에서 사용하는 정식 포털이 아닌 오래된 간이 포털이었다.
포털의 수용 인원도 적어 기사단을 옮기는 것만 하루가 넘게 걸렸다.
“3일이나 지났으니…… 마을에 살아남아 있는 사람은 없겠군.”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토른 바흐까지 대략 3㎞ 떨어진 평야였지만, 살의가 가득 담긴 공기는 가만히 있어도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왕국들은?”
“네. 조금 전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곧 군왕이 도착한다고 합니다.”
“……군왕? 거물이 오는군. 아무래도 말라스 왕국은 이번 사냥에 진심인 모양이야.”
샤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는 어떻지?”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일쉐니움에 파견 간 사제의 말로는 아무래도 나가 용병단이 움직이려는 모양입니다.”
“용병단? 돈을 때우겠다는 속셈이군.”
“그래도 최고위 용병들이잖습니까. 그리고 코브리안은 모공포를 지원하는 쪽으로 의견이 굳어진 모양입니다.”
“마공포라…… 나쁘지 않군. 일쉐니움은 이번 일이 끝나면 확실한 핑계를 대야 할 거야. 대륙의 위기가 왔는데 자기 안위나 지키기 바쁘니…… 쯧.”
샤를로는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허리를 숙이며 대답을 한 사제는 보이지 않게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전했던 공격대가 모두 전멸했다는데…… 무슨 수로 잡으라는 걸까.’
드래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암흑 지대가 만든 어둠은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불쌍한 저를 도와주러 오실 분 안 계십니까.
그는 한숨을 내쉬며 클랜창을 열었다.
-네, 없습니다.
-형님, 사당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중에 아이템 떨군 거는 제가 회수하러 갈게요. ^^
-ㅋㅋㅋㅋ
클랜창에 올라오는 채팅은 그의 기분과 달리 아주 신이 난 듯 보였다.
‘에라이. 다들 놀리기 바쁘군.’
“……하긴 나 같아도 안 오겠네.”
제3교황청의 대신도 알테온.
그는 쩝― 하고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그 자신도 교황청의 명령이 없었다면 절대로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교황의 직속 사제인 대신도라는 레어 클래스를 가진 그로서 교황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어떤 미친놈이 아까운 경험치를 버리러 오냐고.’
“토른 바흐 쪽으로 일단 이동하는 게 좋겠군. 마공포를 쓰기 유리한 위치도 함께 물색하는 게 좋겠어.”
“……알겠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알테온은 죽을상을 하며 샤를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드립니다!! 토른 바흐에 흑룡 확인!!”
“어떻지?”
“현재 전투 중으로 보입니다.”
“……전투 중이라니? 우리보다 빨리 도착한 기사단이 있다는 말인가? 어디지?”
샤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정찰병에게 되물었다.
“그게…… 기사단이 아닙니다.”
“그럼?”
“하, 한 명입니다……!!!!”
토른 바흐에 흑룡이 출물한 지 3일.
정찰병은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에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