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86)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86화(86/150)
“……·숨이 막힐 것 같은 마력이군요.”
암흑지대가 가까워지자 알테온은 자신을 짓누르는 알 수 없는 압박감에 몸을 떨었다.
‘이런 건 미궁탑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는데.’
사제 랭커 1위인 그는 미궁탑 7층까지 경험을 했었다.
실력 자체야 그보다 더 높은 층도 가능했겠지만, 교황청 소속인 그는 던전 전투보다는 필드 구호(救護)의 전문가였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사기(死氣)가 가득하지만 엄연한 용언 마법이야. 신성력으로 완벽하게 정화를 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샤를로는 [불사자의 말뚝]을 꺼내 낮게 심호흡을 하고서 말했다.
“말뚝이 발동하면 우선 그 이방인부터 구해내도록 하지. 그다음 기사단의 성력으로 암흑지대의 힘을 약화시키면 본대가 출진할 거야.”
“알겠습니다.”
콰직―!!!!
[불사자의 말뚝이 발동합니다.] [모든 부정한 것들의 효과가 2분의 1로 감소합니다.] [모든 성스러운 힘의 효과가 2배 증가합니다.]▶ 지속 효과 : 3분
지면에 박힌 말뚝에서 흘러나오는 금색의 빛이 암흑지대의 경계를 따라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과연…… 교황청의 3대 보구로군.’
대신도인 알테온조차도 항상 결계가 쳐진 보관실에 놓여진 모습만 봤던 말뚝이었다.
[공포에 빠지지 않습니다.] [모든 속성 내성이 10% 증가합니다.] [성기사와 사제의 모든 능력치가 1.5배 상승합니다.]▶ 지속 효과 : 2분
전신에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황금색 오러와 함께 느껴지는 기운에 알테온은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암흑 지대에 발을 들여놓기 직전,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발신자 : 리셀]-너 지금 토른 바흐에 있다는 게 진짜야?
어쩐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쪽지가 도착했다.
그의 누나인 임희정이었다.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
-어쩔 수 없었어. 교황청의 명령 때문에…….
알테온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답장을 보냈다.
-비전은 있지? 내가 전에 몇 개 사서 보냈었잖아.
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유료 아이템.
꽤나 고가의 물건이지만 리셀, 임희정은 꽤 많은 비전을 그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무조건 찍어와. 가지고 있는 거 다 써도 좋으니까.
“하여간 특종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니까.”
-보수는?
-이번에 우리 클랜에서 얻은 미개척 지역 얼음 군도에 대한 정보.
솔깃한 제안이었다.
-교단에서 사라진 4개의 성물을 찾고 있다지?
확실히 정보통인 그녀는 모르는 게 없었다.
빛의 신 라신을 따르는 사제들의 궁극적인 퀘스트는 사라진 4개의 성물을 찾는 것이었다.
그것 중 하나가 바로 유리 성배.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그것이 얼음 군도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에이, 너무 짠데? 어차피 성배야 성기사들이 찾아야지. 나 같은 사제가 가겠어?
쉽게 수락하지 않고 그는 한 번 더 슬쩍 누나를 떠보았다.
-궁금하면 누나가 와서 직접 찍든가.
-받고 한 달 동안 설거지.
-빨래는?
-……콜.
알테온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인벤토리 안에서 작은 구슬 같은 것을 꺼냈다.
[비전을 사용합니다.] [지금부터 1시간 동안 사용자가 보는 모든 것이 기록됩니다.]“가시죠.”
그의 말에 샤를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암흑 지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신 찍힌 영상은 다 내 거다. 알겠지?
그 안에 담길 영상의 가치가 얼마가 될지 아직 그는 몰랐다.
* * *
“크아아아악……!!!”
어둠 속에서 우진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쪽 팔은 언제 잘린 건지 상처 부위가 시커멓게 변해 있었고, 오른쪽 허벅지의 살점들은 뜯겨 너덜너덜하게 달려 있었다.
찌릿―.
다리에 힘을 줄 때마다 전기에 맞은 것처럼 저렸다.
[부상의 정도가 심합니다.] [축각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두 다리는 칭호의 효과마저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모양이었다.
“후웁― 후웁―.”
들리는 건 지친 숨소리뿐이었다.
이제는 검을 들 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너는 훌륭하다.]벤시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더 강해지겠지.]우진은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칭찬 고맙군…… 그럼 이왕 칭찬하는 김에 인정 해 주는 건 어때?”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너는 충분히 강해질 수 있으니…… 지금 확실하게 끝맺음을 하려는 것이지.]어둠 속에서 벤시나의 눈빛이 빛났다.
[용군주가 되려는 것을 포기하거라.]그것이 그가 우진을 찾아온 진짜 이유였다.
[우리는 누군가의 밑에 들어가지 않는다.]“크큭…… 뭘 그리 서두르는 거야? 이제 막 중앙 대륙에 온 애송이에게 무릎 꿇을까 봐 정말 두려웠나?”
[그렇다.]기대했던 대답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우진은 벤시나의 대답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 참…… 그렇게 인정해 버리니 할 말이 없는걸.”
[우리는 포식자의 위치에 서 있지만 결국 죽는다. 하지만 너희 이방인들은 죽음의 인과율에서 벗어나지 않았는가.]벤시나는 나지막이 말했다.
[지상 최강종? 글쎄. 시간은 너희들의 편이고 끊임없이 너희는 강해지지. 그 증거가 미공탑을 공략하는 자들일 것이다. 그들 중 대륙인이 있던가?]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고층일수록 미궁탑을 오르는 원정대에 NPC 용병을 쓰는 곳은 없었으니까.
[지금 여기서 널 죽인다 한들 너는 부활해서 언젠가 우리의 목에 검을 겨누겠지.]“그래서……? 날 평생 이곳에 붙잡아두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크큭, 미치겠군.”
우진은 실없이 웃었다.
그러고서 그는 검을 역수로 쥐었다.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
하지만 자살을 시도하는 그의 모습에도 벤시나는 놀라지 않았다.
[할 수 있을까?]“……뭐?”
그때, 우진의 앞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무언가 나타났다.
반구 형태의 실드 안에 있는 사람들.
두 팔을 뻗어 안간힘을 쓰며 마법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낯익었다.
“……니센?”
“크윽!!”
앞으로 뻗은 그의 양팔은 먹물에 담갔다 뺀 것처럼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암흑 지대가 뿜어내는 독기가 그의 몸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정신 차리세요!! 잠들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 뒤에 누군가를 향해 소리치는 카르란의 목소리가 들렸다.
“……!!!”
루엔이었다.
쓰러져 있는 그녀의 옆구리는 마치 우진의 허벅지에 난 상처처럼 너덜너덜하게 뜯겨져 있었다.
[네가 죽으면 저들도 죽는다.]“이…… 개새끼……!! 드래곤이란 작자가 지금껏 인질을 잡고 있던 것이냐!!”
[보험이라고 해두지.]우진은 영악한 흑룡의 술수에 빠득 이를 갈며 소리쳤다.
[좋은 가르침이 될 것이다. 죽음에서 벗어난 자라도 소중한 것은 있는 법이니까.]“당장 멈춰!!”
[용군주가 되는 것을 포기한다면 얼마든지.]화르르륵……!!
벤시나가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쩌적……! 쩌저저적……!!
그러자 니센의 실드가 순식간에 그물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크윽……! 아, 안 돼……!!!”
망연자실한 니센의 얼굴을 보며 우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포기하겠느냐.]“나는…….”
우진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왜 고민을 하는 걸까.
고작 NPC다.
루엔의 자질이 뛰어나서?
자신의 명령만을 따르는 용병이니까?
그녀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는 한없이 많다.
그런데…….
왜 고민을 하는 걸까.
-마스터가 걱정돼서 밤을 새웠대요.
그 순간 세츠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비록 그 행동조차 프로그램되어 있는 것일 뿐일지라도…… 그녀는 세상에서 사라진 자신을 걱정해 준 유일한 존재였다.
-마스터!!!!
……환청인가?
떠올렸던 세츠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콰가가가가강―――!!!
그때였다.
어둠을 뚫고 새하얀 빛을 머금은 구체들이 벤시나를 향해 쏟아졌다.
-괜찮으세요?!!
환청이 아닌 진짜였다.
우진은 흐릿한 눈으로 자신의 앞에 나타난 세츠나를 바라봤다.
“어떻게……?”
-루엔 님이 부탁하셨어요. 마스터에게 가라고요. 암흑 지대에 닿지 않고 날 수 있는 사람이 저뿐이거든요!
그녀가 우진의 주위를 맴돌며 말했다.
-오면서 봤어요. 시민들은 모두 대피했어요!
촤르르륵……!!
그러고는 들고 있던 포션을 그의 머리 위로 뿌렸다.
-카르란 님께서 가지고 계셨던 거예요. 가문을 떠날 때 가지고 있었던 거라고 하셨어요.
[최상급 포션을 사용하였습니다.]-마스터께 필요할 거라고.
“아…….”
그녀의 말에 우진의 뺨이 씰룩였다.
죽을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도 마지막 포션을 자신에게 전한 것이었다.
어째서?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나는…….”
꽈악―.
그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포기 못 해.”
흑룡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포기가 먼저일지 네 정신이 무너지는 것이 먼저일지 볼 수밖에.]화르르르륵―――!!!!
벤시나의 몸에서 검은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집중의 눈을 사용합니다.]▶간파(Lv3)과 같은 효과를 가지며 읽어낸 정보를 계약자와 공유한다.
그 순간, 세츠나의 눈빛이 빛났다.
-마스터!! 오른쪽으로 피하세요!!
마법의 궤도를 꿰뚫어본 그녀가 우진을 향해 소리쳤다.
-앞으로!!
그녀의 외침에 우진은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쾅―! 쾅―!! 콰가강―――!!!
벤시나가 뿌린 마력이 아슬아슬하게 우진을 스치며 빗나갔다.
[은빛 불꽃을 사용합니다.]어둠 속에서 세츠나의 몸이 환하게 빛나며 그를 인도하기 시작했다.
-제가 길을 찾을게요!! 따라오세요!!!
[……건방진!!]부우우우웅―――!!!
벤시나의 공격을 피하며 우진이 세츠나를 따라 그의 품 안을 파고들었다.
[그런다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촤르륵……!!
벤시나가 우진을 향해 꼬리를 휘두르려는 찰나, 우진은 흑룡의 가랑이 사이를 빠져 나와 계속해서 달렸다.
[……?!]역린을 공격할 것이라 생각했던 벤시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우진을 보며 당황한 기색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 서!!!]흑룡이 날아오르며 단숨에 우진의 뒤를 노렸다.
“세츠나. 그 말 틀림없지?”
-으엣, 네?
[크아아아아아―――!!!]흑룡이 거대한 입을 벌리며 우진을 집어삼키려 했다.
[안개 걸음을 사용합니다.]그 찰나 우진의 몸이 수미터 앞으로 사라졌다.
콰직―!!!
이빨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뛰어올랐던 흑룡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시민들이 모두 대피했다는 거 말이야.”
-아! 네!!
그녀의 대답에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마음 놓고 터뜨려도 되겠네.”
[함정이 발동합니다.]콰가가가강―――!!!!
그 순간, 흑룡의 발아래 맹렬한 폭발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