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87)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87화(87/150)
[크르…….]마을에 심어놓았던 함정들이 발동되고, 벤시나는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화가 난 듯 이빨을 보이며 우진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효과가 있긴 있군.”
시커멓게 그을린 흑룡의 비늘 이곳저곳이 함정이 일으킨 화염에 녹은 듯 허물어져 있었다.
[……네놈!!!]-마스터, 이제 어떻게 하죠?
“기도해야지.”
이제 페론이 심어놓았던 함정을 모두 써버렸다.
대미지를 주긴 했지만 여전히 흑룡은 건재했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되긴 했어도 흑룡과 싸우는 건 무리였다.
-네에?
[00 : 00]우진은 시야 한편에 디스플레이 된 시계를 바라봤다.
가상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시스템은 쪽지처럼 [이블 테일]에 적용된 몇 안 되는 편이 시스템 중 하나였다.
‘암흑 지대 때문에 밖을 볼 수 없어 시간을 확인할 수 없지만…….’
우진은 현실 시간을 토대로 게임 속 시간을 유추 하고 있었다.
‘이제 하루가 더 지났어.’
시간으로 따진다면 암흑 지대가 토른 바흐를 덮친지 나흘째가 된 것이다.
‘공격대가 전멸했고 흑룡은 여전히 트론 바흐를 떠나지 않고 있으니…….’
명백한 대륙의 위기였다.
‘분명 왕국들이 분명 움직일 것이다.’
“계십니까!!!”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어둠을 뚫고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쾅―! 쾅――! 콰가가강―――!!
벤시나를 경계하는 듯 하늘에서 떨어지는 금색 낙뢰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
“후아……!! 한참을 해맸습니다! 다행히 폭발을 보고 찾을 수 있었네요.”
낙뢰 뒤로 달려온 알테온이 우진을 부축하며 소리쳤다.
“당신은……?”
“제3교황청 소속 알테온이라고 합니다. 당신을 구하러 샤를로 경과 함께 왔습니다.”
알테온의 부축을 받으며 우진이 고개를 들자 그의 앞에 두터운 중갑옷을 입은 기사가 보였다.
“대단하군. 저런 괴물을 상대로 아직까지 살아남았다니.”
거대한 대검을 겨눈 채 샤를로는 흑룡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서 말했다.
“이제 걱정 마십시오. 저희뿐만 아니라 각국의 기사단이 이제 암흑 지대에 도착했으니까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집중의 눈을 사용합니다.]▶ 간파(Lv3)과 같은 효과를 가지며 읽어낸 정보를 계약자와 공유한다.
이름 : 샤를로
레벨 : 87
설명 : 레벨 차이가 20 이상입니다. 세부 정보는 확인을 할 수 없습니다.
‘……87레벨? 어마어마한 괴물이 왔군.’
놀랍지만 한편으로는 든든했다.
“알테온. 자넨 저자와 함께 암흑 지대를 빠져나가게. 내가 놈의 발을 묶고 있을 테니.”
“알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샤를로의 레벨은 NPC로서도 엄청났지만 집중의 눈으로 확인한 벤시나의 레벨은 98이었다.
콰아아앙―――!!!
흑룡의 꼬리가 대검과 부딪혔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일었다.
“후웁―!!!”
그 사이로 샤를로의 모습이 보였다.
금빛의 휘광이 그의 전신에서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걱정 마십시오. 샤를로경께서 불사자의 말뚝을 가지고 오셨거든요.”
……불사자의 말뚝?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교황청의 3대 보구 중 하나입니다. 이번 전투를 위해 특별히 내어주셨죠.”
보구의 효과일까?
샤를로는 벤시나를 상대로 쉽게 밀리지 않았다.
“잠시만.”
알테온은 자신을 감싼 빛을 보여주며 말했다.
솨아아악……!!
[천상의 빛을 사용합니다.]‘과연…… 사제 랭킹 1위답네.’
알테온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우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커뮤니티에서나 봤던 최상급 사제가 직접 토른 바흐에 왔으니 말이다.
따뜻한 온기와 함께 우진의 몸에 나 있던 상처들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과연 현존하는 최고 회복 스킬다웠다.
“잘린 팔은 교단에 오시면 소생시킬 수 있을 겁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천근처럼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졌다.
“대피로 근처에 제 동료들이 있습니다. 그들도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그리로 가시죠.”
-저를 따라오세요!!
날아가는 세츠나를 보며 이번엔 알테온이 놀란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봤다.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게 많아 보였지만 급박한 상황에 일단 그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어딜!!]벤시나가 도망치는 둘을 보며 숨을 들이마셨다.
콰가가가가―――!!!!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이 일대를 덮쳤다.
“……광명이여.”
그 순간, 샤를로의 대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츠즈즈즈즈……!!
온몸으로 흑룡의 브레스를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샤를로의 몸엔 상처 하나 없었다.
[정녕…… 나를 막을 생각인가? 라신의 사도여.]“일을 더 이상 크게 만들지 마십시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부디 여기서 마무리하고 레어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벤시나여.”
[일을 크게……? 저자는 우리들 위에 군림하려 한다. 그것을 보고 가만히 있으란 말인가!]“설령 그렇다 한들 마을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죽이는 행동은 그릇되었습니다. 사도로서…… 저 역시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철컥―.
샤를로는 자세를 잡았다.
* * *
“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군.”
“아닙니다. 그런데…… 암흑 지대 안이 소란스러운 것 같습니다만.”
도착한 지온 뮈렌을 맞이하며 켈디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샤를로 경과 대신도께서 암흑 지대로 갔다네. 아마…… 흑룡을 만난 모양이야.”
“지금 말입니까? 아직 마공포가 충전되지 않은 듯싶은데…….”
“암흑 지대 안에 사람이 있거든. 자네도 들었을걸세. 흑룡과 싸우고 있다는 이방인 말이야.”
“설마…… 그자가 아직도 살아 있었습니까?”
“놀랍지? 나도 동감일세.”
켈디안은 지온 뮈렌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자를 구해내면 작전을 시작할 걸세. 성왕 기사단은 이미 암흑 지대 서편으로 이동 중이니…… 힘들겠지만 자네가 동쪽을 맡아주겠는가?”
“알겠습니다.”
지온 뮈렌은 벗었던 망토를 다시 두르며 대답했다.
‘흐음, 딱 봐도 검을 잡을 몸이 아니군. 청기사들도 꽤나 고생하겠어. 전장에서까지 도련님을 돌봐야 하니 말야.’
켈디안은 그를 훑으며 생각했다.
“한 가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그럼. 무엇이지?”
“이곳에 오는 길에 암흑 지대를 두르고 있는 금빛을 봤습니다. 저희 기사단의 사제가 말하길 강력한 신성력이 느껴진다고 하던데…….”
“맞네. 샤를로 경이 가져오신 불사자의 말뚝 때문이네.”
그 순간, 지온 뮈렌의 눈빛이 빛났다.
“말뚝을 사용했다는 겁니까?”
“그렇지. 그게 없었다면 아무리 영광의 기사라도 암흑 지대를 갈 수 없었을 걸세.”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조심하게. 동쪽 전선이 암흑 지대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니까.”
꿀꺽.
지온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암흑 지대와 가깝다는 말씀이시군요.”
마치 입맛을 다시듯이.
* * *
“헉…… 헉…….”
마치 탄 것처럼 시커멓게 변해 버린 양팔을 부르르 떨며 니센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파즈즈즉……!!
퍼엉……!
그 순간,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실드가 부서졌다.
[캬아아악―――!!!]틈을 기다리던 야인들이 그것을 놓치지 않고 니센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딜!!!”
콰앙―!!!
콰가가가강―――!!!!
니센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던 야인의 머리가 그 자리에서 두 동강이 나버렸다.
카르란이 부들거리는 팔로 검을 들어 올리며 그의 앞을 막아섰다.
“이리로!!”
그는 황급히 쓰러진 니센을 부축해 루엔의 곁으로 달려갔다.
“지긋지긋한 놈들……!!!”
니센을 바닥에 내려놓고서 카르란은 악에 받친 듯 소리치며 검을 휘둘렀다.
암흑 지대에서 흘러나온 독기가 스며든 것인지 어느새 그는 뺨까지 검게 변해 있었다.
‘얼굴까지 독기가 타고 올라온 거면…….’
이미 온몸에 퍼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부웅―!!!
콰가가강―――!!
사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크륵……!] [캭……!!]야인들은 카르란이 지쳤다는 것을 눈치챈 듯 거리를 벌리며 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퍼엉―!!
그때, 그의 사각을 노리던 야인 한 마리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치이익…….
암흑 지대의 연기가 화살에 붙어 있던 불꽃을 집어삼켰다.
“루엔 님!!”
카르란이 다급히 소리쳤다.
“……절 두고 가세요.”
옆구리가 움푹 뜯겨 나간 채 루엔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활을 쥐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제가 두 분의 발목을 잡고 있었어요. 더 이상은 안 돼요. 제가 엄호할 테니…… 제발……!! 가세요!!”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소리쳤다.
“절대로 그럴 순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칸 님을 뵐 낯이 있겠습니까! 제가…… 제가 중앙 대륙으로 부르지만 않았어도……!!”
카르란은 검을 들 힘도 남아 있지 않은 듯 검을 던져 버리고선 야인들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소리쳤다.
“와라……!! 와라, 이 괴물들아!!!”
[카르란이 ‘의기소침’을 극복했습니다.] [저주의 강도가 약해집니다.] [저주로 억제되어 있던 능력치가 회복합니다.] [모든 능력치 +10] [카르란이 특성 : 투혼을 깨우칩니다.]특성 : 투혼
▶ 체력이 30% 이하 시 공격력이 1.5배 증가합니다.
▶ 체력이 10% 이하 시 공격력이 2배 증가합니다.
“크아아아아――!!!”
놀랍게도 그 순간 무기를 버린 크라란은 오직 주먹으로 달려드는 야인들을 부숴 버렸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니센은 바들바들 떨리는 팔로 루엔을 부축했다.
그야말로 사투였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이곳에서 그들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고 있었다.
“……알겠어요.”
더 이상 루엔은 거절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흘러넘치는 피를 손으로 틀어막으며 한 발씩 앞으로 걸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임을.
이미 붉어진 시야가 죽음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죽지 않으면 저들은 결코 자신을 버리지 않을 테니까.
‘내가 죽어야…….’
저들이 살 수 있는 실낱같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테니까.
‘마스터…….’
감기는 눈으로 그녀는 우진을 떠올렸다.
‘죄송해요. 마지막 명령은……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살아남으라 했던 말.
그것이 지금 그녀에게 가장 아쉬운 일이었다.
“……고생했다.”
그때였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는 온기가 있었다.
“……!!!”
루엔의 눈동자가 커졌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보이는 얼굴.
“……마스터?”
새하얀 빛이 그들의 주위에 내렸다.
그들을 공격하던 야인들이 순식간에 모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잘 버텼어.”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이 씰룩였다.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했다.
“마, 마스터…… 팔이…….”
그녀는 자신의 상처는 잊은 채 우진의 잘려 나간 팔을 보며 울먹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괜찮아. 이런 건 아무것도 아냐.”
조금 목소리가 떨렸다.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