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88)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88화(88/150)
“보고드립니다!! 암흑 지대의 농도가 옅어졌다고 합니다!!”
척후병의 외침에 켈디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샤를로 경께서 해내신 모양이군. 지금 즉시 전군에 신호를 보내라.”
뿌우우우우―――!!!
거대한 나팔 소리와 함께 새하얀 빛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진격을 알리는 신호였다.
“근위 기사단!! 나를 따르라!!!”
켈디안은 지체 없이 병력을 이끌고 암흑 지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와아아――!!
신호를 본 성왕 기사단과 청기사단에서도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세 곳에서 쏟아지는 기사들이 암흑 지대에 남아 있는 야인들을 쓸어버리며 어둠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성왕 기사단은 들어라!! 모두 성구를 비추어라!!”
부단장 로한의 외침에 성기사들이 목에 걸고 있던 펜던트를 자신의 검에 감았다.
우우우웅……!!
[빛의 신 라신의 축복이 내립니다.]▶ 공격력이 5% 증가합니다.
▶ 신성력이 5% 증가합니다.
치이이이익……!!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암흑 지대의 어둠에 닿자 시커먼 연기와 함께 어둠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저기다!!!”
성기사들의 힘에 순식간에 옅어진 어둠 사이로 흑룡의 모습이 나타났다.
“신호탄을 쏴라!!”
삐이이이이―――!!!
하늘 위로 탄환이 솟구쳤고 공중에서 터지는 빛은 마공파단에게 전해졌다.
“마공포 장전!!!”
전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단장 빅터는 신호탄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손을 들며 외쳤다.
철컥―!!
지이이이이잉……!!
한계까지 충전된 마공포의 포신 안에 순식간에 에너지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발사!!!!!”
흑룡의 머리가 보이자 빅터가 손을 내렸다.
콰가가가가강――――!!!!!
마공포에서 쏟아진 빛이 엄청난 속도로 흑룡을 향해 날아갔다.
-토른바흐 전투 실시간 중계중! 링크 Http://…….
-실시간은 무슨. 가까이 가지고 않았구만. 이런 걸로 조회 수 빨려고 하네.
-ㅇㅇ 저거 그냥 풍경만 보는 거임.
-아씨…… 궁금해서 미치겠네.
-어둠숲 쪼렙은 그냥 손가락만 빠는 중…….
전투가 시작되자 커뮤니티는 다시 한번 소란스러워졌다.
지금까지 없었던 대규모 전투.
공격대의 전멸 이후 플레이어들에겐 흑룡의 존재가 공포로 다가왔지만, 각국의 기사단뿐만 아니라 교황청의 성물이 발동했다는 소문에 다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속보! 적탑에서 지원군 파견 결정!
-노른 공격대를 비롯한 17개 공격대가 다시 포털로 이동중!!
-ㅋㅋㅋ적탑이야 그렇다쳐도 공격대들 뒷북은 뭐지?
-절대로 못 잡는다고 커뮤니티에 글 쓰더니 다시 숟가락 얹으려는 건가?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리고 그런 커뮤니티의 글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임희정이었다.
[비전의 녹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저장된 영상이 지정된 사용자에게 전송되었습니다.] [녹화본 1을 수신하였습니다.]“……됐다.”
시스템 알림창이 울리자 그녀는 황급히 파일을 불러왔다.
꿀꺽.
아직까지 아무도 보지 못한 토른 바흐의 전투.
“뒤늦게 지원을 간다 해도 암흑 지대의 영향으로 제대로 작동하는 포털이 없어. 기사단들을 이동시키느라 간이 포털도 과부화된 상태고…….”
기껏 간다 한들 전황이 끝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말은 이게 토른 바흐전(戰)의 유일한 영상이라는 말이지.”
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씨익 웃었다.
“조회 수가 얼마나 나올지 기대되는데.”
탈칵.
시스템 창에 들어 있는 영상 파일을 누르자 그녀의 앞에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콰앙―!! 콰가가강―――!!]영상 속에서는 치열한 전투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다.
거대한 흑룡과 그 주위를 감싼 기사단들.
그곳엔 자신의 동생인 알테온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헤에…… 이렇게 보니 또 새로운데?”
임희정은 고군분투하는 동생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기사단이 흑룡을 몰아세우고 있어. 이대로라면…… 생각보다 쉽게 끝날 수도 있겠는데?”
그녀는 영상을 서둘러 편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하지만 웃음도 잠시였다.
영상을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자, 잠깐……? 이게 뭐야?”
홀로그램 창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을 보며 그녀의 눈이 점차 커졌다.
* * *
[마공포라…… 고대 드워프의 기술이 아직도 전승되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크…… 크윽…….”
[하지만 과거만 못하군. 드워프의 것이었다면 내 머리를 날려 버렸을 수도 있었을 건만.]“모, 모두 퇴각하…… 커헉!!!”
흑룡의 거대한 발이 빅터의 몸을 그대로 압살해 버렸다.
[한쪽 날개를 가져간 대가는 치러야 할 것이다.]부러진 날개를 접으며 벤시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피해!!!!”
마동포단을 지키던 나가 용병단들이 흑룡의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열기를 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용병 새끼들……!!”
“무슨 일이 있어도 마공포를 지켜야 한다!!!”
“……방패병!!!”
단장을 잃었지만 마공포단의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척―! 척――!!
마공포 앞에 빠르게 방벽이 세워졌다.
“실드 전개!!!”
방벽 주위로 푸르스름한 오러가 생성되었다.
“멍청한……!! 그딴 걸로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고!! 당장 도망쳐!!!”
타치프가 있는 힘껏 소리쳤지만 마동포단원들 중 어느 누구도 이탈하는 사람이 없었다.
콰가가가강―――!!
흑룡의 브레스가 방벽에 닿자 순식간에 방패병들을 녹여 버렸다.
“크아아악!!”
“사, 살려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도망치던 용병들은 불타는 마공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한심한 놈들. 명예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단장 타치프는 혀를 찼다.
“……이제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긴! 도망쳐야지!! 기사단이 몰살당했는데 우리들로 뭘 하겠어!!”
“하, 하지만…….”
“왜? 너도 명예를 좇는 놈이었냐? 그럼 저기 시체밭으로 걸어 들어가든가!!”
“아닙니다!!”
타치프의 호통에 용병들은 황급히 전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랬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승기를 잡고 있던 기사단은 절반이 넘게 사라졌고, 남은 자들마저 대부분 부상자들이었다.
[…….]벤시나는 불타는 마공포를 즈려 밟으며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약해졌던 암흑 지대는 다시 짙은 어둠을 뿜어내고 있었고, 살아남은 부상자들은 전의를 잃고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알테온은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
축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그에 몸을 때리는 듯했다.
‘마공포로 흑룡을 격추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3개의 기사단이 동시에 흑룡을 압박했고, 한쪽 날개를 다친 흑룡은 조금씩 기사들이 공격에 밀리기 시작했다.
‘분명 승기는 우리 쪽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불사자의 말뚝] 효과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 결과 갑작스러운 샤를로의 죽음.
그로 인해 균형이 무너지며 흑룡은 순식간에 켈디안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지휘관을 잃은 기사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열이 무너지고, 결국 성왕 기사단을 시점으로 공세는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어서 피하십시오! 이곳은…… 어떻게든 저희가 막아보겠습니다.”
알테온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지휘관인 지온 뮈렌이 엉망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그의 청기사단도 절반을 잃은 상태.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듯 그는 부하들을 독려하며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외삼촌!!”
“카르란……? 네가 왜 여기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야말로 놀랐는걸요. 청기사단을 지휘하시는 분이 외삼촌이셨다니…….”
“나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카르란을 만난 지온 뮈렌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쓸었다.
“그런데 너 검은 어쩌고 맨손인 게냐.”
“아…… 죄송해요. 야인들과 싸우다가 잃어버렸어요.”
“……그래?”
순간 카르란을 바라보는 지온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럴 수도 있지. 괘념치 말아라.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하지만 그의 눈빛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카르란, 너도 대신도를 모시고 피하거라. 네가 있을 곳이 아냐.”
“안 됩니다!! 전…… 불사자의 말뚝을 찾아야 합니다.”
알테온이 다급히 소리쳤다.
샤를로가 죽은 상황에서 교황청의 성물마저 잃어버릴 순 없었다.
“지금 저 안으로 가시겠다고요?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마공포를 부순 흑룡이 곧 이곳으로 다시 올 겁니다.”
“하지만…….”
다그치는 지온 뮈렌의 말에 알테온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달싹일 뿐이었다.
“이대로 교황청으로 돌아갈 수는…….”
패닉에 빠진 얼굴.
혼란스러워하는 그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지온 뮈렌은 따스한 목소리로 독려했다.
“흑룡을 잡고 난 뒤에 성물을 찾아도 늦지 않을 겁니다. 성물은 이곳에 그대로 있을 테고요. 지금 이곳에 남은 자들은 명예를 아는 자들이니까요.”
그의 목소리는 묘한 힘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알테온은 힘겹게 대답했다.
‘미치겠군…… 이 일을 어떻게 보고해야 하지…….’
“대신도께서는 어서 피하십시오. 영광의 기사를 잃은 지금 당신마저 잃는다면 교황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하, 하지만…….”
“청기사단! 너희 셋은 대신도를 호위하며 포털로 대피한다. 알겠나!”
지온 뮈렌의 명령에 청기사들이 쓰러져 있던 알테온을 부축했다.
“가시죠.”
“자, 잠시만요……!!”
반박할 사이도 없이 물 흐르듯 그의 명령이 이뤄졌다.
어느새 알테온은 청기사들에 의해 말 안장 위에 앉고 있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들어라……!! 지원군은 올 것이다……!! 포기하지 마라!!”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걸까.
그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장에 울려 퍼졌다.
‘소문이 틀린 건가? 뮈렌 가문에서 가장 허약하다고 들었는데…….’
‘그저 도련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기사들은 그의 외침에 마지막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전군……!! 맞서 싸워라!!!”
세 개의 기사단은 그의 지휘 아래 모이기 시작했다.
“…….”
그런 그들을 우진은 차가운 눈으로 바라봤다.
지온 뮈렌.
불사자의 말뚝이 사라지고 두 명의 지휘관이 죽었을 때 기다렸다는 듯 그가 나타났다.
단순한 우연일까?
“당신이 흑룡과 싸웠다는 이방인이군요.”
“그렇습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보시는 대로 전력이 한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러죠.”
지온 뮈렌은 우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편하게 지온이라 부르십시오. 흑룡을 상대로 3일을 싸운 실력자와는 제가 더 친분을 쌓고 싶으니까요.”
예의 바른 자였다.
귀족의 때가 묻어 있지도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걸지 모른다.
“그렇습니까.”
우진은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편히 말하라니…… 그럼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불사자의 말뚝.”
그 순간 우진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뽑았냐.”
3개의 기사단과 마공포단.
그들의 수는 도합 800여 명.
그중 절반이 넘는 수가 사라졌다.
단 한 명의 욕심으로.
“그럴 리가요.”
대답하는 지온 뮈렌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알겠다.”
우진은 그의 어깨를 치며 지나쳐 갔다.
[크르르르르…….]흑룡의 포효가 들렸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는 차오르는 분노를 차곡차곡 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