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9화(9/150)
-고블린 둥지 타임 어택 봤음?
-ㅇㅇ 근데 5분대가 말이 됌?
-케르가 기록이 깨지다니…… 버그 쓴 거 아님?
-지금 10대 클랜에서도 찾겠다고 난리 났던데.
-당연하지. 파티도 아니고 솔플로 1위를 한 건데.
커뮤니티는 때아닌 사건으로 소란스러웠다.
비록 초심자 지역의 기록이라 하더라도 [이블 테일] 절대 강자라 알려진 케르가의 기록이 깨졌다.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사건.
“어떻게 생각해?”
“생각하고 자시고가 있나? 당장 그자가 누군지 찾아내야지.”
“무슨 일이 있어도…….”
10대 클랜의 수장들은 부하들을 향해 똑같은 명령을 내렸다.
“내 앞에 데리고 와.”
그저 지나가는 관문에 불과한 초심자 지역.
하지만 지금 [이블 테일]의 정상급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 * *
상황이 그러거나 말거나 우진은 여전히 고블린 둥지 안에 있었다.
‘분명 이쪽일 텐데.’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고블린 로드를 사냥했으니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이 없겠지만, 그는 달랐다.
퉁― 퉁― 퉁―.
확인하듯 보스룸의 벽면을 검을 두들기며 천천히 걸음을 걷고 있었다.
‘울림이 없어.’
그 말은 벽 안쪽에 공간이 없다는 뜻이었다.
‘분명 흑마법사가 지내던 곳이 바로 이 보스룸 옆 쪽이었는데…….’
“흐음.”
히든 스팟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우진은 아쉬운 듯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뮈렌가라고 했었지.’
우진은 마을을 떠나기 전 커뮤니티에서 뮈렌가에 대해 조사를 했다.
▶ 중앙 대륙 5대 왕국 중 하나인 [볼턴 왕국]의 백작 가문.
‘왕국의 추격을 피하려 했다는 건 알지만…… 중앙 대륙과 초심자 지역인 이곳은 너무 거리가 멀어.’
단순히 숨기 위해서 여기까지 오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컸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
이세계에서 흑마법사의 히든 스팟을 발견했을 때 우진은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보스룸 옆에 숨겨진 장소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단순한 은신처라고 하기엔 둥지 안에 있던 물건들이 심상치 않았어.’
연구 자료와 각종 도구들.
그건 숨어 지냈다기보다는 오히려 오랜 세월을 머물렀던 흔적이었다.
‘그 흑마법사란 녀석이 왕국조차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강했던 거겠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라울의 말대로라면 놈은 본 드래곤을 부릴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분명 뭔가 있을 것 같은데…….”
보스룸을 살피던 우진은 아쉬운 마음에 쩝― 하고 혀를 차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음?”
그 순간 그의 눈에 뭔가 이질적인 틈새가 들어왔다.
“이게 뭐지?”
벽면에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로 움푹 들어간 구멍이 하나 있었다.
전투의 흔적이라고 하기엔 공격 한 번 하지 못하고 죽은 고블린 로드가 했을 리 없고,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기엔 이질적이었다.
마치…….
누군가 벽 안쪽에 뭔가를 숨기기 위해 만든 틈처럼 말이다.
“설마……?”
그 순간 하나의 가설이 우진의 머릿속을 스쳤다.
‘히든 스팟이 있어서 이곳에 온 게 아니라…… 놈이 이곳에 와서 히든 스팟을 만든 것이라면?’
그렇다면 모든 가능성이 열린다.
‘이곳에 꼭 빈 공터가 있어야 할 이유는 없어지지만 놈이 이곳에 와야 할 목적은 존재하게 된다.’
“그 목적이…… 이게 아닐까?”
바스락―.
손가락으로 벽면을 긁었다.
그러자 구멍 안쪽은 다른 면과 달리 쉽게 바스러져 가루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손을 집어넣을 만큼 틈새가 넓지 않았다.
카앙―!!
우진이 있는 힘껏 검을 틈 안으로 찔러 넣었다.
하지만 벽면은 단단했다.
캉―! 캉―!! 카앙―!!!!
몇 번이나 검을 휘둘렀지만 벽면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이렇게는 안 되겠어.”
검을 쥐고 있던 손이 저릿할 정도였지만 벽면은 그대로였다.
‘어쩌지?’
궁금했다.
이 벽 뒤에 뭐가 있기에 흑마법사가 중앙 대륙을 넘어 이곳을 찾은 걸까.
‘하지만 벽을 부술 수 있는 방법이…….’
꿀꺽―.
그 순간 우진의 눈빛이 흔들렸다.
……있다.
그는 품 안에서 조금 전 얻은 마석을 꺼냈다.
▶ 조심히 다루기 바랍니다.
▶ 팽창된 마력은 약간의 물리력으로도 강렬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걸 쓰면…….”
벽을 부술 수 있을지 모른다.
부르면 값일 엄청난 아이템임이 분명한데…….
꽈악―.
우진은 고민을 하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돈이야 모으면 그만이고 고블린 로드보다 더 강한 마력계 몬스터들도 많아.”
하지만 이대로 찝찝함을 남긴 채 돌아갈 순 없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무언가를 걸어야 하는 법이니까.”
우진은 라울이 했던 말을 읊조리며 벽에 생긴 틈새 안으로 마석을 밀어 넣었다.
“훕……!”
남은 잔여 포인트를 모두 건강에 투자하고서 그는 낮게 숨을 내쉬며 있는 힘껏 마석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콰아아아앙―――!!
요란한 폭음이 터졌고, 단단해 보이던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뒈질 뻔했네.”
폭발에 튕겨 나간 우진이 전신을 뒤덮은 먼지를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궁수나 도적이 아닌 이상 틈새 안에 밀어 넣은 마석을 멀리서 맞힐 자신은 없었으니까.
꿀꺽― 꿀꺽―.
그는 포션을 들이켜며 앞을 바라봤다.
뿌옇게 솟구친 먼지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과연…….’
당첨일지 꽝일지.
[모험가 칸이 고블린의 둥지에서 숨겨진 상자를 발견했습니다.]우진은 무너진 잔해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상자를 살폈다.
상자의 뚜껑엔 알 수 없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는 그 문양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본 적이 있는 것이다.
‘흑마법사의 거처에서 봤던 책에 새겨져 있던 문양이다.’
다만 그땐 문자를 읽을 수 없어서 무슨 책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탈칵―.
우진은 낡은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숨겨진 상자 안에서 유물을 발견하였습니다.] [고서(古書) -혼각술]“그렇지.”
이세계와 달리 이곳은 게임 속이었다.
우진은 자연스럽게 읽혀지는 책의 제목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쾌재를 터뜨렸다.
이름 : 혼각술
등급 : 전설
기쁨도 잠시 책의 설명을 본 순간 그는 이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전설 등급?”
우진은 멍한 표정으로 들고 있는 낡은 책을 바라봤다.
그냥 당첨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설명 : 고대 신수의 영혼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 계약을 맺을 고대 신수의 영혼이 필요합니다.
▶ 계약된 신수의 특성을 계승하여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 한 번 각인된 정수는 바꿀 수 없습니다.
▶ 사용자의 영혼의 격이 상승하면 계약할 수 있는 신수의 수가 증가합니다.
▶ 현재 각인할 수 있는 정수의 개수 (0/1)
‘고대 신수……? 이건 뭐지?’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혹시 그 흑마법사가 본 드래곤을 다룰 수 있었던 이유가…… 고대 신수의 힘 때문인 건가?’
무언가를 사냥하는 것과 지배하는 것은 절대적인 차이가 있었다.
사냥이란 아주 작은 빈틈으로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도 있지만, 지배는 그 상대를 끊임없이 압도해야 한다.
‘아무리 언데드라 할지라도 용은 용이다.’
용을 지배한다는 것은 그 존재가 용보다 격상의 존재일 때 가능한 것.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는다는 의미겠지.’
꿀꺽―.
우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에게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당장은 어렵겠네.”
긴장도 잠시 우진은 고서에 적혀 있는 설명을 읽다 살짝 고개를 꺾었다.
‘고대 신수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물건은 아닐 테고……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르니까.’
▶ 계약에 사용할 신수의 영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소지 영혼 : 1개
“……뭐?”
팝업창의 내용이 바뀌자 오히려 당사자인 우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 혼각술을 익히시겠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한테 영혼이 어디에 있다고…….”
혹시 [라울의 정수]를 말하는 걸까 싶었지만, 그는 인간이었지 신수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도대체 뭐지?
‘더 이상 가지고 있는 게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
그때였다.
“우…… 우웁?!”
우진은 위장에서부터 뭔가 올라오는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우에에엑……!!”
하지만 밀려 올라오는 구토를 참을 수 없었다.
결국 무너진 벽을 짚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게워 내기 시작했다.
“우욱……! 우에에엑……!!”
그렇게 온몸에 힘이 빠질 만큼 쏟아냈을 때 우진은 멍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이, 이게…… 뭐야?”
토사물들 사이에 떠 있는 새하얀 구체.
그 순간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기억.
그건 분명 이세계에서 게임 속으로 돌아오던 그 순간 그의 몸 안으로 들어 왔던 빛무리였다.
[사르반딘의 영혼을 확인하였습니다.]‘……사르반딘?’
낯선 이름.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영혼이 이세계에서부터 자신과 함께 넘어왔다는 것.
▶ 사르반딘의 영혼과의 계약이 진행됩니다.
▶ 당신의 영혼에 신수의 영혼이 각인됩니다.
“자, 잠깐!!”
우진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도 전에 빛무리는 마치 그날 그의 몸에 마음대로 들어가 버린 것처럼 멋대로 일을 진행시켰다.
▶ 혼각술을 익혔습니다.
찌잉―.
이세계 때와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주파음이 그의 머리를 찔렀다.
시야가 일렁거렸다.
머릿속이 새하얗고 눈앞은 온통 회색빛으로 변했다.
“큭!!!”
아팠다.
마치 누군가 그의 뇌를 꺼내 송곳으로 수십, 수백 번 찔러대는 기분.
마치 그 몸을 빼앗기라도 하려는 듯 머리에서부터 시작된 고통은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크아아아악!!”
우진은 비명을 질렀다.
어째서일까?
이곳은 분명 게임 속인데…….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빠득―!!
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듯 우진이 있는 힘껏 이를 깨물었다.
‘이유는 하나다.’
라울의 검술과 영혼 모두 이세계의 것이라는 것이었다.
크륵…… 크르륵…….
고통이 점자 격렬해졌다.
그는 머릿속에 각인된 빌어먹은 영혼이 지금 자신을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라울이 용의 심장을 먹은 것처럼 위험한 힘에 손을 댄 대가일까?
어떻게 해야 하지?
알 수 없는 불온한 힘이 그를 잠식해 가고 있었다.
이대로 빼앗기는가?
“……지랄!”
우진은 빠득! 이를 갈며 경고하듯 말했다.
“누구 마음대로……!!”
빼앗기지 않기 위한 방법은 하나였다.
푸욱―.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순식간에 시야가 회색으로 변했다.
[당신은 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