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0)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90화(90/150)
“카르란. 너 전에 토른 바흐에 뮈렌 가문의 공터가 있었다고 했지? 거기가 어딘지 알아?”
“네. 알죠. 예전에도 가봤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가시려고요?”
“응, 왜? 문제라도 있어?”
“아뇨. 가셔도 딱히 아무것도 없어서요. 제가 알기론 저택을 부수고 남은 지하실 하나 있었을 텐데…….”
“그게 바로 내가 찾는 거야.”
“네?”
우진은 카르란을 잡아당기며 달리기 시작했다.
* * *
“현재 토른 바흐의 생존자는 390명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새로 유 된 플레이어는…….”
상황실 모니터를 주시하던 부하 직원이 고준철을 향해 소리쳤다.
“없습니다.”
“아무도 토른 바흐에 오지 않았다고? 적탑이나 다른 클랜들이야 포털을 타야 하니 그렇다 쳐도, 근처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없단 말이야?”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포털을 타고 넘어왔었다.
흑룡을 토벌하기 위한 공격대들도 있었지만 단순히 구경을 하기 위해 넘어왔던 사람들도 많았다.
“그게…… 5대 왕국의 기사단이 반파된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토른 바흐로 오는 것은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흐음…….”
“현재 토른 바흐에서 가장 가까운 간이 포털의 이용 로그를 확인해 보니 밖으로 이동한 기록뿐입니다.”
고준철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한 명도 없는 게 말이 되나?’
경험치 복구가 어려운 고레벨 랭커들은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어느 정도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들은 호기심에라도 가보지 않을까 싶었다.
“그게 말입니다. 아무래도…… 게임 스테이션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게임 스테이션? 그 게임 방송?”
“네. 어떻게 구한 건지 비전을 쓴 녹화본을 거기서 방송한 모양입니다. 편집을 엄청나게 해서 벤시나를 완전히 미친 용으로 보이게 했더라고요.”
“설마…… 그걸 보고 사람들이 토른 바흐에 가는 걸 포기했다는 말이야?”
“네. 가봤자 죽을 거 그냥 편하게 방송에서 업로드되는 영상을 보는 게 낫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쏟아지더라고요.”
“나 참, 방송으로만 볼 거면 게임을 왜 해?”
“하하…… 이벤트가 어둠숲에서 일어났으면 또 모르지만…… 중앙 대륙이라 역시 부담감이 큰 모양입니다.”
부하의 말에 고준철은 못마땅한 얼굴로 쯧― 혀를 찼다.
‘아니, 온라인 게임에 정작 플레이어가 유입이 안 되다니……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고준철은 뭔가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그 사람은 뭘 하고 있지?”
“그게…… 토른 바흐로 다시 들어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마을 안으로? 왜? 지금 기사단이 흑룡을 몰아붙이고 있는데 그들을 돕지 않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개발팀에 저희가 모르는 토른 바흐의 정보가 있는지 문의해 놓은 상태입니다.”
“골치 아프군.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그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런데 선배. 신기하지 않아요? 샤를로나 켈디안이 이런 식으로 죽을지 저희는 상상도 못 했잖습니까.”
“그래서 지금 짜증 나는 거 아냐.”
고준철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백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개발팀에서 전해 받았던 정보엔 두 명 모두 3차 시나리오까지 살아 있을 거라고 했는데…….”
영광의 기사 샤를로.
그는 미궁탑 20층을 공략하는 데 필요한 특수 NPC였다.
게다가 군왕 켈디안은 플레이어에게 유니크 스킬인 [대지 가르기]를 전수해 주는 유일한 NPC였다.
앞으로의 진행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두 사람.
그렇기에 그들이 지원군으로 온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관리팀에선 드디어 흑룡전이 마무리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예상을 뒤엎고 샤를로와 켈디안이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몰랐던 것도 찾았잖습니까.”
“뭐가?”
“지온 뮈렌이요. 전 누군지도 몰라서 사실 개발팀에서 보낸 열람 자료를 방금 봤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중요도 D급 NPC라고 써 있더라고요.”
“……D급?”
“네. 이상하죠? 그 둘은 당연히 중요도 S급이고, 나가 용병단이나 마공포단도 A급이거든요?”
백민혁은 자신의 태블릿에서 지온 뮈렌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능력치는 좋은데…… 개인 시나리오도 없고 전수 하는 스킬도 없어서 별로 눈에 띄는 NPC가 아니었어요.”
“흐음.”
“그런데 에단이 왜 이런 NPC를 지원군 단장으로 넣었을까요?”
[이블 테일]의 시나리오는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되고 그 변화의 결정을 [에단]이 내린다.관리자들은 그것을 관찰하고 [에단]이 계획한 시나리오를 유추할 수밖에 없었다.
“개발팀은 뭐래?”
“아, 네…… 일단 리포트를 작성해서 시스템에 업로드하겠다고 했습니다. 에단이 수락하면 답변이 올 겁니다.”
“얼마나 걸리지?”
“그게…… 대답을 하는 것도 에단의 마음이라…….”
콰앙―!!
고준철은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마음? 마음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한 이사에게 다녀 올 테니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
“서, 선배…… 진정하세요.”
살벌해진 분위기에 백민혁이 고준철을 달랬지만 고준철은 그의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데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권한이 있는 이사회는 나 몰라라 하고 있잖아.”
“그렇지만…….”
기껏해야 팀장인 그가 이사를 찾아간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었지만 고준철은 달랐다.
그는 한미연이 직접 더 페이즈로 영입해 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직함을 떠나 유일하게 그녀와 독대가 허용된 사람.
그렇기에 그의 과거에 대해 소문도 무성했다.
“다녀오마.”
부하들은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콰아아앙……!!]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전투음만이 정적을 뚫고 들려오고 있었다.
* * *
“……마스터!!”
토른 바흐로 들어오자 페론이 우진을 향해 달려왔다.
“이야기는 가면서 하자.”
“아, 네!! 죄송합니다.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난 다음에 합류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폭발이 터지지 뭡니까.”
자연스럽게 페론이 우진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그을음으로 시커멓게 변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알아. 흑룡이 힘을 썼다. 덕분에 기사단의 절반이 사라졌지. 그래도 용케 살아남았는걸.”
“네. 포털 뒤쪽에 있던 숲에 숨어서 간신히 열풍을 피했습니다. 그런데 그 웨든이란 친구는…….”
페론은 뒷말을 흐렸다.
“마을 사당이 암흑 지대로 파괴된 상태라서 부활을 했어도 꽤 멀리 떨어졌을 겁니다.”
페론의 말처럼 웨든이 전장에 합류하는 건 어려워 보였다.
‘녀석…… 중앙 대륙에 온 이후로 수난이로군. 나중에 제대로 된 장비라도 맞춰줘야겠어.’
암흑 지대 때문에 쪽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마 사당에서 혼자 전전긍긍할 웨든의 모습이 선했다.
“그런데…… 그 팔은 괜찮으십니까?”
얼굴은 그을음으로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사지는 멀쩡한 그가 우진의 잘린 팔을 가리키며 물었다.
“응. 왼팔이라 검을 잡는 데는 문제없어.”
“그런 의미로 여쭤본 게 아니잖습니까.”
페론은 우진의 대답에 피식 웃고 말았다.
“여깁니다!”
토른 바흐를 가로질러 달리던 그들에게 카르란이 소리쳤다.
과연 커다란 공터가 있었다.
가문의 저택은 사라졌지만 기둥으로 보이는 몇몇의 잔해들은 아직 남아 있었다.
“지하실은?”
“이쪽일 겁니다.”
카르란의 안내에 우진은 건물 잔해 뒤편 바닥에 있는 작은 문을 발견했다.
철컥―.
지하실의 문은 당연히 잠겨 있었다.
“제가 해보죠.”
페론이 주머니에서 함정 몇 개를 문 주위에 설치했다.
“다행이네요. 문이 바닥에 있어서 말입니다.”
그는 뒤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내며 함정을 작동 시켰다.
[중급 폭발 함정이 발동합니다.]쾅―!!
콰강―! 콰가강――!!
요란한 굉음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지하실의 문은 멀쩡했다.
“……아무래도 마법적인 장치가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니센이 조용히 페론의 앞으로 나와 문을 살폈다.
우우우웅…….
그가 손을 가져가자 지하실의 문 주위로 겹겹이 마법진이 나타났다.
“풀 수 있겠어?”
그의 상태는 별로 좋지 못했다.
루엔의 상처가 심해서 알테온이 그녀의 상처만 치료한 뒤 기사들과 합류하는 바람에, 니센의 양팔은 여전히 엉망이었다.
“네. 다행히 어려운 마법은 아닙니다. 귀족가의 보관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결계인데 예전에 저였다면 불가능했겠지만…….”
그가 지하실 문의 손잡이를 잡고 마력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놀랍게도 결계가 순식간에 부서졌다.
“……엄청난 마법사를 영입하셨네요.”
“보잘 것 없는 견습 마법사일 뿐입니다.”
페론은 머쓱한 표정을 보며 니센은 민망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말대로 견습에 불과한 건 맞았지만 요정수를 마신 지금 그의 마력은 절대로 견습이 아니었다.
“과연…… 이 안에 뭐가 있는지 볼까.”
우진은 지하실의 문을 있는 힘껏 열었다.
철컥―.
낡은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
계단을 내려간 순간 일행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우, 우웁……!!”
지독한 악취에 루엔이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끔찍한 건 악취만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보이는 시체들.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광경에 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라탄의 실험실과 비슷한 모습이야.’
심지어 너부러진 시체들까지 비슷했다.
시체들은 성한 곳이 없었다.
마치 맹수가 먹다 남긴 음식물처럼 시체들의 살점이 거칠게 뜯겨져 있었다.
‘설마…… 이곳에서 실험을 한 건가?’
그곳엔 괴물로 변한 라탄이 있었다.
어쩌면 이 안에도 그런 괴물이 있을지 몰랐다.
“이, 이게 다 뭐죠……?”
카르란은 충격을 받은 듯 말을 더듬었다.
“이, 이런 게…… 마을 밑에 있었다니…….”
그리고 그건 문을 연 니센도 마찬가지였다.
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넓었다.
그리고 더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바닥에 그려져 있는 여러 개의 마법진들 역시 실험실에서 봤던 것과 비슷했다.
‘역시…… 마력은 없어도 놈은 이미 흑마법을 연구 하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놈의 마력의 원천은 뭘까.
[누구냐…….]그때였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스릉―.
우진은 검을 겨누며 천천히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걸어갔다.
[……배가 고프다. 먹을 것을 다오.]어둠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 하나.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칠고 딱딱해 보였다.
[……마력을 너무 사용했어.]화르륵……!!
우진의 검날에 불꽃이 일었다.
“이 새끼…….”
일렁이는 빛 뒤로 나타난 손의 주인을 본 순간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바득 갈았다.
솟아나 있는 뿔.
양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송곳니.
악마였다.
하지만 모습이 이상했다.
목줄이 채워져 있었고 두 다리는 도망치지 못하게 잘려 있었다.
그리고 사지에 박혀 있는 호스들이 눈에 띄었다.
호스의 관을 타고 그의 몸에서 무언가가 계속해서 뽑혀 나오고 있었다.
“……이거였군.”
놈의 마력의 비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