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1)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91화(91/150)
[부디…… 먹을 것을…….]애처롭게 구걸하는 악마의 모습에 우진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인벤토리 안에서 굳은 빵 한 덩이를 던졌다.
우적― 우적―.
바닥을 더듬다 빵을 집은 악마는 며칠을 굶은 것처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언제부터 이곳에 갇혀 있었던 거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나는 존재할 때부터 이곳에 있었다.]‘……처음부터?’
악마의 대답에 우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날 속이려 하지 마. 악마가 왜 대륙에 있는 거야? 누군가 널 잡아온 자가 있을 것 아냐.”
대답 대신 악마는 우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진은 쯧― 하고 혀를 차고서 남아 있는 빵과 고기를 모조리 던져주었다.
[난…… 이곳에서 태어났다.]악마는 입 안으로 음식들을 밀어 넣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는 자는 처음이군. 그대는 누구지?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처음 듣는 목소리야.]족쇄가 채워진 악마는 이제 보니 눈도 보이지 않는 듯 우진을 찾으려 두리번거렸다.
“……정말 처음부터 이곳에서 태어났단 말이야?”
[내가 인지를 하게 된 순간부터 난 이곳에 있었다. 그러니 아마도…… 그렇겠지.]“네가 기억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데?”
물어보는 우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글쎄…… 족히 200년은 넘었겠지.]꽈악―.
그의 대답에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탄성을 터뜨리며 주먹을 쥐었다.
일이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변했다.
‘200년……? 그 말은 지온 뮈렌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저 악마가 이곳에 있었다는 말인데…….’
놈의 말처럼, 어쩌면 정말로 처음부터 이 지하실에 악마가 있었던 것일지 모른다.
“카르란.”
“네?”
“뮈렌 가문의 역사가 어떻게 되지?”
“으음…… 볼턴 왕국이 세워진 것이 대략 500년 정도 되었고, 뮈렌 가문은 건국 당시부터 존재하던 가문이긴 합니다.”
카르란의 대답에 우진은 살짝 눈을 흘겼다.
‘놈이 이곳에서 태어났든, 누군가에게 잡혀왔든 중요한 건 뮈렌 가문이 세워지고 난 뒤부터라는 것이다.’
일이 복잡하게 변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악마가 뮈렌 가문의 지하실에 감금되어 있었다는 건…….
‘지온 뮈렌이 악마를 숨긴 게 아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단순히 지온 뮈렌만의 문제가 아닌 가문 자체의 문제가 된다는 의미였다.
‘뮈렌 가문이 악마를 숨기고 있었다.’
어쩌면 가문 전체가 흑마법과 연관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숨겨진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토른 바흐의 악마.
▶ 볼턴 왕국의 뮈렌 가문의 숨겨진 비밀.
▶ 카히라가 무척 관심을 가질 일일 듯싶다.
[연관 퀘스트 : 카히라와의 계약]알림이 울렸고 우진은 창을 보며 좀 더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기서 넌 뭘 하고 있었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뭐?”
남아 있던 많은 음식을 순식간에 먹어치운 악마는 어린아이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서 바닥에 누웠다.
[……그저 잠을 잘 뿐이다.]“마스터, 이것 보십시오. 악마에 몸에 꽂혀 있는 호스들에서 마력이 느껴져요.”
루엔이 수십 개의 호스에서 흘러나오는 진득한 액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력을…… 추출당하고 있는 거군요.”
우진의 예상대로였다.
악마는 도망치지도 못한 채 수백 년을 지하실에서 마력이 뽑히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를 위해?
‘당연히 뮈렌 가문이겠지.’
하지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뮈렌 가문은 기사 가문이야. 소수를 제외하고 기사는 오러를 쓰지 마력을 쓰지도 않아.’
그럼 200년인 넘도록 악마에게서 추출한 마력으로 그들은 뭘 한 걸까.
오싹―.
그 순간 우진의 몸이 떨렸다.
얼굴 없는 괴물.
세상이 멸망할 때까지도 살아남았던 괴물.
어쩌면 그 괴물이 단순히 지온 뮈렌만의 작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엄청난 일에 휘말린 것 같은데.”
볼턴 왕국에서 유서 깊은 가문.
산하의 기사단만 해도 무려 5개가 넘는 명가다.
자칫 잘못하면 뮈렌 가문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될지도 모른다.
‘볼턴 왕국은 5대 왕국 중에서도 세력이 가장 강력한 곳이야.’
섣부르게 일을 처리하다 오히려 반대로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수배령이라도 내려지게 되면 중앙 대륙에 발을 들여 놓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지 모른다.
진실을 묻을 것인가.
목숨을 걸 것인가.
그 어떤 퀘스트보다 더 어려운 선택이었다.
“널 보살피던 자가 지온 뮈렌인가?”
우진의 물음에 악마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누군지 모른다. 내게 먹이를 주던 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그래?”
꽈악―.
우진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럼 직접 가서 확인해 봐.”
카앙―――!!
그는 악마의 목에 걸린 족쇄를 검으로 잘라냈다.
“냄새든 뭐든 알아내.”
그러고서 우진은 악마의 머리를 잡아채 뒤로 꺾으며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못하면 네가 죽는 거다.”
* * *
“거 좀 빨리빨리 합시다!!”
“밀지 좀 말라고! 다들 기다리는 거 안 보여?”
“자, 자! 다들 진정하시고 차례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왕국 허가서를 받으신 공격대분들은 대기 없이 바로 바로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토른 바흐 간이 포털로 가는 입구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와…… 사람들이 엄청 많네요?”
적탑에서 선별된 마법사들은 포털소에 도착하자 가득한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간이 포털은 관리가 잘 되지 않으니까……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인원이 적은 모양이야.”
“적탑에도 포털이 하나 있음 좋을 텐데요.”
김찬이 로브를 여미며 물었다.
“어쩔 수 없지. 포털은 연금술사 쪽 사업이니까.”
“쓸데없이 현실적이네요. 포털이 도시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은근 이동하는 게 귀찮다니까요.”
“현실적인 게 아니라 여기도 엄연한 현실이니까.
“그래도 지금은 훨씬 나아졌지. 초창기는 포털도 없어서 사냥터까지 가는 것도 힘들었다고.”
“이거…… 이래서 오늘 안에 갈 수 있을까요?”
지원군의 리더인 중급 마법사 케른은 그의 말에 오히려 코웃음을 쳤다.
“가긴 뭘 가. 그냥 여기서 대충 시간을 때우다 상황이 종료되면 돌아가는 거지.”
“……네?”
“게임 스테이션에서 올라온 소식 봤지? 5대 왕국의 기사단도 괴멸 상태야. 지금 가봐야 경험치만 날리는 거라고.”
“하지만…….”
김찬은 케른의 말에 머뭇거렸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왜 토른 바흐에 가려고 난리인 겁니까?”
“잘 봐. 저들이 뭘 입고 있는지.”
이제 보니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자신들과 달리 포털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기본 복장들이었다.
“장비들은 다 놓고 가는 거야.”
“왜죠?”
“왜긴 드랍템 주우러 가는 거지. 생각해 봐. 상위 공격대와 기사단까지 죽어나가니 거기 얼마나 많은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겠어.”
“아아…….”
김찬은 새삼 전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다.
“선배님들도 허락한 일이다. 포털 사용자들로 인해 적탑은 대기하다 상황 종료. 알겠나?”
“네!”
“근처에 50레벨 사냥터들이 있으니까 놀지 말고 거기서 사냥이나 하고 있든지.”
“선배님, 개인적으로 토른 바흐에 가봐도 됩니까?”
“왜? 너도 템 좀 줍게?”
“헤헷―.”
케른의 이야기를 듣던 마법사 중 한 명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가고 싶음 가도 상관없다. 대신 로브는 벗고 가고. 만약에 단독 행동으로 문제가 생기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알겠습니다!”
“해산.”
케른은 귀찮다는 듯 대충 손을 젓고는 여관을 향해 갔다.
“삼촌! 빨리요! 빨리!!”
“그래, 그래. 가고 있다. 잠깐, 잠깐……!! 좀 지나가겠네!!”
그때였다.
흩어진 마법사들 사이에서 머뭇거리던 김찬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의 무리를 헤집고 들어오는 드워프.
“……가레스?”
김찬이 그를 바라봤다.
* * *
“몰아쳐라!!”
와아아아아아―――!!!
와아아――!!!
[크르르르……!!]기사들이 쓰러진 흑룡을 향해 작살을 던졌다.
촤르르륵……!!!
날개와 꼬리에 감긴 작살을 기사들이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벤시나가 고통스러운 듯 외쳤지만 기사들의 귀엔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보였다.
“공격하라!!!”
푸욱―!! 푹―!!!
콰즈즉――!!
기사들의 창과 검이 벤시나의 피부를 뚫고 박혔다.
[크아아악……!!!]그가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터뜨리며 버둥거렸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작살은 더욱 깊게 박혀 들어갔다.
‘이길 수 있다.’
패색이 짙어가는 흑룡의 모습을 보며 기사들의 전의는 점차 더 달아올랐다.
“죽어라……!!”
“죽어……!!”
벤시나는 지온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이제 와서 질 것 같으니 핑계를 찾는 건가? 드래곤도 결국 한낱 미물이었군.”
[닥쳐라……!!]촤르르륵……!!
벤시나가 지온을 향해 입을 벌렸지만 바닥에 박힌 작살들에 의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모두 멈춰.”
콰아아앙―――!!!
그때였다.
“……?!”
“조심하십시오!”
지온을 향해 날아오는 검에 황급히 기사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누구냐!!!”
듀란의 외침에 우진이 안개를 뚫고 걸어 나왔다.
“상황이 변했다.”
쿵―!!
우진이 그들의 앞에 뭔가를 던졌다.
[이건…….]그것을 본 순간 벤시나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 악마……?!”
“저런 끔찍한 것이 왜 여기에……!!”
‘기사들의 반응을 보니 저들은 모르는 모양이군.’
[크륵…… 크륵…….]포박된 악마는 안개에 가려진 흐릿한 햇빛마저 싫은 듯 몸을 꿈틀거렸다.
[케켁……!!]우진은 다리가 없는 악마를 질질 끌며 지온의 앞으로 걸어갔다.
“네게 먹이를 주던 자가 이놈이냐.”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뭣들 하느냐!! 당장 저 악마를 죽여!!!”
지온이 다급히 외쳤다.
하지만 그 순간, 우진은 악마의 머리를 지온의 가슴팍에 묻었다.
“……컥!!”
레벨은 높았지만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지온은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졌다.
“지온 님!!!!”
“이놈……!! 감히……!!!”
기사들이 우진을 향해 달려들려는 순간,
[이 냄새……! 이 달콤한 마가목 향기…… 맞습니다. 그자가 맞습니다!!]악마가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무, 무슨……!!”
지온은 당황하며 자신의 품에 쓰러져 있던 악마를 거칠게 밀었다.
“뮈렌 가문의 지하실에서 발견했다.”
“……!!”
우진을 막아서려던 기사들이 그의 말에 멈칫했다.
“널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는 허리를 숙여 쓰러져 있는 지온에게 다가갔다.
“마력이 없으니 흑마법사도 아니고…… 그래, 이런 건 어때?”
우진은 빠득―! 하고 이를 갈며 지온을 향해 말했다.
“이 악마 숭배자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