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2)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92화(92/150)
“아…… 악마 숭배자?”
“무엄하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따위 망발을 지껄이는 것이냐!!!”
청기사들은 흑룡의 존재도 잊은 듯 우진의 말에 소리치며 무기를 겨누었다.
“맞는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되겠지.”
하지만 우진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지온은 여전히 담담한 모습이었다.
“듀란 경. 흑룡이 날뛰지 못하도록 단단히 잡고 있게나. 이방인들이야…… 자기 마음대로 왔다 사라지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터를 잡은 자들이니까.”
“알겠습니다.”
“대륙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
우진은 지온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은연중에 플레이어와 NPC를 편 가르고 서로를 적대하게 만들고 있었다.
“좋은 머리를 이상한 방향으로 쓰는군. 나 역시 이 대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이러고 있는 거야.”
“이 악마는…… 나도 본 적은 있다.”
지온 뮈렌이 입을 열었다.
“……!!”
그의 대답에 기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녕 지온 님께서 악마와 관련이 있으십니까?”
“비단 나뿐만이 아닐세.”
“……네?”
“우리 가문의 일이니까.”
지온은 그들을 바라봤다.
“자네들은 모를 거야.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가문 내에서도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지.”
그러고는 보란 듯이 우진을 향해 말했다.
“수백 년간 지켜온 비밀을 이런 식으로 밝히게 될 줄은 몰랐네만…….”
철컥―.
그가 입고 있던 갑옷을 풀었다.
그러고는 안쪽 셔츠의 한쪽 깃을 젖히자 쇄골 아래 알 수 없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악마 숭배자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 뮈렌 가문은 대대로 악마를 사냥해 왔으니까.”
그의 말에 기사들이 술렁였다.
“타락 전쟁이라 알 것이다.”
심연(深淵).
빛과 어둠, 그리고 공허가 인간을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생겨난 찌꺼기.
그 찌꺼기 속에서 태어난 것이 악마였다.
태생부터 악마는 인간과 적대시될 수밖에 없었다.
인간과 악마.
두 종족이 끊임없이 공존하는 세계가 바로 이곳 아케도니아였다.
미궁탑에 가려졌지만 사실 게임의 제목이 [이블 테일]인 것도 그러한 설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악마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무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은 500년 전 타락 전쟁이라 불리는 악마와의 전쟁 이후 악마들은 모습을 감추었다는 설정이으니까.
당연히 플레이어들은 악마를 실제로 볼 일이 없었다.
‘악마는 그저 홈페이지에나 나와 있는게 전부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놀랍게도 놈들은 게임 속에도 존재했다.
“500년 전, 초대 건국왕인 락시온이 볼턴 왕국을 세우던 당시만 해도 대륙엔 셀 수 없이 많은 악마들이 있었다.”
지온은 노려보듯 우진을 바라봤다.
“뮈렌 가문은 건국왕을 도와 악마를 사냥했고 그 시체들 위에 볼턴 왕국을 세운 것이다.”
화르륵……!!
쇄골에 그려진 문양에서 순간 불꽃이 일었다.
“이 문신은 오직 가문의 혈통에게만 주어진다. 건국왕의 피로 새긴 것이지.”
[흐…… 흐이이익……!!]문신을 보이자 악마는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건국왕의 고결한 피로 새긴 문양은 악마로부터 보호해 주며 악한 힘을 정화하는 힘을 가졌다.”
그가 문신 위로 손가락을 문지르더니,
치이이익……!!!
악마의 얼굴에 그 손을 가져가자 마치 인두로 지지는 것 마냥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웁……! 우우웁……!!!]악마의 입이 그대로 녹아 입술이 서로 붙어버렸다.
“타락 전쟁은 선왕을 필두로 5대 왕국이 악마를 몰아내며 아케도니아를 인간의 것으로 탈환한 대전쟁이다. 모두가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악마는 여전히 존재하며 우리 가문은 비밀리에 악마들을 쫓고 있었다.”
“오오…….”
“그럴 수가…….”
기사들은 지온 뮈렌의 말에 탄성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실의 악마는 악마를 조사하기 위한 실험체였다. 놈에게서 뽑아낸 마력으로 무엇을 했냐 물었지? 우리는 언젠가 또다시 벌어질 수 있는 악마와의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
척―!!!
그가 손을 들어 우진을 겨누었다.
“그런데 그걸 지금 네가 망친거다!! 감금해 놓은 악마를 세상 밖으로 꺼내 혼란만 야기 시킨 것이라고!!”
‘마스터…….’
루엔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우진을 바라봤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악인이라 생각했던 자가 반대로 영웅이었으니 이제 화살은 오히려 고발한 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뭐……? 악마 숭배자 나를 감힉 그딴 것으로 몰아 세우다니!”
지온은 으르렁 거리며 소리쳤다.
“실망이로군. 비록 이방인이더라도 흑룡을 상대로 홀로 도시를 지켜낸 것에 감사하고 있었는데…….”
스릉―.
지온 뮈렌은 우진에게 검을 겨누었다.
“나를 모함하다니…… 공을 혼자 독차지하고 싶었나? 아니, 아니지.”
그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애초에 지하실에 악마가 있다는 걸 어찌 알았지? 우리 가문의 뒤라도 캐고 다녔던 건가!!”
철컥―.
기사단의 창이 우진을 향했다.
“아니면…… 너야 말로 악마 숭배자는 아니고?”
웅성― 웅성―.
그의 한 마디에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이실직고하지 않는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크르르르…….]벤시나는 그 광경이 재밌다는 듯 머리를 바닥에 대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이실직고?”
“그래, 뮈렌 가문을 욕보인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며 지온이 우진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자, 자…… 진정을 하시는 게…….”
콰앙―!!!
잘못된 것을 느낀 페론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말리려 했지만, 그 순간 기사들의 창이 날아들었다.
“크윽……! 이런 미친……!!”
수십 개의 창이 페론이 있던 자리에 박혔다.
“진짜 죽이려 했잖아?”
황급히 뒤로 물러선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소리쳤다.
척―!!
기사들이 창을 거두었다.
“나는 그대를 전쟁 영웅으로 추대하려 했다. 허나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군.”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지온 뮈렌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섰다.
“전장에서 사라져라. 지금까지 공로를 인정해서 목숨은 살려주마. 아…… 하긴, 너희 이방인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겠지?”
지온은 냉소를 지었다.
“참으로 쉬운 삶을 사는구나.”
빠득―.
우진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그를 바라봤다.
“후우―.”
그러고는 삭혔던 분노를 토해내듯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렇게 자신 있단 말이지.”
“왜? 증거라도 있나?”
“증거가 있을까 봐 두려운 것 같은데.”
우진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니센.”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지하실에서 발견한 걸 얘기해 봐.”
“네…… 그곳에서 악마와 함께 마법진이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 순간 지온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법진의 종류는 3가지였는데 하나는 악마를 구속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법진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마력을 순환시키는 진법이었습니다.”
그는 검지와 중지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
“두 개의 마법진은 마법서에도 나와 있는 기초적인 것이라 알아보는 데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지막 세 번째 마법진은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빠득―.
지온 뮈렌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계속해.”
그 모습에 니센이 움찔했지만 우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네…… 세 번째 마법진은 제가 봤을 때 마력 전이 마법진이라고 보여집니다.”
“그게 뭐지?”
“악마로부터 추출한 마력을 특정한 장소로 보내는 것입니다. 가령…….”
그는 걸음을 옮겨 벤시나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고는 그를 결박하고 있는 작살에 달린 쇠사슬 위로 손을 가져가자,
찌잉―!!!
놀랍게도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공명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마도구에 말입니다.”
[역시.]벤시나가 자신을 찌르고 있는 작살들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뮈렌 가문이 악마 사냥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악마에게서 빼앗은 마력을 악마 연구에만 쓰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군.”
지온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니센을 노려봤다.
“……너. 뭐 하는 놈이지?”
“토, 토른 바흐의 견습 마법사입니다.”
“견습 마법사?”
니센의 대답에 지온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고작 견습 따위가 마법진에 대해서 뭘 안다고……!!”
“너는 잘 아는가 보지?”
“……뭐?”
“마법 공부라도 하셨나?”
“닥쳐!!!”
우진의 물음에 지온은 잡아먹을 듯 그를 노려봤다.
“경의 말씀대로…… 실력이 없어 고작 견습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보는 눈은 있습니다.”
“뭐……?”
“당신은 분명 악마의 마력을 사용하였습니다.”
퍼억―!!!
그 순간 지온의 주먹이 니센을 향했다.
“……!!”
하지만 니센의 뺨에 닿기 전 그의 주먹은 우진에게 잡혔다.
“이거 놔라!! 저자는 지금 뮈렌가(家)를 욕보였다. 귀족에겐 즉결 처분의 권한이 있어!!”
지온은 소리쳤다.
“지금 저자는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그렇지 않습니다.”
그 순간, 니센은 자신의 한쪽 눈에 손을 얹었다.
“……!!”
그리고 가린 손을 치우자 그의 진짜 눈이 나타났다.
연녹색의 눈동자.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반짝였다.
“제가 보는 것은 진짜입니다.”
“서, 설마…….”
“그래. 맞아. 요정안(妖精眼)이다.”
당황해하는 그를 향해 우진은 차갑게 말했다.
“페어리 퀸에게서 받은 능력이지. 그는 요정수를 마셨거든.”
“요, 요정수……?”
“그래. 너도 알거야. 요정의 힘이 들어 있는 물. 그리고 그 힘을 제어 하기 위해 페어리 퀸이 특별히 그에게 힘을 내렸다.”
“말도 안 돼…… 이딴 마을의 견습 마법사 따위가…… 어떻게…….”
“이 곳에 요정족이 있으니까.”
“……뭐?”
지온 뮈렌의 눈빛이 떨렸다.
“이제 보니 참으로 신기한 마을이야. 악마와 요정이 한 곳에 모두 모여 있었으니 말이지.”
“……뭐?”
“토른 바흐의 시민들은 모두 대피했습니다.”
창백하게 변한 지온 뮈렌의 얼굴을 뒤로하고, 우진은 품 안에서 여왕에게 받은 잎사귀를 꺼내었다.
“마을을 지키라는 당신과의 약속은 이행했습니다.”
우우우웅…….
그가 들고 있던 잎사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니 이제 당신이 나설 차례입니다.”
솨아아악―――!!!
그의 손에 잎사귀가 가루가 되어 사라지자 그의 앞에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페어리 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