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ing Out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93)
로그아웃이 너무 어렵다-93화(93/150)
“요, 요정 여왕이…… 토른 바흐에 있었다니…….”
지온 뮈렌은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벤시나.
[크르르르…….]흑룡은 여왕의 등장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저자가 당신과 연이 있는 줄을 몰랐는데.]-우연이었습니다. 허나 우연이라 해도 그가 저를 찾아 온 것은 사실이지요.
심드렁한 벤시나를 바라보며 요정의 여왕은 웃었다.
-오랜 세월 동안 아무도 찾지 못한 요정의 숲을 찾은 자이옵니다. 비범한 사내지요. 이제 흑룡께서도 노여움을 푸시지요.
촤르륵―――!!
그녀의 말에 흑룡이 거칠게 목을 흔들자 족쇄의 줄을 잡고 있던 기사들의 몸이 휘청거렸다.
[노여움을 풀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군. 감히 용의 머리 위에 군림하려는 자를?]-물론 지금은 시기상조일 수 있습니다. 허나…… 그에 걸맞은 인성을 갖춘다면 어쩌면 좋은 군주가 될 지도 모르지요.
카앙―!!!
그가 다시 한번 머리를 좌우로 흔들자 족쇄가 와르르 끊어졌다.
“으, 으아악!!”
“커헉!!”
줄을 잡고 있던 기사들이 그대로 딸려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좋은 군주? 말 같지 않은 소리로군.]콰아앙―――!!!
그가 발을 밟자 바닥에 떨어진 족쇄들이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나는 누군가를 모실 생각이 없다.]-허나 어느 종족이나 수장의 자리는 필요한 법입니다. 용제(龍帝)셨던 스카쟈가 돌아가신 뒤 그 자리는 오랫동안 공석이었잖습니까.
페어리 퀸은 벤시나를 바라봤다.
-스카쟈의 제자였던 당신은 두말할 것도 없고 다뮈네도 벨리안도 모두 그 자리에 관심 없으니 말이죠.
[용들을 이끄는 자는 스승님으로 족했다. 그 자리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냐.]-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알 수 없군. 인간에게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인간에게 기대하는 건가.]벤시나는 질렸다는 눈빛을 보냈다.
-글쎄요.
그녀의 묘한 대답에 벤시나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온 뮈렌. 당신의 가문은 저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타락 전쟁의 주역. 악마를 사냥하는 것도 맞겠지요.
움찔―.
페어리 퀸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가자 지온 뮈렌의 표정이 굳어졌다.
-니센의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악마의 마력이라 불리는 요력이 이 전장에 진동하고 있군요.
“진실을 감춘 게 아닙니다. 인간은 악마에 대해 맹목적인 반발이 있습니다. 저는 요력을 쓰는 것에 대해 오해가 생길까 걱정이 되었을 뿐입니다.”
지온 뮈렌은 다급히 소리쳤다.
“갑자기 나타나 마구잡이로 토른 바흐를 파괴한 건 저 용입니다. 저는 지키기 위해 힘을 썼습니다. 그것이 그리 잘못되었습니까!!”
[잘못되지 않았습니다.]그녀의 대답에 지온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다만…… 악마의 힘을 쓴 것을 당신의 부친과 가족이 정말로 알고 있는지가 궁금한 것입니다.
페어리 퀸은 놓치고 있던 마지막 맹점을 찾았다.
‘그렇지. 그녀의 말처럼 뮈렌 가문이 악마 사냥꾼의 가문인 건 맞을 수 있어.’
그렇다면 지하실에 악마가 존재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악마를 연구하는 그들 몰래, 비밀리에 지온 뮈렌이 악마의 힘을 쓰는 걸 수도 있다.’
가문마저 속이는 일.
생각해 보면 악마의 존재에 대해 설명할 때, 가문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 그런……!!”
지온 뮈렌은 반박을 하려 했지만 쉽사리 말이 떨어지지 않는 듯 말을 더듬었다.
-악마가 아직 대륙에 남아 있다는 건 쉬이 볼 문제가 아닌 이상…… 요정족은 볼턴의 왕에게 정식으로 수사 요청을 드릴 생각입니다.
[크륵…… 크륵…….]악마의 몸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이 악마는 저희가 데리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저 악마는 뮈렌 가문의 소유물입니다. 아무리 여왕이시라도 이건 월권이지 않습니까!!”
-왕이 당신의 처우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가지고 오십시오. 그에 따라 악마를 내어줄 수도 있습니다.
“……크윽!!”
지온 뮈렌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반박 할 수 없었다.
-저는 충분히 당신을 대우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명백히 당신은 악마의 힘을 썼습니다. 설령 그것이 옳은 일을 위한 것일지라도 말이죠.
페어리 퀸은 그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상태.
“…….”
-기억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앞으로 요정들이 당신을 주시할 것이니.
그녀 나름의 경고였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지온 뮈렌은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토른 바흐를 망가뜨리지 않을 것을 약조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물러나겠습니다.”
[그러하지. 더러운 것을 보아 흥이 깨졌으니.]꽈악―.
지온 뮈렌은 벤시나의 말에 주먹을 꽉 쥐었다.
“돌아간다.”
“네? 하, 하오나…….”
“그대들은 대륙을 지켰고 명예를 수호했다. 잘못된 건 나 혼자다. 그러니 어깨를 펴라.”
그의 말에 기사들의 어깨가 떨렸다.
몇몇은 울먹이는 듯 훌쩍이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기사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정말 대단하군…… 악마의 힘을 쓴 대역죄인인데 모두가 그를 옹호하고 있구나.’
우진은 그의 언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쉽지 않겠어.’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지온을 바라보며 결코 만만치 않은 적임을 느꼈다.
“청기사단의 생존자가 유난히 많군.”
우진의 말에 지온의 걸음이 멈칫했다.
“물론. 그들은 뛰어나니까.”
하지만 지온은 그의 마지막 도발을 아무렇지 않게 넘겨 버렸다.
“말뚝은 잘 찾아보게. 어딘가 있을 테니…… 슬쩍 하진 않을 테니 꼭 교황청에 꼭 가져다주길 바라지.”
그는 ‘꼭’이란 단어에 일부러 힘을 주었다.
자신은 무결하다는 것을 강조하듯.
‘……제길.’
쯧―.
우진은 이마를 쓸어 넘겼다.
치졸했다.
마지막 말은 하지 말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시도는 훌륭했으나…… 노련하지 못했군.]벤시나가 그의 마음을 읽은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정한다.”
결과론적이지만 그의 말대로 섣불렀다.
하지만 토른 바흐는 무너지고 있었고 지온 뮈렌이 미래의 악인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던 우진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고맙다.]“……뭐?”
[그대가 악마를 지하실에서 데리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 힘이 계속 유지되었겠지. 악마의 힘은 용족에겐 상극이다. 어쩌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라.]생각지 못한 벤시나의 감사에 우진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그건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 용족은 여전히 누군가의 밑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어떻게 하면 당신들이 내게 힘을 빌려줄 수 있지?”
[너는 어째서 그토록 우리의 힘을 얻으려 하는 거지?]“세상이 멸망하고 난 뒤는 늦으니까.”
[세상이 멸망해? 망상이 심하군.]벤시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우진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상관없었다.
말을 내뱉은 우진 역시도 자신이 벤시나라면 믿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허나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군요. 그는 당신의 분노로 인해 사라질 뻔한 토른 바흐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당신의 목숨도 살렸죠.
페어리 퀸의 말에 벤시나는 우진을 바라봤다.
[……그에 대해선 인정하지. 하지만 용과 인간이 바라보는 목숨의 무게는 분명 다르다.]“벤시나. 네 분노로 사람들이 죽은 것에 대해 죄가 없다는 말인가?”
[너희 인간은 고작 땅덩어리를 가르기 위해 죽고 죽이지 않느냐. 종족의 자립을 위한 내 행동은 적어도 그보다는 가치 있다 생각하는데.]솨아아악……!!
벤시나의 몸이 빛나더니 서서히 작아졌다.
거대한 흑룡이 사라지고 우진의 앞에는 검은 장발의 미남자가 서 있었다.
[그러나 나를 도와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한다.]그는 품 안에서 작은 열쇠를 꺼냈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무덤이 하나 있을 것이다. 과거 나의 용기사였던 카를의 것이지.]우진은 검은 열쇠를 받았다.
[무덤 안에서 필요한 것을 가져가도록 해라. 오래 되었지만 네 것보다는 쓸 만할 거다.]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우진은 그의 말이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그도 용기사가 있었구나.’
용기사는 인간과 용의 유대가 이뤄져야 가능한 것이었다.
그 말은 벤시나가 막연하게 인간을 적대하는 용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용기사의 무구라…… 분에 넘치는 행운이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우진은 열쇠를 품 안에 집어넣으며 대답했다.
[레블라 산맥.]벤시나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검은 눈동자로 우진을 향해 말했다.
[그곳으로 와라.]솨아아아악―――!!!!
암흑 지대의 안개가 벤시나를 감쌌다.
검은 연기와 함께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이 나타났다.
띠링―.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연계 퀘스트로 이어집니다.] [퀘스트명 : 용군주 → 용의 시험]▶ 레블라 산맥으로 가서 시험을 통과하라.
“마스터……!!”
벤시나가 떠나자 긴장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는 우진을 루엔이 황급히 부축했다.
“직업 한 번 얻기 더럽게 힘드네…….”
우진은 퀘스트 창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하긴……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지.”
그의 말에 루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혀 있는 것 같았다.
“후에…….”
루엔이 우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얼굴을 파묻었고, 그런 그녀의 머리를 우진은 가볍게 쓸었다.
“음음―.”
페론이 헛기침을 했다.
“분위기를 깨서 죄송하지만…… 웨든은 죽었는데요.”
“하하―”
그의 말에 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무거웠던 분위기가 가벼워졌다.
[대륙을 습격한 몬스터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12회 차 몬스터 웨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생존 경험치가 적용됩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50 → 51
“오…… 이런 게 있었군요.”
우진뿐만 아니라 페론도 몬스터 웨이브를 경험한 것은 처음이라 신기한 듯 말했다.
“우앗……?!”
보상은 NPC에게도 적용이 되는 듯 전신을 휘감는 빛가루에 놀란 루엔이 탄성을 터뜨렸다.
“마스터! 이제 49레벨이 되었어요!!”
그녀가 기쁜 듯 소리쳤다.
[대륙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3일 동안 신들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퀘스트 획득 경험치가 5% 증가합니다.] [사냥 경험치가 5% 증가합니다.] [제작 성공률이 10% 증가합니다.]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대륙을 훑고 지나가자 알 수 없는 충만감이 느껴졌다.
[12회 차 몬스터 웨이브 MVP로 선별되었습니다.]▶ 특별 이벤트 : 흑룡 출몰이 적용되어 이번 회차에 한하여 특별 보상 상자가 주어집니다.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축하 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51 → 53
▶ 특별 보상 상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음?”
인벤토리 안에 상자 하나가 생겨났다.
▶ 상급 포션 x 10
▶ 최하급 룬 (힘) x1
▶ 최하급 룬 (민첩) x1
▶ 1,000 골드
▶ 전쟁 영웅의 깃발을 획득하였습니다.
“……!!!”
보상 상자를 열자 우진의 눈이 커졌다.